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심에 선 정신보건법 제24조는 2014년 5월 위헌법률심판대에 올랐다. 청구인 박모 씨가 “자녀들에 의해 경기도 화성에 있는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됐지만 경미한 갱년기 우울증이 있었을 뿐 정신질환자가 아니다”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이것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받아들여지면서다. 2년 뒤인 2016년 9월, 헌법재판소는 강제입원을 규정한 해당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현행법이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신체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고, 보호의무자와 의사가 공모해 강제입원 제도를 남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었다. 또 구제청구제도는 사후 조치에 불과해 정신장애인 당사자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고 봤다.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라 입법자는 개선 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현행법을 적용하되, 유예기간이 지나면 정신보건법 제24조를 폐지해야 한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의 전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기 넉 달 전인 2016년 5월, 기존 법보다 강제입원 요건이 까다로워지고 복지서비스 지원 근거가 마련된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정신건강복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복지법’으로 개정되면서 구법(정신보건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수용 여부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2017년부터 시행된 정신건강복지법은 구법에서 ‘복지’가 추가된 법이다. 5년마다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국가계획을 수립하고 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6개 조항에 걸쳐 정신장애인에게 복지서비스 제공이 필요한 영역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고용 및 직업재활, 평생교육, 문화예술 등의 영역에서 정신장애인에게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강제입원 요건도 한층 강화됐다.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강제입원을 위해서는 국공립 의료기관에 소속된 정신과 전문의 한 명을 포함한 두 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최초 입원 기간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었다. 또 강제입원 환자는 입원 한 달 내로 전문의, 법조인, 정신장애인 가족 등으로 구성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아래 입적심)의 심사를 받아 입·퇴원 여부가 결정된다. 법 시행 4년 뒤인 2021년 12월에는 그동안 독소조항으로 지적된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개정되면서, 정신장애인이 정신건강복지법과 장애인복지법을 모두 적용받을 길이 열리게 되었다.


하지만 정신건강복지법에는 여전히 많은 문제가 남아있다. 복지 지원 근거를 마련한다는 취지였지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거나, 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선언적으로 규정했을 뿐이다. 입적심의 경우 강제입원 환자를 직접 만나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보기보다는 형식적인 서류 심사에 그친다는 지적이 많다. 김도희 변호사(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입법추진위원장)는 “입적심 위원이 매번 모여 입원 여부를 심사할 수 없으니 내부적으로 입원심사소위원회(아래 입심소위)를 두고 있다. 그러나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은 입심소위에 포함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면이 아닌 서면으로 입·퇴원을 결정하게 되면 당사자의 입장이 더욱 반영되기 어렵고 심리적인 장벽도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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