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오차마을은 불길에 휩싸였다.


후우마가 알사르에게 살해당하자 브레인플레이어의 침략은 가혹함을 더했다.


각지에 있던 대마인의 거점은 차례차례 무너져, 미연이나 마족과의 연계작전도 성공하지 못했고, 마침내 대마인의 보루, 오차마을에까지 놈들의 군세가 밀려들었다.


사큐라 "──."


내부 골격이 드러난, 일견 취약해 보이는 투명한 신체에서 무수한 광탄을 내뿜는 사큐라.


아메미트 "──."


머리에서 촉수를 키워, 사신 같은 큰 낫을 든 검은 여자, 아메미트.


머메이드 "──."


악취미스러운 인어 같은 모습을 하고 느릿느릿 하늘을 유영하는 머메이드.


놈들이 만들어낸 인공생명체. 인간의 과학을 훨씬 뛰어넘는 살육자에게 우리는 유린당할 뿐이었다.


대마인 "우와아아아아아악!!"

대마인 "안돼, 인법을 쓸 수 없어!! 젠장!!"

대마인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온다아아!! 크아아악!!"


알사르가 손에 넣은 테셀락이라는 초차원 물질이 우리의 인법, 그 힘의 원천인 대마입자를 약화시키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은 먼 훗날이었다.


그 무렵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강대한 적에게 대항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나도 싸우고 있었다.


후우마와 시카노스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우리들의 오차마을을 지키기 위해.


유키카제 "이 자식들이!!"


나는 뇌격탄을 연사한다.


라이트닝 슈터의 리미터를 풀고, 전력을 내는데도 한심할 정도로 약한 탄환만 발사된다.


이계의 원주민 "URUUUUUUUUUUUU!!!!"

브레인 도그 "구가아아아악!!"


평소 같으면 일격에 쓰러졌을 적이 총에 맞아도 태연하게 일어난다.


내 힘만으로는 쓰러뜨릴 수 없다.


유키카제 "젠장!! 이건 어떠냐!!!"


옆에 있던 프로판 통을 적의 한가운데로 힘껏 걷어차고 거기에 뇌탄을 맞춘다.


투콰아아아아아앙!!


나의 뇌격보다 훨씬 화려한 폭발이 일어나, 적의 일부가 날아갔다.


유키카제 "하아하아......누군가......생존자는......?"


숨을 헐떡이며 주위를 둘러본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함께 싸우던 동료들은 모두 쓰러졌다.


유키카제 "인법을 써야만 대마인인가…..."


위력이 작아도 인법을 쓸 수 있는 나는 그나마 나은 편이고, 대부분의 대마인은 인법을 전혀 쓸 수 없는 상태에 빠져 있었다.


유키카제 "후우마, 너였으면 어떻게 했을 거야?"


처음부터 인법을 전혀 쓸 수 없었던, 그래도 누구보다도 의지가 되었던 그를 떠올린다.


물론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후우마는 이제 없다.


이제 나를 지휘해 주는 일은 없다.


그런 감상에 젖을 여유조차 없었다.


유키카제 "크윽!! 또냐!!"


놈들의 군세가 다시 나타났다.


대군이다.


아사그

「――――――」

「――――――」

「――――――」


어떤 변태 취미인지 여성형 기계생명체 아사그 집단


파즈즈 "생존한 대마인이 있습니다."


만약 시카노스케가 살아 있다면 지금의 상황도 잊고 기뻐할 것 같은 외관의 로봇 파즈즈.



데모고르곤 "이런 곳에 아직도 생존한 대마인이 있었나."


그리고 오차를 덮친 부대의 대장.


금속제의 근육으로 몸을 굳힌 검은 거인, 데모고르곤.


나는 그놈의 이름을 잊지 않는다.


절대로.


***


유키카제 "하아아아아앗!"


아사그 

「――――――」

「――――――」

「――――――」


파즈즈 "인간, 저항은 무의미하다"

유키카제 "입 닥쳐!!"

데모고르곤 "피아의 전력차를 이해할 수도 없는가. 하등생물이로군."

유키카제 "닥치라고 했잖아!!"


전력차이는 진작 이해하고 있었다.


새로운 군세는 한층 더 강력.


아무리 보아도 잡병인 아사그조차 자신의 뇌격에 꿈쩍도 하지 않는다.


파즈스와 데모고르곤은 나를 상대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는지 유연히 서 있을 뿐이다.


유키카제 "젠장!!"

후우마 대마인중 """유키카제 님!!"""

유키카제 "너희들!!"


달려온 것은 후우마 일문이다.


유키카제 "무사했구나!"


치열한 싸움을 하고 왔을 터인데, 부상자는 한 명도 없다.


후우마 토둔중 "이쪽 전선은 무너졌습니다. 지금부터는 저희가!"

후우마 화둔중(여) "유키카제 님, 후퇴하세요!"

유키카제 "뭐야!?"

후우마 화둔중 "이제 대마인의 희망은 당신이 살아남는 것!"

후우마 토둔중 "돌아가신 당주님도 그렇게 말씀하실 것입니다!"

유키카제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알아버렸다.


그들이 나를 도망치게 해주려는 것을.

여기서 자신들이 죽는 것으로.


유키카제 "하지만, 그래선......"


다 죽었는데.


후우마가 없는 이 절망적인 세계에서.


나만 살아남으면.....


후우마 일문

"유키카제 님, 어서!"

"언젠가 당주님의 원수를!!"

"후우마 일문의 각오를 보여주마!!"


데모고르곤 "어리석은 하등생물 놈들."


인법도 사용할 수 없는데 후우마 일문이 데모고르곤에게 도전해, 차례차례 죽어나간다.


유키카제 "아아......앗."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다리가 안 움직였다.



