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보고 비추박는 씹게이는 없을거라고 믿음


작년 6월 칼럼(https://arca.live/b/society/78832193)에서 이야기했듯이, 2023년 벌어진 우크라이나의 대공세는 실패했고, 상당히 우크라이나 쪽으로 기울어 있던 전세를 다시 대등 내지 러시아의 근소우위 상태로 돌려놓는 최악의 패착으로 기능했음.



유럽은 지원에 소극적인 입장으로 돌아섰고, 미국 역시 더 이상의 지원을 꺼리는 입장이며, 전쟁영웅이자 구국의 용사처럼 여겨지던 젤렌스키는 내정 관리에 있어 점점 피로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함.


물론 그 대가는 러시아에게 더 크게 다가왔음. 러시아는 이전까지 "미국의 유일한 맞수"이자 "중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신냉전을 주도하는 국가"로 여겨지던 입지에서 추락,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를 연상시키는 개그 캐릭터 수준으로 전락했음.


북한에 손을 벌린 것은 그 절정으로, 소련 시절 북한을 먹여 살릴 정도의 위력이 있던 입지가 완전히 추락하고 더 이상 권위주의 진영의 주도자로서 기능할 여력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 수치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님.


즉, 러시아가 현재까지 점령한 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해도, 기존의 목표를 제대로 성사시키지도 못했고 국제적 입지도 추락했으며, 특히 중국에 대해 가지고 있던 군사적, 지정학적에서의 우세를 다수 잃어버리는 심각한 정치적 데미지를 입었기 때문에, 이 전쟁은 지금 상태로 끝난다 해도 러시아의 패배, 혹은 상처뿐인 승리라고 평가할 만함.


가장 비슷했던 사건이 핀란드와 소련의 전쟁인 "겨울전쟁"임. 이 당시 소련은 핀란드를 상대로 대단히 고전했고, 결과적으로 승리했지만 핀란드의 남부 및 북동부 영토 일부만을 가져오는 것으로 끝났음.


어쨌건 땅도 빼앗았고 핀란드의 굴복으로 종전했기에 최종적으로는 소련의 승리라고 할 수 있지만, 역사학계와 군사학계에서 겨울전쟁을 두고 "소련의 승전"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은 보기 드묾(러시아엔 좀 있을 수도 있겠다)


즉,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동서구를 막론하고 세계인에게는 러시아의 패전으로 더 깊게 굳어질거임. "상식적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고전하고 단기결전에 실패했다는 것 자체가 러시아의 수치니까.


하지만 러시아의 패배는 푸틴의 패배가 아님. 이게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기억할 가장 중요한 요소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을 본토에서 몰아내지도 못했고, 심지어 두 번째 대반격을 성사시키지도 못했음. 그렇게 됐다면 얘기가 달랐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했음.


즉, 푸틴은 지금까지 거둔 전승만 가지고도 지금까지의 결과를 자신의 승리로 포장할 여력이 있음. 첫째로 러시아는 독재국가고, 둘째로 정보가 투명하지 못한 나라이며 셋째로 푸틴은 적어도 정치적으로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님.


푸틴이 이번 전쟁을 자신의 승리로 포장하고 영토 확장을 업적으로 선전한다면, 그리고 이번 2024년 3월에 있을 러시아 대선에서 확고부동하게 승리하는 모습을 러시아인들에게 보여준다면(독재국가이기 때문에 대선에서의 승리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위엄있게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함)


푸틴이 "러시아에 진심으로 한 몸을 다 바치는 위대한 영도자"라면 그가 잃어버린 것은 많겠지만, 푸틴은 "자신의 권력과 자기 세력의 집권"을 우선하는 전형적 독재자의 정점임. 아직까지 이번 전쟁을 통해서 (서방의 알량한 극우파들이 보내던 지지를 제외하면) 자신이 정치적으로 거머쥐고 있던 것들 중에서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음.


2년 전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내가 썼던 칼럼(https://arca.live/b/society/43179230. 당시로서는 본인도 진짜 전면전으로 번질 줄은 몰라서 국지전을 벌인 뒤에 우세한 위치에서 협상할 거라고 봤음)에서도 말했듯이, 이번 전쟁에서 푸틴의 정치적인 입장은(아마도 자신의 후계 세력으로 여기고 있을 메드베데프의 측근인) 국방장관 쇼이구에 대한 비호임.


이전까지 언론에서 푸틴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겼던 사람은 크게 셋으로, 가장 유력한 것이 메드베데프, 그 외에 잠깐 언급되었던 두 사람이 바로 쇼이구와, 바그너 그룹의 이전 수장이자 1일 1,000km 쿠데타를 일으킨 프리고진임.


이 중 쇼이구는 메드베데프의 측근으로 여겨지고 있기에 실질적으로는 실로비키의 신흥 세력 중 하나로 여겨지던 프리고진 vs 푸틴의 아래에서 성장한 러시아 정계의 거물들의 구도였던 셈인데


바그너 그룹 쿠데타 당시 프리고진이 "쇼이구의 경질"을 요구하며 진군했음에도 푸틴이 끝까지 쇼이구를 비호하고 프리고진을 반역자로 취급한 것은 이 구도에서 푸틴이 쇼이구 및 그 주변 세력의 손을 들어줬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함.


다시 말해, 이번 전쟁을 통해 푸틴은 정치적으로 얻어내고자 한 것을 다 얻었음. 프리고진은 숙청되었고, 전쟁이 승리로 포장된다면 국방부 장관인 쇼이구와 그에 가까운 메드베데프는 더 강한 영향력을 얻게 되며, 푸틴 본인은 영토 확장의 업적을 통해 앞으로도 더 오랫동안 집권할 여력이 있음.


몇 안 되는 푸틴에 대한 반발 세력이었던 나발니 역시 숙청되었고, 추모하는 인파는 체포되고 있으며, 친러 국가들을 통해 서방권 물자를 들여오는 루트로 제재 일각을 무력화시키는 것까지 부분적으로 성공했음.


즉, 2024년 현재, 러시아가 얼마나 개씹창이 났던 독재자인 푸틴은 그런 것이 알 바가 아니고, 푸틴 본인이 정치적으로 얻고자 했던 것은 모두 얻어냈으며, 따라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가 러시아의 패배이나 독재자 푸틴의 승리라고 정리할 수 있다고 봄.


애미 뒤진새끼 운지앙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