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까지만 해도 대만과 한국은 가장 절친한 우방이었습니다. 두 나라는 반공을 기조로 한 분단국가라는 공통분모로 굳건히 뭉쳤고, 대만은 한국의 여러 정치적 변화에 촉각을 기울이곤 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5.16 군사정변이 터지자 장제스가 직접 주대만대사 김신에게 나름의 조언을 해준 겁니다.


당시 박정희는 국가재건최고회의를 이끌며 자신들의 임무가 끝나면 민정(民政)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장제스는 이 소식을 듣자 절대 안된다며, 박정희가 한국을 제대로 뜯어고쳐야 한다며 격앙된 어조로 소신을 밝혔습니다.


"나는 지난 50년 동안 혁명을 완수하고 중국을 바로 세우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아직도 과업을 완수하지 못했다. 

그런데 한국은 이제 막 제대로 잡혀 가려는 때에 그만두려 하고 있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혁명 정신을 끝까지 관철해야지 중도에서 그만두면 이도저도 안 된다." 


"정권을 이양한다면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는 거 아니냐? 그럼 애당초 군사혁명을 왜 했나? 나왔으면 큰 뜻을 품고 개혁을 해서 나라를 바로잡아야지, 그런 압력에 굴복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이미 물이 많이 흐려졌다면 민간인이 정화하기 어렵다. 내 오랜 경험으로 볼 때 박정희는 자신의 뜻을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


"국민이 지지한다면 선거를 통해 같이 해 나갈 수 있지 않겠는가? 무조건 민간으로 정권을 넘기고 그만두는 것은 애초에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


사실 장제스가 이런 발언을 사석에서라도 말하는 건 자칫하면 큰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었습니다. 엄연한 내정 간섭 수준이었으니요.

하지만 이 말을 듣는 김신 대사는 장제스와 절친했던 걸로 유명했던 김구의 아들이었으며, 중일전쟁 시기에 장제스가 직접 어린 김신을 만나 귀여워해주었을 정도로 사적 친분도 엄청났습니다. 그렇게 편한 사이였기에 저런 발언도 대놓고 할 수 있었던 거죠.

하지만 장제스의 이런 걱정은 바로 사라졌습니다.

군사독재자끼리 통하는 게 있었던지는 몰라도, 박정희는 군복을 벗어던지고 민간인 신분으로 5대 대선에 출마하여 상대 윤보선 후보를 정말 간발의 차로 꺾고 당선되어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이는 지난 대선 이전까지 가장 박빙인 대선이었죠.

그리고 나중에 박정희는 대만을 방문해 장제스와 정상회담도 가졌는데, 여기서 장제스는 박정희에게 "아시아 지역 반공투쟁의 영도자가 돼주면 좋겠다" 라고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이게 장제스가 그토록 박정희의 집권을 바랬던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혼자보단 둘이 나으니요.


출처: 네이버 블로그 무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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