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계에 돌아올 수 있을 정도의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고 봄


어차피 나는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입장이 아니라서 이준석을 지지하고 말고는 논외의 문제고


이준석은 자신의 권력이 전성기였을 시절에 요직에 자기 사람들을 포진시켜서 국힘을 테라포밍하는 작업에 소홀했음


애초에 그런 방식의 파벌정치, 계파정치를 원하지도 않았겠지


그리고 그 결과를 지금 격하게 얻어 맞고 있는 거임


이준석이 지금 신당 창당을 시도하는건 단순히 삐져서가 아니라 저걸 깨달아서일 확률이 높고


유승민이 그랬듯이 자기가 수장으로 앉아 있는 당을 만들어서 자기 계파를 확보한 다음 돌아가겠다는 의중이라고 분석 가능하지만


과연 계파가 생긴 이준석을 과거의 그 개혁보수의 상징으로서의 이준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기 파벌이 생기고 가신이 생기는 순간 이준석이 다른 정치인에 대해 차별화되는 가장 큰 이데올로기였던 "계파, 파벌, 구태정치 타도"라는 명분은 유명무실화되고


그냥 흔한 자기 세력 있는 중견 정치인 중 하나로 전락할 뿐임


스스로 그게 수라의 길이라는 걸 알았는지 몰랐는지까지는 내가 판단할 수 없겠지만 이준석은 계파없는 정치라는 확고한 방향성을 들고 있었고


계파 있는 정치인에게 계파 없는 정치인이 어떻게 당하는지, 그리고 계파 없는 주류 정치인이 이제까지 왜 없었는지를 스스로 증명해보이고 말았고


결과적으로 지금은 "다시는 이렇게 당하지 않겠다"는 결의에 차서 자기 족당을 만들어야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혀 있지만


과연 자기 가신이 생기고 계파가 생긴 이준석을 과거의 그 개혁자로 생각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은 너무나 당연하게 따라올 수밖에 없고


나는 절대 아니라고, 이제 이준석은 또 하나의 괴물이 되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여긴다는 얘기임


이준석이 언젠가 힘을 되찾을 수도 있고 화려하게 복수에 성공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다시 묻자면, 그게 과연 우리가 이제까지 봐 온 그 현명하고 영명했던 과거의 이준석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