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때 수시접수 다 끝나고 체육시간에 수능보는 애들 방해하지 말라고 조용히 자는 시간 있었어

그때 나는 수시 다 넣어놓고 최저 맞추는 학교도 없어서 그냥 놀고먹고 자던 때였거든


아무튼 그 체육시간때 몇명 공부하고 몇명 자고 그런 분위기였어


그래서 자면서 꿈을 꾸기 시작했는데 배경은 있던 교실 그대로였어


근데 엎드린 채로 고개를 둘러보니 주변에 아무도 없어. 선생님도, 친구들도 없는거야


교실이 텅 비어서 이거 뭐지? 다 집에 가고 개꿀잼 몰카인가? 하면서 몸을 움직이려는데 


손가락 한 마디도 까딱하지 못 하겠더라고


몸이 왜 이리 굳었지? 너무 오래 잤나? 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교실 앞문 뒷문에서 타란튤라 같은 거미떼가 엄청나게 기어오는거야


내가 딱히 거미를 무서워하진 않는데 그렇게 떼로 몰려드는 거 보니까 치가 떨리더라


몸은 안 움직이고, 거미 발소리는 교실을 뒤덮기 시작하고


마침내 내가 있는 중간자리까지 둘러쌌어

소리는 지르고 싶은데 입이 움직이지도 않고


몸에선 모골이 송연한듯 서늘해지기 시작했어


그러고 당연한듯이


내 책상


내 다리


내 허리


내 등까지 선명한 발자국을 소름끼치게 느끼는데


제발 움직여라 제발 몸아 움직여라... 움직여라...! 하면서


책상 위에 있던 필통에 손을 뻗으려는 순간


그 상태로 바닥이 없어지면서 무한히 아래로 떨어졌어


그러고는 적막한 교실 가운데에서 소리지르면서 깸...


흑역사 하나 완성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