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나서 바로 <서울의 봄> 재밌게 보고 왔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이 많지만,


무엇보다 내가 아는 전두환(작중 전두광)과 미묘하게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음.


가히 “코리안 오펜하이머”라 불릴 만큼 쟁쟁한 캐스팅과, 명품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다 아는 결말이지만 연출적인 부분에서 스릴러적 요소가 아주 잘 짜여져서 좋았는데


특히, 각 배우들이 맡았던 역할들은 배우들 자체로도 연기구멍 없이 훌륭하지만 실존 인물들의 성격 디테일 하나까지 다 잡아서 좋았음.


장태완 소장(작중 이태신 소장)의 실제 성격과 가정적인 모습까지 잘 구현한 이 작품에서 난 뭔가 제일 중요한 주인공인 전두광이 실제 전두환과 약간 다른 미묘한 느낌이 들었음.


물론 픽션이기 때문에 당연히 실제 사건과는 다른 부분이 있음. 그건 감안했어.


근데 그걸 감안했는데도 전두광이라는 캐릭터는 다른 캐릭터와는 다른 이질감이 들었음.


<아수라>의 박성배와 <수리남>의 전요한 목사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황정민의 연기로 놓고 보면 그렇다 치지만


실제로는 전두환은 저런 성격은 아닌걸로 알거든...


의외로 생각보다 차분하고 진지하며, 심지어 다정하기까지 한 사람이었다고 함.


물론 픽션이니까 좀 과장했을수도 있지 않나?


싶지만 김성수 감독이 그렇게 인물을 원작과 왜곡하면서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사람이 절대 아니거든.


<비트>만 보더라도 스토리상으로는 허영만의 원작과 다르게 가져가도 등장인물들의 배경이나 성격은 절대 안 바꾸는 스타일임.


근데 그런 감독이 전두환이라는 실존인물을 왜곡한다? 그것도 주인공인데? 약간 의구심이 듦.


근데 이 영화를 보면서 중간에 오버랩된 장면이 하나가 있음.


바로 성남시청까지 찾아온 시민 면전에 대고 고성을 지르던 한 정치인..


기자들의 질문에 자기가 불리해지자 인터뷰 끊고 화내며 역정을 내던 정치인...


실제로 욕을하고 흥분하는 통화까지 녹음되어 있는 정치인...


그래 바로 이재명이야.


난 뭔가 전두광이라는 캐릭터에게서 이재명을 봤음.


뭔가 감독은 전두환이라는 캐릭터를 전두광으로 만들 때 단순히 전두환을 그대로 옮긴 게 아닌 거 같은 느낌이 들었음.


다른 캐릭터들도 다 변경한게 아니라 전두광 혼자 변경됐다? 이것도 말이 안 되거든.


뭔가 김성수 감독은 전두광이라는 캐릭터 만들면거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단순히 전두환만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니었던 것 같음.


이재명을 포함한 조국, 문재인, 윤석열..


이런 현재 정치인들의 모습이 조금씩 다 섞여있는듯한 느낌이 들었음.


그래, 바로 감독은 역사적인 사실을 전달하려는 게 아니라


1212 군사반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통해 현대 정치인들을 비판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싶음.


민주화 세대라는 업적 뒤에서 스스로 흑화하여 이젠 기득권이 되어 버린 정치인들..


뒤에선 구린짓 다 해놓고 앞에선 시민들한테 잘 보여야 된다는 거짓위선으로 잘 포장해놓은 정치인들...


그러면서 자기 불리할 땐 그 시민들을 방패세워서 겁쟁이가 되어버리는 졸렬한 정치인들...


단순히 전두환 한 사람을 표현한 게 아닌


“전두환만큼이나 독선적이고, 허례허식적이며, 이중적인 현대 정치인”들을 전부 표현하려고 한 게 아닐까 싶음.


특히나 그 중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정치인인 이재명이야 말로 전두광 캐릭터에 잘 녹여내지 않았나 싶음.


물론, 내 해석이 틀릴수도 있음.


근데 이 영화를 보고나서 든 생각은 단순히 1212반란을 표현한 영화가 아니란거고,


무엇보다 이제까지 이 사건을 다룬 바리에이션은 많았지만


전두환이라는 인물의 실제 모습이 아닌 오히려 “안남시장 박성배”에 가까운 모습이 보인 것은 처음 와닿는 느낌이었음.


감독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한가지 중요한 점은


결국 현대 정치인들도 이 당시 신군부와 하나회가 하던 짓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이지.


그런 점을 알려주고 싶어서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이 감독님의 바로 전작이 <아수라>임..


생각보다 이 영화는.. 다른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 같음...


마지막 엔딩으로 깔린 <전선을 간다>처럼


어떠한 이념색이 잘 드러나지 않은 그 군가처럼


이 영화는 어느 한쪽의 시선으로 본 영화가 절대 아닌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