데모고르곤 "네가 대마인의 희망이라고? 뭐, 좋아. 송사리라도 반란의 싹은 뿌리 뽑는 것이 제일이지."


데모고르곤이 나를 돌아본다.


그 주위에 무수히 많은 광구光球가 떠오른다.


유키카제 "크으......"


저 중 하나만으로도 나를 죽이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데모고르곤 "숯덩이가 되어라.


놈이 광구를 쐈다.


절망에 사로잡힌 나는 선 채로. 죽음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유키카제 "후우마......미안......"

클리어 "포기하면 안돼."

유키카제 "에......?!"


정신이 들었을 때는 광구가 멈춰 있었다.


유키카제 "클리어!?"


나를 지켜준 것은 클리어였다.


클리어에서 내세운 빛의 방패 "카무이"가 광구를 모두 차단하고 있었다.


데모고르곤 "입자 실드? 나의 마술을 막다니, 하등생물치고는 제법이군."

클리어 "나는 클리어. 사람을 적대하는 존재를 구축하는 것이 사명."

데모 고르곤 "재미있군."


데모고르곤이 조금 손을 움직였다.


데모 고르곤 "어디까지 버틸 수 있나 볼까?"


카무이에 막혔던 광구가 빛을 더하기 시작한다.


클리어 "큿."


클리어 뒷걸음질 친다.


카무이가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유키카제 "클리어!!"

클리어 "내가 막고 있는 사이에 도망가."

유키카제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클리어를 두고 도망갈 수 있을리 없잖아!"

유키카제 "여기서 함께 싸우자!"

클리어 "아니."

유키카제 "클리어!"

클리어 "그럼 개죽음. 나도, 유키카제도."

클리어 "지금의 유키카제로는, 세계를 구할 수 없어."

유키카제 "......!"


클리어 "하지만 미래에는."

유키카제 "미래?"

클리어 "유키카제라면 분명 할 수 있어. 뒤는 부탁할게."

유키카제 "잠깐만!! 클리어! 둘이서 도망치자!!!"

클리어 "무리. 둘이서 도망갈 수는 없어. 유키카제만이라도 피해."

유키카제 "말 좀 들어! 정말 화낼 거야!"

클리어 "미안해요."

유키카제 "클리어!!"


데모 고르곤 "후후후.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따위 송사리를 지키려는 거냐."

클리어 "당연하지."

데모 고르곤 "자기희생이란 거냐. 하등생물 특유의 어리석은 습성이다."


데모고르곤이 우리를 비웃는다.


꺼림칙한 광구에 압력이 더욱 가해졌다.


유키카제 "으아아아아아!!"


분노로 온몸이 터질 것 같은데, 번개는 조금도 나와주지 않는다.


유키카제 "젠장!! 왜?! 왜 안 되는 거야아아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클리어를 도와줄 수 없다.


클리어 "유키카제, 가."

유키카제 "클리어!"

클리어 "까마귀는 저택의 지하실에 숨겼다. 할아범도 아직 버티고 있어. 도와줘."

클리어 "카무이, 안전장치 해제. 전 에너지 해방, 오버로드."


클리어 머리의 장식이 깜빡깜빡 깜박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카운트다운처럼.


유키카제 "클리어! 뭐하는 거야!!"

클리어 "최후의 수단."

유키카제 "그건! 안돼!!"


카무이의 빛이 더해간다.


클리어 "모두와 함께 사는 거, 재밌었어."

클리어 "유키카제와 까마귀와 할아버지와 게다가 후우마도 있어서 엄청 즐거웠어."

유키카제 "그만해! 제발!!"

클리어 "후우마라면 분명 이렇게 할 거야. 정말 좋아하는 유키카제를 지키기 위해. 그러니 나도 그렇게 할 거야."

클리어 "그것이 나의 사명."

유키카제 "클리어!!!"


후우마 일문 "유키카제 님!! 실례하겠습니다!!"


생존한 누군가가 나를 껴안았다.


나는 클리어에게서 멀어져간다.


유키카제 "안돼!! 안돼에에에에에에!!"


클리어가 나를 돌아보았다.


아직 웃고 있었다.


그게 마지막으로 본 클리어의 얼굴.


클리어 "고마워, 언니."


――――――――


유키카제 "클리어어어어어어!!"


하얀 섬광이 퍼졌다.


그것이 사라졌을 때 모든 것이 소멸되어 있었다.


거기에 있던 적도, 클리어도. 모든 것이.


유키카제 "싫어어어어어어어어!!"

아스카 "!?"


잠을 자던 유키카제의 느닷없는 비명에 망을 보고 있던 아스카는 움찔했다.


유키카제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유키카제는 상반신을 일으킨 채, 파랗게 질린 얼굴로 숨을 헐떡이고 있다.


아스카 "괜찮아??"

유키카제 "으, 응……잠깐 옛날 꿈을 꿨어. 그보다 냄새 좋다!"


분명 무리하게 밝은 모습으로 아스카가 만들던 아침식사를 들여다본다.


아스카도 그에 맞춰 유난히 밝게 말했다.


아스카 "키라라에게 동결건조 받은 보존식이야."

유키카제 "에? 그때의 고기!? 앗싸!"

아스카 "어제는 콩이었잖아. 오늘은 아침부터 고기야."

유키카제 "아침부터 고기라니, 최고잖아♪"

아스카 "그렇지♪"


서로 힘든 과거가 있다는 건 알고 있다.


그것을 뛰어넘어, 죽은 사람들의 마음을 짊어지고 싸우고 있는 것이다.


말하고 싶으면 말하면 되고, 울고 싶으면 울면 된다


그리고 참으려 한다면 참게 해준다.


억지는 부리지 않는다.


유키카제와 아스카는 그런 사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