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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s://pgr21.com/freedom/10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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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진국으로의 도약 과정 및 중진국 함정


저개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크게 3가지 루트가 있다. 하나는 아일랜드의 사례인데, 얘는 유럽연합에 가입해서 꿀을 달달하게 빤 케이스고, 다른 하나는 체코의 사례인데, 얘네는 원래 포텐있던 나라가 잠시 휘청였다 복귀하는 케이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바로 한국, 대만이 걸어온 길이기도 한 일명 '신흥공업국' 루트. 


간단함. '저임금 제조업'부터 시작하는 것임. 세계화 시대의 물결을 타고 낮은 임금을 무기로 재봉틀 공장, 단순 조립 공장 등을 마구 유치하는 것임. 그렇게 저임금 일자리가 생기고 그걸 바탕으로 건설, 인프라 등이 깔리면서 경제는 발전해 나가는 것. 낮은 임금은 시골에서 도시로 들어오는 저렴한 노동력에 의해 유지.


그런데 이게 영원히 지속되진 않음. 어느 순간 더이상 끌어올 시골 인구가 남아있지 않는 시점이 오고 이를 '루이스 전환점'이라 부릅니다. 이때부턴 임금이 조금씩 오릅니다. 어느정도는 괜찮지만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공장은 다시 저임금 국가를 찾아 떠남. 애초에 저임금 보고 들어온 나라들이니까.


이때 빠져나가는 저임금 공장을 대체할 신사업을 찾지 못해 정체하게 되는 것이 바로 중진국의 함정. 멕시코도, 브라질도, 남아공도, 태국 같이 수많은 나라들이 이런 중진국의 함정에 빠졌고 오직 한국, 대만, 아일랜드 같은 소수의 나라만이 이를 돌파하여 선진국에 진입했음.


그렇다면 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 함정을 빠져나갔을까? 답은 인적자본, 그러니까 교육 수준이 높다는 것임.


부가가치가 더 높은, 그러니까 돈되는 산업을 하려면 인력의 수준이 높아야 함. 정말 '두 손만 달려 있으면 할 수 있는' 단순 조립을 넘어, 좀 더 복잡하고 어려운 공정에 맞춰 일할 수 있어야 함. 이전에 일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산업, 업무도 새로 배워서 적응할 수 있어야 하며,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좀 어려운 글도 이해하고, 비판적 사고도 되고, 무엇보다 무언가를 '배워 본' 경험이 있어 새로운 일에 적응할 수 있음.


상식적으로 중학교도 겨우 졸업했고, 십수년간 나사만 조이던 사람이 복잡한 회계 처리나 마케팅, 금융 업무를 처리해내기 힘드니까.


대만을 예로 들어보면, 그때 저임금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좀 더 규율이 엄격하고 품질이 중요한 전자기기 제조업에서도 적응할 수 있었음. 바느질 하던 여공들은 그 손기술을 이용해서 반도체 제조업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임.


그렇게 대만제 물건이 좋은 품질, 낮은 가격으로 좋은 평판을 얻어 자체 브랜드를 획득하고, 새로운 산업으로 전환에 성공했던 것. 물론 한국도 마찬가지임.


그러면 단순반복 업무를 하기엔 임금이 높고 더 고등한 일을 하기엔 저숙련인 노동자는 어떻게 될까. 선택지는 2가지임. 다른 저임금 일자리를 찾아가거나, 아니면 지하경제로 빠지거나.


지하경제로 빠진다는게 어둠의 길로 빠진다는건 아니고 노점상이 된다거나, 고속도로에서 뻥튀기를 판다거나 구두닦이를 한다거나 이런 거를 한다는 거. 공장이 떠날 수록 이런 비공식적인 일자리가 늘어나게 되는데, 문제는 이 분야가 커질 수록 다른 분야도 망가진다는 것.


이런 일자리들은 하루 벌어 먹고 사는 생산성이 낮은 일자리들이라 사회 전체 경제 성장을 갉아 먹습니다. 또 이런 분야가 커질수록 세금을 걷을수 없으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 인프라 투자도 어려워지고.


