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탁한 색 구름으로 덮여 있었다.


지상에는 회색 빌딩이 난립하고 그 사이로 고속도로가 종횡무진 오간다.


하지만 빌딩에 사람의 그림자는 없고, 도로는 단 한 대의 차도 달리고 있지 않다.


썩어 가기를 기다리는 거리.


황폐한 마도(魔都)・도쿄를 두 사람은 걷고 있었다.



코우카와 아스카 "큰 거미줄 밑에 있는 것 같아, 어쩐지 마음이 안 놓여."


머리 위를 끝없이 뒤덮는 고속도로를 보며 아스카가 불편한 듯 말했다.


미즈키 유키카제 "저 고속도로 위에도 마을이 있다던데."


유키카제가 주위를 경계하며 자신도 힐끗 위를 보고 대답한다.


아스카 "알고 있어. 그런데 뭔가 침착할 수 없을 것 같지 않아."

유키카제 "우리도 두더지처럼 지하생활 하니까 별로 남말 할 입장은 아닌데."

아스카 "공격 방법이 제한되는 만큼, 레이더 상대로는 안전하려나."

유키카제 "감염자도 일부러 저런 곳까지는 올라가지 않는 거 아니야?"

아스카 "아, 그건 그런가 봐."

유키카제 "하지만 그런 레이더나 감염자와는 다른 귀찮은 적이 있는 거겠지."

아스카 "그야 그렇겠지. 그렇지 않으면 그 기가스가 우리에게 '의뢰' 따윈 안 해오는 걸".

유키카제 "그렇네."


두 사람은 우울한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 에이리어에 온 것은, 그 기가스가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 황야에서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교역지, 도쿄시장이 있는 거리를 지배하는 마족이다.


물론 선량함과는 거리가 먼, 냉혹무비한 수전노.


브레인플레이어와도 거래하고 있고, 그녀 산하의 거리 이외를 약탈하는 레이더의 두목이다.


레지스탕스인 두 사람에게 있어 결코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상대는 아니지만, 무시할 수 있는 상대도 아니다.


무엇보다 이전, 다른 세계의 과거로부터 후우마 코타로를 이쪽으로 불러들였을 때, 기가스가 관리하는 지하원전의 에너지를 슬쩍 해, 시설을 고장내 버렸고, 그로부터 얼마 후에, 이번에는 후우마의 부탁으로 우에하라 시카노스케에게 차원 휴대폰을 보내기 위해, 또 에너지를 약간 빌려 수리한지 얼마 안 된 원자력 발전을 다시 고장냈다.


두 사람의 소행임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레이더의 소굴에서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것은 또 없다.


레지스탕스는 기가스의 중요한 고객이기 때문에 둘을 추궁하지는 않지만, 원자력 발전소를 망가뜨린 분풀이로 아지트를 집적거리려 한 적은 있었다.


이렇게 된 바에야 예전처럼 기가스의 부탁을 맡아서라도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다.


유키카제 "기가스의 의뢰는 어차피 별 것 아니겠지. 어떤 물자의 회수 임무라든가 그런 것일테고."


어차피 무슨 속셈이 있는 거겠지, 하고 유키카제는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다.


그리고 의뢰할 때 기가스의 대사를 흉내내기 시작한다.


유키카제 "『물자가 있는 곳은 브레인플레이어의 지배 지역이다.』"

유키카제 "『나는 놈들과 거래하고 있고 우호관계에 있으니 갈 수 없으니 너희들에게 부탁한다.』"

유키카제 "라는, 그럴싸한 소리를 하고."


아스카도 어깨를 으쓱하며 유키카제에 대답한다.


아스카 "여차하면 우리를 브레인플레이어에 팔아넘기는 것 쯤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할 여자지만."

유키카제 "그렇지?"

아스카 "지금은 그럴 타이밍이 아닐 테고 우리가 그걸 회수해 오길 바라는 것도 진심일 거야."

유키카제 "그러려나?"

아스카 "아마도. 하지만 방심은 금물. 이제 곧 놈들의 지배 지역이야."

유키카제 "우리도 처음 와보는 곳이고, 귀찮은 적이 없으면 좋겠지만, 분명 있겠지."


체념한 듯한 유키카제에게 아스카도 내던지는 말투로,


아스카 "있겠지 있을 거야. 목적지는 놈들과의 싸움의 격전지였다고도 하고."

유키카제 "그러면 납득."

아스카 "거기서 제안할 게 있는데."

유키카제 "뭐야?"

아스카 "가능한 한 전투는 피하고 싶거든?"

유키카제 "동감. 기가스를 위해서 싸운다니 질색이야."

아스카 "그럼 그런 걸로."

유키카제 "그러는 걸로."


호흡이 잘 맞는 두 사람은 드디어 브레인플레이어가 지배하는 미지의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유키카제 "하아앗!!"


비키이이잉!!


아사그 "!!!!'


