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되지 않은 이야기이다.


북적거리는 지하철 안에서 불현듯


'그냥 가볍게 집까지 걸어갈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를 타고 대략 10분 정도의 거리의 집.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이끌려 오래 전, 나의 초등학교 쪽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여기도 많이 바뀌었구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주택가였던 건물은 어느새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산이 되어버린지 오래였다.


그날따라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어렸을 때조차 가지 않았던 작은 모험이 하고 싶어졌다.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산에서, 감각에 이끌려 터벅터벅...


사무실에서, 또 지하철에서, 그리고 버스.


출근과 퇴근, 사람들의 지옥에서 해방되어, 상쾌함을 만끽하던 중.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거... 나 친구들과 와본 곳인데...?'


분명 나는 작은 모험이라 생각하였지만, 과거의 나는 분명 이곳을 온 적 있다.


끽해봐야 15년 전이다.


기억해내자.


'분명 이 길 끝에 계단이...'


없었다.


이때부터 나에게 망각에 대한 공포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 길 반댓편에도 계단이 있었지. 거기로 내려가서 뒤로 돌아가면....'


익숙한 팔각형의 건물.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여기서 뒤로 돌아가면.... 잠깐, 여기 내가 방금 지나쳐 온 곳인데....?'


에라 모르겠다. 하고 다시 돌아가 내가 알고 있는 길로 가려던 찰나.


멀리서 나의 모교가 보이기 시작했다.


안도감을 느끼며 다시 상쾌함을 즐기며 걸어가던 중.


어린이집.


나는 저 어린이집을 알고 있다.


나의 공포심에 쐐기를 박은 것은 분명 그 당시 누군가와 같이 걸어가고 있었다.


그 누군가는 누구였지...?


이 길을 올 이유가 전혀 없는데 나는 왜 여길 왔었지?


다시 한 번 기억해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그 팔각형 건물로 돌아갔다.


그렇게 거의 30분 동안 길을 헤멨지만,


찾을 수 없었다.


시간이 늦어져 결국 급히 집으로 돌아갔지만


어렸을 때 그곳으로 등교했던 기억이,


그곳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던 기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하지 않았던 기억 속의 길이,


나를 한동안 찝찝하게 만들었다.






뭔가 쓰다보니 일본 공포 썰/소설같이 써졋내

사실 공포?까지 갈 이야기인가? 싶긴한데

대략 7시 30분? 이였는데

당시 근처에 사람도 전혀 없었고 주변도 너무 어두워서

분위기도 한 몫한듯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