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보병중대는 유개화된 화기진지를 못 뚫는다는 글을 쓴 적 있음. 다른 국가는 몰라도 한국군 보병중대는 분명히 그러리라 예상함. 이는 한국군 보병중대가 운용 가능한 직사화력이 부재한 데에서 기인함.


본 주제를 따져보기 전에 과연 새로운 전쟁에서도 과거와 같은 전투가 벌어질지에 대한 의문이 있을텐데 100%라고 봄. 좁아터진 한반도 지형에서 공격하고 방어할 만한 지형이 한정되다 보니 결국 6.25 전쟁 때 발생한 전투가 재현될 가능성이 아주아주 높음. 


그 넓은 유럽 평원에서도 갈 만한 곳은 정해져 있었고,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때에도 러시아가 공격해오는 방향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음.

일례로 우크라이나가 22년 2~4월 키이우 공방전 간 소련 시절에 서방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지어진 벙커와 유개호를 사용하여 러시아군 공격을 막는데에 많은 도움을 받았음. 


북한 지역에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아는지 모르는지는 몰?루... 전방 지역 벙커 따위는 당연히 다 표적 따놓았겠지만 종심 지역은 과연?)

화기진지, 유개호, 벙커, 토치카, 특화점이 꽤 오래 전부터 지어졌으리라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음. 우리도 했는데 병영국가나 다름없는 걔네가 안 했을까..? 


그리고 산지 조금만 있으면 보병이든 기보든 예상 기동로에 콘크리트 진지 구축하는 건 생각보다 금방 이루어짐. 6.25 전쟁 기간 중에도 미군은 공병 동원해서 하루면 전투진지, 교통호, 특화점을 싹 구축해버렸던 적이 빈번함. 현대 북한군도 그 정도는 된다고 봄.(뇌피셜)


아무튼 한국군 보병중대가 북한군 유개호를 공격할 일은 빈번히 발생할텐데 한국군 보병중대에는 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제압할 방법이 없음.

한국군 보병중대가 화력장비/탄약은 소총, 기관총, K201, 60mm 박격포, PZF-3 등이며 상급부대가 지원 가능한 화력장비는 81mm, K4, 현궁, K14 가 있음

여단에서 운용하는 105밀리 포병대와 그 이상의 포병 화력은 보병중대가 '직접' 운용하기는 어려우니 제외했음.

전차? 일반적으로 보병대대에 전차소대 하나 겨우 올 정도이니 주공 중대 아니면 구경도 못할 것임


아무튼 이 중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유개호, 콘크리트 진지를 격파할 수 있는 장비는 PZF-3 뿐임. PZF-3 성능을 따지기 전에 먼저 다른 화기가 왜 제한되는지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겠음.


저격반은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보병대대 6개 반이면 중대 당 2-3개 반이 할당된다고 대충 계산되는데 이 정도 병력으로 보병중대 정면 전체를 커버하기는 어려움. 

그리고 일부 보병대대에서 저격반이 작업반 취급 받는 상황도 보여서(충격적이지만 저격반이나 정찰소대를 작업반 취급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듯함...) 모든 중대가 저격반을 활용하여 적 진지를 제압하기는 힘들 듯함. 

또 한편으로는 저격반은 보병중대에 배속보다는 작전통제 개념으로 운용되어야 하는 점, 저격반이 공격작전 간 보병을 후속하며 사격하기 어려운 점도 한 몫함.


K201도 쏴본 사람은 알겠지만 아주 정확한 화기가 아니라서 큰 기대는 하기 힘들 것임. 목측으로 거리를 측정해야 하고, 조준장치 자체 정밀도 부족, 환경 영향 때문에 한 두발에 정확히 맞추기 어려움. 

그렇다고 여러 발 쏘기에는 휴대 탄수 12발, 그리고 이보다 적은 CSR 고려하면 막 쏘기도 제한될테임.


K4는 조금 낫지만 얘네 보고 도수운반해서 산 타라고 하면 보병중대 기동 속도를 절대, 절대 따라갈 수가 없음. 

얘네는 두 명이서 65kg 짜리 총을 나눠 들고 다녀야 하고 탄약수/탄약병이 들고다녀야 할 탄약 4박스 무게도 쉽게 메고 다닐 수준은 절대 아님. 즉 중대를 따라다니면서 즉각적인 화력으로 기능하기는 불가능함. 


현궁도 마찬가지임. 화력은 전차도 박살내는 관통력이라서 충분함. 하지만 발사기 5.8kg에 유도탄 두 발 들고다니면 거진 30kg이라서 도수운반해서 1km도 가기 힘듦. 게다가 현궁은 최소사거리가 200m이기 때문에 아무데나 쏠 수 있는 것도 아님.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가격. 현궁 발당 일억 오천만 원 짜리임. 적 기관총 진지 하나 부수겠다고 일억 오천만 원 날릴 사람 있음?

박격포는 유개호 하나 뚫으려고 쏘기에는 탄약 낭비가 심함. 곡사화기라서 유개호 뚜껑을 때려야 하는데, 기억에 60mm는 2명 단위 유개호 하나 무력화하려면 100발 가까이 쏴야 함

81mm는 그나마 형편이 낫지만 3-40발은 쏴야 함. 게다가 81는 직접조준해서 쏠 것도 아니니 초탄 쏘고 수정하고 효력사 하고... 그동안 우리 보병들은 꼼짝 없이 고착되어 있어야 함.


