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지하 깊숙이 펼쳐진 어둠의 도시 요미하라.


이곳에는 마계와 인간계를 잇는 게이트, '마계의 문'이 존재하는, 이른바 가장 마계에 가까운 도시다.


그런 지하도시에서 여러 개의 동굴이 뻗어나가, 또 깊은 곳으로 향하고 있다.


그 중 하나인 최심부로 향하는 큰 동굴에 대마인들의 모습이 있었다.


우에하라 시카노스케 "하아하아......어, 언제든지 와라 괴물들."

아이슈 헤비코 "정말. 시카노스케짱 너무 긴장했잖아."

시카노스케 "그치만 이 앞에는 마계의 문이 있다구!? 방심은 금물이야!? 오니가 나올지 뱀이 나올지......"

헤비코 "뱀은 상관없잖아 뱀은."


긴장한 나머지 파직파직 전기를 뿜는 전둔사 시카노스케, 웃는 얼굴로 달래는 짐승화 상태의 헤비코.


그리고 나──독립유격대 세 명은, 프로 대마인·코우사카 시즈루 선생님의 안내로, 요미하라의 큰 동굴 안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코우사카 시즈루 "자아자아, 안심해. 여기서 그런 위험한 일은 일어나지 않아."

헤비코 "확실히 마계의 문으로 가는 동굴치고는 분위기가 좋네요. 넓고 밝고."


동굴의 벽은 어떤 광석의 영향인지, 불가사의한 빛을 발하며 넓은 갱도 내를 밝게 비추고 있다.


그 안을 인간과 마족은 물론, 마계의 가축 같은 동물을 거느린 상인까지도 조용히 스쳐간다.


나 "확실히, 뭔가 좀 더 살벌한 줄 알았는데."

시즈루 "여기는 마계와의 주요 교역로니까."

시즈루 "노마드도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

나 "통행료는 받지 않는 대신, 강력한 간부를 배치해서 엄격하게 감시하고 있는 거죠."

시즈루 "맞아, 요미하라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 해도 좋을 정도야."

시카노스케 "그, 그렇게까지 말한다면──힛!?"


상인이 끌고 가는 낙타 같은 동물이 스쳐 지나가면서 시카노스케의 허리춤의 짐을 할짝 핥고 갔다.


나 "하하하. 동료라고 생각되었나 봐, 시카노스케."

시카노스케 "여, 역시 방심금물이잖아?!"


시카노스케의 비명과 우리들의 웃음소리가 넓은 동굴 내에 울려퍼졌다.


나 "오, 여긴 뭐지? 갑자기 분위기가 변했네."


구불구불한 동굴을 한참 지나자 갑자기 정비된 공간으로 나왔다.


시카노스케 "굉장하다, 미래기지라는 느낌이야!"

헤비코 "헤비코에게는 고대의 신전처럼 보여."

시즈루 "마족과 인간이, 여러가지 기술을 가지고 모여 만들어낸 결과야."


직선적인 기둥이 늘어선 공간 끝에서는 눈부신 빛이 흘러넘치고 있다.


시카노스케 "저것이 마계로 들어가는 입구인가......우오오 드디어구나!!!"

시카노스케 "문을 빠져나가면, 굉장한 힘에 각성한다든가!"


조금 전까지 쫄아 있던 시카노스케가 마계의 문 앞에서 눈을 빛낸다.


헤비코 "우후후. 그럴까나. 그럼 헤비코는 뭐가 되려나♪"


시카노스케 뿐만 아니라 헤비코까지 중2병을 가볍게 자극받은 것 같다.


나 "어이어이, 마계에 놀러가는 게 아니거든. 임무를 잊지마."

시카노스케 "아, 알아! 하지만 간단한 연락 임무잖아?"

나 "뭐 그렇긴 하지만......"


그렇다, 우리가 마계에 가는 것은, 어떤 연락 임무를 위해서다──.




요미하라로 향하기 3일 정도 전.


나 "마계......요?"

이가와 아사기 "그래, 갔다와 줄래?"


나는 교장실로 불려가, 아사기 선생님으로부터 임무를 설명 받고 있었다.


아사기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것은 잠입 중인 대마인 야나기 무츠호 선배와의 연락 임무.


간단한 심부름이지만, 그 행선지가, 무려 마계라고 한다.


아사기 "무츠호가 정보 수집을 위해 잠복해 있는 곳은 마계의 '게이트 시티'라고 불리는 거리."

아사기 "이름 그대로 요미하라의 문을 빠져 나오자마자 있는 경계의 거리야."

아사기 "말하자면 가장 인간계에 가까운 거리. 그렇다고 해도 마계는 마계, 전화나 문자 등은 통하지 않아."

아사기 "따라서 당신들이 직접 가, 무츠호로부터 보고서를 받아오는 거야."

나 "마계......"


리림이나 미나사키를 비롯한 마족들은 가까이 있지만, 마계로 가면 이쪽이 이방인이다.


인간계의 상식은 전혀 통하지 않는, 이매망량이 발호하는 이세계......흥미롭기는 하지만.


내가 망설이고 있으면, 아사기 선생님이 훗 하고 웃었다.


아사기 "......솔직히 관심 있지? 마계. 잠깐 마계를 들여다 보기에 딱 좋은 임무라고 생각하는데."

나 "그거야 뭐......"


마음 속을 꿰뚫어 보여,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 "그런데 그렇게 간단히 갈 수 있나요?"

나 "요미하라의 마계의 문은 노마드가 관리하는 있잖아요."

나 "전 노마드에도 얼굴이 알려져 있고, 만약 소동이 일어나면......"

아사기 "그건 걱정 안해도 돼. 믿음직한 반상회장이 있으니까."




시즈루 "자, 그럼 난 여기까지. 일 잘 하고 와☆"


'믿음직한 반상회장' 시즈루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발길을 돌렸다.


나 "시즈루 선생님, 잠시만요."

시즈루 "왜? 무서워졌어? 그래도 마계에는 같이 가줄 수 없어. 난 이제부터 볼일이 있으니까."

