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지금이야 가끔가다 웃긴 꿈 정도면 주변에 가볍게 썰풀기도 하는데

적어도 고딩때까진, 특히 조금이라도 뒤숭숭하다 싶으면 꿈 관련해선 무조건 함구했어


왜냐면 성경, 특히 구약보면 여느 신화나 전설이 그렇듯 꿈을 통해 계시받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대표적으로 요셉 이야기)

그래서 가끔가다 근본주의자 중에 꿈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꿈에 과몰입하는 경우가 있어


그리고 내 엄마도 정확히 그런 경우였음... 지금도 기억나는 게 집에 도둑이 들어와서 몸싸움 벌인 끝에 쫓아냈다는 꿈 얘길 가볍게했는데


전에 순교 썰 본 글쓴이면 당시 내 상황 대충 알텐데 그때나 지금이나 내 아빠는 기독교는 물론 어떠한 종교도 믿지 않고 엄마가 그런 남편을 어떻게든 기독교화시키려고 별에별 수작이란 수작은 다 부렸음

아무튼 엄마가 갑자기 급발진하더니

'너가 싸웠다는 도둑은 니 아빠 맘속에 들어가서 조종하는 마귀를 뜻한다, 너가 맞서싸워서 쫓아냈다고 했으니 너가 아빠를 교회로 인도해야한다'

...라는 식으로 지 좋을대로 해석해버림.. 해석하는 선에서 끝이 아니라 하루종일 귀에 딱지가 앉도록 그소리만 무한반복해서 돌아버리는 줄


이런 일이 몇번이나 개선없이 반복되다보니 결국 나는 배교하기 전까지 적어도 엄마 앞에서는 꿈 썰을 안풀게 됐어


근데 이게 끝이 아니고 엄마였음.. 지가 조금이라도 기억에 남는 꿈을 꾸면 무조건 나한테 그 썰을 풀었는데

문제는 엄마는 제일 자주 푼 꿈 썰이 음몽(淫夢) 썰이었음... 꿈 속에서 지 남편이 바람을 폈다느니 창녀가 나타나서는 지 앞에서 온갖 추잡스러운 몸사위를 보여줬다느니 이런 낮부끄러운 썰을 내 앞에서 풀곤했는데


이상한 건 그런 꿈을 꾼 건 지면서 꼭 썰풀때마다 나한테 화를 내더라 지 남편 때문에 하나님께서 경고하는 의미로 자기가 음몽을 꾸게끔 하신 거고 너는 그 애비의 피를 물려받았으니 커서 온갖 추잡스러운 짓을 할게 뻔하다, 너는 나 없었으면 여자문제로 허덕였을 새끼다, 역시 너희 집안 남자들에게는 음란의 피가 흐른다, 너는 평생 연애도 하지말고 이 어미가 점지한 여자와 결혼해야한다 이랬는데 씨발 이 여자랑 살면서 이런 얘기가 제일 듣기 힘들었어


그땐 뭔 얘긴지도 모르고 영문도 모르고 욕먹는게 억울했고 나중에 대학교들가고 김화백 만화 본 다음에야 그게 뭔소린지 깨달았는데 무슨 초딩때부터 엄마한테 예비성범죄자 성매매충 취급받았다고 생각하니까 ㅈㄴ 멘탈터지고 억장이 무너지더라

일단 저렇게 말하는 거 보니까 아빠랑 뭔가 치정문제가 있었던 건 확실해보이는데 엄마는 아빠 사이에서 그걸 해결 못보니까 나라도 잡아먹어보겠답시고 나한테 대물림했다고 생각하니까 ㅈㄴ 억울하더라


덕분에 내가 학창시절 연애도 못해보고 아다를 스물셋에 뗐다 씨발


여튼 그 어린 시절 경험때문에 꿈 얘기라면 아주 속이 뒤집어져서 입닫고 있다가 완전히 연 끊은 지금와서 가끔가다 푸는 정도야


지금 생각해보면 나를 괴롭히기 위한 나름의 합법적인 수단으로 꿈을 택한 것이 아닐까싶기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