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는 궁극적으로 모든 계급이 해체된 사회를 말함


하지만 인간은 계급의 해체를 결코 받아들이지 않음


나보다 높은 사람을 숭배와 동경의 대상으로 삼고 싶어하고 나보다 낮은 사람을 깔보고 짓밟고 싶어함


그 자체가 인간의 본성임


공산주의가 인간의 본성을 무시했다는 얘기는 인간의 경제적 욕심이나 탐욕을 무시한 게 아님. 물론 그것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게 공산주의의 실현을 가로막는 요소는 아니었음


인간은 본질적으로 서로 다르고, 그걸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걸로 받아들이기를 좋아하며 다른 사람을 나와 구분짓고 싶어함


계급이 사라진 사회는 다시 말하면 한 명도 빠짐없이 모든 사람에게 서로 자의적으로 정의하는 계급이 할당된 것과 같음. 사람은 나와 다른 걸 틀리다고 규정하거나, 혹은 내가 틀리다고 규정하거든


내 눈깔에 쑤셔진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있는 티눈은 비웃으며, 돼지 눈에는 남들이 다 돼지로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어리석은 사람, 가난한 사람, 부유한 사람, 영리한 사람이 서로를 모두 규격화하고 비웃고 증오함


그걸 부정했다는 게 공산주의의 가장 큰 모순이고,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공산주의가 실현 불가능한 이유임


인간은 평등을 부르짖으면서도 자기는 특권을 가지고 싶어하고, 동시에 자기가 높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자기 것을 다 갖다 바쳐서라도 특권을 누리게 하고 싶어하는 어리석고도 모순적이고 이기적인 생명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