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우마가 요미하라를 뜬 그 다음 날.



카린 "여기가 마에사키 시?! 와우~ 넓은데! 바로 저편에 산이 있어!!"

카린 "아, 역 앞에 쇼핑몰도 있어!! 저기 아스카, 잠깐 들렸다 가지 않을래?"

코우카와 아스카 "상관없지만, 잠깐만이야. 오늘은 일단 공적인 일로 왔으니까."


밝은 금발의 소녀 카린과 미연 DSO의 대마인·코우카와 아스카가 역 앞 거리를 걷고 있었다.


카린은 신기한 듯 이리저리 둘러보며 들떠 있다.


그 풍성한 머리카락이 흔들릴 때마다 길고 뾰족한 귀가 언뜻 보인다.


카린은 마족──인공적인 마족의 교배에 의해 만들어진, 개조마족 실험체다.


높은 신체능력과 마력을, 체내에 품은 기계로 증폭하는 이른바 생체병기.


싸우기 위해 태어나고 훈련을 받아온 그녀였지만, 다행스럽게도 연구원들은 그녀를 가능한 한 보통 아이와 똑같이 애정을 갖고 대해왔다.


그 덕에 그녀는 특수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무럭무럭 밝고 사교적인 성격으로 자랐다.


그런 그녀가 제일 갖고 싶은 것──그것은, 동년배의 가까운 친구와의 교류였다.


아스카는 친구라기보다, 직장 동료 같은 존재이지만, 그런데도 함께 거리를 걷는 것은 즐겁다.


카린 (연구소의 모두도 좋아하지만, 연상 뿐이니까. 세간에서 말하는 가족 같은 느낌?)

카린 (역시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처럼, 학교에 가서 친구를 사귀고, 연애 이야기 같은 것도 해보고 싶어~.)


아스카 "......린."

아스카 "카린. 듣고 있어?"

카린 "헤?"

아스카 "아아, 정말. 한 번 더 말할게."

아스카 "오늘은 마에사키에서 하룻밤 보내고, 내일은 오차학원에 가서 협의."

아스카 "그러니까 쇼핑을 하러 간다면, 호텔에 먼저 체크인하고 짐을 가져다두는 게 제일 좋아."

카린 "알았어! 후후, 오차학원 기대되네~!!"

아스카 "정말......진짜 제대로 알고 있는 거야?"


이번에 두 사람이 마에사키 시에 온 것은 시 외곽에 있는 스포츠 시설을 시찰하기 위해서였다.


미연과 오차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합동 스포츠 대회를 개최하자는 기획이 제기되어, 전부터 친구를 갖고 싶다 생각한 카린은 그 실행위원으로 입후보.


그 대회장으로서, 마에사키 시 교외의 스포츠 시설을 빌리게 되어, 두 사람은 그 사전답사와 오차학원 측과의 협의를 위해 온 것이었다.


카린 "오차학원의 그라운드를 빌리면 안돼?"

아스카 "그곳은 일단 대마인 조직의 중추이고, 무엇보다 교통이 불편해."

아스카 "잘 풀리면 합동팀으로 계속 활동하자는 말도 있고 하니, 다니기 편한 곳이 좋지."

카린 "오차학원에는, 우리 또래의 애들이 많지? 어떤 애들이 있어?"

아스카 "어떤 애들이라니......나도 그렇게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아스카 "여러 아이가 있어, 남자도 여자도. 대마인이라는 것 제외하면, 의외로 평범하지 않으려나?"

카린 "음─, 그럼 멋있는 애도 있어?"

아스카 "에, 멋있는......!?"

아스카 "음, 어, 없지는 않아......? 아니, 그 녀석은 별로 멋있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카린 "오, 있구나? 누구야? 가르쳐줘~!"

아스카 "아니라니까! 자, 빨리 가자!"

카린 "앗, 기다려 아스카!"


갑자기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한 아스카를, 카린이 즐거운 듯 따라간다.




호텔로 향하는 길.

카린이 문득 멈춰 서서 단말기와 눈 앞의 길을 비교해 보고 있었다.


아스카 "왜 그래 카린?"

카린 "저기, 내비랑 맵으로 보면 이쪽 길이 더 가까운 것 같은데."


그런 카린이 가리키는 끝에는 어두컴컴하고 좁은 골목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스카 "그쪽은 지름길인데, 치안이 좀 그래. 이른바 어둠의 거리."

