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민주주의는 자유로운 토론과 발언을 보장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의견을 인정해 주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다른 의견과 틀린 의견은 다르다. 어떤 의견은 받아들일 일말의 가치조차 없는 반면 또 다른 의견은 기존의 생각과는 다르고, 자신의 생각에 맞지 않아 보여도 받아들일 만하다.


예를 들어, 여성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겪는 사례를 근거로 들며 여성의 권리 향상을 주장하는 의견은 수용 가능하지만, 여성을 '억압하는' 남성에 맞서 싸우자며, 혐오를 부추기며 그들의 권리를 빼앗자는 의견은 수용할 수 없다.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합법적 재분배를 주장하는 의견은 수용 가능하지만, 부유층을 무너뜨리고 그들의 재산을 강탈해 국가가 국유화하거나 분배하자는 의견은 수용될 수 없다.


왜 그렇게 되는 것일까? 바로 두 사례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의견은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남성을 성별투쟁의 대상으로, 혐오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그들에 대한 혐오와 공격을 정당화하는 것은 관용과 자유라는 자유민주 정신에 위배된다. 부유층을 타도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그들의 재산을 강탈하려는 것 역시 자유민주주의적이지 않다.


틀린 의견다른 의견의 차이는 결국 그 의견이 자유민주주의의 울타리 내에 있는지, 외에 있는지에 달려 있다. 자유민주주의는 수용해야 할 것과 수용하지 말아야 할 것을 칼같이 구별하지 못하는 순간 흔들리고, 붕괴되기 시작한다. 즉 극단주의자들의 준동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의 적들은 자유민주주의 자체를 무기로 쓴다. 이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다른 의견이라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줄 것을 요구한다. 틀린 의견을 해롭지 않은 것으로 둔갑시키고 민중을 교묘히 홀린다. 때로는 이들의 의견이 사회통념상 당연해 보이기도 하다.


이러한 '자유민주주의 필터'는 한국에서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N번방 방지법이 있다. 성범죄의 예방 방법은 검열이 아니거니와 검열은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정면 위배되는 행위임에도, 정치 체계는 검열주의자들의 의견을 수용했다. 결국 오픈 채팅방은 도사리는 국가의 감시에 노출되고 말았다.


결국 시민들이 판단력을 훼손하려는 시도를 깨닫고 저항하며, 자유민주주의와 배치되는 의견을 제대로 분간하며, 비판적 사고가 활성화되어 있어야 자유민주주의는 틀린 의견이라는 독배를 마시지 않고 다른 의견이라는, 스스로를 건강하고 다채롭게 해 주는 약을 먹게 되는 것이다.


명심하자. 틀린 의견이 다름으로 둔갑하고 그것이 전방위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순간이 온다면 아무리 선거제나 의회제가 정상 기능을 해도 그것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