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문기일 하루 앞두고 5p 분량 답변서 제출…"직무정지 근거 부족"

권리당원 집단 반발…"당헌 80조 사문화시키고 재판지연 꼼수"


최근 위증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대표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 심리를 하루 앞두고 입장을 담은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권리당원 2023명이 가처분을 신청한지 40일 만이다. 이 대표 측은 "조정식 사무총장이 당무정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헌 80조 적용 사안이 아니다"라며 가처분 신청이 기각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가처분 신청을 주도한 권리당원들은 "이 대표 측이 당헌 80조를 사문화시키고 재판 지연 꼼수를 부렸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월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2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李측 "직무정지 되면 당에 큰 혼란"


28일 이재명 대표의 소송대리인 오용택 변호사는 유튜버 백광현씨를 비롯한 민주당 권리당원들이 제기한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에 대한 답변서를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합의51부(김우현 수석부장판사)에 제출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5쪽 분량의 답변서에는 '당헌 80조'의 내용상 직무정지 재량권을 가진 사무총장이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만큼, 이 대표의 직무가 정지돼야 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소송의 핵심인 민주당 당헌 80조는 '당직자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되면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명시한 규정이다. 권리당원들은 위증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된 이 대표에게도 사무총장의 재량과 상관없이 해당 규정을 적용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의 기소와 동시에 당무를 정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이 대표가 앞서 대장동·성남FC 의혹으로 기소됐을 당시엔 당무위원회를 열고 '예외조항'을 적용했던 반면, 이번에는 당무위조차 열지 않는 등 절차적 하자까지 있었다는 지적이다.


반면 이 대표 측은 개정된 당헌 80조 제1항 규정에 따라, 사무총장이 '재량'으로 당직자의 직무정지 여부를 정할 수 있다며 반박했다. 해당 조항은 당초 "사무총장이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며 지체 없이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보고한다"고 명시됐으나, 2022년 8월 개정을 통해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는 표현으로 변경된 바 있다. 결국 사무총장이 직무정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므로 이 대표의 직무가 정지됐거나 정지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 대표 측은 현 시점에서 이 대표의 직무를 정지시킬 경우 당내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 측은 답변서를 통해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77.77%)로 당대표에 선출됐다"며 "이 대표는 지금까지 과오 없이 당의 주요 회의를 소집 및 주재하고 전반적 당무와 현안들을 원만하게 해결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 관한 본안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이 대표가 직무를 수행해도 채무자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민주당은 제1야당으로서 민생현안 등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안건들이 산적해있다"며 "채무자의 직무가 정지될 경우 지금까지 처리해왔던 중요안건들의 연속적 업무처리를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에 대해 효율적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점들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신청의 보전의 필요성은 인정될 수 없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달라고 촉구했다.


"권리당원들의 재반론 기회 차단하려는 꼼수"


이 대표의 직무정지 가처분을 주도한 백광현씨 등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백씨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당대표 직무정지를 지난 10월18일 신청했는데, 이 대표는 40일 가까이 입을 다물고 있다가 이번에도 마지막 날 마감 시간 직전에서야 답변서를 제출했다"며 "이는 명백히 권리당원 측의 재반론 기회를 물리적으로 차단하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연·방탄·꼼수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존재임을 자인한 꼴"이라고 직격했다.


백씨는 당헌 80조에 대한 이 대표 측의 해석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지난번 대장동 기소 당시에는 사무총장의 처분이 없었음에도 급히 당무위를 열어 당직 심폐소생 했던 태도와 배치되는 발언"이라며 "이 대표 측 주장이라면 '당원의 자부심'과도 같았던 당헌 80조는 사문화가 되는 셈이다. 80조 발동을 일개 사무총장의 손에 의존하게 되는 이상한 결론이 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당 지도부는 '기소 후 당직 유지' 골자의 당헌 80조 개정안을 추진했으나 '사당화 논란'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백씨는 "이 대표의 기소 혐의가 부정부패로 인한 것이란 점에는 답변서에서도 이견이 없어서 다행"이라면서도 "민생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야당의 역할이 큰데, 이 대표는 본인의 사법 리스크로 정상적 당무를 수행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은 야당으로서 기능을 잃고 그 피해는 이해 당사자인 민주당원들을 넘어 온 국민이 입고 있다"며 "법원의 신속하고 올바른 결정을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백씨와 권리당원들이 신청한 가처분 첫 심문기일은 오는 29일 오후 2시에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앞서 지난 3월에도 백씨 등 민주당 권리당원 500여명은 법원에 이 대표의 직무를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냈다. 당시 법원은 "이 대표가 기소된 사건 판결 이전에 즉시 대표직에서 배제돼야 할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기각했다.


변문우·박성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