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 난 지금 일본에서 격투기 도장을 다니는 한국인이야. 지금 태풍 16호 때문에 날씨가 개판인데 오늘 도장 가야하는데 아놔 시풋

 

암튼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라 한국과는 다른 일본 격투기 도장의 특이한 커리큘럼에 대해 소개해볼게.

 

일단 한국같은 경우 격투기 종류에 상관없이 수업 커리큘럼이 대부분 비슷해. 몸풀고, 오늘 배울 기술들 배우고 반복하고, 스파링하거나 체력운동으로 마무리하는 커리큘럼이 타격이든 그래플링이든 일반적이지. 간혹 오래된 복싱 체육관같은 경우 존나 방만한 운영을 하거나(알아서 몸풀고 샌드백 치고 가끔 관장님이 미트 잡아주는) 기본기를 굉장히 강조해서 한달 동안 줄넘기, 석달 동안 잽, 석달 동안 스트레이트.... 이런 커리큘럼의 체육관도 있는데 전자는 노답이고 후자는 완벽한 일본식의 기본기를 철저히 다지는 커리큘럼이야.(우리나라 체육계가 일본의 영향을 존나 받음. 비단 체육계 뿐이겠냐만은) 

 

얘기가 잠깐 샜는데 일본 격투기 도장의 커리큘럼은 크게 세가지 정도 되는거 같아.

 

1. 기술 수업식

오늘 배울 기술이 있고 주마다 혹은 달마다 주제가 바뀌어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복습하는 형식.

 

2. 기본기 연마

존나게 기본기를 다지는 커리큘럼. 옛날 복싱 도장중에 이런 곳이 많았다. 스파링때 훅 썼다고 중간에 내려와서 졸라 맞고 다시 잽, 스트레이트만 써서 스파링했다는 전설적인 얘기들이 전래됨.

 

3. 자유 연구

내가 이제부터 소개할 커리큘럼이자 내가 다니는 도장의 커리큘럼

 

1, 2번 같은 경우엔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커리큘럼인데 3번은 여기 와서 처음 본 커리큘럼이라 썰 풀어볼게.

 

일단 몸을 딱 10분 간 풀어. 그리고 바로 보호 장비를 장비하고 라이트 스파링에 들어가. 스파링 한 바퀴 돌고나서는 보통 후배가 선배한테 하고 싶은 연습을 도와달라고 요청하거나 스파링을 부탁하기도 하고, 선배가 잘 쓰는 기술을 알려달라 하거나 본인이 평소에 잘 안돼는걸 질문하기도 하지.(ex. 선배 같은 경우 리치가 긴 사람을 어떻게 상대하나요?)

 

그리고 관장님도 저기에 들어오셔서 얘한테는 이 연습이 좋겠다 싶은걸 시키시거나 내가 하고 싶은걸 요청하기도 해. 정규 수업이 끝나고나서 관장님께서 '아까 이렇게 했는데 이렇게 자세를 고치고 요로케조로케 해보렴' 하시면서 잠깐 잠깐 알려주시거나 끝나고 질문하기도 해.

 

참 더 늘려서 쓰고 싶은데 쓸 게 없을 정도로 단순한 커리큘럼이야;;; 정말 본인이 적극적으로 스파링 하면서 본인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걸 열심히 질문하고, 나중에 따로 연습해서 다시 스파링때 해보고 피드백 받고... 정말 자기주도적 학습과 똑같은 느낌? 이 커리큘럼은 어느정도 숙련자나 선수들에겐 아주 좋은 커리큘럼이지만 초보자들에겐 참 난감한 커리큘럼이야. 그래서 우리 도장에는 초보가 없는거 같아. 어지간한 초보는 초반에 따라오지 못하니....

 

이 커리큘럼으로 수업을 듣다보니 느낀건데 일본 선수들 스타일보면 개성있는 스타일들이 많은데 그 이유가 이런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에서 하고 싶은거 연습하고,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뺄 건 빼고 하면서 연습하다보니 그런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한국에서 일주일에 한 번도 아니고 매일 이렇게 수업을 하면 도장이 망ㅋ함ㅋ 

 

그럼 이만!!! 모두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운동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