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내 투수 최고의 ‘혜자’ 계약은 KIA 양현종이다. KIA 구단이 그에게 쏟아 붓는 돈은 23억 원이며 공개되지 않은 옵션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투수 최고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양현종은 지난해에 이어 가장 꾸준하면서도 특급 성적을 찍는 투수로 군림하고 있다. 올 시즌 그의 WAR(대체선수대비 승리 기여도)는 4.62로 MVP를 받았던 지난해(4.63)에 버금가고 있다. 1WAR당 소요 금액은 4.98억 원으로 FA 상위 15인 중 최상단에 위치해있다.

 

롯데 마무리 손승락(1WAR당 7.04억 원)과 올 시즌 계약이 끝나는 삼성 윤성환(1WAR당 7.12억 원), 두산 장원준(7.24억 원), 그리고 한화 마무리 정우람(1WAR당 7.66억 원)도 투자 대비 효과가 상당한 축에 속한다. 

 

먹튀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차우찬에 이어 투수 FA 역대 2위의 KIA 윤석민(4년 90억 원)은 지난 4년간 고작 4.92의 WAR만 적립했고, 1WAR당 비용은 18.29억 원에 달한다. KIA 입장에서는 윤석민으로 쓰린 속을 양현종으로 달랜 셈이다.

 

삼성 우규민과 한화 송은범, LG 이동현, 롯데 윤길현은 언급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완벽히 실패한 계약이다. 이들은 계약 기간 팀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 못했고, 차라리 없는 편이 나을 정도였다.

 

 

고액 연봉의 타자들은 투수에 비해 이른바 ‘혜자 계약’ 선수들이 상당했다. 이 가운데서도 가성비가 가장 뛰어난 선수는 올 시즌을 끝으로 4년 계약이 종료되는 LG 박용택이다.

 

박용택은 지난 4년간 11.30의 WAR를 적립, 1WAR당 4.42억 원 밖에 들지 않았다. 올 시즌 다소 힘에 부진 박용택이지만 지난해까지 연평균 3점대 중후반을 기록, 성공적 계약으로 평가된다.

 

올 시즌 후 FA 최고액을 갈아치울 수도 있는 SK 최정이 실질적 1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정은 FA 계약기간 내 2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고, 아직 더 WAR가 상승할 여지가 있어 가성비 부분에서 박용택을 밀어낼 것으로 보인다.

 

롯데 이대호의 경우 꾸준히 특급 성적을 찍고 있지만 계약 규모(4년 150억 원)가 워낙 큰 탓에 1WAR당 비용이 10.62억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2년째 깊은 부진에 빠진 NC 박석민도 ‘먹튀’의 길을 걷는 모습이며, 계약 1년차인 롯데 민병헌과 삼성 강민호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타자 부문 가성비가 가장 떨어진 선수는 SK 김강민이다. SK는 4년 56억 원을 안겼지만 그가 지난 4년간 적립한 WAR는 고작 4.06으로 1WAR당 13.79억 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