나 "그거 말인데요. 시즈루 선생은 마계의 문의 파수꾼을 보러 가시는 거죠."

시즈루 "맞아."


시즈루 선생은 원래, 마계의 문을 관리하는 노마드의 대간부에게 볼일이 있어, 우리를 안내해 준 것은, 겸사겸사다.


시즈루 "만난러 간다고 할까, 단순히 배달을 하는 것 뿐이지만."

나 "그거, 저희도 동행할 수 없을까요?"

시즈루 "어머, 왜?"

나 "『파수꾼』은 고고한 존재로, 노마드 내에서도 수수께끼가 많은 인물이라고 들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요."

나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고, 괜찮다면 선생님의 부하직원이나 뭐 그런 걸로 동행했으면 좋겠는데요."


나는 시즈루 선생의 가게의 아르바이트 점원이기도 하니까, 일단 거짓말은 아니다.


시카노스케 "야! 노마드의 대간부를 만날 생각이야!? 안 되겠죠, 시즈루 선생님!?"

시즈루 "뭐 좋아. 가만히 있으면 해롭지 않은 사람이니까."

시카노스케 "에에에에에!?"

나 "감사합니다 시즈루 선생님"

헤비코 "헤비코도 조금 흥미가 가네, 마계의 문의 파수꾼이라니."

시카노스케 "헤비코까지!"

헤비코 "그럼 시카노스케짱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래?"

시카노스케 "에에!? 가, 갈게! 어쩔 수 없구만!!!"


시즈루 선생님도 계시고, 어지간해서 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다.


우리들은 마계의 문으로부터 떨어져 파수꾼에게 향했다.


시즈루 "루리, 실례할게."


파수꾼의 방은 마계의 문 조금 앞, 이상한 건물 안에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그저 벽으로 보이는 곳에 문이 설치되어 있고 작은 숨겨진 계단으로 이어져 있다.


벽 옆에 선 위병衛兵에게 시즈루 선생님이 다가가자 위병은 용변을 물을 것도 없이 가볍게 목례하고 문을 열어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계단을 내려가면──.


나 (아무도 없어......? 그렇다 치더라도 책이 엄청 많은데.)


거기에 펼쳐진 공간에 나는 매료되었다.

벽에는 온통 책, 책, 책들 뿐.


게다가 전설적인 마술서, 마계의 금서 등 그야말로 손 대기도 어려울 만큼 귀중한 책들이 즐비하다.


개중에는 인간계의 소설도 섞여 있지만 어쨌든 방의 주인은 상당한 수집가인 것 같다.


헤비코 (저 벽 안에 이런 방이 있었다니!)

시카노스케 「(책 뿐이야. 대간부라더니 의외로 후우마 같은 녀석 아닐까?)


내 뒤에서 두 사람이 수군수군 거린다.

다 들리거든.


그러나 방 안에 인기척은 없다.

부재 중인가──라고 생각했을 때.



??? "여어 시즈루, 기다리고 있었어."


갑자기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시카노스케 "히잇!?"


뒤돌아보니 안경 청년이 책을 한 손에 들고 서 있었다.


나 (!? 발소리는 커녕,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어.)


시즈루 "루리, 오랜만이네."


굳어있는 우리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시즈루 선생님은 놀란 기색 없이 그에게 인사했다.


이 『루리瑠璃』라는 남자가 마계의 문을 관리하는 노마드의 대간부인 것 같다.


루리는 천천히 우리 옆을 지나쳐 계단을 내려와 방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다.


나는 그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면서, 몸 안에서 무엇인가가 꿈틀거리는 듯한, 초조함을 느꼈다.


나 (이 사람은 대체......)


내가 눈을 떼지 못하자 루리는 천천히 멈춰서더니 나를 돌아보았다.


루리 "시즈루. 오늘은 재밌는 인물을 데리고 왔군."

시즈루 "그 애? 걔는 후우마 코타로야. 당신과 같은 책벌레."

루리 "흐응."

나 "!?"


갑자기 루리의 모습이 눈 앞에서 사라졌다.


루리 "──아아, 그런가. 과연이로군."


다음 순간, 나의 등 뒤에 나타난 루리는 부딪칠 것 같은 거리에서 나의 냄새를 맡고, 작게 중얼거렸다.


나 "────!?"


귓가에서 속삭인 것인데, 마치 지옥의 밑바닥으로부터 불려진 것 같아, 나는 등이 시릴 정도의 한기를 느끼고 되돌아 보았지만, 이미 거기에 루리의 모습은 없고, 이번에는 계단 위의 의자에 앉아 한가롭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 (뭐, 뭐야, 이 사람......)


시즈루 선생님은 그런 루리에게 동요하지 않고 익숙한 모습으로 방에 서슴없이 들어가, 책 몇 권이 든 봉투를 탁자 위에 털썩 내려놓았다.


시즈루 "루리. 부탁받은 책은 여기 놔둘게."

나 "책?"

시즈루 "인간계의 책의 조달을 부탁받았어. 루리는 사람을 다루는 게 거칠다니까."

루리 "난 여기서 못 움직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

루리 "게다가, 책의 운반책이라면 어느 정도 지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싫으니까."

시즈루 "네네, 감사합니다. (저게 그의 칭찬 방식이야, 빙빙 돌아서 온다니까?)"


시즈루 선생님은 소곤소곤, 그러나 일부러 루리에게 들리게 말한다.


시즈루 "(허드렛일을 시키는 대신 여러모로 융통성을 발휘하니 피차일반인 셈이지만.)"

나 "그런가요......?"


아무래도 시즈루 선생님은 여기서 움직일 수 없는 루리의 허드렛일을 돕는 대신, 마계의 문에 관한 부탁을 들어준다고 하는, WIN-WIN의 관계를 쌓아 올리고 있는 것 같다.


과연 '믿음직한 반상회장'이다.


시즈루 "자, 볼일은 끝났고 돌아갈게."