그리고 무엇보다 치안이 악화됨. 어차피 말끔히 돈 벌 자리도 없겠다, 먹고 살기 위해서 소매치기나 도둑질을 하는 것임. 그리고 이렇게 치안이 악화되면 투자가 줄어들게 됨. 총알이 날아다니고 도둑질이 만연한데 잡화점을 열 간 큰 사람이 얼마나 있겠음?


그렇게 범죄는 일상화되고, 먹고 살기 위해 이쪽에 가담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갱단이 나타나고, 이 갱단들이 마약 팔고 온갖 나쁜짓을 하며 사회를 갉아먹으면서 나라의 발목을 잡아버리는 것임. 이게 중국 이전 급격하게 성장하며 찬사 받던 멕시코, 브라질, 남아공 등이 겪었던 문제들임. 모두 빠르게 중진국까지 성장했지만 빠져나간 공장을 대체하지 못하고 갱단이 발흥하면서 경제 및 사회가 개판으로 가버린 것임.


그러니까 결국 핵심은 '인력구조 재편'이 가능하냐. 똑같이 반복적으로 나사 조이고 단순 반복 작업 하던 노동자라도 교육 수준이 높으면 더 복잡하고 고등한 작업에 투입될 수 있는데 대다수 나라는 그게 안됐던 거.


그럼 중국은 어떨까?


2. 중국의 경우

중국도 루이스 전환점은 진작에 지났고, 중진국에 진입해서 정말 저임금 경공업은 빠져나가기 시작함. 섬유산업 같은 것들은 이제 베트남이나 방글라데시산 물품을 보기 어렵지 않고 삼성도 스마트폰 조립 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긴 상태니까. 물론 제조 인프라가 워낙 좋아 아직은 많이 남아있지만 대세는 변하지 않고 있음.


그렇다면 중국의 인적자본은? 중국의 노동가능인구 중 고졸 이상 비율은 2015년 기준 30%다. 70%가 중졸 이하다. 선진국이나 선진국으로 도약한 중진국이 그 시기에 고졸 인구 70%는 찍었는데 중국은 비슷한 시기의 멕시코나 브라질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임.


보통 우리가 중국 하면 떠올리는 비정상적 교육열, 가오카오, 높은 PISA 점수는 어디까지나 도시 지역의 이미지로, 전체적으로 중국 인적자본의 현황은 개판임.


시골 지역의 경우 20세기 말까지 청년들이 중학교도 제대로 못가고 도시로 일하러 떠났음. 정말 찢어지게 가난한 농촌에서는 고등학교가 문제가 아니라 초, 중학교 학비조차 대기 힘들었고, 이 시기엔 의무교육도 아니라 중퇴도 얼마든지 가능했음. 어차피 도시로 나가면 초졸이든 중졸이든 농촌에 비해 훨씬 많은 돈을 받으니까.


사실 그래서 대부분의 중진국이 고등학교 진학률이 낮고, 중국도 마찬가지임. 물론 2000년대 들어서는 많이 나아져서 2000년대 후반에 중학교까지의 학비는 사라졌고 의무교육으로 바뀌었고, 15년 기준 고등학교 진학률도 70%가 넘음.


문제는 그건 최근 세대에나 해결된다는 거고, 대다수의 노동가능인구는 여전히 옛날 그대로라는 거죠. 생각해보면 지금 4, 50대 어릴 땐 한창 마오쩌둥이 문혁하고 똥싸던 그런 시절임. 교육은 개박살 나고, 그나마 받던 초등교육이란 건 마오쩌둥 어록 이딴 거니 사실상 제대로된 교육을 못받은 것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했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선부론에 입각한 엘리트 교육에만 관심 있었지 대중교육은 신경을 안썼음. 실제로 덩샤오핑 퇴임하던 90년대 초반에 고등학교 진학률은 더 떨어져있었으니까.


