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자리에 학생들도 좀 얼굴이 보이기 때문에 내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학생들! 지금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말하고 떠들면 내용도 모르고 덮어놓고 거리에 나가서 우선 플래카드를 들고 성토대회를 하고 무슨 정부 물러가라, 매국하는 정부 물러가라, 이런 철없는 짓들 하는데, 나는 학생제군들에게 솔직히 이 자리에서 이야기해 두겠네. 제군들이 앞으로 이 나라의 주인들이 되자면 적어도 10년 내지 20년 후에라야만 제군들이 이 나라의 주인공이 되는 것입니다. 제군들의 시대가 오는 것입니다.


오늘 이 시대에는 우리들 기성세대가 모든 것을 책임을 지고 여러분들 못지 않게 나라에 대한 것을 걱정을 하고 근심을 하고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들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내가 학생 여러분들을 절대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여러분들과 같이 한 20대 젊은 시절의 학생 시절을 생각 좀 해보는데 여러분들은 아직까지도 공부를 하고 배워야 되고 모든 것을 훈양을 해야 되고 자기의 실력을 배양할 시절입니다. 여러분들이 정부가 하는 일, 정치적인 문제, 사회적인 문제에 낱낱이 직접 간섭하거나 참여하거나 직접 행동해온 길, 그런 시기도 아니고 또 그런 것이 여러분들의 책임도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학생들은 4.19 정신 운운하며 뛰어나옵니다. 여러분들의 선배가 4.19 당시에 거리에 나와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같이 지키기 위해서 뛰어나온 그 정신은 그야말로 백년에 한 번, 수백 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이런 숭고한 정신인 것입니다. 어떠한 사소한 정치적인 문제가 국회나 사회에서 논의가 될 때 그 문제 하나하나를 들고 학생들이 거리에 뛰어나와서 그것이 4.19 정신이라고 이렇게 떠든다면 그야말로 4.19 정신을 그 이상 더 모독하는 것이 없을 뿐더러 4.19 정신은 절대 그것이 아니다는 것입니다. 작년 연말에 내가 독일에 방문했을 때 독일 대통령이 첫 날 저녁에 나를 만나서 한 얘기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국엔 왜 학생들이 거리에 뛰어나와서 정치문제에 대해서 자꾸 간섭하기 좋아합니까?" 나한테 이렇게 질문합니다. 나는 다소 창피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한국의 학생들은 일부 그런 학생이 있지만, 대다수 학생들이 다 건실하고 나와서 하는 것은 일부 학생들 뿐이다. 당신 나라에도 그런 학생들이 있을 수 있지 않느냐", 이런 답변을 했더니 독일 대통령이 하는 말이 "내가 알기에는 학생들이 거리에 나와서 정치문제를 가지고 데모를 하고 떠드는 나라치고 잘 되는 나라가 없습디다." 나한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자기 나라 독일은 1차 대전 이후 그동안의 전쟁을 두 번 했고 정권이 몇 번 바뀌고 사회에 여러 가지 혼란이 있었지만 1919년에 한 번 함부르크항에서 영국 배와 독일 배가 충돌을 했을 때 한 번 학생데모사건이 있은 연후에 그 뒤에 학생들은 한 번도 거리에 나온 일이 없다. 학생들은 어디까지든지 이 시기에는 공부를 해야 되고 배우는 시간이고 실력을 양성해야 하는 시간인데 자기들이 직접 이런 일에 참여할 시기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 그런데 왜 한국의 학생들은 거리에 나오기 좋아합니까? 학생들이 거리에 떠든다고 해서 난 절대 그 사람들이 애국주의 학생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혹 대통령이 이런 소리 한다고 해서 일부 학생들이 불만을 품을지 모르지만은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 한국의 일부 철부지한 학생들에게 확실히 이야기합니다. 여러분들이 오늘날 한일문제를 가지고 거리에 나와서 떠든다는 것은 그야말로 일부 정치인들의 앞잡이 노릇밖에 안 된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해야 합니다. 한일회담의 내용이 어떻게 되는지 어떤 점이 여야 간에 싸우고 있는 쟁점인지, 내용이라도 알고 떠들어야지 덮어놓고 뭐라고, 요즘에 바깥의 세상이 뒤숭숭하니까 학생들이 거리에 나와서 한번 기분을 풀기 위해서 나가보자는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학생들이 있다면 이것은 한국의 장래를 위해서, 우리 조국의 앞날을 위해서 대단히 걱정되는 일이라 이겁니다."


들어보니까 이게 박정희 집권 초기 6.3항쟁 때 얘기 같은데 당시만 해도 정부가 군 병력 투입에 굉장히 회의적이었음. 집권 후반부로 가면 데모하는 학생들 빨갱이로 몰아붙이고 중정으로 끌고 가고 하니까 그것 때문에 결국 스스로 평가를 망친 거지, 박정희 정부도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구나 싶음. 워낙 데모만능주의가 기승이다 보니까 이거 무력이 아니면 안 되겠구나 싶었을 수도 있음.


저 위에 있는 말이 다 맞는 건 아님. 이 연설을 한 시점에서는 미래지만 68년에 서구권을 휩쓴 68항쟁 이후에는 서구권도 데모가 많아지긴 함. 그렇다고 프랑스랑 영국, 네덜란드 뭐 이런 나라들이 망한 건 아니잖아. 68항쟁 자체도 굉장히 말이 많은 얘기긴 하지만.


나는 독재는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임. 확실히 박정희 집권 18년 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멈춰 있었다고 여기는 사람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설을 현 시국에 비춰보면 공감 가는 구석이 많은데, 박정희가 여러 요점을 잘 짚었음.


1. 데모는 결국 특정 정치세력에 의해 이용된다.

2. 데모하는 사람들의 가장 본능적인 목적은 '기분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