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초반 극심한 타율 저하에 시달리고 있는 SK 최정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2년 연속 팀 200홈런 이상을 기록하며 거포군단을 거듭난 SK 타선이 당황스러운 침묵에 빠졌다. 아직 10경기 성적이라 표본이 적기는 하지만, 현재 지표는 KBO 리그 역사상 최악 수준이다.

 

SK는 2일과 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주중 3연전에서 모두 졌다. 2일에는 1점도 뽑아내지 못하는 빈공을 보인 끝에 0-5로 졌다. 3일도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1회부터 8회까지 단 1점도 뽑지 못했다. 9회 겨우 1점을 만회했으나 패배(1-3)라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19이닝 연속 무득점을 끊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SK 타선이 지난 2년간 정교함을 자랑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소간 떨어지는 팀 타율을 만회하는 장타가 있었다. 볼넷도 적은 팀이 결코 아니었다. 이는 최근 야구에서 중요시하는 OPS(출루율+장타율)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SK의 지난해 팀 타율(.281)은 리그 7위였지만, OPS(.829)는 두산(.862)에 이은 리그 2위였다. 홈런의 힘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모든 지표가 최악이다. SK는 10경기를 치른 현재 팀 타율이 2할7리로 리그 최하위에 처져 있다. 리그 평균(.250)과 제법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팀 출루율이다. 리그에서 유일한 2할대 팀 출루율(.286)을 기록하고 있다. 그 와중에 팀 OPS(.621)도 리그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너무나도 극적인 추락이다.

 

KBO 리그 역사를 따져도 이 수준의 물방망이는 없었다. KBO 리그 역사상 팀 타율이 가장 낮았던 팀은 1986년 청보다. 당시 청보는 2할1푼9리의 팀 타율을 기록했다. 팀 출루율은 2할9푼3리였다. SK의 현재 수치는 이보다 낮다. 당시와 다른 환경, 그리고 전력을 생각하면 믿기지 않는 부진이다.

 

정의윤(OPS 0.983), 김강민(.879), 그리고 지금은 부상으로 2군에 간 한동민(.920)을 제외하면 주축 타자들이 죄다 좋지 않다. 이재원의 OPS는 0.680, 제이미 로맥은 0.660, 최정은 0.533, 노수광은 0.457, 최항은 0.418, 김성현은 0.400이다. 고종욱과 나주환은 9타수에서 안타를 하나도 신고하지 못했다. 이처럼 집단 슬럼프에 빠진 기억을 찾기도 쉽지 않다.

 

물론 능력이 있는 타자들이 있어 이 수치는 갈수록 나아질 것이라 보는 것이 옳다. 하지만 현재 SK 타선이 정체성을 잃고 휘청거리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모으기 충분하다. 정교함은 둘째치고 화끈한 장타 또한 실종됐다. 마운드의 선전으로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며 최악의 상황은 넘겼지만, 당분간은 고민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들이 가장 잘했던 것을 되찾는 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