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도쿄 근교에 있는 한 다목적 아레나.


일찍이 스포츠, 콘서트, 연극 등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했던 그곳은 황폐해진 세계에 사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레이더들의 대규모 섹트로 변해 있다.


그리고 지금 거기에는 브레인플레이어의 용병 헌터, 심지어 브레인시티의 정규병인 파이터까지 집결해 있었다.


황폐한 도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적이라는 점에서는 공통된 3자이기는 하지만, 파이터는 오버테크놀로지 장비로 무장한 브레인 플레이어의 충견.


헌터는 그보다 수는 많지만 주어진 장비는 뒤떨어지고 문자 그대로 일회용의 존재.


레이더에 이르러서는 장비는 평범, 질은 열악하고, 수가 많고 광기만이 전부인 식인종들이다.


그런 무리들이 한데 모여서 사이좋게 지낼 리 만무하다.


그들이 모인 목적과는 상관없이 금방이라도 싸움이 벌어질 것 같은 위태로운 분위기가 레이더 섹트에 감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심부에서──.


콰직!!


콜로세움이라 불리던 아레나에서 이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이름의 유래인 고대 로마의 검투사 경기를 방불케 하는, 사람 한 명이 참살당한 소리다.



괴력의 토르켈 "멍청한 놈들이!"


대머리 남자가 망치를 휘둘렀다.


흠뻑 묻은 혈육이 튄다.


방금, 『Band it에게 습격당해 수송부대 전멸』이라 남자에게 보고하고, 단지 그것만으로 분노를 사 큰 망치에 머리부터 박살난 운 나쁜 레이더의 잔해다.


괴력의 토르켈 "그 Band it의 부대를 찾아내 죽여라!"


부들부들 떠는 레이더들에게 남자는 말했다.


그의 이름은 토르켈.


이 대규모 섹트를 지배하는 사령관으로 "괴력의 토르켈"이라 불리며 두려움을 사고 있다.


레이다

"넷!!"

"즈즈, 즉시!"

"마, 맡겨주세요!!"


운 좋게 살아남은 레이더들이 도망치듯 사라진다.


괴력의 토르켈 "Band it 놈들."


토르켈은 다시 한번 망치에 묻은 혈육을 털어냈다.


화풀이로 부하 한 사람을 짓뭉갠 탓인지 묘하게 개운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괴력의 토르켈 "네놈의 부대도 의외로 쓸모 없군."


토르켈은 그의 곁에 있는 이형의 괴인에게 빈정거리며 말했다.


머리는 꼬리 달린 물고기, 팔은 게 같은 거대한 가위, 허리부터 아래는 오징어 같은 무수한 다리.


브레인플레이어를 섬기는 이계의 마인, 트리톤이다.



트리톤 "소규모 국지전에서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다. 전체적으로는 우리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트리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물고기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


도발에 응하지 않는 트리톤에 토르켈은 가볍게 머쓱해진다.


괴력의 토르켈 "알고 있다. 그래서 상황은?"

트리톤 "우리 위대한 여왕의 군세가 레지스탕스의 거점을 여러 개 동시에 공격 중이고, Band it은 고립되어 있다."

괴력의 토르켈 "레지스탕스의 원군이 없다면 놈들은 열세겠지."

괴력의 토르켈 "성가신 대마인의 힘이라도, 압도적인 수에는 당해낼 수 없을 터."

트리톤 "그렇지. 우리 연합의 기습으로 놈들의 방어선은 무너지고 있다."

트리톤 "다가올 총공격에서는 이 나도 출진해, Band it의 '두령'과 '마신'의 목을 따겠다."


어디까지나 평탄한 목소리의 트리톤이지만 토르켈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괴력의 토르켈 "좋지. Band it 토벌의 공적으로 나는 그 암여우에게 반기를 든다."

괴력의 토르켈 "암여우에게 반발하는 수많은 사령관들도 이 토르켈 편을 들겠지."

트리톤 "토르켈 "왕"이여. 우리 위대한 여왕은 귀하에게 매우 기대하고 계신다."


트리톤은 물고기 눈을 가늘게 떴다.

거기에 작지만 빈정거림의 빛이 떠오른다.


그걸 몰랐는지, 아니면 눈치채고도 무시했는지 토르켈은 거만하게 쏘아붙였다.


괴력의 토르켈 "약해빠진 마족 년은 레이더에게 필요 없다. 이 내가 새로운 레이더의 왕이 되는 거다."




그리고 다음날──.


