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한국 사극은 성공적으로 정의로우면서도 위대한 군주를 묘사해 본 적이 거의 없음


그나마 제대로 된 군주를 묘사한 드라마 중에서 태종 이방원과 용의 눈물에서 소재로 삼은 태종은 특히 태방원에서는 대놓고 자길 폭군이라고 할 정도로 사납고 싸늘한 결과주의 정치를 추구하는 군주고


대왕세종은 말아먹었고 그나마 사례가 있다면 뿌리깊은 나무 정도밖에 없음


나머지 드라마들은 공통점이 있는데


정의롭고 의욕차지만 무기력하며 권신에게 제압당하는 군주(대다수의 퓨전사극에서 채택하는 형태) 혹은 어리석고 방탕하고 사나운 군주(연산군을 배경으로 하는 자극적인 사극들이 채택하는 형태) 이 둘뿐임


한국 사극에서 정치묘사만큼은 최고였던 정도전도 결국 공민왕과 우왕은 후자의 둘, 창왕과 공양왕은 전자의 둘로밖에 묘사하지 못했음


현종은 둘 중 어느 쪽의 범주에도 들어가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사나운 정치방식이 어울릴 법한 캐릭터도 아님


다시 말해서 이제까지 한국 사극에서 현종 같은 캐릭터를 묘사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음


캐붕은 필연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