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고장 사고로 조선(korea)이라는 곳에 떨어져 홀로 수리를 해야하는 상황이 생겼다.

그나마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가 아니라 다행이었고 자유교양과목으로 한국어를 따로 배워서 다행이었다.

강화도라는 곳에서 주변에서 샤토(chateau)라 불리는 이가 내 인적사항을 묻던 중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재주를 보고 국왕 앞에 데려왔는데

붉은 옷에 용이 새겨진 옷차림의 왕을 빤히 바라보니 고개를 숙인 신하들이 내 손을 콕콕 찌르며 만류하였다.


늙은 왕은 나를 하늘에서 떨어진 노랑 머리의 천인이라고 생각하며 지상에 무슨 일로 왔는지 물었고 나는 그 오해에 대해 왕에게 변명하면서

새로운 오해인 조선을 침 략하기 위해 서방에서 기물을 만들었다는 새로운 오해를 불러왔다.

내가 얕은 지식으로 아는 부분은 눈 앞의 이 국왕은 조선에서 가장 오래 살았던 국왕이며 이 시기에는 아직 비행기가 없었다는 부분이었다.

그렇기에 미래 세계에서 잠시 불시착한 이방인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했으나 어눌한 말이나 말을 더듬는 수준의 회화로 인해서 서로 납득하기 힘들어하였다.

"즉 그대는 돌아갈 곳조차 없다는 말이렸다? 그렇다면 오래전 남만인(南蠻人)이 조선에서 화포를 잘 다룬다 하여 훈련도감에 넣었으니 같은 방법을 쓰도록 하겠노라."

졸지에 군대 입대를 조선이라는 곳에서 한번 더 하게 생겼다.

"그렇다면 저의 비행기 수리와 병행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좋다. 그대가 비거를 수리하는 동안 조선의 기술자들이 그걸 지켜봐야할 것이다."

왕은 비행기 한대를 통해서 오래전 청국이라는 곳에 나라가 점령당한 과거의 수치를 씻어낼 것을 다짐했다.


병기에 대해 아는건 1897년식 75mm 야포에 대한 이론적인(이래뵈도 군인이라서 외우고 있었음) 지식을 갖고 있는 상태였고 그래서 도면작업(조선에는 미터법 대신 '척'이라는 단위를 쓰는데 그마저도 통일된게 아니었다..)을

진행하면서 과연 조선의 장인들이 프랑스의 이 대단한 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내가 타고온 비행기를 수리하고 있었는데..


"저... 아버지를 그려줄 수 있겠어?"

"국왕폐하를 말씀하시는겁니까?"

"그는 내 할아버지이셔. 아버지를 그려줘."


뒤늦게 이 조선이라는 곳에서 늙은 왕이 매우 오래살았고 장성한 아들은 잘못을 저질러 상자속에서 들어갔음을 알게 되었다.

이상한 옷을 입은 왕자는 상자속에 죽은이의 아들인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국왕을 닮게 그렸지만 조금 더 눈썹이 짙다거나 턱이 각지다는 등 왕과 다르게 생긴 외모를 요구하였다.



1


"아니야, 이건 할바마마잖아. 아버지를 그려줘."

어린 왕자는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2


"살찌고 둔해보이잖아. 아버지가 이렇게 생겼으면 나같아도 뒤주에 보내버릴거야."

왕자의 요구대로 그려주자 또 다시 거절로 돌아왔다.

나는 비행기 모터를 뜯어야하는 조급함에 대충 그리고 말았다.



3


"이건 상자에요. 원하시는 아버지는 이 상자 안에 있어요."


이에 어린 왕자는 놀람과 분노와 당혹스러움과 부끄러움이 섞인 표정을 지은 뒤에 상자 그림을 낚아챘다.




"상자 속의 아버지는 목이마르지 않을까?"




4



이에 빨대를 위에 꽂아주었다.

"바로 이거야!"



나는 일주일도 안걸려서 비행기를 수리하고 원래 살던 세계로 돌아왔다.





비행기 탑승 전에 훈련도감에 있는 이들끼리 들리는 말로는 세손(그 왕자의 이름인가보다)께서 식사를 줄이시고 운동을 하면서 상자그림을 앞에 두고 식사를 하고 계신다고 들은게 마지막이었다.



그 어린왕자는 아버지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