시카노스케 "어, 저희 자기소개는 안 해도 되는 건가요?"

나 "괜찮겠지. 독서를 방해하는 것도 실례니까."

헤비코 "후우마짱이 말하면 설득력 있네."


들어보고 싶은 건 많지만 깊이 파고들지 않는 게 좋을것 같으니까.


책을 탐독하는 루리를 올려다보며, 나는 조용히 방에서 나오려 했다──그때.


루리 "응? 있었나."


하고 루리가 작게 중얼거렸다.


다음 순간 서재가 희미한 빛에 휩쌓인다.


시즈루 "전송마법이야. 누군가가 여기로 전송되어 올 거야, 조심해!"

시카노스케 "에에!?"


이윽고 빛이 사라지자, 서재 한가운데에는 두 명의 마족이 서 있었다


마족1 "뭐, 뭐야 마계의 문을 통과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디지 여기는!?"

마족2 "마계가 아니네......우린 전송된 건가?!"


마족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는 듯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루리가 책에 눈을 떨어뜨린 채 말을 걸었다.


루리 "너희들은 홍의단紅衣団 소속이군."

마족1 "아아!? 뭐냐 네놈은?!"

루리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강제전송했다. 잠깐 거기서 기다려라."


아직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는 루리에게 오크는 이를 드러내며 화를 냈다.


마족1 "뭐어~~~? 우린 급하다고."

마족2 "야, 야 기다려, 저거 루리 아니냐?!"

마족1 "루리?"

마족2 "마계의 문의 파수꾼이자 노마드의 대간부다. 너무 소란을 피우는 건......"

마족1 "핫! 그런 거 알까보냐!"


오크는 계단을 올라가 루리 앞의 책상을 부술 듯이 두드린다.


마족1 "야 안경, 노마드의 대간부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빨리 돌려놔!"


책상이 부서질 듯 흔들리며 놓여있던 펜과 서류가 튀어 올랐지만 루리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책을 계속 읽는다.


루리 "뭐 기다려. 볼일이 끝나면 돌려보내주지."

마족1 "볼일!? 그럼 빨리 끝내라구!!"

루리 "물론 그럴 생각이지만 지금 이 책이 재밌어지는 중이야. 다 읽을 때까지 기다려 줘."

마족1 "뭐어~~? 기다리라고!? 우리는 개가 아니야!"

마족1 "우는 아이도 입을 다물게 하는 홍의단 간부 셰이퍼 님의 부하라고!?"

마족1 "기다리라고 한들 기다릴리가 없잖아!? 볼일이 있으면 당장 말해라, 이 썩을 안경 새끼야!"


격분한 남자는 루리의 손에서 억지로 책을 빼앗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루리 "......"

루리 "하아......"


루리는 크게 한숨을 쉬더니 천천히 일어나 책을 집어들었다.


그것을 보고, 나는 오싹 몸을 움츠려,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드었다.


이 생물은 위험──그렇게 본능이 고하고 있는 것 같았다.


루리 "이런이런, 방금 전 읽던 곳을 모르겠군."

루리 "또 처음부터 읽어야만......"


루리가 책에 묻은 먼지를 턴다.

그와 동시에 벽의 책들이 덜컹거리기 시작했고, 그 중 몇 권이 책장을 빠져 나왔다.


빠져나온 책들은 허공에 뜬 채 저절로 펼쳐진다.


마족1 "뭐, 뭐야?! 어이?!"


그러자, 책에서 한 페이지가 떨어져 나오더니, 불길로 변해 책을 던져버린 사내를 덮쳤다.


마족1 "아가악?!?! 아그그그──."


남자는 불 속에서 잠시 허우적거렸지만, 순식간에 다 타버리더니, 숯이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마족2 "으, 우와아아악?"

마족2 "도망쳐야 해!! 비켜라 꼬마!!"


그 모습을 본 또 다른 남자는, 안색을 바꾸어 계단에서 달려나오는데──.


마족2 "아구우욱!"


다른 책에서 십여 자루의 검이 튀어나와, 또 다른 책에서는 뱀떼가 쏟아져 나와 남자에게 차례차례 덤벼들었다.


마족2 "히이!? 아파악!? 갸아아아아악!!!"

마족들 "......"


시카노스케 "히, 히에......"


20초 정도의 짧은 시간에 벌어진 참극에 시카노스케는 말을 잃고 있다.


헤비코 "뭐, 뭐였지......책에서 별의별 것들이......"


그 책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책장에 들어갔다.


루리 "정말이지 천박한 놈들이로군."

시즈루 "물어볼 게 있다더니, 죽여버렸는데 괜찮은 거야?"

루리 "아아. 지금부터 들을 거야. 독서도 중단됐고."


루리가 눈 앞의 시체를 가리키면, 책 한 권이 다시 선반에서 튀어나오고, 책에서 뻗어나온 촉수가 남자의 머리에 꽂힌다.


촉수가 두개골을 꿰뚫자 사내의 몸이 흠칫 떨렸다.


루리 "과연, 알겠다."


루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번에는 내 눈앞에 나타났다.


루리 "너, 후우마 코타로라고 했던가. 잠깐 부탁할 게 있는데?"

나 "뭐, 뭔가요?"

루리 "여기에 왔다는 건 지금부터 마계로 간다는 거지."

루리 "겸사겸사 이 녀석들의 리더 셰이퍼라는 놈을 잡아와 줘."

나 "셰이퍼......녀석들 아까 홍의단이라고 말했었죠."


홍의단이라면 악명 높은 마족 용병단이다.


마계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너무나도 잔학한 행위만 일삼아 경원시되어 현재는 요미하라를 거점으로 하고 있다던가.


두령인 아이언사이드는, 이전에, 요미하라에서 아키 누나와 대결, 쓰러졌다고 들었는데──.


루리 "아아, 셰이퍼는 홍의단의 간부야."

루리 "조금 전, 내 의뢰로 마계의 책을 모으고 있던 캐러밴이 홍의단에게 습격당해서 말이지."

