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따스하게 방안을 비추는 낮. 그런 날씨에 어울리게 얇은 이불을 덮고 보는 바보같은 채널은 정말로 재밌었지만....


휙.


"아!"


그런 천국같은 시간을, 누군가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언니, 또 이상한 채널보고 있었지?"


나와 닮은 목소리.


얼굴을 보지 않아도, 누가봐도 내 하나뿐인 쌍둥이 동생의 짓이 분명했다.


"바보 채널은 딱히 이상한 채널이 아닌데...."


"어디보자...'렌선 섹스하면 강경 대응', '좆목'...."


"그러니까! 왜 항상 그런 단어만 읽는건데! 그런 채널이 아니라 바보같은 짓하면 올리고 히히덕대는 채널이라고 전에 분명히 설명했잖아?"


"...하아. 분명 바보같은 언니에게는 잘 어울리는 채널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방안에만 있으면서 계속 바보같은 게시물만 보다보면 더 바보가 될 걸?"


"우으...."


나를 깔보는 그 말에, 적당히 반격할 말을 찾지 못하고 우물거리게 된다.


방안에만 있다는 말이 아팠던 탓이다. 


학교에 가지 않게 된지 벌써 1년째인 나와 다르게, 동생은 벌써 고등학교 3학년.


심지어 성적이 바닥인 나와 다르게 주변에서는 이미 서울대는 물론이고 의대도 가볍게 합격할 수 있을거라 여겨지는 천재였다.


그렇기에, 우리는 일란성 쌍둥이지만 주변의 취급은 너무나도 달랐다.


바보인 나에게는 걱정과 무시가.


천재인 동생에게는 기대와 존중이.


그렇기에, 검은 안경 안에서 나를 바라보는 저 시선을 마주하기 힘들었다.     


나는...바보니까....


"우웃!?"


"언니, 또 이상한 생각하고 있었지?"


갑작스럽게 이마를 찌르는 동생의 손가락에 놀라고 있으니, 머리를 쓰다듬어졌다.


"...오늘은, 오랜만에 일찍 온 김에 같이 초밥이라도 먹지 않을래?"


"...응! 조아!"


초밥이라는 말에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여동생이 3학년이 되고 나서는 같이 저녁을 먹은 적이 없었으니까.


"근데, 그러고 보니까 오늘은 왠일로 일찍 온 거야?" 


"...아."


내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눈동자를 돌려버리는 표정. 동생에게서는 정말로 보기 드문 표정이었다.


보통, 저런 경우는 정말로 큰 일을 저질렀다는 뜻인데....


"언니, 나도 자퇴했어."


"...뭐?"


"학교."


"뭐어!?"


"이제부터 하루종일 같이 집에 있겠네?"


그렇게 말하는 동생의 표정은, 어딘가 막혀있던 것을 뚫은 듯 정말로 시원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