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설공단 황영찬 문화체육본부장이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email protected]


[스포츠서울 김대령기자]서울시설공단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 한국 최고의 선진 그라운드를 구축하겠다는 굳은 각오를 밝혔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잔디 상태가 좋지 않다. 서울에서 뛰는 게 오히려 더 힘들다.”. 지난 2017년 3월 기성용은 중국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 원정 경기를 앞두고 이같은 말을 남겼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A매치가 열릴 때마다 잔디 문제로 수없는 비판에 시달렸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운영을 맡고 있는 서울시설공단 책임론이 불거졌다. 그로부터 2년.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본격적인 혁신을 시작했다. 그간 서울시설공단은 ‘논두렁 잔디’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떼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다. 상한 잔디를 새 잔디로 교체하는 작업은 꾸준히 이뤄져 왔지만 결국 미봉책에 불과했다. 근본적으로 잔디를 사시사철 푸르게 유지할 방안이 필요했다. 그렇게 잔디 ‘히팅+쿨링 시스템’과 ‘하이브리드 잔디’ 사업이 탄생했다.

황영찬 서울시설공단 문화체육본부장은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확고한 의지와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황 본부장은 “한국에서 쓰는 잔디는 한지형 잔디다. 섭씨 16도에서 22도 사이에서 가장 잘 자란다. 봄철과 가을철이 가장 좋다. 문제는 여름이다. 날씨가 고온다습해지면 잔디가 살기 위해 뿌리 길이를 줄여 흙 위로 뜨는 모양새가 된다. 이렇게 되면 선수들이 뛸 때마다 밟은 곳이 훼손된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여름이 더 습해지고 더워지면서 이런 현상이 심화됐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연구는 투 트랙으로 진행됐다.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잔디가 혹서기와 혹한기에도 잔디가 튼튼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히팅+쿨링 시스템’이었다. 황 본부장은 “지난해 11월 히팅+쿨링 시스템 테스트를 위해 경기장 구조상 볕이 가장 들지 않아 잔디 훼손이 가장 심했던 남측 페널티 박스 근처 200㎡ 면적의 잔디 하부에 온수 배관을 포설했다. 여기에 지역난방공사로부터 공급받은 중온수를 열교환기를 통해 적절한 온도로 바꿔 흘려보냈다”고 설명했다.

테스트 중간 결과는 일단 긍정적이다. 해당 면적의 잔디는 겨울에도 파릇한 색을 유지했다. 이는 지난달 26일 열린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도 뚜렷하게 포착됐다. 육안으로 봐도 온수가 흐르는 면적의 잔디는 다른 부분과 색이 달랐다. 아직 과제는 남았다. 잔디가 겨울에도 따뜻한 흙에서 자라면서 웃자라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배관으로 온수가 아닌 냉수가 들어가는 혹서기 테스트도 아직 거치지 않았다. 공단 측은 계속 잔디 상태를 면밀히 체크하면서 효과가 확인되면 배관을 그라운드 전체에 포설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동시에 하이브리드 잔디 도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던 하이브리드 잔디는 인조잔디와 천연잔디를 함께 심는 방법이다. 천연잔디가 인조잔디와 엮여 자라면서 쉽게 훼손되지 않는 튼튼한 잔디가 만들어진다. 이 역시 이미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목적 구장에 하이브리드 잔디를 심고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황 본부장은 “하이브리드 잔디 역시 테스트 결과에 따라 전면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다. 외부 전문가와 대한축구협회 등과의 협업을 통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내겠다”라고 밝혔다.

서울시설공단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비용 대비 1.8~2배, 고척스카이돔에서 1.5배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를 연구에 재투자해 잔디 관리 기술을 선도하겠다는 각오다. 황 본부장 역시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그라운드를 ‘한국 표준’으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연고 구단들과 입점 업체들의 노력으로 흑자 경영을 만들었다. 서울시와 시의회 역시 공단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줘 든든한 힘이 됐다. 이제 이를 스포츠 팬들께 즐거움으로 돌려드리고 싶다”라며 “이미 다른 경기장에서도 자문을 많이 구하고 있다. 한국 표준의 선진 그라운드를 만들기 위해 한 발 더 뛰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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