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경 이전에는 체포영장이란 종이는 형사소송법에 규정만 되어 있을 뿐, 현실 세계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체포는 긴급체포였고, 수배 종별도 ‘긴급체포’로 입력하고 지명수배를 하였다. 통화내역 조회, 실시간 위치추적과 같은 것들은 검사가 통신사에 공문만 보내면 할 수 있었다.

 

밤 늦게까지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고, 조사가 끝나면 긴급체포를 해서 유치장에 수감시키고, 다음 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검사실의 업무 프로세스였다. 매일 밤 검찰청 복도에는 긴급체포를 당하면서 용서해달라고 울부짖는 피의자의 절규가 울려 퍼졌고, 긴급체포의 요건이 충족되는지 여부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러한 관행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 사건이 있었다. 2005년경 모 검찰청 검사님이 공판 업무를 수행하시던 중, 재판에서 위증을 교사한 것으로 의심되는 변호사 사무장을 조사한 다음 긴급체포를 하려고 하자 그 사무장이 저항하였고, 그 과정에서 사무장이 검사님을 밀쳐 넘어뜨렸다. 그 사무장은 위증교사와 검사님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상해죄 등으로 기소되었는데, 대법원에서 긴급체포의 요건을 상세히 설시하면서 본건은 위법한 긴급체포였으며 따라서 공무집행방해와 상해죄도 정당방위였다는 무죄판결을 확정시켰다.


전국의 검찰청이 발칵 뒤집혔고, 필자 또한 수많은 지명수배(긴급체포) 기록을 모두 꺼내다가 무더기로 체포영장을 만들어 청구하고 발부받아 수배 종별을 ‘체포영장’으로 변경하는 업무를 하느라고 엄청나게 고생했다. 그 이후로 긴급체포는 요건에 엄격히 해당하는 경우에만 하게 되었고 대부분 체포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야만 하는 일이 생겨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검사님은 대한민국 형사사법절차에 엄청난 변혁을 가져온, 그야말로 한 획을 그으신 인물이시다.


당시에는 통화내역 분석하고 위치추적을 해서 하루에 여러 명을 검거해 오는 일이 늘상 반복되는 업무였는데, 공문 한 장으로 받아 보던 통화내역도 법원에 허가서를 청구하여 발부받아야 하고, 일일이 한 명 잡을 때마다 체포영장을 청구하여 발부받아야 하니 일이 보통 많아진 게 아니었다. 설상가상, 최근에는 ‘디지털 증거의 무결성’이 화두가 되면서 압수수색 절차의 위법을 따지는 준항고 사건이 속출하고, 압수수색 한번 하고 나면 사건관계인의 포렌직 절차참여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아야 한다.


수사절차가 갈수록 복잡하고 어려워져서 일하기 짜증 난다. 반면, 수사기관의 인권침해는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결국 바람직한 변화였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https://www.lawtimes.co.kr/opinion/191626


법은 법조문 안에만 잠들어 있어서는 실현될 수 없고 누군가가 흔들어서 깨워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