루리 "그 중에는 귀중한 책도 있었는데, 놈들은 돈만 빼앗고 짐을 태워버렸다. 용서할 수 없어."

나 "확실히 그건 용서할 수 없네요."

루리 "그렇지? 너는 말이 잘 통하는군."

루리 "그래서 마계의 문을 지나가는 홍의단 놈들을 붙잡고 이야기를 들으려 했는데."

루리 "범인은 셰이퍼 일파라고, 녀석의 말로 확정했다."


루리는 머리에 구멍이 난 남자를 가리킨다.


루리 "솔직히, 표적이 될 건 알고 있었다. 셰이퍼는 최근 돈을 긁어모으는 것 같았으니."

루리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책을 불태운 원한은 깊다."

루리 "하지만 난 여기서 움직일 수 없으니, 대신 붙잡아 줬으면 하는 거다. 책의 가치를 아는 너라면 안심하고 맡길 수 있어."

나 "엣......"

루리 "이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너의 시선은 책장에 향해 있었고, 귀한 책에서는 반드시 눈을 멈추고 있었다."

루리 "안목이 좋이. 다음부터는 시즈루 대신 네게 심부름을 부탁해도 되겠어."

나 "그, 그거 참 감사......"


아무래도 칭찬하는 것 같다.

그러나 임무 도중에 멋대로 부탁을 받아도 되는 걸가.


그런 나의 머뭇거림을 간파했는지, 시즈루 선생님이 「괜찮아」라는 듯 윙크를 해 보였다.


나 (여기선 부탁을 받는 게 앞으로 마계와의 왕래도 원활해질 것 같군......)


나 "알겠습니다."

루리 "고맙군. 예를 표하지."

시카노스케 "어, 어이 후우마! 뭘 멋대로 수락하는 거야!?"

시카노스케 "우리 마계는 처음이라고?! 셰이퍼란 놈도 아무것돈 모른 채 어떻게 찾을 생각이야!?"

헤비코 "그건 그렇네. 루리 씨, 무슨 단서는 없나요?"

루리 "아아, 그거라면 걱정마라. 안내원이 짚이는 데가 있으니 소개하지."

루리 "불러낼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라. 관심 있는 책은 읽어도 괜찮아."


그렇게 말하며 루리는 책상 위에 손을 뻗고 클래식한 전화기의 수화기를 들었다


정적이 돌아온 서재에 다이얼을 돌리는 기분 좋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기다리기를 한 시간 정도.


안내인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는 마계의 문 앞으로 돌아왔다.


밖으로 나오자 마계의 문의 빛이 눈부셨다.


시카노스케 "하───, 마계에 들어가기 전부터 갑자기 피곤해졌네."

헤비코 "엄청 긴장했어! 후우마짱은 어쩐지 즐거울 것 같았는데."

나는 "상당히 귀중한 책이 많았거든. 저 책장을 앞에 두면 누구라도 흥분할 거야."

시카노스케 "그런 변태는 후우마 뿐이야......"

시즈루 "후우마 군은 루리의 마음에 들었나 봐. 루리가 사람한테 관심을 가진 건 드문 일인데."

나 "저 사람은 도대체 누구에요? 노마드의 대간부라고 하지만, 남들과는 좀 다르다고나 할까......"


우리가 경직된 몸을 쭉 펴면서 그런 얘기를 하고 있으면,



??? "처음 뵙겠습니다! 당신이 후우마 씨? 맞나요?"


둥근 귀가 난 수인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나 "그래. 넌?"

??? "저는, 카리나! 루리 씨에게 연락을 받고, 후우마 씨 일행을 안내하러 왔어요."

시즈루 "어머, 카리나. 안내인은 너였구나."

나 "시즈루 선생님, 아세요?"

시즈루 "응, 그녀는 카리나. 카마이타치족의 생존자야."

나는 "카마이타치족!? 설마 그 『카마이타치족의 상처약』?"

카리나 "아, 네! 일단 저도 약사 노릇을 하고 있어요!"


『카마이타치족의 상처약』은, 마계의 약사 카마이타치족 비전의 약으로, 어떤 상처도 즉시 낫게 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 카마이타치족은 거의 다 죽어, 얼마 안 되는 생존자만이 남았을 뿐이라고 한다.


나 "아, 혹시 의무실에 상비되어 있는 카마이타치족의 상처약은."

시즈루 "내가 그녀에게서 구입하고 있는 거야."

카리나 "시즈루 씨한테는 항상 신세지고 있어요."


카리나는 그렇게 말하며 싱글벙글 웃는다.


마계의 안내인이라고 해서, 어떤 녀석인가 했는데, 이렇게 귀여운 여자애였다니.


시즈루 "하지만 카리나, 너 셰이퍼라는 녀석과 아는 사이였어? 홍의단 간부라던데."

카리나 "아는 사람이라고 할까......"


카리나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카리나 "조금 전, 셰이퍼 씨가 약을 엄청나게 주문했는데."

카리나 "무리라고 거절하니 만들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협박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약을 만들고 있었어요."

카리나 "그런데 루리 씨로부터 연락이 와서......"


루리 『여보세요, 카리나인가.』

카리나 『앗 루리 씨!? 죄송해요~. 지금 약 주문은 받을 수 없어요.』

루리 『그게 아니야. 너 홍의단의 셰이퍼한테서 약의 수주를 받았겠지.』

카리나 『어, 어떻게 그걸?』

루리 『부하의 뇌에 쓰여있었어. 녀석들, 약을 얻는 즉시 널 죽일 거야.』

카리나 『에엣!?』

카리나 『그, 그렇지만 만들지 않으면 죽인다고......어떻게 해도 살해당한다!? 어떻게 하지!?』

루리 『진정해. 나도 그 셰이퍼에겐 잠깐 볼일이 생겼지.』

루리 『그래서, 셰이퍼를 붙잡을 사람들을 지금부터 마계에 보내기로 했다. 카리나, 안내인으로 동행해라.』

루리 『그들이 셰이퍼를 붙잡으면 너도 죽지 않고 끝날 거야.』


카리나 "돈도 약도 대량이라, 셰이퍼 씨와 직접 만나 주고 받기로 했거든요."

