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긴가민가해서 한동훈의 행보만 보고 있었음.



어제 부산에서 큰절하는 거 보고 확실히 알았음.

국힘은 현실적인 패배 내지 무승부를 준비하고 있는 거란 사실을.

용산은 총선에 승리하려고 한동훈을 기용한 게 아니라,

대패를 막으려고 기용했단 사실 역시도 확실해졌다고 본다.


이게 뭔 뜬금없는 개쌉소리냐 물어볼 것 같아서 그냥 칼럼으로 전환하고 글 좀 길게 써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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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내가 확실하게 단언할 수 있는 건, 

현 국힘은 2030의 지지를 받는 걸 사실상 후순위로 미뤘단 사실임.

말이 좋아 후순위지 현재 국힘의 여력과 인적자원을 고려해보면 포기했다고 봐도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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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비대위가 처음 나왔을 때, 한동훈은 모두에게 선언했었지.

절대 여의도 문법이란 사투리를 쓰지 않고, 5천만 국민의 표준어를 쓰겠다고.

그러나 현재까지의 한동훈은 유감스럽게도 여의도 문법에서 벗어나지 못했음.


***이건 그의 행보가 마이너스라는 의미는 아님. 단지 무난하나 탈피하지는 못했다에 가까움.


과거 그 여의도 문법에 푹 썩은 구태들이 선거철만 되면 국민들에게 말하고,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내팽개친 특권들의 포기에 대한 약속

그리고 막말 하지 않겠습니다~ 증오 정치 하지 않겠습니다~ 네거티브 그만하겠습니다~
같은 [우리 서로 사이좋게 정치해요] 슬로건의 연장선상이 대부분이라고 봐도 된다.


나이 어린 사붕이들에겐 익숙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노인 비하 발언때

한동훈이 빠르게 사과하러 간 것, 정중하게 반복적으로 사과한 것 역시도

사실 예전의 한국 정치에서는 당연한 일이었고, 그게 여의도식 책임지는 정치였음.

1을 잘못하면 5를 숙이고 10을 책임지려고 적어도 모양새는 취하던 게 예법이었던 시절이 있었음.

이건 뭐 여의도 이전에 원래 대중의 지지를 바라는 정치인이면 당연히 해야 할 것들이었다.

그걸 무너뜨린 게 지금의 민주당이니 민주당은 한동훈더러 여의도 문법 운운할 자격이 없음.


다시 본제로 돌아와서,

아직까지 한동훈은 옛 이준석이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지,

이 나라를 그나마 되살려보기 위해 무얼 치료해야 할 지에 대해 말한 게 하나도 없다.

또한 그의 행보 역시도 어디선가 봤던 누군가의 행보와 많이 닮아 있음.

이건 지금의 국힘이 누구를 주 타겟층으로 설정했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 지표다.


바로 50대 이상 중장년층, 우리가 그렇게나 싫어하는 틀딱 꼰대들임.


에이 이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맞아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걸 그렇다 라고 말하려면 

조금 더 길게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음.

1+1=2 인 걸 굳이 증명하는 느낌으로 조금만 더 떠들겠다.


이미 사회적으로 어느정도 기반을 잡고 벌 거 다 벌거 즐길 거 다 즐기는 그 세대는

사실 아무리 자식들이 있다고 해도 미래 한국이 어떻게 될 지에 그렇게 크게 관심이 없음.

여기에 그 연령대가 있어서 불쾌하게 들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2030 이 지금 느끼는 

그 절망감과 막막함을 전혀 공유하지 못하는 세대임은 본인들도 인정해야 할 거임.

단 한 번도 페미니즘을 젊은이들이 왜 나치가 유대인 보듯 증오하는지를,

단 한 번도 고학력자가 넘쳐나는데도 취직할 곳이 없어서 편돌이로 전전하는 현실을,

단 한 번도 저출산의 진짜 원인은 혼인율의 저하라는 팩트를,

전혀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할 필요도 없는 세대임.


그 문제가 이 나라를 옥죄고 있을 때 쯤, 그들은 모두 죽어서 없을 테니까.



Après moi le déluge

(내가 죽은 다음엔 될 대로 되라지)

-루이 15세의 마지막 말-



그들에게 중요한 건 옛 쌍팔년도, 

즉 그들이 가장 빛나고 찬란한 젊은이였던 시절의 아젠다임.

간단하게 말하면 '나는 정의의 편이 되겠어'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나쁜 놈 이재명을 심판하는 정의로운 법무부 장관 한동훈,

북한을 추종하는 막연한 종북세력과 맞서는 정의로운 대통령 윤석열과 여당,

철없는 어린 놈들에게 인생의 무게를 알려주는 온돌방의 지혜로운 어른들,


모 아니면 도임.

