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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한국의 페이스로 흐르던 경기는 후반 중반을 지나면서 공기가 달라졌다. 바레인이 주도권을 쥐고 경기를 운영했다. 바레인은 발 빠른 공격수들을 앞세워 한국의 수비 뒷공간을 공략했다. 몇 차례 결정적인 슛을 시도하기도 했다. 골키퍼 조현우의 선방이 없었다면 실점 위기에 놓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수비가 흔들리는, 전반과는 다른 경기력이었다. 

 

알고 보니 김 감독의 작전 지시가 있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후반에 잠시 흔들렸던 것은 우리가 전술 실험을 했기 때문이었다”라며 “전반과 달리 전방 압박을 하지 않고 P2존(미드필드 지역)에서 상대에게 공을 내주고 우리는 공을 빼앗으면 빠른 역습으로 나가는 훈련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다섯 골 차로 앞선 상황에서 팀에 필요한 전술 훈련을 실시했다는 의미다. 출국 전 국내에서도 몇 차례 선보였던 훈련이다. U-23 대표팀은 고등학교, 대학교 팀들을 훈련 파트너로 삼아 이 전술을 체득했다. 

 

토너먼트 라운드 위로 가면 무조건 주도권을 쥘 수 없다. 경기 상황에 따라 수비에 집중해야 할 수도 있다. 상대가 한국의 전력을 의식해 밀집수비를 펼치면 소유권을 건내준 후 우리의 플레이에 변화를 줄 수 있다. 게다가 전방 압박은 90분 내내 할 수 없다. 체력을 안배해야 한다. 다양한 전술을 보유하면 경기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 바레인전 후반은 이러한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다. 김학범호는 훈련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애초에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지 얼마 되지 않았고, 지금 엔트리로 모일 시간도 없었다. 실전은 꿈도 꿀 수 없었다. 20명 완전체가 함께한 것은 이제 3일밖에 되지 않았다. 조별리그 경기가 곧 훈련인 것도 이 때문이었다. 김 감독이 경기 도중 전술 실험을 강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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