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차원 물질 테셀락의 파괴를 계기로 브레인플레이어에 반격의 봉화를 올린 이차원의 미래세계.


인류 측 레지스탕스의 리더 코우카와 아스카를 필두로 미즈키 유키카제, 카미무라 마이카, 그리고 긴 잠에서 부활한 오니사키 키라라.


신이란 이명을 지닌 최강의 대마인들은 오늘도 전과를 올리고 본부로 귀환했다.


코우카와 아스카 "다녀왔습니다!"

미즈키 유키카제 "우리 없는 동안 무슨 일 있었어?"

레지스탕스 "별 문제는 없었다. 그 얼굴로 보아 아무래도 잘 풀린 것 같군."


지하철을 이용한 아지트, 그 입구에서 망을 보던 두 사람이 그들을 맞이한다.


아스카 "뭐 그렇지!"

카미무라 마이카 "가디언이 조금 남아 있었지만, 깡그리 박살내버렸지."

유키카제 "우리 넷이 함께라면 그 정도야 별 것 아니니까."

오니사키 키라라 "망보기, 수고했어."


레지스탕스

"네."

"감사합니다."


키라라의 위로에 파수꾼 두 사람은 뺨을 상기시켰다.


다른 차원의 과거에서 테셀락 파괴에 성공한 이래, 인류의 반격은 눈부시게 활발해져, 각지의 브레인플레이어의 거점을 차례차례 파괴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그러한 기지 중 하나를 4명이 섬멸하고 돌아온 것이다.


최심부에는 파즈즈와 사큐라 등 강력한 가디언들이 여럿 남아 있었지만, 그들의 높은 기량과 적에 대한 대처법도 확립되었기 때문에 네 명은 아무런 상처 없이 해낼 수 있었다.


그런데도 파수꾼 한 사람은 키라라에게만 묻는다.


레지스탕스 "키라라 씨, 다친 데는 없으신가요?"

키라라 "어? 응. 괜찮아. 고마워."

레지스탕스

"잘 됐네."

"아아, 다행이다."


파수꾼 두 사람은 안도한 듯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키라라 "......?"


왜 자신에게만, 이라며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짓는 키라라와 다른 세 사람은 아지트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아스카는 역시 말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스카 "저 녀석들 왜 키라라만 걱정하는 거야?"

유키카제 "우린 무조건 괜찮은 줄 아는 거 아니야?"

마이카 "뭐 그렇겠지. 키라라 선배는 이제 막 부활했으니까."


유키카제와 마이카 두 사람은 별다른 신경 쓰지 않고 응한다.


키라라 "나, 아직 모두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는 건가......"


정작 키라라는 조금 나약한 소리를 냈지만 아스카는 단호히 그것을 부인했다


아스카 "그 히죽히죽 웃는 얼굴은 그런 게 아니야. 그냥 키라라에게 설렌 거겠지. 하여튼 남자는 바보라니까."

유키카제 "아──그렇겠네. 선배, 엄청 예뻐졌고."

마이카 "남자는 이런 거에 약하니까. 뭐, 어쩔 수 없지."


다시 가볍게 흘리는 유키카제와 마이카에 키라라는 오히려 당황한 듯,


키라라 "그, 그렇지 않아. 두 명 모두 멋진 어른 여자고."

키라라 "나만 변하지 않아서 오히려 부끄럽다고 할까......"


스스로 얼음 속에 갇혀 잠이 들었을 때와 육체의 연령적으로는 별반 다르지 않은 키라라는 겸연쩍은 듯이 몸을 움츠렸다.


마이카 "그건 기쁘구만. 선배가 어른 여자라고 하면 기분이 묘하지만."

유키카제 "빈말이라도 기뻐."


그야말로 어른 여성다은 모습의 두 사람은 너그러운 미소를 짓는다.


키라라 "빈말이 아니라 진심이거든."


키라라는 더 부끄러워하며 역설했다.


그런 대화를 곁눈질로 보면서 아스카가 약간 불만스러운 듯이 말했다.