나 "그 전달장소에 가면 셰이퍼를 만날 수 있다는 거로군."


나 (홍의단이 대량으로 약을......아마, 아키 누나에게 당한 아이언사이드의 치료 때문이겠지.)


아이언사이드는 적이 많다.

거처는 물론, 치료 중이라는 것도 알려지고 싶지 않겠지.


그래서 카리나도 약을 납품하면 즉각 죽일 작정임에 틀림없다.


나 "그렇게 되면, 카리나에게도 위험한 작전이 될지도 모르지만......"

카리나 "괜찮아요! 애초에 저, 홍의단 따위와는 거래하고 싶지도 않았고."

카리나 "셰이퍼 씨를 잡아준다면 기꺼이 협조하겠습니다! 당장 가죠!"


카리나는 기쁜 얼굴로 말하며 마계의 문으로 걸어간다.

어지간히도 홍의단이 싫었던 모양이다.


나 "그럼, 준비도 끝났고, 드디어 마계로 출발하는군."

시카노스케 "이, 이 빛 속으로 뛰어드는 거지."


시카노스케는 마계의 문을 향해 구부정한 자세로 다가간다.


헤비코 "뭐야, 무서워진 거야 시카노스케짱?"

카리나 "해보면 별거 없어요. 훌쩍 뛰어넘을 뿐이니까. 에잇!"


카리나는 마계의 문에 익숙한 듯, 줄넘기라도 하듯 가볍게 빛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시카노스케 "조, 좋아, 나도! 으랴아앗!"

헤비코 "와~ 헤비코도♪ 에잇."

나 "어, 어이 기다려!"


두 사람에게 이끌리듯 똑같이 마계의 문으로 한 걸음 내딛는다.


뒤돌아보니 시즈루 선생님이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시즈루 "잘 갔다와♪ ......자, 볼일도 끝났고. 나는 가게로 돌아갈......어머?"

시즈루 "루리에게서 연락. 또 뭔가 부탁하려는 걸까......네, 여보세요?"

유리 『시즈카. 추가로 알려두고 싶은 것이 있다.』

시즈루 "어머 뭐야? 그 애들이라면 이미 마계에 넘어가버렸는데......"




빛 속에 한 걸음 들어서면 눈이 부신 광량에 시야가 새하얗게 된다.


몸은 놀랄 만큼 가볍다.

공기는 시원시원해 기분이 좋을 정도다.


나 (다만, 뭐지 이건?)

나 (마음이, 정신이──태어나기 전부터 쭉, 영혼 깊숙히 잠들어 있는 것이 흔들리는 것 같은──.)


결코 불쾌한 감각은 아니다.

잊고 있었던 풍경을 다시 만난 것 같은 그런 불가사의한 기쁨이 마음을 채우고──.


나 "헉!?"



발이 땅에 닿는 느낌에 눈을 떠보니 거기에는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주변은 바위와 흙이 드러난 황량한 산의 경치. 건조한 바람이 흙먼지를 날리며 지나간다.


뒤돌아보면 신전을 연상케 하는 석조 건물 안에, 지금 빠져나온 인간세계로의 문이 빛나고 있다.


나 "이게 마계인가......?"

카리나 "네, 생각보다 평범하죠?"

나 "평범......이랄 것은 아니지만, 장기瘴気에 덮여 있지는 않구나."


발밑의 돌을 차 보니 언덕을 힘껏 굴러갔다. 기본적인 물리 법칙은 통하는 것 같다.


헤비코 "이상하게도 뭔가 그리운 분위기네. 옛 풍경이라고 해야 하나."

나 "고대나 중세가 혼합된 느낌이야. 인간계와는 다른 방향으로 문명이 발전해 갔겠지."


나는 석조건물을 관찰했다.

인간계 어느 시대의 문명과도 비슷하면서 다르다.


카리나 "처음 통과한 마계의 문은 어떠셨나요?"

시카노스케 "눈이 부셨지만, 별 것 없어서 좀 맥이 빠지려나. 이렇게 쉽게 올 수 있었구나, 마계."

헤비코 "툭 넘어선 느낌이었지. 이거라면 부담없이 왕래할 수 있을 것 같아──후우마짱, 왜 그래?!"

나 "어?"


헤비코가 놀란 얼굴로 이쪽을 본다.


나는 내 뺨이 젖어있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왼쪽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 "아......아니......"

나 "눈이 부셔서 그런가. 나, 한쪽 눈 밖에 못 뜨니까."

헤비코 "아, 그런 거였어. 확실히 눈물이 날 정도로 눈부셨지!"


헤비코는 수긍하는 투로 가볍게 흘려넘겼지만.


나 (그 이상한 감각은, 나만이 느꼈던 것일까?)


두 사람도 같은 체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헤비코 "그래서 후우마짱, 어떤 일을 먼저 할래? 무츠호 선배와의 연락 임무와 셰이퍼 포박."

나 "아아, 그렇구나......"


마계의 문의 여운을 떨치고 나는 작전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 "셰이퍼는 악명높은 홍의단의, 그것도 간부야. 우리끼리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헤비코&시카노스케 ""그렇지 않을 것 같아.""

나 "즉, 먼저 전력보강이 필요해."

헤비코 "무츠호 선배를 의지하자는 거구나!"

카리나 "저, 무츠호 선배라는 건 누구인가요?"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카리나가 조심스레 물어온다.


시카노스케 "무츠호 선배는 프로 대마인으로, 우리 원래는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마계에 온 거야."

헤비코 "셰이퍼 건은 그 뒤로 미루어지는데 카리나, 그래도 괜찮을까......?"


미안한 듯한 헤비코였지만 카리나는 돌연 눈을 빛낸다.


카리나 "프로 대마인!? 프로 대마인과 만날 수 있다고요!?"

카리나 "저, 대마인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 이후 강자를 꺾고 약자를 지키는 대마인을 동경하고 있었어요!!"

