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힐만 감독과 류현진이 도움을 줘서 좋은 기회가 왔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선진야구의 많은 것을 보고 공부하고 돌아오겠다."

조원우(48) 전 롯데 감독이 메이저리그 명문구단 LA 다저스로 연수를 떠난다.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발한다. 앞으로 한 시즌 동안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부터 시작해 다저스와 미국 야구의 다양한 시스템을 공부하고 돌아올 예정이다.

조 전 감독이 우선 도착하는 곳은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랜치다. 메이저리그팀 LA 다저스가 스프링캠프를 차렸던 곳이다. 현재 개막에 맞춰 메이저리그팀과 트리플A 팀 선수들이 모두 떠나고 루키팀인 'AZL(애리조나리그) 다저스'가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AZL에는 총 21개팀이 있는데, 다저스는 AZL에만 2개의 루키팀(AZL 다저스1, AZL 다저스2)을 두고 있다.

조 전 감독이 이번에 다저스 연수를 갈 수 있게 된 데에는 지난해 SK 지휘봉을 잡고 우승을 이끈 트레이 힐만(56) 전 감독(현 마이애미 말린스 1루코치)과 LA 다저스 류현진(32)의 도움이 컸다. 힐만은 SK 감독 시절 늘 예의를 갖추고 자신을 맞이해주는 롯데 조원우 감독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다. 지난해 올스타전 때 더욱 친분을 쌓게 된 힐만은 "언젠가 내 도움이 필요하면 무엇이든지 얘기해달라.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도와주겠다"며 호의를 보였다.


지난 시즌 후 조 전 감독이 롯데에서 물러나고, 힐만 감독도 SK 지휘봉을 내려놓고 미국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둘은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인천에서 만났다. 조 전 감독이 작별 인사 차 연락을 하자 힐만 감독이 자신의 송도 집으로 조 전 감독을 초대한 것. 여기서 조 전 감독은 "미국에서 연수를 하면서 선진야구를 공부하고 싶은데 주선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힐만 감독은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화답했다. 미국으로 돌아간 힐만 감독은 마이애미 코치로 계약을 한 뒤 곧바로 친분이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 관계자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렇게 해서 다저스와 연결이 됐다.

조 전 감독은 이 같은 과정을 설명하면서 "사실 올스타전 때만 해도 빈말인줄 알았는데 힐만 감독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줄지 몰랐다"며 고마워했다. 여기에 몇 가지 걸림돌이 있었는데, 한때 한화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선수생활을 함께 한 류현진이 자신도 도와주겠다며 다저스 구단에 부탁을 해서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조 전 감독은 "류현진이 다저스에서 입지가 있어서 그런지 얘기가 잘 됐다. 큰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워하면서 "다저스에서는 스프링캠프부터 합류할 수 있도록 해줬지만, 비자가 발급되지 않으면서 스프링캠프 시스템을 볼 기회를 놓친 점이 아쉽긴 하다. 그러나 배울 것은 무궁무진하지 않겠느냐"면서 "루키팀 선수는 어떻게 육성하는지, 어떻게 훈련하는지, 트레이닝 기법은 어떤지, 등판 스케줄을 앞둔 투수들은 어떻게 준비하는지 등등 보고 싶은 것이 정말 많다. 세계 야구가 급박하게 변하고 있고, 트렌드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 것들을 볼 기회가 생겨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하나의 행운은 같은 애리조나리그에 샌디에이고 산하 루키팀 AZL 파드리스에서 배터리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홍성흔 코치가 있다는 점이다. 먼저 미국에서 코치 생활을 하고 있는 홍 코치의 도움을 받는다면 미국 생활 적응도 수월할 듯하다. 한국에서 절친하게 지낸 사이라 타국 생활을 하면서 서로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조 전 감독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밑바닥부터 경험할 각오로 미국으로 떠난다. 현역 선수에서 은퇴한 시점이라면 모를까 KBO리그에서도 지도자 최고봉인 1군 감독을 지낸 인물이 미국 루키리그 밑바닥부터 경험한다는 것은 쉽지 않는 용기다. 그러나 조 전 감독은 "난 아직 나이가 젊다고 생각한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내 인생에서 다시 오지 못할 좋은 기회가 왔다"면서 "아직 어떤 팀에, 어떤 보직을 받을지는 모르겠다. 현지에 가 봐야 알 것 같다. 어차피 거기도 현장이다. 직접 보고 경험하고 싶다. 그것을 가지고 와서 한국야구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은 있다고 생각한다"며 연수를 떠나는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