그들의 세계관에는 유승민, 이준석같은 회색지대는 없음.

자신들이 바깥일 하느라 바쁘다며 눈 돌린 자식세대인 40대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듯,

이제는 철없는 손자 세대인 2030, 넓게 잡아 그들의 용어로 MZ를 이해하려 하지 않을 뿐임.

늘 그렇게 편하게 눈 돌리면서 살아온 사람들이었으니까 당연하지.

X세대, MZ 세대, N세대 등 이름만 라벨링해서 던져두면 

그걸로 모든 이해는 끝났다고 믿는 불쌍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복잡하게 생각하길 싫어하고 이제 그럴 사고능력도 잃어버렸음.

심지어 이준석을 지지하는 중장년층을 봐도 

대부분 '이준석이 마음에 들어서' 가 이유의 전부임.

그들은 소름끼치게 단순할정도로 충성스러운 유권자들임.


그들은 부산의 민심이 상처입었을 때, 그저 달려와서 예전 누군가가 했던 절을 해주고,

부산 좋아해요! 나 부산에서 살았어요! 나 사직구장에 가봤어요 이렇게 뜬구름잡는 말 하면서

1992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자갈치 시장에서 뭐 좀 먹어주면 그것만으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국힘은 이런 이들을 확실하게 붙잡기로 했고, 이미 그들에게 신뢰를 잃은 본인들보다는,

어디선가 봤던 '신선한' '젊?은' 인재인 한동훈과 같은 사람이 얼굴마담으로 적합하다 판단했고,

그를 앉혀서 수십 년 동안 했던 오래되고 그리운 방식을 사용해서 그런 중장년층의 마음을 공략하고 있다.

이번 부산에서 보여준 모든 행보가 그 방향으로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는 전략이 된다.

즉, 그들에게는 저런 쇼를 하면서 부산과의 연고를 강조하는 구태식 정치를 보고 

'한동훈도 똑같잖아?' 라면서 실망하는 2030은 이미 주된 공략 대상은 커녕 관심사도 아니란 얘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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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국힘이 괘씸한가? 

확실히 내 세대 내 성별을 무시한다는 측면에선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

그러나 그래서 국힘에게 현실적으로 이 방법 뿐인가? 

라는 질문에 들어가면 그렇게 간단하게 우리 입장에서의 베스트만 기대할 순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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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국힘의 현실은 이준석의 탈당을 중심으로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르다.


이준석은 국힘에 남은 마지막 가교였다. 

이를 애써 무시하고 깎아내리는 정치병자들이 있지만

이준석이 있었기에 국힘이란 늙고 살찐 정당은 2030 젊은이들에게서 지지를 끌어모을 수 있었음.

이는 이준석 본인이 당대표가 된 과정에서 어느 세대, 누구의 표가 크게 작용했는지와,

그가 사령탑을 맡은 후 연이어 치러진 선거에서 증명된 2030의 올라간 지지율,

그리고 최근 여조와 강서 재보궐로 나타난 현재의 2030 민심 이탈을 확인해보면

굳이 니가 옳네 내가 옳네 싸울 문제조차도 아님을 알 수 있다.


***만약 이거 부정한다면 이 이후 글엔 전혀 동의도 못 하고 불쾌함만 느낄 테고,

나도 그런 바보가 내 글을 읽고 앵앵거리는 건 싫으니 지금 백스페이스를 눌러주면 된다.


어쨌든 그래서 그 이준석은 자신의 정당을 차린다고 국힘을 버리고 떠났다.

뭐 국힘이 먼저 그를 버렸지만, 적어도 이준석에게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는 부분이니

이건 그냥 이상민 의원의 '유쾌한 결별' 쯤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중요한 건 이준석이 지금 국힘에 없고, 장예찬이나 김병민 등, 국힘이 이준석 대타로

설계해서 만든 폐기물들은 젊은층에의 어필도 하지 못하는 쓰레기라는 점을 생각해보자.


즉 현재의 국힘에게는 젊은층에 다가갈 수 있는 능력 자체가 없다.


2030이 틀꼰 못지않게 증오하는 X-세대로 태어나, 서태지 음악을 들으면서

엘리트 검사로서 승승장구만 해 온 한동훈에게 그게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저기 널브러진 장예찬 김병민에게 기대하는 게 나을 것이다.

거기다가 이제는 젊은층에 다가가려고 해도 이준석이 지 밥그릇 건드리지 말라고

하는 족족 카운터를 쳐서 더 빅엿만 먹일 게 불보듯 뻔한 일이라는 건 누구나 예상 가능하다.

안 그래도 소구력이 없는데, 비호감을 업고도 자신들보다 경쟁력이 높은 이준석과

2030 표 얻겠다고 이 전장에서 경쟁하는 건 국힘 입장에서 그야말로 승산 없는 싸움이다.