카리나 "대마인을 만나고, 게다가 함께 일할 수 있다니, 크, 살아 남아서 다행이네──!!!"

나 "그, 그 정도야? 그럼 다행이네."


과연 카리나가 품은 대마인의 이미지에, 무츠호가 맞을지 어떨지는 의문이지만......


시카노스케 "그럼, 우선은 게이트 시티네! 오오오오! 마계의 마을이라니 두근두근 거리는데!"

카리나 "프로 대마인 씨와 함께 일 할 수 있다니 기대되네요~! 저기, 무츠호 씨는 어떤 사람인가요!?"

시카노스케 "응, 그렇네. 나는 그렇게까지 같이 일해 본 적은 없지만 잠입에 능숙해서......"


의욕에 넘친 두 사람을 선두로, 우리는 길 끝에 보이는 게이트 시티를 목표로 걷기 시작했다.


??? 「............」


나 "?"

헤비코 "왜 그래 후우마짱?"

나 "아, 아니, 지금 누가 보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시카노스케 "와......게임 속 마을 같아!"

헤비코 "멋지네!! 인스타에 올리고 싶어!"

나 "어이어이 그만둬라......잠깐, 오오! 다크엘프가 길거리에서 만도라고라를 팔고있잖아!"



문으로부터 조금 언덕을 내려가면, 곧바로 목적지인 게이트 시티에 도착했다.


말 그대로 게이트를 이용한 교역으로 번창하고 크게 자란 도시다.


이곳은 그 중심을 관통하는 큰길.


다양한 마족과 동물들, 때로는 인간도 오가며 크게 붐비고 있다.


나 (굉장하네......)


우리들은 신기함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천천히 길을 걸어간다.


시카노스케 "무츠호 선배는 번화가에 있다고 했지......번화가가 어디야? 후우마."

나 "나에게 묻지 마. 나도 처음 와보는 동네라고."


게이트 시티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넓어서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짐작도 할 수 없다.


결국 미아가 되버린다.


카리나 "번화가로 가는 건가요? 괜찮으시다면 제가 안내할게요."

나 "카리나, 이 마을에 대해 잘 알아?"

카리나 "저도 일단 마계 출신이고, 장사를 위해 이 마을에도 자주 오고 있으니까요."

시카노스케 "우오오오오! 고마워. 카리나 씨가 있어서 다행이네, 후우마!"

카리나 "에헤헤, 도움이 됐다니 기쁘네요. 바로 가죠!"


카리나의 안내로 큰길에서 모퉁이를 몇 번 돌자 술집과 창관이 즐비한 번화가에 도착했다


낮이라 가게는 거의 문을 닫은 것 같지만, 골목 어두운 곳에서는 대담한 의상을 차려입은 음마, 오니족, 수인 등의 창부가 손짓하고 있다.


나 (오오오오......)

나 (낮부터 이 요염함......밤에는 어떤 풍경이 되려나.)


시카노스케 "조, 조금 무서운 곳이네. 후우마, 빨리 무츠호 선배한테 가자구."

나 "그건 그렇고, 이렇게나 가게가 많으면, 어디가 어디인지."


무츠호는 창관에 잠입해 있다는데, 좌우 모두 창관 뿐이다.


카리나 "저도 번화가 안까지는 잘 몰라서......"

나 "아냐, 충분히 도움이 되었어 카리나. 자, 어떻게 할까나......"


두리번거리는 나를 손님으로 생각했는지 호객꾼이 재빨리 말을 걸어왔다.


호객꾼 "어이, 형씨 인간이야? 이 근처는 처음인가 봐?"

나 "아, 뭐......"

호객꾼 "헤헤, 그럼 그렇지. 어떤 아가씨랑 놀고 싶어? 예산 내에서 최고의 가게를 소개해 줄게."

나 "아니 딱히 놀러온 건 아닌데......"

호객꾼 "그렇게 쑥스러워 할 것 없다니까. 여기는 여러 종족의 아가씨들이 있으니까. 모든 기호에 부응할 수 있을 거야."

나 "......흠, 어떤 아가씨가 제일 인기가 많지?"


무심코 물어봤다.

물론 임무 중에 놀 생각은 없지만, 마계의 유흥 사정에는 관심이 있다.


헤비코 "정말! 후우마짱 뭐하는 거야?"


그러자 헤비코가 싸늘한 시선을 보내온다.


나 "저, 정보 수집이야! 모르는 거리에서는 정보 수집이 기본이잖아."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정보 수집은 정보 수집이다.


헤비코 "뭐야! 우리들은 제대로 무츠호 선배를 찾고 있는데! 그렇지 시카노스케짱......어라!?"

수상한 노점상 "귀여운 소년이여, 이걸 마시면 체력 3000배다!! 즐거운 밤이 될 텐데, 어때?"

시카노스케 "3000배......이것만 있으면 실기시험에서 1등도 꿈이 아닐지도......"


시카노스케를 보면, 어째 수상쩍은 약을 파는 노점에 걸려 있다.


헤비코 "진짜! 이래서 남자는 싫어!"




한편, 그 게이트 시티의 어느 장소.


오크 "게헤헤......건방진 대마인 년. 잔뜩 예뻐해주마."

야나기 무츠호 "흥. 그 뚱뚱한 몸으로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는지 볼만하겠네?"



프로 대마인·야나기 무츠호가 무기를 든 오크와 대치하고 있었다.


무츠호 "성욕과 식욕 뿐인 돼지가 나를 예뻐해? 재밌네. 농담은 그 얼굴로만 해."

오크 "무, 뭐가 어째!? 이년이!"


오크는 크게 무기를 들어 올려, 격렬한──그러나, 어딘가 어색한 일격을 무츠호를 향해 휘두른다.


무츠호 "흥."


무츠호는 코웃음을 치고는 시원스레 피해, 기세 좋게 오크를 바닥에 쓰러뜨리더니 힘껏 짓밟으며 채찍으로 후려갈겼다.