도쿄에서 가까운 산간에는 브레인플레이어의 대파괴 이전보다 과소화가 진행되어, 교통수단도 끊겨 등산가조차도 접근하지 않아, 잊혀진 비경이 된 장소가 많이 있다.


그 장소 중 하나, 옛날에 뱀을 신앙한 마을이 있던 그곳에, Band it의 본거지 Band it의 요새가 있다.


레이더 수송부대를 습격했던 Band it 부대가 그곳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자신들을 도운 또 다른 레이더 부대, 메티스가 이끄는 바로네스 병사들을 데려오고 있었다.


Band it 병사

"......"

"......"

"......"


물론 기가스의 사자라는 메티스를 완전히 신용하는 건 아니다.


그 증거로 요새의 문은 굳건히 닫혀있으며 메티스와 바로네스 부대 뿐만 아니라 Band it의 병사들도 요새 밖에 머물러 있다.


누구 한 명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요새는 완전 경계 태세에 들어서 있었다.


그래서 자신들의 요새 앞임에도 불구하고 Band it 병사들은 침착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바로네스병

"......"

"......"

"......"


여기까지 끌려온 바로네스 병사들의 긴장은 그 이상이다.


요새에서 밀려오는 살기를 느끼며 수시로 무기를 들었다가 내린다.


오직 한 사람, 메티스만이 태평했다.


메티스 "으~~~응. 공기가 맛있네♪"


묘하게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며, 크게 기지개를 켜고 심호흡 따위를 하고 있다.


메티스 "그런데 메티스는 기계라서 공기가 맛있다는 건 사실 잘 몰라. 한 번 말해봤어."

메티스 "인간들은 공기가 맛있어? 맛없어? 어느 쪽이야?"


메티스는 흥미진진한 모습으로 부하 바로네스 병사를 돌아봤다.


그들은 항상 방독면을 쓰고 있으며, 그것이 없어도 공기의 맛과는 무관한 존재다.


그렇다고 메티스의 물음을 무시할 수도 없었고, 병사들의 지휘를 할 수 없는 그녀를 대신해 실질적으로 부대를 이끌고 있는 지휘관이 대답했다.


바로네스병 지휘관 "네, 맛있습니다."

메티스 "그건 좋겠네."

Band it 지휘관 "......"


그들의 기묘한 대화를 곁눈질 하며, 요새 안에서 사자와 이야기를 주고 받던 Band it의 여지휘관이 말했다


Band it 지휘관 "메티스, 요샤 안으로 안내할게. 당신 혼자만 따라와."

메티스 "고마워."


메티스는 조금도 경계하지 않는 모습으로 혼자서 부리나케 가려고 한다.


바로네스병 지휘관 "잠깐! 우리도 동행하겠다."


공기가 맛있다고 한 남자가 날카롭게 말했다.


거기에 Band it 병사들이 반발한다.


Band it 대마인 "농담이지? 너희를 믿는 게 아니야."

Band it 대마인 "요새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건 그 기계녀 뿐이다."


그 말투에 바로네스 병사들도 흥분한다.


바로네스병 "메티스 님은 바로네스 님의 사자라고!? 네놈들의 포로가 아니다."

바로네스병 "메티스 님께 호위를 동행시켜라!"

Band it 대마인 "아니 안돼!"


쌍방에서 아우성치고 있다.


아직 서로 쏘아대지는 않았지만 일촉즉발이다.


메티스 "어라라, 싸움이 시작되겠네. 또 몰살해서 얌전히 굴게 해야 하나."

Band it 지휘관 "메티스, 잠깐만! 너희들, 무기를 내려라!! 바로네스 병사들도 다! 침착해라!"


메티스라면 진짜 할 수도 있다.


여지휘관이 모두를 제지하려는데 갑자기 강한 마력의 기척이 나타났다.


메티스 "어머! 뭐가 나와!"


메티스는 얼굴을 반짝이며 위를 보았다.


마력을 느낄 수 있는 Band it의 대마인이 고개를 돌리고, 바로네스 병사들도 따라서 한다.


허공에 마법진이 출현하고 있었다.



??? "나~~참. 다들 혈기가 넘친다니까."


질린다는 기색의 목소리가 나더니 마법진에서 한 여자가 나타났다.


바로네스 병사 "저건!?"

바로네스병 지휘관 "B, Band it의 마신이다......!"


"마신"이라 불리는 여자의 출현에 역전의 바로네스 병사들이 떤다.


그에 비해 메티스는 "마신"의 등장에 기뻐하는 모습으로,


메티스 "왓, 역시 헤비코짱이구나!"