아스카 "키라라가 예뻐진 건 확실해. 하지만, 난 이런 어린애처럼 변했는데 아무도 걱정하지 않아."


과거 세계로의 차원전이 실험의 실패로, 지금의 아스카는 그 과거시대의 자신보다 훨씬 젊은 모습이 되어 있다.


유키카제 "그치만, 아스카는──."

아스카 "뭐야?"


반쯤 웃으면서 뭐라고 말하려던 친구를 아스카는 힐끗 쳐다본다.


유키카제 "말하지 않아도 알지?"


유키카제는 익살맞은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하고 마이카가 이어 말한다.


마이카 "그 전이 그랬으니까. 백 년의 사랑도 식는다는 거지."

아스카 "시끄럽네."

키라라 "그게 무슨 소리야?"


세 사람이 주고받는 말의 의미를 몰라 키라라는 의아하단 표정을 지었다.


유키카제 "이 모습이 되기 전 아스카는 정말 지독했거든요."

유키카제 "머리는 부스스해, 옷은 며칠째 똑같아, 연구실에 계속 틀어박혀, 평범하게 여자다움을 버리고 있었거든요. 냄새도 나고."

마이카 "아아 지독했지 지독했어. 그건 진짜 아니었지."

아스카 "~~~~~~으."


태연하게 말하는 유키카제, 응응 고개를 끄덕이는 마이카에 아스카는 부루퉁해졌다.


반박을 안 하는 걸 보니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다.


키라라 "그랬구나......의외네."

아스카 "그만큼 열심히 했어. 덕분에 과거로 갈 수 있었잖아!"

유키카제 "알지 알아. 장하다 장해."

아스카 "머리 쓰다듬지 마!"


임무를 무사히 마친 안도감인지, 믿음직한 리더를 놀리면서 일행은 레지스탕스 참모 아비게일이 기다리는 본부를 향해 갔다.



아비게일 "다들 임무 수고했어."


네 명을 마중 나온 아비게일은 여성형 기계생명체다.


원래는 브레인플레이어에 의해서 만들어진 존재.


그러나 테셀락의 소실로 자아가 싹트고, 주인에게 반기를 들어, 인류측에 붙은 변종이다.


지금은 레지스탕스의 중요한 멤버이자 작전참모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브레인플레이어의 초기술에 관해 여러가지 조언을 하고 있다.


아비게일 "이번 성과는?"

아스카 "우선 기지는 궤멸시켰어. 그야 철저하게."

아비게일 "너희 네 명이 갔으니 당연하겠지. 뭐 좋은 거 얻었어?"

아스카 "일단은. 시스템에 남아 있던 아카이브 데이터."

아스카 "대부분은 폐기되어 있어서 복사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일부 뿐이지만, 여기. 나머지는 부탁해."


아스카는 기지 중추에서 복사해 온 아카이브 데이터가 담겨있는 메모리를 아비게일에 넘겼다.


뭔가 유용한 정보가 남아 있으면 앞으로의 싸움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아비게일 "우후후, 고마워♪"


아비게일은 곧바로 그것을 단말기에 세트, 데이터의 해석을 시작했다.


기계의 몸을 좌우로 흔들며 모노 아이가 깜빡깜빡해서 척 봐도 재미있어 보인다.


이런 인간 냄새가 나는 행동은 자아를 갖지 않는 다른 가디언에게선 볼 수 없다.


유키카제 "일단 차라도 마실래?"

아스카 "좋아. 마이카, 물 끓여줘."

마이카 "오우. 연료비도 절약해야지."


마이카가 주전자에 물을 붓고 자신의 불꽃으로 끓이기 시작한다.


아비게일 "음료수캔이 있어. 그쪽 상자를 봐."

유키카제 "그래? 어디......찾았다. 그런데 두 개 뿐이네."


아비게일의 말에 유키카제가 상자에서 바스락바스락 음료수캔을 꺼냈다.


아스카 "가위바위보 할래?"

키라라 "아, 잠깐만. 그럼 내가 샤베트를 만들어볼게."

아스카 "그런 것도 가능해?"

키라라 "아마. 눈을 뜨고 나서 실력이 좀 늘은 것 같고."