거기에 민심도 이탈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국힘이 선택할 수 있는 건 

집토끼라도 확실하게 이탈을 막아 대패만은 막는 그런 수비적인 전략 뿐이다.

거기에 여가부 폐지같은 치트키도 이미 두창이가 써먹고 빅엿 날려놔서 쓰지도 못 한다.


국힘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주적인 민주당의 지금 상태가 그렇게 좋지 않다.

AOS 게임에서도 심하게 밀리는 팀은 수비를 굳게 걸어잠그고 

적의 실수로 시작된 한타를 어떻게든 이겨서 역전하려고 전략을 세우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의 국힘 상황이 딱 그렇다.



바로 얼마 전처럼 이재명이 칼에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을 빡치게 만드는,

그런 트롤링을 할 가능성이 여전히 기대되는 상황에서 이 이상 현실적인 전략은 없다.

어정쩡하게 이준석과 젊은이들 표 경쟁하겠다고 한동훈한테 Young 하고 MZ 한 무언가를 시키는 순간,

오히려 반감만 사고, 에너지와 인적 자원,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 될 수가 있다는 판단이 섰다고 본다.


요약하자면 이준석이란 메신저도 없고, 오히려 그 메신저와 경쟁해야 하는

승산없고 소모적인 전장에서 기대할 수도 없는 젊은것들의 표를 모으느니,

그냥 있는 노인네들이라도 챙겨서 총선 대패만 막고,

이재명의 실수에 기댄 한타 몇 번 이겨서 잘하면 엄대엄까지만 가보자.

뭐 이런 식의 심플한 전략을 세웠기 때문에, 젊은층의 빈축을 사면서까지

뻔한 절하기 쇼, 팔도사랑 연고 강조하기도르 같은 전략을 쓰는 거라 이해하면 된다.

이것은 국힘 입장에서 현재 본인들과 적의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이해해주란 얘기가 아니라, 그냥 쟤들이 저러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이게 답이 되길 바란단 의미다.


물론 여기에는 세 가지 변수가 있다.



하나는 이 새끼다.

이 새끼의 트롤링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해서 정치판에서 칼 맞고도 빈축을 사며 지지율이 떨어지는 새끼는

아마 앞으로도 두 번 다신 나오지 않을 만큼, 이재명이란 존재는 민주당의 최악 최대의 리스크이다.

만약 이재명이 4월 이전에 또 뭔가 사고를 여러 번 친다면, 민주당은 이 유리한 상황에서조차

과반을 얻지 못하고 신당 둘과 국힘을 향해 땅을 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거기에 이재명 성격상 지금 떨어져나온 두 신당과 연합해서 국힘을 포위하는 그런 유연한 발상은 절대로 하지 못한다.

국힘은 이 새끼의 실수를 기대하며 본인들의 트롤링 멤버들을 철저히 단속할 거라 본다.




다른 하나는 이 새끼다.

둘 다 공교롭게 이씨네

이준석은 이전 내 칼럼에서 말했듯이, 이제는 가장 위협적인 후방의 약탈자가 되었다.

그만큼 이준석이 가진 아젠다 메이킹 능력과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이들에의 소구력은 위협적이다.

단 3일 만에 4만명의 당원을 모아 세를 과시하는 이준석을 쳐다보는 국힘의 속이 얼마나 쓰릴지는 짐작이 된다.

이 시점 국힘이 이준석과 토론을 붙는다든지, 젊은층에게 비슷한 전략으로 어필하는 건 매우 무모한 행동이다.

신당을 준비중인 이준석 역시도 그걸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준석의 행보를 보면 2030 의 메신저에서 벗어나 이제는 다른 세대 다른 성별에까지

군침을 흘리며 영역을 확장하려는 행보를 거침없이 보이고 있고,

이미 엘리트 중장년층과 일부 기존 정치에 신물이 난 노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세를 확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준석의 경우 반드시 국힘에게 공세를 취하며 계속 괴롭힐 것으로 예상된다.

한동훈이 수비적 전략을 취하면서 이준석과 복수의 군세들의 후방 교란을 얼마나 잘 막아내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마지막은 이 새끼다... 길게 안 쓴다. 그냥 리버스 이재명같은 위험요소로 보면 된다.

본진 안에 거치해둔 쏠 수 없는 핵무기 사일로같은거라 보면 되겠다...

한동훈은 경우에 따라 이 새끼를 죽여버리고 싶다고 느낄 일이 많을 것이다.






<간단 요약>


1. 현 국힘에는 젊은층의 표를 긁어올 이준석 같은 인적 자원이 없다.

2. 민주당이 실수를 주기적으로 터뜨리는 와중에, 

국힘의 최선은 있는 집토끼들이나 관리하는 것이다.

3. 이준석 살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