헤비코 "메티스, 오랜만이야."


Band it의 마신 아이슈 헤비코가 말했다.


오차학원에 있을 무렵, 아직 어린 티가 있던 당시를 떠올리면, 다른 사람인 것처럼 아름답게 성장하고 있었다.


메티스 "저기! 문어 보여줘, 헤비코짱!!!"

헤비코 "이무기! 나는 각성해서 이무기를 부리거든......후우."


그에 관해서는 고집스러운 헤비코가 빠르게 말하다가 지금의 입장을 떠올리며 온화하게 말했다.


헤비코 "우리는 일단 적대 중니까 헤비코짱이라 부르는 건 그만해 줄래?"

메티스 "어제의 적은 오늘의 친구. 그게 인간의 속담이잖아!"

메티스 "그러니 헤비코랑 메티스는 친구야!"

헤비코 "그렇게 왔나."


오늘도 허물없는 메티스에 헤비코는 쓴웃음을 지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기가스의 가게 "매달리는 가게"에서 몇 번인가 만났다.


기가스와는 적대 관계인 Band it도 바로네스 시티에서의 물자 조달은 필요하고, 기가스에게도 Band it은 큰손이기에 나름대로의 외교 관계는 존재했다.


두 사람은 그런 인연으로 아는 사이지만, 메티스는 왠지 일방적으로 헤비코를 따르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브레인플레이어의 기계생명체로서, 어째서인지 그들을 배신한 메티스이기 때문에, 설령 진심으로 따르고 있다고 해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알 수 없었다.


결코 방심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헤비코 "메티스, 잠깐만 기다려. 지금, 네 부하와 얘기할게."

메티스 "치사해. 메티스도 헤비코짱이랑 제대로 얘기하고 싶어. 그래서 여기까지 온 거야!"

헤비코 "이러고 있으면 그것도 못하잖아. 금방 끝나니까. 알았지?"

메티스 "으음. 어쩔 수 없네. 조금만 참을 테니까. 이야기를 하든 처치하든 마음대로 해."


바로네스병 지휘관 "메, 메티스 님......?!"

바로네스 병사

"설마 우리에게 마신의 상대를!?"

"그럴수가!?"


메티스의 처치라는 말에 바로네스 병사들이 몸을 부들부들 떨지만,


헤비코 "그런 거 안 한대도."


헤비코는 메티스에게 휘둘리는 그들을 오히려 동정하며 말했다.


헤비코 "메티스가 기가스의 사자라는 건 나도 알고 있어."

헤비코 "하지만 우리는 지금 기가스 휘하의 토르켈과 브레인플레이어 연합군과 전투 중이야."

헤비코 "그러니까 간단히 바로네스 병사을 Band it 요새 안에 들일 수는 없어."

헤비코 "하지만, 메티스는 내 친구로써 맞아들일 수 있어."

헤비코 "그녀의 안전은 이 내가, Band it의 마신 헤비코가 보증할게. 이해해줄래?"

바로네스병 지휘관 "므......"

헤비코 "무리라면 그냥 이대로 돌아가야겠지만."

메티스 "그건 안돼! 기가스의 부탁을 이루지 못했어. 메티스, 밥 먹고 살아야 돼!"


바로네스병 지휘관이 뭐라고 하기 전에 메티스는 당황한 듯 말한다.


헤비코 "밥 먹고 살아야 한다는데. 자, 어떻게 할래?"


엉뚱한 메티스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헤비코는 적의 지휘관에게 다시 물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바로네스병 지휘관 "좋다. 메티스 님이 따르고 있는 마신 헤비코의 보증이라면 이해했다."

헤비코 "고마워."

메티스 "좋은 판단이야. 착한 아이인 거야."

바로네스병 지휘관 "예."

헤비코 "자, 갈까? 메티스."

메티스 "가자!"


이리하여 헤비코의 안내로 메티스는 Band it 요새 안으로 들어갔다.


***


요새는 과거 그곳에 있던 농촌이 쏙 들어갈 만큼 넓었다.


요새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큰 거리가 있고 그 주위에 밭과 논과 판잣집이 즐비하다.


오차학원이라는 보루를 잃은 대마인들이 열심히 살아온 증거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관계없이, 메티스는 요새 안에 들어온 것을 천진난만하게 기뻐하는 눈치였다.


메티스 "드디어 Band it 요새 안에 들어온 거야. 왠지 엄청 설레는 거야."

헤비코 "설레는 건 좋은데 너무 튀지 마. 네 모습을 보면 다들 무서워하니까."

