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법관 중 두 번째 1심 유죄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1부(부장판사 김현순·조승우·방윤섭)는 5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법부의 독립을 수호하고 사명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국가가 부여한 사법행정권을 사유화했다"며 "(사법행정권을) 특정 국회의원과 청와대에 이용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범죄로 인해 사법부의 다른 국가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이념이 유명무실하게 됐다"며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 신뢰가 저하됐을 뿐 아니라 법원 구성원에게도 커다란 자괴감을 줬다"고 지적했다.


다만 "사법농단의 핵심으로 지목돼 오랜 기간 질타의 대상이 됐고, 긴 시간 동안 유죄로 판명된 사실보다 혐의를 벗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비해야 했던 사회적 형벌을 받았다"며 "이 사건 범죄와 관련해 500일이 넘는 기간 구금되며 자신의 과오에 대해 반성도 했다"고 양형 이유를 전했다.


임 전 차장은 선고를 마치고 나와 "오랜 재판이었는데 한 말씀 해달라", "법원 구성원들에게 할 말 없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법원을 떠났다.


임 전 차장은 지난 2012년 8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근무하며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2018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그에게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 옛 통합진보당 의원의 지위 확인 소송에 개입했다는 혐의, 법원 내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진보 성향 모임의 와해를 시도했다는 혐의 등이 적용됐다.


검찰은 기소 후 5년여 만에 얼린 결심 공판에서 임 전 차장을 '사법행정권 남용의 핵심 책임자'로 규정하고 그에게 징역 7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임 전 차장은 최후진술에서 "공소장 곳곳 난무하는 허상과 과도한 상상력에 기한 추단이 엄격한 형사법상 법칙에 따라 증명되도록 판결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임 전 차장은 사법농단 의혹 사태로 기소된 사법부 관계자 중 마지막 1심 선고를 받은 피고인이었다.


검찰은 이 의혹과 관련해 전·현직 법관 14명을 재판에 넘겼고, 지난달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총 13명에 대한 사법부 판단이 이미 나왔다.


임성근·신광렬·조의연·성창호·유해용·이태종 법관은 이미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고,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과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 역시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재판 개입과 관련해 유죄를 선고받은 이들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이들은 2심에서도 유죄를 받아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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