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전주] 서재원 기자= 한승규의 극적 골로 전주성 극장이 완성됐다. 그동안 설움을 떨치는 눈물의 골. 그 순간 가장 기뻐한 이는 이적생 동기 문선민이었다. 

전북 현대는 28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9라운드에서 FC서울에 2-1로 승리했다. 한승규의 극적인 골이 전북을 승리로 이끌었다. 리그 4연승 및 6경기 무패(5승 1무) 행진을 달린 전북은 승점 20점으로 단독 선두를 달렸다. 

한편의 드라마 같던 경기였다. 마지막 10분이 특히 그랬다. 1-0으로 앞서가던 전북은 후반 43분 페시치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다 잡은 승리를 놓칠 수 있는 순간. 김신욱이 페널티박스 내에서 넘어지는 장면이 있었지만 주심은 VAR 확인 결과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다. 그러나 추가시간에 추가시간이 주어진 상황에서 한승규의 극적인 골이 나왔다. 

한승규는 힘차게 내달렸다. 울분을 터트리는 듯한 포효였다. 유니폼 상의를 벗어 흔들었고, 동료들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눈가엔 눈물이 맺힌 지 오래였다. 마지막엔 자신의 등번호가 잘 보이도록 유니폼을 힘껏 펼쳐보였다. 그가 살아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는 제스처였다. 


한 팀의 에이스에서 후보로 전락했으니, 마음에 쌓인 상처가 컸을 터. 지난해 울산 현대에서 31경기 출전 5골 7도움을 기록, K리그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던 그였다. 그러나 전북 이적 후 경쟁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선수층이 두터운 전북에서 주전은 물론, 교체 멤버에 포함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서울전 전까지 그에게 4경기밖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자리한 한승규는 "전북에 와서 팀에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쉬웠던 부분이 많았다. 조금 더 열심히 해,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런 부분이 오늘 경기를 통해 나와 기쁜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애써 추스르는 모습이었다.

한승규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가 문선민이었다. 그 역시 지난해까지 인천 유나이티드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우승의 꿈을 안고 당당히 전북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이렇게 경쟁이 치열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문선민은 "저도 처음 겪는 부분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이겨내야 더 좋은 기회가 온다고 믿는다"며 전북에서의 경쟁을 논했다. 

같은 처지의 동료가 빅매치의 주인공이 됐으니, 문선민 역시 기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한승규는 문선민의 이적 동기였다. 문선민은 "정말 기뻤다. 승규와 이적생 동기이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다. 승규가 골을 넣은 뒤 옷을 벗고 제게 달려와 안겼다. 제가 골을 넣은 기분이었다. 이런게 팀 동료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한승규의 극장골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문선민과 한승규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는 사이였다. 문선민은 "같은 이적생인데, 둘 다 출전을 많이 못하다보니 이겨내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서로 의지하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을 하면 이겨낼 수 있다고 격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북 이적 동기 두 선수는 다시 한 팀의 에이스가 될 꿈을 꾸고 있다. 문선민은 "전북은 AFC 챔피언스리그에 참가 중이라 기회는 온다고 들었다. 여름에 체력적 문제도 생긴다"며 언제가 될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 항상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승규 역시 "이제 시작이다. 팀에 더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