촤악──.


오크 "아앗, 그거야☆"


그러자 오크는 기쁜 목소리를 내며 몸을 뒤로 젖혔다.


무츠호 "아~아, 정말 변태라니까. 그래서 돼지 오크 군은 나에게 퇴치당해, 그 다음에 어떻게 되고 싶지?"

오크 "사, 사육당하고 싶어......무츠호 여왕님의 돼지로......"

무츠호 "어디서 호사를 누리려고!"


촤악!!!


오크 "하우욱☆"

오크 "그럼 채찍 한 대 더 하고 침도 뱉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이삭 "정말 대낮부터 사치스러운 돼지구나!"


촤아악!!!


오크 "어히이이이이☆ 감사합니다아아아앗!!!"


오크가 환희에 몸을 떠는 모습을 구둣발로 느끼며 무츠호는 먼 눈을 하고 한숨을 내쉰다.


무츠호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이곳은 게이트 시티에 있는 SM 전문 창관.


비교적 안전한 잠입처로 무츠호는 이 가게를 선택해, 여왕님으로서 당분간 일하기로 했다.


그러자 며칠 지나지 않아──.


『대마인들에게 호되게 당하며 괴롭혀지고 싶다』는 변태 취미의 마족 손님들에게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물론 무츠호를 진짜 대마인이라고 누구 하나 생각하지 않는다.)


본의 아니게 날마다 변태 마족들에게 들들 볶이고 있는 것이었다.


무츠호 (이렇게 변태가 많을 줄은 계산 못 했어......뭐 정보를 모으는 건 좋지만.)

오크 "저, 저기, 침은......"


무츠호가 침묵하고 있자 오크가 주뼛주뼛 고개를 든다.


무츠호 "욕심 부리지 맛!"

오크 "아히이이이잇!!!"


무츠호의 하이힐이 오크 엉덩이의 두꺼운 지방에 박혔다.


무츠호 "공짜로 그렇게 기분 좋은 일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렇지, 우선 네 두목이 있는 곳이라도 말해보련?"

오크 "저기, 그건 진짜인가요!?"

무츠호 "나는 리얼리티를 원해. 진짜가 가져다주는 쾌락은 대단하다고."

무츠호 "아니면 너의 각오는 고작 그 정도?"

오크 "그렇지 않아요!! 뭐든지 말할게요!!!"

무츠호 "그렇다면 빨리 불어. 내 맘이 바뀌기 전에 말이야."

오크 "하, 하지만 두목이 있는 곳은 몰라요!! 말단인지라......아는 것은 간부 뿐입니다......!"

무츠호 "뭐야? 이 쓸모 없는 녀석!"

오크 "죄송해여어엇☆ 아히이이!!"

무츠호 "그럼 적어도 그 간부라는 놈의 거처를 토해."

오크 "그, 그렇다면......"


오크가 환희의 군침을 흘리며 뭐라고 말하려는데, 톡톡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무츠호 "어? 뭐야"

오크 "플레이 시간은 아직일 텐데! 좋은 때에 방해하지마!"


무츠호는 고개를 들고 문을 향해 거칠게 외친다.


무츠호 "시간을 잘못 생각한 거 아니야? 아직 선객의 플레이 중이야!"

오크 "맞아맞아☆"


............


쿵쿵......


무츠호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노크 소리가 커졌다.


무츠호 "하아......뭐야 진짜."


무츠호는 크게 한숨을 쉬더니, 누운 채 있는 오크를 뒷짐결박으로 꽁꽁 묶었다.


무츠호 "기다리고 있어!"

오크 "네에에엣!!!"


무츠호는 오크를 바닥에 굴리고, 할 수 없이 문을 조금 연다.


무츠호 "시끄럽네, 플레이 중에는 방해하지 말라고......"

후우마 코타로 "무츠호!"

무츠호 "후우마!?"

헤비코 "와아, 무츠호 선배 정말 섹시해요!"

시카노스케 "이, 이게 창관......하아하아......"

카리나 "소문으로 듣던 대마인의 잠입임무군요! 히야아, 두근두근거려요!"


그러자 뛰어든 것은 무려 오차의 후배 3인조다.

본 적 없는 마족 소녀도 있다.


무츠호 "독립유격대!? 아아 그건가, 연락 임무? 잘도 여기 있는 줄 알았네."

후우마 "금방 알 수 있었어. 무츠호 여왕님, 대인기라니까."


가르쳐 준 것은 그때 그 호객꾼이었다.


헤비코가 눈을 흘기고 있지만, 「어떤 아가씨가 제일 인기 있어?」라고 정보수집(?)을 계속한 후우마.


그러자 호객꾼은, 「지금 제일 잘나가는 건 무츠호 여왕님이야!」라고 하지 않은가.


그래서 후우마가 손님 행세를 하며 안내를 받았고, 세 사람은 그 뒤를 따라왔다고 한다.


후우마 "봐, 내 정보 수집은 정확했지?"

헤비코 "음. 단순한 우연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경위를 들은 무츠호는 하아아~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츠호 "지긋지긋해. 대마인들에게 짓밟히고 싶어하는 변태가 이렇게 많을 줄이야."

무츠호 "솔직히 여왕님이라는 것도 허명이지, 내가 무슨 인기를 얻겠다고 우쭐거린 것도 아니고."

헤비코 "엣, 엄청 잘나가시던데요!"

무츠호 "후후, 그래?"

무츠호 "뭐 나도 괴롭힘 당하고 심한 말 들으면서 어쩐지 안심되는 기분은 아니까."

무츠호 "칭찬받는 것보다 매도당하는 게 더 진정된달까?"

무츠호 "그러니까, 그런 사람에게 뭐라고 말하면 기뻐할지도, 알게 되는 거지......하하."


무츠호는 일그러진 것을 말하면서 자조한다.


무츠호 "그래서, 그쪽의 너는 누구?"

카리나 "저, 저요?! 저는 저기, 안내인 카리나입니다."

