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씨 등 19명이 반도체용 화학제품 제조업체인 램테크놀러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앞으로 환경오염 피해소송 사건에서 피해자의 증명 부담이 크게 완화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6년 6월 충남 금산군에 있는 램테크놀러지 공장에서는 약 444.6㎏~871.3㎏ 상당의 불산(순도 55%)이 시설 외부에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공장 인근 마을에 거주하는 A씨 등이 기침, 가래, 수면장애, 소화장애, 기관지 불편, 두통, 안구 통증 등을 호소하며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A씨 등은 2017년 2월 램테크놀러지를 상대로2000만원씩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환경오염 피해에 따른 손해배상 사건에서 기존 판례는 유해 물질이 배출돼 피해자에게 도달했다는 사실과 실제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 등을 각각 증명해야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2016년 1월 시행된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은 ‘시설이 환경오염 피해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볼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때에는 그 시설로 인해 환경오염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1심 재판부는 회사가 원고들에게 각 500만원씩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주민들이 유출 사고 이후 집단적으로 수면·불안 장애를 호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회사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며 “주민들이 불소에 직접 노출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반복된 사고로 피해 발생을 우려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2심 재판부도 불산 누출 사고와 피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 위자료를 700만원으로 높였다. 2심 재판부는 “공장에서 유출된 불산이 기체화했다가 주민들에게 피해를 줬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주민들에게 공통된 증상이 나타날 만한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인과관계를 부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이 맞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공장에서 누출된 불산은 기체 상태로 공기 중으로 확산되었다가 지표면으로 낙하하여 원고 등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볼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라며 “달리 이 사건 사고와 원고 등에게 발생한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할 사정은 없다”고 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court_law/2024/01/24/KQHSVCTMTNBQPAV7I42HRI7G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