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대체 무슨 꼴이랍니까?"


젊은 장수가 단상에 앉아 있는 장수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저까짓 역적놈들이 대관절 얼마나 대단하길래 저보다 나이도 경험도 많으신 분들이 겁부터 집어먹고 나서지 않으신답니까? 장군들께서 싸움을 피하기만 하시니 적들의 기세를 증진케 하고 우리 군사들의 사기는 더 떨어지고만 있어 이제는 유리한 곳에서 싸워도 질 판국입니다! 말씀들 해보세요, 아니 그렇습니까?"


아들뻘 되는 새파랗게 젊은 장수가 언성을 높이는 모습에 여러 장수들의 얼굴이 시뻘개졌지만, 대놓고 그를 욕하지는 못했다. 다름아닌 그 나하추를 완벽히 패퇴시킨 장본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넘치는 혈기를 제어하지 못하는 철없는 놈이기만 했다면 면박이라도 실컷 주었겠지만, 일신의 무예와 뛰어난 책략으로 하여금 불리한 전력 차를 극복하고 수없이 대승을 거둔 이 젊은 장수에게는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그저 입술을 꽉 깨물며 화를 간신히 억누르고 있을 뿐이었다.


'젠장, 시퍼렇게 젊은 놈이...'


'대관절 이공(이자춘)은 자식을 어떻게 기른 게야?'


그렇게 이 젊은 장수가 더더욱 의기양양해져 그들을 깔보았을 때, 수염이 수북히 난 장수가 말했다.


"장군의 말이 참으로 옳소."


그 말에 젊은 장수를 포함해 막사에 있던 모든 장수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대가 말한 대로 우리 제장들이 역적의 군세가 거셈을 버거워해 적과 용감히 싸울 생각은 하지 못하고 겁만 집어먹어 지금 아군의 군대가 두배로 불어나도 저들을 저지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운 지경에 몰렸으니, 참읋 부끄럽소이다."


"흥, 이제라도 아셨다니 다행입니다."


수염 난 장수의 말이 끝나자 다른 장수들의 표정과 눈빛이 한층 더 험악해졌다. 그러나 수염 난 장수가 덛붙이는 말에 장수들의 표정은 약간 오묘해졌다가, 다시 화색이 돌았다.


"그러니 그대가 다음의 싸움에서 그대의 병력을 이끌고 먼저 나가 싸움이 어떻겠소? 잠시 그들의 본대를 붙들어 놓는다면 우리가 옆에서 그들을 칠 것이외다. 이미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군사들을 가지고는 정면으로 이길 수가 없는 일 아니오? 그대 휘하 군대만으로 싸운다 할지라도 도움도 안 될 나머지 군사들이 함께 정면에서 싸우는 것보다는 백배 천배 나을 것이오."


즉, 다음 날 열릴 적과의 전투에서 사실상 그 혼자만 싸우라는 것이었다.


"......"


이미 큰 소리를 친 마당에 거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 하지요."


젊은 장수는 말끝을 약간 흐리며 대답했다. 그와는 반대로, 그에게 면박을 받았던 장수들은 얼굴에 살짝 화색이 돌고 있었다


"만일 전세가 시급하게 되면 즉시 퇴각하시게, 괜히 창창한 목숨을 날려서야 쓰나."


겉으로는 격려였으나, 실상은 조롱이나 마찬가지인 그 말에 젊은 장수는 대꾸하지 않고 바로 막사를 나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