유키카제가 날린 뇌격이 일대의 아사그의 머리를 날려버린다.


그걸 보지도 않고 아스카가 말한다.


아스카 "가능한 한 전투는 피하자니까!"

유키카제 "그러니까 피하고 있잖아! 어지간하면!"


퍼벙!!


또 하나, 다른 아사그가 산산조각이 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키카제가 한 게 아니다.

아스카다.


유키카제 "본인도 그러면서!"

아스카 "어쩔 수 없잖아! 아아, 정말 끈질기긴!"



아사그

「――――――――」

「――――――――」

「――――――――」


두 사람은 폐허가 된 주택가를 도망치고 있었다.


경계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적의 감시망에 걸려든 것이다.


추격자인 아사그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온다.


유키카제 "차라리 싸울까?"

아스카 "농담하지마! 여긴 놈들의 지배 지역이야. 끝이 없어!"

유키카제 "그렇겠지."


그러면서 벼락과 바람을 다시 쏘아대며 둘 다 다른 아사그를 제각기 쓰러뜨리고 있다.


유키카제 "둘이서 큰 거 한 방 날려, 그 틈에 단숨에 튀는 게 어때?"

아스카 "이런 곳에서 시간을 많이 들이고 싶지도 않고. 이제 이 근처에는 아무도 살지 않아. 한 방에 가자!"

유키카제 "그렇게 나와야지! 하아아아앗!!

아스카 "테야아아아앗!!"


이제는 아무도 사는 사람이 없는 마을에, 두 사람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


밤이 되었다.


주택가를 한 블록 쯤 궤멸시키고 끈질긴 추격자들을 간신히 따돌린 두 사람은 이곳에 도착했다.


처음에 멀리서 봤을 때는 빌딩 사이 그곳만 뚫려있어, 공원인가 해서 다가갔는데,


유키카제 "폭심지가 연못이 되어 있어."

아스카 "지독한데."


그 광경에 두 사람은 멍하니 서 있다.


폭격으로 날아갔을 테지.

폭심지의 땅이 크게 도려내져 있다.


그 큰 구멍에 빗물이 괴어 지금은 연못처럼 되어 있었다.


주위 빌딩들도 콘크리트가 날아가, 노출된 철골이 비틀어져 있다.


얼마나 엄청난 폭발이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생명이 한순간에 사라졌을지, 상상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


유키카제 "......"

아스카 "......"


무참하게 죽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두 사람은 잠시 눈을 감는다.


웅덩이가 밤하늘을 비추며 잔잔하게 빛나고 있었다.


꼬르르륵~~~~.


어울리지 않는 소리가 울렸다.


아스카 "!!!!!"


아스카가 깜짝 놀라 배를 누르고 있지만, 제대로 들리고 있었다.


유키카제 "있잖아......"


과연 무슨 말이라도 해줄까 했지만, 아스카는 이 어둠 속에서도 훤히 알 수 있을 만큼 얼굴을 붉히고,


아스카 "어쩔 수 없지. 우리는 살아있으니 배고픈 게 당연하잖아!"

유키카제 "뭐 그렇지."

아스카 "그리고 나, 한창 클 나이잖아!"

유키카제 "몸만은 말이야."

아스카 "그거 중요해! 엄청 중요해!"

유키카제 "네이네이. 그럼 저녁 먹을까."

아스카 "여기서?"

유키카제 "그래, 여기서. 이 모양 그대로 내버려 둔다는 건, 그 녀석들도 다가오지 않는다는 거 아냐?"

아스카 "뭐 괜찮겠지. 방사능 레벨은......문제없고."


아스카는 슈트에 장치된 가이거 카운터를 확인하고 말했다.


유키카제 "나, 일단 주위를 경계하고 올게.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아스카는 저녁 준비를 부탁해."

아스카 "그렇게 꼬르륵 거리지는 않았어. 콩수프면 돼?"

유키카제 "응."


아스카에게 대답하고 유키카제은 연못 주위를 거닐기 시작했다.


유키카제 "......"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진 않지만 이곳에서 죽은 사람들의 유품이 나뒹굴고 유골도 들판이 널려 있었다.


브레인플레이어나 그 산하에게 짓밟힌 모습도 없다.


바로 앞에 있는 웅덩이 구멍처럼 이곳은 놈들의 감시망의 구멍이리라.


유키카제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언젠가 제대로 추모하겠습니다."


무수한 영혼에게 사과하며 연못을 한 바퀴 돌아 아스카에게로 돌아가려 했을 때.


유키카제 "아......"


문득 걸음이 멈췄다.


연못가에 더러워진 인형이 떨어져 있었다.


사랑스러운 여자 아이 인형이다.


그걸 줍는다.


더러워진 걸 손으로 털어내자 그 아이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유키카제 "......"


폭심지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이제는 없는 그 아이를.


언니라고 불러줬던 그 아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