나도 작년까지는 민주당 쪽이었지만 원래부터 나는 문재인 정부에서 건국 100주년 이딴 소리 다 개소리라고 하곤 했다. 우파에서 말하는 1948년 건국이 상식적으로는 더 타당해 보이기는 하는데, 오히려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는 1919년 건국설 같은 경우를 공식으로 채택한 나라가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 국가의 3요소
국가의 3요소는 국민, 영토, 주권이다. 1919년을 건국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대로라면 1919년부터 정부가 존재하니 주권이 있었고, 영토를 한반도로 정했고,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통치하는 대상, 즉 국민으로 정한 것이다. 그러니까 순 명분상으로라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1948년은 정부수립이라기 보다는 '영토 수복'의 개념에 가깝다. 그러나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지던 1919년 당시 실질적으로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국적이 일본이었고, 영토 역시 일본의 지배하에 있었고, 그 관할 역시 일본 정부에서 하고 있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은 현재의 북한, 그리고 대만과도 비슷한데, 북한은 실질적으로 저 3개의 요소를 다 갖추고 UN 승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한민국에서는 북한을 대한민국 영토의 일부분으로 간주하고 있다. 우파는 1948년 건국을, 좌파는 1919년 건국을 주장하는 면과 달리 현재 좌파와 우파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이 정반대인 것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2. 독립운동
1948년 건국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1919년 건국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럼 독립운동은 뭐가 되냐?"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그것은 대한민국 건국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어떤 국가도 준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독립선언하고 생겨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1948년 건국을 주장한다고 해서 독립운동을 무시한다는 이야기로 연결될 수 없다.

말 그대로 독립운동이지 영토수복전쟁이 아니었다는 소리다. 물론 1의 측면에서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그런 전선을 형성해서 밀고 내려오는 그런 전쟁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헛점이 있다. 게다가 그 독립군을 이끄는 주체도 대한민국 임시정부다. 이 명칭부터가 정식 정부가 아니라는 뜻이다.

3. 헌법
우리나라 헌법 전문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하고...'라는 구절이 있다. 이것은 국가를 계승한다는 말이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뜻과 정부 구성인)을 계승한다.'에 더 가까운 의미다.

4. 타국의 예
미국도 그래서 건국이 언제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은 독립기념일이 있긴 한데 이건 우리나라의 삼일절이랑 비슷한 개념이다. 독립선언 이후 정식으로 국가 승인은 거의 6년 후에 받았다. 일단 미국은 독립선언을 건국으로 치는 편이다. 다만, 한국과는 달리 미국의 독립전쟁은 실제로 미국 영토 내에서 미합중국군이 영국군을 쫒아내는 과정이었고 한국의 광복군은 아예 조선 영토 안으로는 들어오지도 못 했다.

북한은 건국을 1948년으로 잡고, 중국도 1949년 공산당의 중국 본토 통일을 건국일로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