결국 의미 있는 화력은 PZF-3 하나뿐임. PZF-3는 철판도 80cm 이상 뚫는 탄약이니 콘크리트 떡칠한 유개호도 무리 없이 파괴할 수 있음. 여기까지만 보면 무슨 문제인가 하겠지만 따져보면 얘도 문제가 하나둘 보임


첫째로 얘도 무게가 만만찮음. 발사기 2.3kg에 탄약 10kg 초반대임. 대충 소대에 발사기 하나 탄약 두 발만이라도 준다고 치면 이거 누가 들고 다닐거임? 소대본부가 들고다니지는 않을테고 분대 중에 한 곳에서 들고 다녀야 하는데 분대 개편되면서 분대 8명이잖아. 분대에 소총수 딱 두 명 있음. 

얘네 둘이서 한 명은 발사기+탄약, 한 명은 탄약 들고 다녀야 하는데 그러면 벌써 공격하는데 기동성이 가장 좋아야 할 소총수 전투하중이 30kg 넘어감...  현실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함.


둘째로 PZF-3 숙련도가 매우 낮음. 얘는 공용화기도 아니고 탄약으로 취급하다 보니 교육훈련에서 가장 후순위에 위치함. 아마 야전에서 반기 장비 집체 때에나 한 번 만져보고 실사격은 잘 하지도 않아서 제대로 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의심스러움. 


셋째로 PZF-3 도입 이후로 벌써 30년이 지났음. 93년 즈음에 도입했으니까 올해에 30년차에 접어들었네. 30년 간 아무리 고이 모셔두었어도 실사용할 때가 된다면 발사기며 탄약에 발생하는 문제가 적지 않을 것임.


결국 보병중대급에서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화력은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음. 물론 몇몇 부분은 과장하거나 일반화한 점이 없지 않지만 실제로 한국군이 당면한 문제는 맞다고 봄.


반면 북한군은 12명 분대에 발사관 1정, 저격보총 1정이 포함되어 있으며 발사관 탄약 휴대 수량도 12발 이상임. 

물론 이는 한국군에 비해 상급부대의 화력지원을 받기 힘든 북한군의 근본 구조 문제에서 기인하였지만, 결과만 놓고 보았을 때는 북한군 소부대가 한국군에 비해 화력 우위를 점할 수 있어 다소 우려스러움.

* 북한군 편제가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얘네는 지속지원 능력도 별로면서 연대급에 공병, 화학, 방공(고사포) 온갖 포병들을 다 집어넣어서 과도하게 비대한 상태임. 또 한국군 중대랑 가장 큰 차이점이 중대급에 박격포가 없음.


생각보다 한국군이 상급부대의 화력지원을 받기 쉽지 않고, 북한군 화기 숙련도나 명중률을 배제하더라도 분대가 자유롭게 운용 가능한 화력이 강하니 소부대 간의 교전에서 열세가 될 가능성이 보임.


실제로 한국군이 운용하는 전투21 워게임 체계에서는 한국군 과거(10명) 편제 기준 분대 전투력을 1, 북한군 분대 전투력을 1.1로 설정하였음. 분대가 8명으로 줄어든 현재는 더욱 차이가 심화되었으리라 예상함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한국군이 기존에 의도한 대로 공격작전 이전에 효과적인 정보 및 화력자산 운용을 통해 적 전투력을 약화시키는 한편 작전 실시 간에도 즉각적인 화력운용을 위한 개별 전투원의 화력요청 능력 보강과 화력 분권화(가능하다면?)임.


만약 이것이 제대로 수행되기 어렵다면 한국군 보병 소부대에도 지휘자가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화력 보강이 적절히 이루어져야 하리라 생각함. 제대로 된 경대전차화기를 보급하거나, 아니면 하다 못해 낡아빠진 M72나 KM202라도 있어야 한다고 봄.

M72는 관통력은 낮지만 200m까지 사격 가능하고 KM202도 100m 거리 창문은 맞출 수 있다고 함. KM202는 소이탄, 최루탄을 사용 가능하니 4발 대충 쏘면 한 발은 맞아서 특화점 조질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차기 경대전차화기 도입은 영 지지부진한 상황이라 기대할 만한 게 이 정도임.


만약 한국군 보병 중대가 충분한 화력을 보유하지 못한다면, 실전 상황에서는 6.25 전쟁 시기처럼 수류탄이나 TNT 들고 다니면서 중공군 진지 까부수고 다닌 상황을 재현하게 될 것임. 

6.25 때 북한군이나 중공군 진지 뚫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상급부대의 미친 화력지원(포병과 전술항공, 네이팜)을 퍼부어서 다 박살내놓고 공격하거나, 아니면 연대 수색대 같은 부대를 충격보병처럼 운용해서 전선 돌파하고 확장하는 식이었음.(조금 일반화함) 흔히 말하는 육탄 돌격 느낌으로 수류탄 20발씩 들고 다니거나 TNT 등을 활용한 급조 폭발물로 진지를 박살내고 다녔음.

이러한 전술은 상당한 숙련도를 요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아군 피해도 감수해야 함. 6.25 전쟁 때에도 수많은 희생을 감수하면서 공격한 거였지 쉽게 싸운 건 절대 아님.

최근에 대두되는 도시지역작전에서도 대전차화기 활용이 필요한 상황이 많을텐데, 길어진다 싶어서 여기까지만 쓰고 2편에서 기관총 이야기와 함께 마저 써봄

참고자료

오로라의 공상 블로그(6.25 전쟁과 우크라이나 관련 자료)

https://m.blog.naver.com/kkumi17cs1013/222928419898

https://blog.naver.com/kkumi17cs1013/222568185460

https://blog.naver.com/kkumi17cs1013/223011510180

https://m.blog.naver.com/kkumi17cs1013/222049080624


편제, 화기 제원은 공개된 자료 활용을 위해 의도적으로 나무위키, 위키백과 등 인터넷 공개 자료만 활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