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벌써 3자루나 가져갔어요."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21)는 2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휘문고 후배 김대한(19)을 만났다. 김대한은 2019년 두산 1차 지명 신인 외야수다. 투타 겸업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는데, 프로에서는 타자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김대한은 타고난 손목 힘이 좋아 배트 스피드가 빠르고, 빠른 발에 안정적인 수비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정후와 김대한은 휘문고 시절부터 각별한 사이였다. 두 살 터울인데도 유독 가까웠다고 한다. 이정후는 "(김)대한이는 먼저 잘 다가오는 성격이다. 예의도 정말 바르고 또 같은 야수라서 나도 잘 챙겨주려 했고, 대한이도 많이 따라주는 후배였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김대한에게 이정후는 "대단한 형"이자 닮고 싶은 선배였다. 이정후는 2017년 휘문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히어로즈에 입단해 신인왕을 차지했다. 첫 고졸 신인 전 경기 출장(144경기)을 달성했고 리그 신인 최다 안타(179개), 고졸 신인 최다 득점(111점) 기록을 모두 새로 쓴 '슈퍼 루키'였다.

 

경기를 앞두고 만난 두 선수는 배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김대한은 "형이 잘 치니까 배트를 뺏었는데, 그만 좀 뺏으라고 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말은 "그만"이라고 했지만, 이정후는 김대한에게 배트 한 자루를 쥐여 줬다. 이정후는 "한 자루씩 주다 보니까 대한이가 벌써 3자루나 가져갔다"고 말하며 껄껄 웃은 뒤 "대한이를 보면 늘 뭔가 하나씩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제는 배트 말고 목걸이나 다른 것들을 생각해봐야겠다"고 덧붙였다.

 

프로에 온 뒤 소속팀은 달라졌지만, 김대한은 여전히 이정후를 잘 따른다. 김대한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복사근을 다쳐 캠프 명단에서 제외되고, 부상 회복 뒤 뒤늦게 캠프에 합류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가장 편한 선배인 이정후에게 연락해 위로를 받았다.

 

이정후는 27일 경기에 김대한이 선발 출전한다고 알려주니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김대한은 9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정후는 지나가는 키움 선수들에게 "대한이가 스타팅이래"라고 알리며 동생을 자랑(?)하기 바빴다.

 

이정후는 "안타를 치라고 준 배트니까. 대한이가 중요한 상황 말고 주자 없을 때 안타를 쳤으면 한다(웃음). 나한테 타구가 오면 그건 놓치지 않고 잡겠다. 그래도 안타는 쳤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응원했다.

 

김대한은 이날 안타는 치지 못했지만, 볼넷을 골라 한 차례 출루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