메티스 "앗, 기쁘네. 헤비코짱이랑 똑같아."

헤비코 "똑같다니 뭐가?"

메티스 "헤비코짱도 바로네스 시티의 모두한테 엄청 무서운 존재인 거야."

메티스 "문어로 변신한 모습은 공포의 화신인 거야. 모두 오줌을 지리는 거야."

헤비코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문어가 아니라 이무기라니까."

메티스 "옛날에는 문어였다고 들은 거야."

헤비코 "응, 뭐, 옛날에는 그랬지."


그런 말을 주고받으면서 헤비코는 가장 큰 판잣집으로 다가간다.


'마신'과 함께 두려움을 사는 Band it의 '두령'의 집이다.


Band it 대마인 "헤비코 님. 모두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경비를 서던 대마인이 메티스를 경계하며 말하고는 그 문을 열었다.


헤비코 "그럼 들어가, 메티스."

메티스 "실례합니다 인 거야!"


어디까지나 마음 편하게 메티스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 집의 1층은 커다란 방으로, Band it 간부의 작전실이기도 하다.


그리고 현재 Band it 요새에 있는 간부들이 그곳에 이미 모여 있었다.


헤비코 "모두, 기다렸지. 어떻게든 온건하게 데려왔어."

메티스 "앗, 두령이다!"


메티스는 간부들 가운데 두령을 반갑게 가리켰다.



마리 "메티스, 오랜만이야."


두령 시노하라 마리가 말했다.


일찍이 오차학원에서 반장을 맡고 있던 그녀는, 지금은 Band it 두령이라는 입장에 있었다.


그녀 역시 헤비코만큼이나 몰라보게 성장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안경 밑에는 과거 수많은 친구들에게 흠모를 산 상냥함 뿐만이 아니라, 강인함과 엄격함을 갖춘 눈동자가 번뜩이고 있었다.


마리 "갑작스레 미안하지만 용건을 묻겠습니다. 저희에겐 시간이 없으니까요."

메티스 "메티스도 마리에게 찬성인 거야. 용건만 전달하는 거야."


메티스는 늘어선 Band it의 간부들에게도, 두령에게도 기죽지 않고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문자 그대로 기계 같은 냉철한 어조로


메티스 "기가스의 의사를 전한다."

메티스 "기가스 산하 대규모 섹트의 사령관 토르켈이 기가스에 대해 반란을 획책하고 있다."

메티스 "토르켈은 브레인플레이어와 손잡고 Band it을 토벌."

메티스 "그 공적으로 기가스를 물리치고 레이더의 왕이 되려 한다."

메티스 "그것은 브레인플레이어 측, 아마도 궁정마술사 다곤의 모략일 것이다."

메티스 "기가스는 토르켈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메티스와 바로네스군을 Band it에 파견할 거다."

메티스 "기가스는 Band it과의 동맹을 희망한다. 이상."

메티스 "네에, 이게 기가스의 전언이야. 일 끝난 거야."


메티스는 원래 말투로 돌아가 안심한 듯이 말했다.


Band it의 사람들은 전해진 말의 의미, 기가스의 의도를 짐작하듯 잠자코 있었는데, 먼저 헤비코가 말문을 열었다.


헤비코 "묘한 이야기네."

헤비코 "그것 전부가 함정이고, 뒤에서 기가스와 브레인플레이어와 손을 잡고 있을 수도 있어."


그 말에 간부들은 수긍한다.


메티스 "헤비코짱은 의심이 많아! 하지만 기가스라면 있을 수 있는 얘기로 납득하는 거야."


메티스까지도 그렇게 말했다.


자신이 할 일은 전언.


그것이 끝난 이상, Band it이 동맹 제안을 덫이라고 의심해도 변명할 필요 없다.


그들이 그것을 받아들이든 말든 전혀 상관없다는 듯 하다.


그러자 간부들 사이에 떠들썩한 대화가 시작됐다.


마리 "......"


그 와중에 두령인 마리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라면, 후우마 코타로라면 어떻게 할까, 하고 상상하고 있었다.


헤비코와 간부들의 경계는 지당하다.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니.


기가스가 악랄하고, 가장 경계해야 할 인물 중의 한 사람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현재, Band it의 상황은 어떠한가?


토르켈×브레인플레이어 연합군 앞에 Band it은 붕괴 직전, 적의 대군이 이 요새에 육박하고 있다.


의지할 건 레지스탕스 뿐인데, 이들도 현재 브레인플레이어의 군세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어 원군은 바랄 수 없을 것 같다.