카린 "마족이나 야쿠자가 만연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장사가 번창하고 있는 위험지대?"

아스카 "그래, 이 근처는 지방개발 지정도시로 선정되어 경기가 좋아. 돈이 있는 곳에는 어둠의 장사도 번창한다는 거지."


마에사키 시는 정부 지정도시가 되고 법인세 우대 정책 등이 시행된 덕에 지방도시치고는 번창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거기서 도는 돈을 목적으로, 여자나 도박, 그것을 지키는 폭력 같은 것을 장사거리로 삼는 무리도 모여 드는 것이다.


카린 "어둠의 거리, 보고 싶어! 지름길인데 이쪽으로 가자."

아스카 "에-......나, 전투용의 손발이 정비 중이라, 싸울 수 없는 일상용의 손발인데."

카린 "괜찮아. 내가 싸울 수 있어. 게다가 어둠의 거리를 봐 두는 것도, 병사로서의 공부인걸?"

아스카 "음......뭐 그렇지만"


아스카는 자신의 손발과 카린이 가리키는 어두컴컴한 길을 비교했다.


아스카 "뭐 풍둔은 쓸 수 있고, 만약 뭔가 나온다고 해도 어지간한 상대라면 쓰러뜨릴 수 있으려나......"

아스카 "알았어. 그냥 지나갈 뿐이니까."

카린 "아싸! 가자가자♪"


아스카는 이런이런 하고 한숨을 내쉬며 카린의 뒤를 따라간다.


카린은 귀여움 받으며 자랐다 해도, 생물병기이며, 연구소 안에서만 자랐기 때문에 그다지 바깥세상을 잘 모른다.


그런 처지를 동정해서인지, 아스카는 왠지 카린에게는 물러지는 것이었다.


한낮의 어둠의 거리는 쥐죽은 듯 고요했다.

대부분의 가게도 문을 닫고, 사람의 왕래 또한 거의 없다.


카린 "뭐야, 폭한이 여자를 위협한다거나, 그런 건 별로 없네."

아스카 "도대체 뭘 기대하는 거야? 어둠의 거리도 백주대낮에 그런 건......."


??? "꺄악."


조용한 뒷골목에 갑자기 새된 비명이 울린다.


카린 "에?"

아스카 "에?"

아스카 "......가자."

카린 "......응!"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 목소리가 난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여성 "꺄악! 죄송해요! 저, 사람을 찾으러 온 것 뿐이라......!"

건달 1 "사과해도 소용없다고. 이럴 땐 돈으로 보상해야지?"

건달 2 "어이 잠깐, 잘 보면 말도 안 되게 예쁜 미인이잖아?"

건달 1 "헤헤......확실히 그러네. 심지어 이 근처에서는 못 보던 얼굴인데. 신참 창녀인가?"

건달 2 "그럼 우리가 특별히 아양떠는 방법을 가르쳐 줄까나, 그헤헤......"

여자 "뭐, 뭘 하려고......"


아스카 "이런이런. 기대하던대로네, 카린."


여성을 둘러싼 마족 건달.

그림 같은 풍경에 아스카는 어깨를 으쓱했다.


반면 카린은 의욕이 넘친다.


카린 "정말이네~~! 좋아, 도와줄까나!!"

건달 1 "앙? 너희는 뭐야?!"


두 사람을 눈치챈 남자들이 위협했지만, 두 사람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여성을 구하러 뛰어들었다──.


***


마에사키 시에 도착한 나와 아레키는, 시즈루 선생님이 가르쳐 준 숙소를 찾아 어둠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아레키 "어둠의 거리라지만, 엄청 조용하네. 사람도 드물고."

나 "아직 낮이니까. 조금 있으면 가게 문을 열기 시작하겠지."

아레키 "그렇게 되기 전에 안나를 찾고 싶은데......"


화창한 오후 햇살이 스며드는 고즈넉한 뒷골목.


시즈루 선생이 점쟁이 안나에게 제안한 숙소는 이 일대에 집중되어 있다.


나 (안나 씨가 여기에 묵고 있다고 해도 밤까지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어. 애당초, 무슨 목적으로 마에사키에......?)


