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경기 무패행진 멈춘 대구 FC, 3일 인천전 3-0 완승으로 나흘 전 패배 아쉬움 날렸다

-축구인 이구동성 “대구가 올 시즌 초반 보이는 경기력과 성적은 ‘반짝’ 아닐 것”

-한국 최고 수문장 조현우 “대구 돌풍 원동력? 잘난 선수 없어서 아닐까”

-인천 팬들 박수 받은 대구, ‘겸손’과 ‘초심’ 강조

대구 FC 돌풍은 멈추지 않는다. 3월 30일 지난 시즌부터 이어온 14경기 무패행진이 멈췄지만, 1경기를 패했을 뿐이다. 

 

대구는 4월 3일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에서 3-0으로 완승했다. 후반 막판 통한의 결승골을 헌납한 경남 FC전 패배는 바로 잊혔다. 

 

대구는 5라운드까지 진행된 올 시즌 K리그1 5위에 올라있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선 강력한 우승 후보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잡아내는 등 2승을 기록하며 F조 선두에 올라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대구는 K리그1을 넘어 아시아 무대에서도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인다.   

 

올 시즌 K리그1 최대 화두, ‘대구 FC’

 

축구인들은 대구가 올 시즌 초반 보이는 경기력과 성적은 ‘반짝’이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FC 서울 최용수 감독은 대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팀이 아니라며 안드레 감독이 놀라운 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조광래 사장이 안드레 감독에게 신뢰를 보내고, 안드레 감독은 선수들에 믿음을 전한다. 대구가 ‘원 팀’이 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대구는 지난 시즌 전반기까지만 해도 이와 같은 상황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대구는 지난 시즌 전반기 1승 4무 9패를 기록했다. 2018년 4월 15일 강원 FC와의 경기에서야 시즌 첫 승리를 거두고, 6연패에 빠지는 등 올 시즌과는 전혀 다른 흐름을 보였다. 

 

대구가 올 시즌 돌풍을 예고한 건 2018년 러시아 월드컵 휴식기 이후였다. 올 시즌 2경기 2득점을 터뜨리고 있는 스트라이커 에드가 실바, 중원 사령관 츠바사 니시가 합류한 시점이다. 

 

대구는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시작하면서 후반기 19경기 10승 2무 7패를 기록했다. 스플릿 라운드(3승 2무)에선 최고 순위(7위)에 올랐다. 

 

프로-아마가 총출동해 최고의 팀을 가리는 FA컵에선 전통의 강호 울산 현대를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창단 첫 FA컵 우승이자 올 시즌 ACL 출전권을 따낸 순간이었다. 대구는 이때의 흐름을 올 시즌까지 이어가고 있다. 올겨울 전지훈련에선 더욱 끈끈한 팀으로 거듭나며 발전된 경기력을 보인다. 

 

대구는 성적에 걸맞은 마케팅 성과까지 내고 있다. 2014년부터 짓기 시작한 축구전용구장 ‘DGB 대구은행파크’가 올 시즌 문을 열었다. 최대 12,415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작은 경기장이지만, 열기만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부럽지 않다. 올 시즌 홈에서 열린 세 차례의 경기(K리그1+ACL) 모두 매진을 기록한 대구다. 

 

인천 유나이티드 욘 안데르센 감독 역시 대구를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안드르센 감독은 대구는 전력이 아주 탄탄하다며 조직력을 앞세운 팀인 것 같지만 한국 축구 대표팀 골키퍼 조현우, K리그1 최고의 공격수 세징야, 에드가 등 스타급  선수도 넘친다고 말했다. 

 

조현우 “대구 돌풍 원동력? 잘난 선수가 없는 것 아닐까”

 

대구는 2002년 10월 9일 창단 이후 가장 빛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대구 선수들에 ‘방심’은 없다. 

 

K리그1과 한국 축구 대표팀에서 맹활약 중인 대구 조현우 골키퍼는 성적과 내용 모두 좋은 게 사실이지만 달라진 건 없다며 매 경기 이전과 똑같은 자세로 준비한다고 강조했다. 

 

대구는 한 선수가 잘나서 잘 나가는 팀이 아니다. 모두가 겸손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그라운드에 들어서는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나 올 시즌 K리그 열기가 아주 뜨겁다. 팬들의 함성이 큰 힘이 되고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하다. 팬들에 보답하기 위해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조현우의 말이다. 

 

대구는 자만은 경계하지만 자신감은 넘친다. 대구 안드레 감독은 선수들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면서 꿋꿋이 나아간다면 결과는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말한 게 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조현우는 “경기장에 들어서기 전에 선수들에 하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상대 슈팅을 모조리 막을 테니 걱정 없이 뛰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대구는 올 시즌 5경기에서 4실점을 내주고 있다. K리그 12개 팀 가운데 세 번째로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하고 있다. 

 

인천 팬들 박수 받은 대구, ‘겸손’과 ‘초심’ 강조

 

대구 FC는 4월 3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 후 홈팬들의 힘찬 박수를 받았다. 이날 경기가 열린 곳은 인천의 홈구장인 숭의 아레나였다. 

 

틈을 찾기 어려운 수비 조직력, ‘들어갔다 싶으면’ 등장하는 조현우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 볼을 빼앗은 지점에서 짧고 빠른 패스로 순식간에 슈팅을 만들어내는 역습, K리그1 5경기에서 8골을 뽑아낸 탁월한 결정력까지. 대구는 축구 열기가 뜨겁기로 유명한 인천 팬들의 마음마저 사로잡았다.

 

특히나 경기 후 구단 버스로 향하던 조현우는 인천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발걸음을 멈췄다. 팬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기 위해서였다. 

 

조현우는 어딜 가든 팬들의 함성은 아주 큰 힘이 된다며 추운 날씨에도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에 보답하려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렇게 나아가다 보면 더 많은 팬과 축구장에서 호흡할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는 겸손과 초심을 잃지 않으며 성적과 내용 모두 잡아내고 있다. 여기에 경기장을 찾아주는 팬들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팬심'까지 사로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