이대로 내버려둬도 패배할 Band it에게 일부러 심복인 메티스를 파견하여 위험에 빠뜨릴 경우, 이득은?


마리 (분하지만, 지금 우리를 함정에 빠뜨릴 가치는 없어.)

마리 (이럴 때 후우마 군이 있었다면......)


그는 그 지식과 재치와 무엇보다 인맥으로 여러 궁지를 벗어났다.


대마인이면서도 인법을 쓸 줄 몰랐던 그는 누군가의 힘을 빌리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자신의 힘을 보여주겠다거나 하는 남자의 오기와도 무관했다.


그렇게 약하지만 강한 그의 주위에는 성별, 나이, 조직, 입장, 종족조차 상관없이 여러 사람이 신기하게도 모여들었다.


오차의 대마인은 물론, 미연의 사이보그, 군인, 에이전트, 범죄도시의 갱, 마술사, 암살자, 노마드의 마족과 함께 싸우기도 했다.


그들 쪽에서 도움을 청해 올 때도 있고, 추세에 따라 그렇게 될 때도 있었다.


오히려 그게 더 많았고, 그는 말로는 귀찮아하면서도 성실하게 자기 몫을 다하고 있었다.


마리 (그렇지. 후우마 군. 당신이라면......)

마리 (이럴 때는 꼭......)


마리 "이런이런......"


정신을 차려 보니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헤비코 "에......?"


간부들과 이야기하던 헤비코가 그녀를 돌아보았다.


눈과 눈이 마주친다.


거의 무의식적인 중얼거림이었지만 헤비코는 『아, 알겠다』라며 조금 웃는 표정을 지었다.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마리는 두령답게 모두에게 말했다.


마리 "기가스와 동맹을 받아들일게요."


간부들은 물론 놀라서 마리의 결정을 말리려 한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알아 준 헤비코가 제대로 거든다.


헤비코 "Band it을 여기까지 이끌어 온 건 두령이야. 그러니 헤비코는 두령을 믿어. 당신들은?"


그 말에 간부들은 입을 다문다.


항상 모두의 궁지를 구해온 영웅, Band it 최강전력 '마신'이 그렇게 말한다면 자신들은 할 말이 없다고.


마리 (고마워, 헤비코짱.)

마리 (헤비코짱도 후우마 군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내'가 옛날의 '헤비코'와 똑같다고.)


그것을 조금 이상하게, 그리고 기쁘게 느끼면서 마리는 메티스에게 말했다.


마리 "Band it은 기가스와의 동맹을 수락하겠습니다. 그렇게 전해줘, 메티스."

메티스 "벌써 전달했어. 기가스, 결정한 것 같아."


메티스는 작은 큐브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것은 찰칵 하고 전개하며 작동, 기가스의 입체영상을 거기에 투영했다.


저 큐브는 통신장치였나.


아무래도 그것을 통해서 계속 대화를 듣고 있었던 것 같다.


그녀다운 방법이긴 하다.



기가스 "현명한 리더 덕에 Band it은 구원받겠군."

기가스 "약속대로 바로네스군 파견과 필요한 군수물자를 제공하지."

기가스 "이미 요새에서 반나절 정도 거리에 진출시켜 놓았다."

헤비코 "......"


기가스의 솜씨에 헤비코를 비롯한 Band it의 간부들이 놀란다.


물론 감탄이 아니라 경계 때문이다.


만약 동맹을 거절했다면 그 바로네스군이 적으로 돌아섰을지도 모른다고.


마리도 전적으로 동감했지만 여기는 먼저 감사를 표한다.


마리 "원군과 구조, 감사드려요."

기가스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다."

마리 "그렇다고 브레인플레이어와 전면전을 벌일 생각은 없겠죠?"

기가스 "그래."

기가스 "궁정마술사 다곤의 못된 꾀겠지만, 쓸데없는 이간책 등을 놀리면 오히려 위기를 초래할 뿐이라고 교육하기 위한 동맹이다."

마리 "모든 것은 당신의 장사를 위해서, 라는 거군요?"

기가스 "이익이 맞아떨어지는 동안에는 동맹이 성립한다. 불만인가?"

마리 "알기 쉬운 사람이네요. 그래서 믿을 수 있어."

기가스 "훗."


파충류 같은 얼굴이라 알아보기 힘들지만 기가스는 히죽 웃은 모양이다.


헤비코 "메──롱."


기가스를 아주 싫어하는 헤비코는 어른답지 않게 혀를 내밀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앙숙으로 알려진 Band it과 기가스의 동맹이 성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