라고 생각하면서 걷고 있는데, 좁은 골목에서 갑자기 우당탕 소리가 나며 건달 풍의 마족이 굴러 나왔다.


건달1 "제, 젠장! 이 여자들 강해!!"

건달 2 "나, 나중에 두고 보자 꼬마!"


그리고, 그들을 쫓아나온 것은──.


아스카 "메ㅡ롱이다."

카린 "아스카가 진심일 때가 아니라 운이 좋은 거야, 아저씨들!"

나 "아스카?!"


미연 DSO 소속의 「강철의 대마인」 코우카와 아스카......와 처음 보는 금발의 여자아이다.


여자아이는 골목 안쪽으로 달려가더니 긴 머리의 여자를 부축하면서 나왔다.


카린 "괜찮아? 언니. 다치지 않았어?"

여성 "괜찮아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자가 고개를 들다.

마족일까. 갈색 피부에 푸르고 맑은 눈동자가 빛나, 요염하면서도 천진난만해 보인다.


그러자 그 얼굴을 보고 아레키가 반갑게 달려갔다.


아레키 "안나!!"

안나 "아레키!! 어떻게 여기에!"

나 "아레키, 안나라는 건 설마."

아레키 "그래, 얘가 안나. 네가 찾는 점쟁이 판타즈마야."

안나 "아레키, 그 사람은?"

아레키 "이쪽은 후우마. 대마인이고, 시즈루의 가게 아르바이트 군."

아레키 "오늘은 책을 전하러 요미하라에서 너를 찾으러 왔대. 난 그걸 따라왔어."

안나 "뭐, 책을 전하러 굳이 여기까지?"

나 "아아. 루리가 부탁한 이거, 『별과 여성의 은닉』이라는 거야."


나는 가방에서 꾸러미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이로써 겨우 짐 하나를 내렸다.


안나 "어머! 감사합니다. 루리 씨, 정말로 빌려주시다니."

나 "그리고 가게에 노마드의 습격이 있어서. 안나 씨를 호위해 달라고 시즈루에게 부탁받았어."

안나 "노마드요!? 어째서일까요, 전혀 짐작이 안 갑니다만......"

나 "습격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지상으로 올라온 거 아니야?"

안나 "아니요. 사람을 찾으러 왔어요. 저......의 친구가, 얼마 전부터 모습이 안 보이게 되어버려서."

안나 "저, 점쟁이니까요. 걱정이 되어 그 아이가 있을만한 곳을 점쳤더니 이 근처를 가리켜 와봤어요."

안나 "그런데 여기까지 왔는데도, 잘 안 보여서. 저, 분실물 같은 걸 잘 찾는데."

나 "친구?"

안나 "네, 리림이라는 친구인데......"

나 "그 녀석이냐!"

안나 "후우마 씨, 리림과 지인인가요?"

나는 "뭐, 지인이라고 할까, 음......그 녀석의 두목?"

안나 "두목?"


안나 씨는 어리둥절해 하지만 솔직히 달리 뭐라고 표현하기 어렵다고나 할까.


나 (그 녀석도 걱정해 줄 친구가 있었구나......)


리림은 항상 졸랑졸랑 거리지만, 이슈타르의 습격이 있고 나서, 멋대로 오차 밖에 나가려 하지 않는다.


요미하라에 나타나지 않게 된 것도 그때부터일 것이다.


점의 결과 마에사키 시에서 어긋난 것, 오차에 펼쳐져 있는 마술이나 저주에의 방호 결계가 작용한 탓일까. 

혹은 진정한 그 녀석, 『마왕의 딸』인 각성 리림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아스카 "후우마의 지인이었어? 하여간 트러블메이커라니까."

나 "어이어이, 내가 트러블을 일으킨 건 아니거든."

카린 "뭐야뭐야? 트러블메이커인 후우마 씨?"

아스카 "그래. 이 녀석은 오차학원의 학생으로, 트러블이 있을 때는 반드시 거기에 있는, 이상한 녀석이야."

나 "그러니까 아니라고......그런데 아스카는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아스카 "우리들은, 이번 합동 스포츠 기획의 회장 답사를 위해 왔어. 얘는 실행위원인 카린."

카린 "카린・브랜퍼드에요! 잘 부탁해!"


카린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민다.

잘 보니, 금발에 뾰족한 귀가 튀어나오는 게 보였다.


나 "마족? 미연의......인조마족인가?"

