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컥ㅡ



"안녕하세요!"



"아이고! 우리 지성이 왔구나! 요 이쁜 강아지~ 어서 들와서 앉거라!"



"안녕하세요..."



"음... 우리 지애도 앉으렴"



"...네"



"그래! 우리 지성이 대학생활은 잘 하고 있고?"



"넹"



"대학 생활하느라 힘들지는 않아? 원래 대학 새네기가 가장 어려운거야~ 힘들면 이 할애비가 언제든 지원 해줄게!"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시고는, 가슴팍에서 지갑을 꺼내 지성이의 손 위에 5만원짜리 지폐 4장을 올려두었다



"아, 저 장학금받아서 이정도로 급하지는 않아요...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쓰읍! 어른이 돈 주면 곱게 받는거야~ 사양말고 받아"



"...헤헤 감사합니다!"



"그럼 우리 지애는 잠깐 방에 들어가있으렴"



"네"



쿵- 딸깍



"음... 그리고 천지애, 넌 이리와서 좀 앉아보거라."



제발, 난 할 수 있어 난 할 수 있어...



"네"



"그... 요즘 공부는 잘 되고 있니?"



"매일 하고있긴 하지만... 별 진전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지성이가 도와줘서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어요"



"원래 그런건 혼자 푸는거야~ 넌 혼자 할 줄 아는게 뭐가있니?"



움찔



"..죄송합니다"



"죄송할게 뭐가있어~ 우린 가족인데"



"...그, 혹시 이번만 제가 공부하는걸 지원해주실 수 있나요...?"



제발...



"으음... 미안 안될 것 같다..."





"읏... 그치만.. 그동안 생활고에 너무 파묻혀서 제대로 공부할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저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네가 열심히 살았든 안 살았든, 지성이는 너와 같이 공부했잖니. 그런데도 지성이 혼자 명문대에 간게 말이 되니? 너가 공부를 똑바로 안했다는 소리밖에로 안들리는데..."



"저 진짜 이번에 잘할 수 있어요... 3수만 보고 안되면 자격증 따러 갈게요... 그때까지 조금만 지원해주세요..."



"그, 이런 말 하긴 미안하지만 넌 대학에 갈 수는 있는거니? 지방대도 못 받아주는 처지에 무슨 명문대를 간다고... 제발 현실성좀 있는 이야기를 해"





"그.. 그치만..."



"너 그리고, 이번에 자격증 시험도 떨어졌다더라. 너희 아버지가 말해줬다. 이번이 벌써 5번째라잖아. 그쯤되면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거 아니니?"



아, 아으



"....."



"대학도 못 가고, 고등학교 내신은 엉망친창에, 가지고 있는 자격증도 실용성이 거의 없고, 담임선생님도 포기한 이유가 있지않겠니?"



"그리고 아무리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해도, 우리가 고등학교 3학년까지는 대신 너희를 맡아주며 지원을 해주었잖니"



"윽"



"애 둘에 너희까지 같이 달고 사는것만 해도 우린 버거웠어... 지금 상황도 별반 다를게 없잖니"



"....."



"하... 미안하다... 지애야, 어쨌든 이제 우린 더 이상 지원을 못해줄 것 같다. 우리도 먹고 살기 바빠."



"...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가는 길 조심히 가고"



"...네"



톡- 찰깍



.



사실 문 틈새로 친척들과 언니가 나눈 이야기를 전부 들어버렸다



하. 이 씨발년들이



친척들의 말은 주관적으로 객관적으로 봐도 언니를 깎아내리는 이야기밖에 더 없었다



언니에게 막말을 내뱉는 친척들의 태도에 화가나서 즉시 따지려고 했지만, 뛰쳐나가려고 하는걸 언니가 친척들과 나의 마찰을 원하지 않는 듯 붙잡아서 하지 못했다



나에겐 언제나 최고의 언니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항상 자기 소신을 내비칠줄 모르는 참 답답한 언니다



언니도 내가 문틈으로 모든 이야기를 들은걸 알았는지 사이가 지나치게 어색해져서, 우린 아무말도 나누지 못하고 기숙사로 돌아갔다



친척들은 가는길 끝까지 언니를 무시하며 나만을 배웅했다



참자, 참아



그런 친척들의 태도에 난 정말로 역겨워서 토가 나오려는걸 참느라 죽는줄 알았다



 그렇게 기숙사에 도착하고 한숨을 돌린 뒤, 나는 울적해보이는 언니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톡, 톡,



"언니... 괜찮아...?"



순수한 걱정과 위로가 뒤섞인 말



사실 이 말을 꺼낼 때만 해도 난 그저 언니를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었다



"응 당연히 괜찮지. 우리 동생은 어땠어?"



거짓말.



어느정도 평온해보였던 언니의 얼굴에 처음으로 균열이 생겼다



사실대로 말해.



"거짓말하지마. 그 말, 정말 진심이야?"



쏘아붙이듯 강하게 되물었다



그러자 언니가 불현듯 몸을 떨며 말했다



"아니야, 나는, 나는... 난... 어...?"



주르륵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도,



언니의 눈에서 눈물이 터져나왔다



"아니, 아니야, 아, 아아... 흐윽..."



"....."



아, 이상하다



슬픈데, 지금의 나는 분명히 슬픈데



이건, 이 감정은, 뭔가 이상해



"히끅... 흐윽.. 아니야... 흑, 나는... 안 운다고.... 히윽..! 흐아아앙...!"



무언가가 내 등을 타고 기어오르는 듯한 소름끼치는 느낌이 났다



"....."



언니가 내 눈앞에서 울고있어



남에게 절대 눈물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강인한 모습을 보였던 언니가,



내 눈앞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어



처음으로 나에게만 약해진 모습을 보였어



나에게만 눈물을 보였어



양 손을 펼쳐 언니에게 내게 안기라며 손짓했다



"...이리와"



그러자 고개를 푹 숙인 채 숨죽여 울던 언니가 나에게 안겨왔다



쓰담쓰담



귀여워. 작은 소동물같아.



언니의 이런 면도, 좋을지도.



"흐으으으... 으으..."



꼬옥



따뜻해. 언니 몸, 엄청 포근해



"이제 괜찮아 언니... 내가 지켜줄게"



좋아해



"흐윽... 넌 나를 포기하지 않을거지...?"



당연하지. 



언니를 난 포기하지 않아



"응. 가족이니까"



난 가족애를 강조하며 언니에게 말했다



"넌 날, 멍청하다고 싫어하지 않을거지...?"



언니의 귀여운점 중 하나인데 무슨소리를.



소극적으로 변한건 좀 고쳐야겠네



"언니를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데"



순수 애정을 담아서 언니에게 말했다



"넌, 나를, 미워하지 않을거지, 응...? 제발... 그렇다고 말해줘..."



...아 사랑스러워



"사랑해 언니"



나는 사랑과 애정이 가득한 말로 언니의 귀에 속삭였다



숨결에 움찔거리는게 참으로 볼만하다



쪽.



"흐익..."



바들바들 떨며 나에게 안겨있는 언니의 이마에 키스를 새긴다



귀여워 정말 이렇게 귀여우면 안되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귀여워



이건 정말이지, 이상한 감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