후우마 "우리는 연락 임무 김에 홍의단의 셰이퍼란 놈을 쫓고 있어. 그 길안내를 해주기로 했지."

무츠호 "셰이퍼? 너희들이 왜 홍의단을 쫓고 있어?"

후우마 "사실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후우마 "......그렇게 된 거야."

무츠호 "헤에, 그거 기우네. 마침 나도 홍의단 간부가 있는 곳을 물어보려던 참이야."


무츠호가 가리키는 끝에는 밧줄로 묶인 채 바닥에 뒹굴며 헉헉대고 있는 돼지 오크 한 마리.


무츠호 "나는 홍의단의 두령 아이언사이드의 거처를 찾고 있어."

무츠호 "이 가게는 자주 홍의단 녀석들이 오지만, 말단 뿐이어서 아무도 두령의 위치를 모른다네."

무츠호 "그렇다면 간부를 찾아보려고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무츠호 "길안내가 있으면 됐어. 나도 동행할게."

카리나 "이쪽도 감사해요! 마침 셰이퍼 씨와 약속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무츠호 "좋아, 그럼 지금 바로 가자."


무츠호는 재빨리 몸단장을 하고는 네 사람을 방 밖으로 재촉했다.


후우마 "저 오크는? 놔둬도 되는 건가?"

무츠호 "괜찮아. 이미 조교는 끝났으니까."

오크 "이, 이 얼마나 공들인 연출!? 역시 무츠호 여왕님이세요☆ 멋져엇☆"


오크는 대마인들의 난입도 모두 연출이라고 생각하는 듯 기쁘게 지방을 떨고 있다.


나 (......그냥 놔둬도 될 것 같네.)


기쁨에 떠는 오크를 내버려두고 일행은 창관 밖으로 뛰쳐나갔다.




마계, 게이트 시티 교외에 펼쳐진 숲.


시꺼먼 망토로 몸을 감싼 남자가 부하들을 거느리고 초조한 모습으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홍의단 간부 셰이퍼.


원래는 마계의 변방 출신으로, 양치기 일족에서 태어난 남자다.


야심을 품고 홍의단에 들어간 그는 아이언사이드의 마음에 들어, 이윽고 간부로 승격되었다.


그 아이언사이드가 대마인과의 싸움에서 중상을 입고, 지금도 요양 중이다.


거친 놈들로 가득 찬 홍의단, 그의 후원을 잃어선 셰이퍼 자신의 지위는 커녕 목도 위태로워진다.


어떻게든 치료애햐 할 때, 그가 눈여겨 본 것이 「카마이타치족의 상처약」이었던 것이다.


셰이퍼 "늦어."

부하 "어느 쪽이요?"

셰이퍼 "둘 다."

셰이퍼 "용병이 느린 건 늘상 있는 일이지만, 약사 쪽은 뭔가 눈치챘을지도 몰라."

부하 "얼빠진 년으로 알고 있습니다. 틀림없이 나타나겠죠.......아, 저기 오네요."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고, 그가 기다리던 얼빠진 아가씨 카리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셰이퍼 "쳇, 이제야 왔군......"

셰이퍼 "카리나. 약속된 약은 준비됐나?"


셰이퍼는 조금 목소리를 낮추지만, 물론 약을 받자마자 그녀를 죽일 것이다


카리나 "......"


그러나 카리나는 침묵.


부하 "야, 대답 안 해!?"

부하2 "셰이퍼 님 앞이라고?!"


부하들은 무기를 들고 그녀 주위를 에워쌌다.

그러자 다음 순간.


부하2 "어이? 무,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부하 중 한 명이 큰 코를 벌름거렸다. 어느새 주위에 안개 같은 것이 끼었다.


부하 "뭐야? 날씨가......"

셰이퍼 "!! 너희들, 독이다! 흐, 흩어져라!!"


그걸 눈치챈 셰이퍼가 마술을 사용해 독무를 흩어버리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부하들은 툭툭 죽어서 쓰러져, 안개가 걷히고 난 이후 서 있던 것은 카리나 뿐이었다.


셰이퍼 "뭐야......!? 어떻게 너만 무사한 거지......?!"

무츠호 "그건 그녀의 약 덕분이랄까."



당황하는 셰이퍼 앞에 무츠호가 앞으로 나섰다.


셰이퍼 "대마인!? 이 독은 인법인가......! 약을 만드는 것 밖에 재주가 없는 계집애가, 건방지게 대마인에 의지한 거냐."

무츠호 "카리나를 업신여기면 안돼. 배짱은 대마인에도 지지 않거든."

무츠호 "『자신이 내독약을 먹고 미끼가 될 테니, 한꺼번에 독무에 말려들게 해 주세요』"

무츠호 "라고, 보통은 좀처럼 말을 꺼내지 못하지. 배짱도 약에 대한 자신감도 대단해."

카리나 "에헤헤......"


동경하는 프로 대마인의 칭찬을 받고, 카리나는 기쁜 듯이 목을 움츠린다.


셰이퍼 "미끼인가......겁쟁이 아가씨가 미끼를 자처했다고......"

카리나 "그래! 너 같은 악당에게 소중한 약은 팔 수 없으니까!"


카리나는 딱 잘라 말한다.


셰이퍼 "크......크크크크. 계집애한테 감쪽같이 당했군. 하지만 대마인이 한 사람 쯤 늘어난들......"

헤비코 "유감, 혼자가 아니거든! 대마인 · 헤비코 참전!"

시카노스케 "시카노스케, 참전! 악당 홍의단의 간부, 각오해라!"

나 "홍의단 간부 '양치기' 셰이퍼랬던가. 루리의 의뢰로 너를 잡으러 왔다."


카리나와 무츠호의 작전으로 부하들은 일소되고, 남은 것은 셰이퍼 한 명.


이제 제압만 하면 된다.

혹시 몰라서 숨어있던 우리도 셰이퍼 앞으로 뛰쳐나왔다.


셰이퍼 "흥. 몇 명이든 똑같아. 이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 한 것, 후회하도록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