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르릉


-끼리릭 끼리리릭


육중한 전차가 이동하며 내는 기계소리와 무한궤도가 아스팔트에 부딪히며 내는 불협화음과 더불어, 오와 열을 맞추며 이동하는 몽골 군사들의 군홧발 소리가 광화문 광장 곳곳에 울려퍼졌다.


그리고, 전차들 중 선두에 있는 한 전차에는 6공수여단장 도희강의 잘린 목과 더불어, 대역죄인 도희강이라 쓰인 붉은 방이 장대에 걸려 있었다.


그 전차가 월대에 멈춰 세우자, 다른 몽골군 전차들은 선두의 전차를 피해 양옆으로 갈라지며 경복궁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차에서 나온 몽골 진압군 사령관이 몽골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반란군들은 들으라, 나는 대몽골국 강화방어사총관이다. 너희는 이미 포위되었다. 이미 너희는 반역을 일으킨 도희강이 어찌 되었는지 지금 보았을 것이다.


이미 너희를 지원하러 왔던 모든 부대들은 전멸하였다.


반역자들이 어찌 되는지는 잘 알 것이다.


너희는 물론, 너희의 할아버지, 너희의 아버지, 너희의 어머니, 너희의 아내, 너희의 아들과 딸들이 모두 사지가 찢겨 죽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투항한다면, 너희의 가족들에게는 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오직 너희만 죽을 것이고, 그 이상으로 죄를 묻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잘 생각하여 결정하라."



수도방위사령관 이신태는 이것을 그대로 옮기려다가, 잠시 멈추고 몽골군 강화총관에게 몽골어로 말했다.


"총관 각하, 이렇게 압박하기보다는 조금 더 부드럽게 회유해서 병사들이 스스로 나오게끔 하는 게 어떻습니까?" 


"그게 무슨 소리요?"


강화총관이 그게 무슨 헛소리냐는 투로 물었다. 


"믿는 구석이 완전히 없어진 놈들을 향해 윽박지르면, 오히려 이렇게 된거 끝까지 해보자면서 쥐가 고양이를 물어뜯는 꼴이 될 겁니다. 


차라리 여기선, 어느 정도 살길을 마련해 주는 편이 더 쉽게 반란을 진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뭐, 그렇다 치고... 그럼 공은 어떻게 저들을 어떻게 회유하자는 겁니까? 저 수뇌부 놈들을 대체 어떻게 회유하시겠다는 거요?"


"수뇌부가 아니라, 일반 병사들을 회유하자는 것입니다. 어차피 수뇌부들은 지금 항복해봤자 반역자로 능지처사 당할 것을 알 것이니 끝까지 갈 것이지만, 병사들은 다릅니다. 


5분 정도의 시간을 주며, 저들이 직접 나오게끔 틈을 열어주고, 수뇌부만 엄벌에 처하고 나머지는 불문에 붙이겠다고 한다면, 필시 병사들은 스스로 무기를 버리며 항복할 것입니다. 


저들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계속하다간 그들과 그들의 가족이 반역죄로 죽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들에게 이런 압박보다는 회유를 하며 슬슬 내부에서 무너뜨리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몽골 강화총관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음...알겠소, 그럼 다시 말할 테니, 공이 그걸 저들에게 통역해 주시오.


그리고 총관은 다시 몽골어로 말했고, 수도방어사령관은 확성기를 들고서 그것을 동시에 통역했다.


"다시 한번 말한다, 반역자들이 어찌 되는지는 잘 알 것이다.


너희는 물론, 너희의 할아버지, 너희의 아버지, 너희의 어머니, 너희의 아내, 너희의 아들과 딸들이 모두 사지가 찢겨 죽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너희 수장의 목을 베거나, 혹은 

무기를 버리고 투항한다면, 너희의 수장이 그렇게 되는 것으로 모든 것을 끝내 줄 것이다.


수장의 목을 베어오는 자에게는, 지금까지의 모든 죄를 사하여 줄 것이고, 공신으로써 대우해 줄 것이다.


너희는 잘 생각하여 결정하라. 부디 헛되이 반항하여 목숨을 버리지 말라."


잠시 후, 경복궁 쪽에선 확성기를 조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도방위사령관은 잠시 기대하며 귀를 귀울였으나, 돌아온 것은 그 반대였다.


"좆까, 더러운 매국노 새끼야!"


매국노. 


이신태가 수도방위사령관을 반강제로 맡은 후부터 붙은 그의 별명이었다.


지난 전쟁에서 8일 간 적을 막으며 생긴 유일한 희망이라는 별명은 사라지고, 이제는 매국노라는 그 오명만이 그에게 덧씌워졌다.


어떻게든 몽골군이 개입하는 것을 막고자 서울이 멀쩡하다는 거짓 보고를 계속 올리며, 한편으로는 자기를 따르는 휘하 부대를 동원해 전두호 휘하의 반란군들을 진압하고자 했다.