아스카 "역시 이해가 빠르네. 하지만 카린은 좋은 의미로 평범한 아이니까. 사이좋게 지내줘."

카린 "내일은 오차학원에 들를 거니까 잘 부탁해──앗! 호텔 체크인 시간!"

아스카 "아, 맞다. 그럼 우리는 슬슬 갈 건데, 안나 씨는 어떻게 할 거야?"

안나 "음, 이왕 여기까지 온 이상, 리림을 찾고 싶은데......"

나 "리림이라면 오차에 있어. 데려다 줘도 괜찮은데."

안나 "에, 저 같은 마족이 오차에 가도 되는 건가요?!"

나 "겉으로는 평범한 마을이니까. 본부가 있는 구역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그 밖에서 이상한 짓만 하지 않으면 괜찮아."

나 "아무튼 리림도 생활하고 있는 정도니까......"

안나 "그렇군요. 그럼 감사히......"


안나 씨는 문득 하늘을 올려다본다.


안나 "......하지만 곧 날이 저물 것 같네요. 오늘 하루 묵고 내일 찾아뵐까 합니다."


지금 나가면 어떻게든 오늘 중으로 도착할 것 같지만, 확실히 지친 몸으로 밤길을 가느니 하루 묵고 가는 게 나으려나.


나 "그럼 나도 동행하지. 시즈루로부터 호위를 부탁받았으니까."

안나 "괜찮으신가요? 하지만......정말 괜찮을지."


안나 씨가 당황한다. 시즈루 선생님에게 부탁을 받았다고는 해도, 만난지 얼마 안 된 남자를 믿을 수 없는 것도 무리는 아닌가.


아스카 "잠깐, 후우마도 이 사람과 묵을 거야!?"


......라며, 안나 씨 이상으로 나를 신용해주지 않는 녀석이 있었다.


나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것도 일이야. 내가 그런 남자가 아닌 거 알지? 둘이서 함께 밤을 새며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고."

카린 "엣!? 아스카!? 그런 거야 아스카!? 그렇게 앞서갔다고!?"

아스카 "잠깐 카린, 무슨 소리야!? 일 때문에 하룻밤 망을 본 것 뿐이야! 그때는 바로 마담도 왔고......"

아레키 "후후, 사이가 좋네."


아레키의 꼬리가 즐겁게 흔들린다.


아레키 "그럼 난 먼저 요미하라로 돌아가볼까나. 안나가 무사한 것도 확인했고, 네가 함께 있어준다면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으니."

나 "알았어. 시즈루에게는 잘 말해줘."

안나 "아레키, 고마워! 조심해."


그런 이유로, 나는 아레키나 아스카 일행과도 헤어져, 안나를 호위하며 숙소로 향했다.


헤어질 때, 등에 아스카의 따가운 시선과 카린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잔뜩 느꼈지만.


나 (나도 여러 임무를 이겨냈거든. 여성과 단둘이 있는 밤 정도, 평상심으로 해내고 말겠어.)




카린 "얘 얘! 아까 그 애지? 멋진 애라는 거!"


숙소로 향하는 길에, 카린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아스카를 팔꿈치로 쿡쿡 찌르고 있었다.


아스카 "뭐어!? 그런 거 아니거든. 애당초 멋있는 애가 있다고 말하지도 않았고."

카린 "또또 그런다. 그렇지만 그 남자가, 저런 미인과 단둘이서 묵는다니, 신경 쓰이지 않아?"

아스카 "딱히, 후우마 말처럼 일이니까......"

카린 "......"

아스카 "뭐, 뭐야?"

카린 "아─ 좋네, 청춘이라는 느낌!"

아스카 "그러니까 그런 게 아니라니까! 자, 빨리 숙소로 가자!"


연구소에서 자란 카린은, 조금 '청춘'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것 같았다.


그렇다고 완전히 빗나간 것도 아닌 것 같아서──.


기분 탓인지 빠르게 앞서가는 아스카의 뒤를, 카린은 들뜬 기분으로 걸으며 숙소로 향했다.




시무루그 "......케, 대마인이 들러붙어 있는데다, 미연까지 나왔겠다."

시무루그 "하지만 몇 명이 모이든 마찬가지다. 이제 곧 밤이 온다......케케, 목을 씻고 기다려라, 음마왕의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