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국의 주식시장은 전쟁 중에도 일단 계속 돌아갔습니다. 무슨 공산혁명이 일어난것도 아닌데 전쟁 났다고 주식시장을 전부 닫으면 경제 혼란만 커지고, 전쟁에 악영향만 끼치니 그냥 돌아가게 놔둔 겁니다.

이는 미국 등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전쟁이 났음에도 주식 자체는 나름 호황이었어요. 특히 일본이 잘 나갈땐 철강, 중공업 등의 전쟁 관련주가 떡상하고 나머지 주식은 주춤하는 등 전쟁 상황도 아주 잘 반영했고요.

하지만 전쟁이 점점 일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1944년 후반부터는 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평화로울 때 잘나가는 소위 '민수주' 가 갑자기 상승세로 돌아선 겁니다.

원래 일본의 주력산업이었던 섬유주, 선박주,

그리고 전후 복구에 필요한 시멘트주, 식품주 등이 점차 상승세로 전환한 겁니다.

포츠담 선언이 발표된 후엔 전후에 다시 선박 운행이 재개될 것을 기대해 '일본우선(日本郵船)'이 250%나 떡상했고요.


심지어 전쟁기의 일본 내 돈 흐름을 총괄하던 '전시금융금고' 도 점차 민수주를 매입하는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정부는 거짓말을 할지 모르지만, 돈은 아니죠.

즉, 이미 주식시장은 '전쟁 이후'를 대비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런 일본 주식시장의 갑작스런 변동은 연합국의 단파라디오 방송을 들은 일부 자본가들이 주도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이들은 연합국의 방송을 몰래 청취하며 일본이 전쟁에서 질 거라는 사실을 미리 예측하고, 전쟁 이후에 떼돈을 벌기 위해 미리 '민수주' 위주로 투자했다는 거죠.


아마추어 라디오 기술자는 적당한 모험심만 있으면 (적국의)라디오도 청취할 수 있다. 친구가 말하길 (일본에) 불리한 외국 뉴스가 공표되면 주식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했다. 이 뉴스가 비밀 소스로 작용한 것이다.

전후 미군정 조사에서의 한 교사의 발언

어쨌든 돈 앞에선 황국의 명예고 대동아공영권이고 다 없습니다. 그냥 최대한 유리한 정보를 얻어서, 그에 맞게 투자해서 후일 떼돈을 버는 게 유일한 목표죠.

당연히 이는 지금도 적용되는 사안이지만, 이런 선구안을 갖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는 노릇입니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무수천.

https://m.blog.naver.com/minjune98/2229377490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