즉, 못해도 현 30대 중후반 이후 세대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보면 됩니다. 중국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하이테크 경제 구조에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소리임.


그렇다면 의문점을 가질 사람이 있을거임. '오히려 중국이 희망이 넘치는거 아님? 지금 세대들은 대학교 진학률도 높고 그러니까 결국 문제가 도농격차가 아닌 세대격차라는 것이고, 이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니까.'


맞는 말임. 근데 한가지 변수가 있음. 중국의 후커우 제도. 유소년층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시골 인구(도시는 출산율이 극악이니까...)는 대부분 실업계에 진학하고 있고, 그런 시골의 실업계 고등학교의 질은 막장임. 문제는 후커우 제도 때문에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어린애들도 교육은 시골에서 받아야 한다는 것.


거기다가 거의 수억단위로 있는 저숙련 노동자들을 받아줄 부문도 마땅찮음. 그래서 중국이 대신 이들을 수용할 일자리로 만들었던게 건설업이었는데, 이걸로 경기부양하는것도 한계가 있고, 또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이조차 어려워짐.


결국 이런 노동자들이 할 일은 배달업, 노점상, 날품팔이를 해야 하는데, 당연하지만 돈 못벌고 불안정하고 미래도 없는 일자리니 사회의 불만은 쌓일 수밖에 없음. 공장에서 일 할 때야 몸은 힘들지만 미래를 꿈꿨는데, 절망한 이들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임. 물론 중국 특성상 갱단의 발흥 이런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태국도 적당히 이런 식으로 조용히 정체되어버렸고), 그걸 찍어누르는데 쓰는 것도 돈이고, 결국 상당한 비효율을 유발해 중국에 마이너스가 될 것임. 지금도 중국은 국방비 이상으로 사회통제에 비용을 많이 쓰는 나라니까.


물론 도시의 엘리트는 정말 똑똑하고 성과도 좋음. 세계적인 수준의 인재, 엄청난 양의 공학 박사가 배출되고 실제로 배터리, 전기차 등 많은 산업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음. 그렇다면 이들이 혁신을 만들어내고 저숙련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안타깝지만 그렇지 않음. 저들이 잘하는 것은 상관 없음. 사회 전체의 질이 중요한 거니까. 다시 말하지만 그들은 세계적인 기업을 일구고 선진국에서도 받기 힘든 어마무시한 고연봉 직장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만... 역시 일부에게 한정 된 이야기인 것임.


즉 경제가 양극화되는 것. 당장 한국조차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심해서 청년들이 중소를 가지 않고 몇년씩 공부해가며 대기업을 노리고, 실패할 경우 차라리 취업을 포기하고 사는 상황이니까.


근데 중국은? 중국 1인당 GDP는 한국의 1/3임. 그러니까 우리는 기껏해야 중소와 대기업이라면, 저기는 한 달에 30만원 겨우 버는 열악한 저임금 제조업과 한국 대기업 뺨싸다구 후리는 연봉을 받는 직장인으로 나뉘는 것임. 극악의 경쟁에서 승리한 자는 과실을 맛보겠지만 거기서 밀려난 사람은..? 그대로 나락인 것임.


경제가 성장할 때는 희망이라도 있는데 경제가 둔화되면? 지금도 힘든데 앞으로 나아질 희망도 없다면? 그런데 옆의 누군가는 상상도 못할 부를 누리면서 떵떵거리며 산다면? 이게 다 사회 불만 세력으로 이어지고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것임. 이미 이런 것들이 높은 청년 실업률과 탕핑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거고.


과연 중국은 이 함정을 벗어날 수 있을까? 뒤늦게나마 교육에 힘쓰고 AI에 사활을 걸고 신사업 드라이브를 건 것을 보면 인식은 한 것으로 보이는데


저자도 우려하고 있지만, 경제성장이 망가지면 결국 중국은 해결책으로 극단적인 민족주의에 의존할 것이며, 그렇게 공격적으로 변해버린 중국이 어떤 잘못된 선택을 저지를지 알 수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