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 가장 재밌게 했던 게임 '트레치'

저 골리앗같이 생긴 이족보행 로봇을 조종해 적들을 격파하는 게임이다.

워낙 로봇이 간지나기도 하고 브금도 시원시원해서 몇번을 클리어해도
인터넷을 뒤지다가 이 게임이 보이기만 하면 바로 플레이했을 정도로 나에겐 최고의 플래시 게임이었다.

근데 이 게임에 가장 큰 문제가 있었으니.. 게임 조작키에는 우클릭을 하면 미사일이 날아간다는데
그걸 누르기만 하면 이상하게 게임사이트전체가 먹통이 되는 해괴한 버그가 있었다.. 아무래도 집 컴이 쓰레기라 그런걸까 원래 게임 자체가 문제일까는 모르지만..



아무튼 저 오류가 실행되기만 하면 저 브금만 계속 들리고 화면이 멈추니 조금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주온에 나오는 티비 고장나는 씬처럼 무섭기도 했다.


그래서 저 오류를 고칠 방법이 없을까 하고 댓글을 살펴보니
한놈이 댓글에 외국사이트 하나를 던져주더니 여기서 플레이해보라고 한 걸 보는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 사이트를 접속했다.


(사진은 아머 게임즈-)

대강 이런 게임 사이트였는데 문제는 나이가 너무 어릴 때라(8살) 트레치를 영어로 검색할줄 몰라서 결국 하나하나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게임엔젤 사이트에서 게임 키기만 하면 나오는데 참 나는 너무 어리숙했다.

그런데 트레치를 찾던 중에..

이런 예쁜 눈나가 그려진 게임 썸네일을 발견하곤 (게임 이름은 스페이스 바운티)
나는 홀린 듯이 그 게임을 클릭했다.

문제는 컴퓨터가 그리 좋지 않아 로딩시간이 왕창 길었고
나는 다른 게임을 하면서 로딩을 기다려보기로 한다.

그리고 트라우마는 여기서 시작된다.



재밌는 게임 썸네일을 뒤져가며 찾던 나는
한 경찰이 플래시를 비추는 게임을 찾았고 맘에 들어서 게임을 실행했는데..


(사진은 예시.)

경찰이 되어 도둑놈들을 체포하는 게임이 아닌 

방탈출 식으로 집 안을 수색하는 게임이었다.

그런데 게임 오른쪽 상단에 3분 타이머가 흘러가고 있었는데
영어에 일자무식인 나는 그냥 그대로 게임을 진행했다.

플레이 도중 이런 공간이 나왔는데 (예시 사진은 더 하우스)
아무 생각없이 서랍같은 것을 뒤져보던 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뭔가 저 초상화의 인물이 다른 인물로 바뀐 것 같았다.


내가 잘못 본건가 하고 다른 곳을 뒤져보려는 찰나
게임 화면에 빨간 글씨로 영어로 주저리주저리 뭐라 떳는데, 그 3분 타이머가 다 된 것이었다.

 뭔 일이야 하고 게임을 진행할려는데..

그 남자 초상화가 이런 무표정 여자의 사진으로 바뀌더니 

긴박한 브금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약간 무서워진 나는 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는데
워낙 탈출게임에 경험이 없던 나는 아무곳이나 클릭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한 스위치 같은 걸 클릭했더니
브금이 꺼지고 다시 3분 타이머가 흘렀다.

나는 잠깐 안도하고 다시 그 그림이 있는 곳으로 가 봤는데..




그 남자 그림이 눈알이 뚫려있는 채로.
아랫턱은 백골이 된 채로 그림이 바뀌어져 있었다.










나는 소리도 못 지르고 온몸에 소름이 돋은 채로 얼어붙었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무작정 인터넷 창 닫기버튼을 연타했다.

그런데 창이 꺼지지 않았다. 화면이 멈춘 것이다.

연타하는 도중에 우클릭을 눌러버려 트레치 버그 비스무리한 게 걸린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트레치를 켜 두고

스페이스 바운티 로딩을 켜 두고
외국사이트 몇개를 계속 켜둔 채로 이 게임을 하고있었고
내 고철 컴퓨터는 과부하가 걸린 것이라고 판단해 바로 몸을 웅크려 컴퓨터 스위치를 눌러 강제종료 한 후
뒤에 있는 침대에 점프해 이불을 뒤짚어 쓴 채로 벌벌 떨었다...

이후 나는 이주일동안 플래시 게임에 손도 대지 못하다가
외국사이트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고 오로지 게임엔젤, 야후꾸러기만 접속하기로 하고



이 눈나랑 재회하게 된다.
그리고 누나의 꿀벅지에 빠진 덕분일까 그 트라우마가 서서히 나아졌다.









하지만 17년이 지난 지금, 이 게임은 도대체 뭐였을까?

 아직도 마음 한구석엔 이 게임의 정체를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