그러나, 전두호가 그동안 그의 편을 만들기 위해 주장했던, 한국은 몽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독립을 쟁취해야 한다는 것에 넘어가버린 휘하 병사들의 대다수는 전두호의 반란군에 붙었다.


한때는 이신태도 전두호의 그런 주장에 매료된 적이 있었고, 또 그를 존경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전두호가 그저 위선자요, 권력을 탐하는 더러운 자라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는 그를 철저히 멀리했었다.


그는 한국이 몽골의 속국이 된 것에 불만을 품은 것이 아니라, 한국의 권력을 몽골이 독식한 것에 불만을 품은 것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병사들과 장교들의 대부분은 전두호에게 넘어가 그를 유일무이한 희망이요, 애국자라며 한껏 추종했고, 반대로 이신태는 찢어죽여도 시원찮을 더러운 매국노라 욕했다.


그 결과, 마지막까지 그를 따르는 병사들은 지난 전쟁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이끌었던, 104명의 보병중대만 남았다.


"저 놈이 지금 무어라 했습니까?"


얼굴이 새파래지며 고개를 푹 숙인 이신태를 본 몽골 강화총관은, 이신태를 바라보며 물었다.


"...좆까, 매국노 새끼야. 라고 하더군요."


"...음."


총관은 그를 잠시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다시 명령을 내렸다.


"지금, 저들은 우리의 자비를 거부했다. 마지막 자비를 내버렸으니, 이제 저들은 회유할 놈들이 아니라, 모조리 찢어죽여야 하는 반란분자들이다! 절대 저놈들을 한 놈도 살려두지 말고 모조리 쳐 죽여라! 다만, 수뇌부 놈들은 꼭 산 채로 생포해야 한다!"


"자, 잠깐만, 총관 각하! 다시 한 번만 재고해 주십시오!"


"이보시오, 이 장군! 저것들은 배신자요, 배신자! 상관을 배신하고 반란군들에게 붙은 놈들이란 말이오! 제발 정신 좀 차리시오!"


이신태는 기겁하며 강화총관에게 외쳤으나, 강화총관은 싸늘하게 그리 말할 뿐이었다.


"총관 각하, 제발 한 번만 더 재고해 주십시오, 소장이 어떻게든 설득해 보겠습니다, 제발 한 번만..!"


"이보시오, 이 장군. 당신이 이래 봤자 달라지는 건 없소. 안 그래도 당신이 자력으로 반란군을 진압하겠다시고 반란군의 초기 준동을 보고하지 않은 탓에 예상보다 피해가 더 커졌는데, 지금 저것들을 놔두면 민간인 피해는 더 커질 거요! 당신이 그 지랄을 한 걸 간신히 무마시켰는데, 또 반역자들을 처단하는 걸 늦췄다고 하면 나도 당신도 상경(울란바토르) 저잣거리에 목이 내걸릴 거요! 그만하고, 이만 사령부로 복귀하시오!"


"각하, 제발..!"


"뭣들 하느냐? 어서 이 사령관을 모시지 않고!"


"각하, 각하..!"


이신태 사령관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몽골군 병사들에게 '모셔져' 갔다.


-쾅 쾅 쾅 쾅


이윽고, 몽골군의 전차가 불을 뿜는 소리가 울려퍼졌고, 경복궁을 감쌌던 성벽은 가루가 되어 박살이 났다. 그와 동시에, 총관은 부대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두 돌격하라!"


도끼와 총검이 장착된 총을 꺼내든 몽골 병사들은 부서진 경복궁 성벽의 잔해를 제치며 반란군들을 향해 돌격했다.


타타타타타탕- 타타탕-


-팅 티팅 티티티팅


반란군 병사들은 최후의 저항으로 소총을 연사하며 몽골군 병사들에게 갈겼지만, 총알은 몽골군 병사들의 군복에는 아무 생채기도 내지 못한 채 그저 튕겨나가기만 했다.


-콰직


-푹


-서걱


"아아악!"


"끄억!"


몽골군들은 곧이어 도끼를 휘두르고, 총검으로 찌르며 반란군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한 몽골군 병사가 내려찍은 도끼가 반란군 방탄모를 두 동강 내고 정수리와 뇌에 도끼날이 깊게 박혔다.


또 다른 곳에서는 소총을 쏘던 반란군 병사의 입에 총검을 쑤셔박아넣어 그 총검이 반란군 병사의 목구멍 쪽을 관통했고, 반란군 병사는 그르륵 하는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쓰러진 반란군이 살짝 움직이자, 몽골군 병사는 도끼로 그 몸을 사정없이 내려찍으며 온 몸에 피를 튀겼다.


다른 곳에선 몽골군 병사가 도망가는 반란군 병사의 목을 단번에 도끼로 베어내 반란군 병사의 목이 경복궁 바닥에 피를 흩뿌리며 떨어졌다.


경복궁 내에서는 한창 총 쏘는 소리와 튕겨지는 소리, 도끼와 총검으로  내려찍고 쑤시는 소리가 비명소리와 어우러져 나고 있었다.


이신태 장군은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그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