키라라 "공기 가득 채우면 부피도 늘어나니까 넷이서 나눌 수 있지?"

마이카 "그게 기쁘구만."

아스카 "샤베트, 얼마만이래?"

유키카제 "네─♪"


화기애애하게 간식거리를 준비하다 보면


주민의 목소리

"꺄악──!"

"우와아아아아악!!"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주민의 목소리 "감염자다!!"


네 사람은 망설이지 않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감염자

"아──, 우──, 아우──."

"아──, 우──, 아우──."


2체의 감염자가 지하거리의 시장 구역에서 날뛰고 있었다.


비명을 들렸을 때는 외부침입을 허락한 줄 알았다.


하지만, 달랐다.


감염자

"아우──, 아우아우──."

"아우──, 아우아우──."


망을 보던 그 두 사람이다.


아까 대화를 나눈 직후에 발병한 것이다.


브레인플레이어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저 모습이 되기까지 평균 48시간.


한 번 감염되면 끝. 발병을 막을 수단도, 치료방법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고로 레지스탕스의 전사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걸 알았을 때, 자결하는 것이 관행이 되어 있지만, 아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되어, 시한이 와 버렸던 것이다.


발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아직 머리카락도 빠지지 않았고, 얼굴에도 본래의 모습이 남아 있다.


감염자

"아──, 아──."

"아──, 아──."


그러나 나타난 네 사람을 향한, 혈육에 굶주린 눈은 이제 인간의 그것이 아니다.


키라라 "그럴수가......"


조금 전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의 끔찍한 모습에 키라라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마이카 "젠장, 뭐하는 거야! 너희들 괜찮은 거 아니었냐!"


마이카는 분한 듯 두 사람을 윽박지르지만, 그것을 이해하는 지능은 이미 상실되어 있다.


아스카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야. 피해가 커지기 전에 쓰러뜨리자."


아스카는 리더로서 냉철한 어조로 명령한다.


유키카제 "알았어."


유키카제도 감정을 지우고, 그저 한 마디, 그렇게 대답했다.


***


아스카 "마이카! 단번에 처리해!"

마이카 "어쩔 수 없지! 태워버린다!"


여기서 섣불리 싸우면 피해만 늘어날 뿐이다.


마이카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두 사람을 단번에 태워버리려 한다.


키라라 "잠깐만! 무슨 방법이──."


키라라는 엉겁결에 참견했다.


브레인플레이어의 바이러스 무기로 감염자가 생긴 것은 그녀가 깊은 잠에 빠진 뒤다.


눈을 뜬 뒤 적으로 싸우긴 했지만 이렇게 동료가 감염자로 변모한 걸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스카 "없어! 지금은 이 방법 밖에 없어! 포기해, 키라라!"


조금 전까지 평범하게 이야기를 나눈 상대와 싸우기를 주저하는 키라라에게 아스카가 단호하게 말했다.


키라라 "그래도......"

마이카 "선배는 가만히 보고 있어. 이런 건 내 몫이야."

마이카 "저 녀석들도 저런 모습이 되어 동료들을 잡아먹고 싶지는 않을 거야."

키라라 "............읏!"


키라라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어, 두 사람을 외면하고 입술을 꼭 깨물었다.


유키카제 "선배......"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키라라에게 말하려다가,


유키카제 "......!"


퍼뜩 뭔가 생각난 얼굴로 이렇게 외쳤다.


유키카제 "마이카 기다려! 방법이 있어!"

마이카 "앙?"

유키카제 "아스카, 둘을 바람으로 날려줘! 선배가 두 사람을 냉동시켜도 괜찮은 곳까지!"

아스카 "냉동? 아, 그렇구나! 하아아아아앗!!"


아스카는 유키카제의 의도를 바로 이해하고 그 자리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감염자로 변한 두 사람을 거의 쓰지 않는 지하도 안쪽까지 단숨에 날려보낸 것이었다.


감염자

"아──, 우──, 아우──."

"아──, 우──, 아우──."


아스카의 바람에 나뒹군 두 사람은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허둥지둥 한다.


