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37
우리에게 중국은 아프리카와 다르다.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우리의 세계관이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을 만큼 중요한 이해당사국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중국을 이렇게 함부로 말하게 되었을까? 그 많던 특파원은 어디에 있었을까? 한국의 진보주의자들은 왜 침묵하고 있을까? 아프리카에서 신식민주의 문제를 고민해 온 세제르가 말한 대항담론의 부재가 지금 중국 담론 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P. 66
그런 점에서 전후 체제 내 한국인이 중국을 보는 관점은 분열적일 수밖에 없었다. 사회주의 중국은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중국 붕괴론과, 중국이 부상하여 이웃국가들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는 중국 위협론은 서로 공존할 수 없는 논리인데도 별 충돌 없이 중국을 시장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경제지상주의 아래에서 더불어 성장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중 행보는 그렇게 탄생했다.  


P. 107
중국과 좋은 이웃 국가로 더불어 살기 위해 수교를 한 것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시장이 필요해 수교를 했기 때문에 중국과 좋은 이웃이 되고자 하는 공동체주의는 설 곳이 없었다. 급속한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중국상품들이 한국상품과 경쟁관계에 놓이자 경제지상주의자들의 혐중정서는 급속히 증가했다. 이웃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진 한중관계는 이웃이 되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 — 역사문제, 공해와 영해문제, 미세먼지문제, 문화주권문제, 평화체제문제들을 놓고 자연스럽게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짱깨주의는 그런 역사적 질곡 위에서 매우 손쉽게 대중이 인식하는 중국으로 자리 잡았다.  


P. 187~188
미국이나 중국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정학적으로 유리한 위치이기도 하다. 중미 경쟁으로 만들어진 아시아의 전략적 지형은 필리핀 대통령인 두테르테의 거친 중립외교 노선도 통하는 시대가 되었다. 두테르테는 미국에게는 미군의 철수를 요구하고 중국에게는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UN에 제소까지 했다. 그러나 누구도 필리핀을 함부로 하지 못했다. 미국은 미군의 주둔을 허락해 달라고 매달렸고, 중국은 돈 보따리를 풀었다.  


P. 249
세계는 이미 미국이 모든 것을 장악하는 시대도 아니고, 미국이 세계인 시대도 아니다. 한국의 보수언론이 말하는 전 세계라는 개념은 여전히 유럽중심주의가 자리 잡고 있고, 유럽의 근대를 자기들의 좌표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P. 464
따라서 서구적 보편가치나 제도가 곧 동아시아의 민주로 연결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너무 쉽게 마르크스 이론을 빌려와 ‘사회주의 중국’ 프레임을 들이대며 현실의 중국이 얼마나 폭력적인 체제인가를 강조하거나, 서구의 제도를 민주주의로 등치시킨 뒤 중국의 일당제가 지닌 ‘후진성’을 강조하거나, 이상주의적인 생태주의를 끌어와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발전주의를 비판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P. 566
대항권력은 전후체제 내에서 다자주의 시대를 바탕으로 성장해 왔고, 샌프란시스코체제 이후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의 평화체제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한국의 진보 엘리트들이 다자주의 시대와 함께 새롭게 등장한 근대적 주체세력을 발견하고, 안보적 보수주의의 냉전적 기획을 뚫고 자기들에게 필요한 프레임으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나갈 어젠다를 제시할 수 있는지 아닌지에 달려 있다.  


P. 588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동아시아에서 지역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샌프란시스코체제와 전혀 다른 시대를 여는 것을 뜻한다. 수직적 위계관계에 있는 신식민주의적 국가 간 체제가 평등한 국가 관계로 전환되는 것이 그 핵심이다. 한반도의 평화체제는 한반도 분단체제의 종식과 동아시아 지역공동체 형성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경제적으로는 지역화해야 하고, 정치적으로는 협력적 다자주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경제적 지역화를 만드는 방식은 지속가능한 개발 방식이어야 하고, 협력적 다자주의를 만들어 가는 방식은 탈군사주의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이어야 한다. 동시에 국경을 허물고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게 재영토화해야 한다.  


P. 646~647
평화주의자들은 이제 중국 문제에서 짱깨주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평화체제 프레임을 설정하고 어젠다를 선점해 나가야 할 때이다. 평화체제적 어젠다란 중국의 문제에 눈감고 중국은 무조건 우리 편이라는 식으로 중국을 찬양하라는 말이 아니다. 평화체제 프레임으로 중국을 있는 그대로 보라는 것이다. 평화체제 프레임이 미국중심주의가 될 리가 없듯이 중국중심주의가 될 리도 없다. 누구의 편에 서라는 식민주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평화체제 프레임으로 평화주의자들을 모으는 싸움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P. 652
중국이 부상하고, 미국의 신식민주의체제가 흔들리고, 아시아의 역량이 성장했고,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도 패권을 장악하지 못하는 지금이 바로 우리에게 기회이다. 100년의 꿈을 꾸자. 지난 100년 동안 꾸었던 꿈. 앞으로 100년 동안 누려야 할 그 꿈. 짱깨주의를 넘어서기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꿈을 꾸는 일이다.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한국 언론의 보도는 예상했던 대로 그들이 직접 보고 들은 대로 취재한 것을 보도한 것이 아니라 인용보도였다. 대부분 국내 기사는 사우스 차이나모닝포스트 (South China Moming Post, 이하 SCMP)를 인용보도 하고 있다. 한국의 언론들이 중국을 보도할 때 차라리 지점을 차리라고 말해 주고 싶을 만큼 베껴대는 뉴스원이다. 보수언론 기자들은 이 신문을 정론지라 떠받들기도 한다.  - 힘피노을


P. 78
세계보건기구(WHO)는 병 이름에 국가나 지역 이름을 붙이는 것을 금한다. 두 가지 까닭이다. 하나는 합리적이지 못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 자체가 인종주의적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국적이 없다. - petrichor


팍스 아메리카나를 부정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