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BO 리그 2차 신인드래프트가 1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지명된 선수들이 정운찬 KBO 총재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 9. 10. 최승섭기자 [email protected]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20년 동안 제자리 걸음이었던 프리에이전트(FA) 제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중소형 FA도 보상선수 족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도록 규정이 조정될 전망이다. FA 영입시 보호선수 20인 외에 한 명을 내주는 게 아닌 이듬해 신인지명권으로 대체하도록 규정 개정을 논의 중이다.

LG 차명석 단장은 지난 23일 “단장님들과 보상선수를 신인지명권으로 대체하는 것을 꾸준히 얘기하고 있다. 현재 어느정도 공감대도 형성된 상황”이라며 “이제는 FA 제도에 변화를 줘야하지 않나. 올시즌 이후에 바뀌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키움 김치현 단장도 24일 “현재 FA 제도 문제점은 모든 단장님들이 공감하고 계신다. 보상선수를 신인지명권으로 대체하는 등 FA 제도 개선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이 오가고 있다.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입을 맞췄다. KBO 정금조 운영본부장은 FA 영입시 보상선수를 신인지명권으로 대체하는 것에 대해 “아직 실행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된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단장님들끼리 사석에서, 혹은 따로 자리를 마련했을 때 꾸준히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 메이저리그(ML)에선 선수가 아닌 신인지명권을 보상하는 것처럼 우리도 생각을 해보자는 의견이 단장회의에서 꾸준히 나왔다”며 “현재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보상선수를 신인지명권으로 대체하는 것은 선수협도 찬성하며 추진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ML에선 FA 이적시 선수가 아닌 신인지명권으로 보상이 이뤄진다. 원소속구단으로부터 퀄리파잉오퍼(QO)를 제시받은 선수가 타팀과 FA 계약을 체결할 경우 원소속구단은 이듬해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와 2라운드 사이 보상 라운드에서 신인을 추가 지명한다. 일례로 오는 6월에 열리는 ML 드래프트에선 애리조나가 2장의 보상 라운드 지명권을 손에 넣었다. 지난 겨울 애리조나는 FA 패트릭 코빈과 AJ 폴락에게 QO를 제시했으나 둘은 QO를 거부한 후 각각 워싱턴, LA 다저스와 FA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애리조나는 전체 33, 34순위 신인 지명권을 손에 넣었다. 

반면 KBO리그에선 타팀 FA를 영입할 경우 21번째 선수를 희생해야 한다. FA를 영입한 팀은 20인 보호명단을 작성해 FA 원소속구단에 건네고 원소속군단은 보호명단서 제외된, 이른바 21번째 선수를 지명한다. 그런데 21번째 선수의 가치가 상당히 크다. 1군 엔트리 숫자만 해도 27명이다. 21번째 선수는 즉시전력감 혹은 2군에서 큰 기대를 받는 유망주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KBO리그 구단들은 유망주 유출을 우려해 중소형 FA를 영입하지 못한다. 중소형 FA 영입으로 얼마든지 전력을 향상시킬 수 있으나 미래까지 희생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겨울 FA 계약을 통한 이적 사례는 두산에서 NC로 옮긴 양의지가 유일했다. 양의지 정도의 가치를 지닌 초특급 FA가 아닌 이상 유망주를 희생할 수 없다는 게 10구단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나 만일 21번째 선수가 아닌 지명권으로 보상 대상이 바뀐다면 중소형 FA의 이적도 보다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수년 동안 공들인 선수를 내주지 않는 만큼 중소형 FA를 향한 구단의 수요는 올라가고 FA 역시 자유롭게 팀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제도 개선을 두고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신인지명권으로 보상을 대체할 시 보상라운드의 순서부터 결정해야 한다. KBO 정 운영본부장은 “지명순서를 어디에 두는 게 맞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ML처럼 보상라운드를 1라운드 다음에 둘지, 아니면 2라운드 다음에 둘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며 “앞으로 이를 두고 꾸준히 논의를 할 것이다. 선수협과도 얘기한 적이 있는데 단장님들과도 의견을 나눌 것이다. 그동안 선수협과는 대화가 진전되지 못했는데 선수협 회장님도 새롭게 선출된 만큼 이제부터는 대화가 활발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키움 김 단장은 “FA 선수의 가치에 따라 지명순서도 차이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어 양의지처럼 큰 선수는 1라운드에 준하는 지명권을 보상받고 중소형 FA는 2, 3라운드 정도로 보상해주는 게 형평성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