유키카제 "선배, 저 둘을 얼려주세요. 선배가 잠들었을 때처럼!"

키라라 "에......?"

마이카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아스카 "치료법을 찾을 때까지 그렇게 놔둘 거야. 여기서 죽이는 것보다 낫잖아!"

마이카 "오, 과연!"

유키카제 "전보다 실력이 늘었다면서요. 부탁할게요, 선배!"

키라라 "알았어, 해볼게."


키라라의 온몸에서 냉기가 흘러나왔다.


지하의 어둠 속에서 더욱 반짝이는 냉기가 천천히 두 사람의 몸을 감싼다.


키라라 "괜찮아. 무섭지 않아. 내 얼음 속에서 푹 잠들렴."


두 사람에게 그렇게 말하는 키라라의 얼굴에는 인자함이 가득했다.


감염자

"아......우......아우......"

"아......우......아우......"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키라라의 마음이 전해진 듯, 두 사람은 조용히 얼어간다.


주위의 충격에 부서지지 않도록 두 사람의 몸은 네모난 얼음에 갇혀, 마침내 완전히 얼어버린다.


키라라 "......"


키라라는 얼음 표면에 손을 대고, 안의 두 사람의 모습을 확인한다.


키라라 "괜찮아, 둘 다 무사해. 제대로 가사상태가 되었어."

마이카 "콜드 슬립인가. 굉장한데."

유키카제 "역시 선배."

아스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고쳐줄게."


아스카는 냉동시킨 두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아스카 "키라라가 부활해서 다행이야."


조금 전 포기하라고 명령했던 그녀가, 지금은 가장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키라라 "다행이다......"

키라라 "예전의 나로서는, 이런 일을 할 수 없었어. 계속 얼음 속에 있던 경험도 헛되지는 않았구나......"


키라라의 중얼거림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아스카 "또 울고 있네."

마이카 "키라라 선배, 돌아오고 나서 어째 눈물이 많아졌지."

유키카제 "눈물은 여자로서의 무기 같은 거야?"

키라라 "그, 그렇지 않아!"


지금은 연상이 된 세 사람의 말에 키라라는 붉어진 눈을 부끄러운 듯이 문질렀다.


그 후, 파수꾼 2명에 의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던 주민도 한 사람도 남김없이 동결되었다.


치료 방법이 없는 이상 내버려두면 괴물이 되는 것이다.


언제 깨어날지 모른다고는 하나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 동료로부터 감염자가 나와도, 반드시 죽여야 하는 것은 아니게 되었다.


겨우 그것 뿐이지만, 레지스탕스에게 약간의 희망이 생겼다.


아비게일 "과연, 타이밍이 좋네."


네 명이 취한 감염자 대책을 듣고, 아비게일이 감탄한 듯이 말했다.


아스카 "무슨 타이밍?"

아비게일 "재미있는 데이터가 발견됐어."


그녀는 해석한 아카이브 데이터를 4명에게 피로한다.


아스카 "P바이러스?"

아비게일 "예전에 미연의 이 연구소에서 감염자 연구가 있었던 것 같다."

아스카 "그거 정말이야?"

아비게일 "자세한 건 모르겠는데, 아마."

아스카 "하지만 이거 브레인플레이어가 대규모 침략을 벌이기 훨씬 전이잖아. 이때 감염자는 없었을 거야."

아비게일 "그래. 과거에 다른 종류의 실험을 했을지도 모르지."

마이카 "핫. 놈들이 할 법한 짓이군."


아비게일 "아쉽게도 받은 아카이브에는 연구 데이터 자체는 들어있지 않았어."

아비게일 "만약 그걸 얻게 되면 감염자 치료에 도움이 될 거야."

아스카 "하지만 이 연구소가 있던 곳, 이미 오래 전에 없어졌어."

키라라 "그래?"

아스카 "깔끔하네."

유키카제 "내가 다시 과거로 가기엔 에너지가 부족한데."

아비게일 "그래서 하나, 생각한 게 있어."


아비게일은 기다렸다는 듯이 기계 눈을 번쩍 빛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