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곤의 지하 비밀 기지


그곳은 무참한 지상과는 달리 브레인플레이어 과학의 정수를 품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시설이었다.


아즈사 "......"


아즈사는 음양도의 은신술을 사용해 기지 안을 태연하게 걸어간다.


기지의 병사들과 복도에서 스쳐 지나가지만 누구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다.


아즈사 (그러나, 상당한 수로군)


모두 이계의 원주민으로 인간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다.


아즈사 (다곤이 지배하던 차원의 놈들인가. 여기에 사병을 모으는 모양이군)


브레인플레이어도 인간 병사를 쓴다.


브레인 시티의 정규병 파이터, 용병 헌터 등이 그렇다.


하지만 다곤이 그럴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인간의 능력 따위는 기대하지 않는가. 반대로 두려움을 품고 있는가.


아즈사 (대마인에게는 흥미가 있는 것 같지만)


어쨌든, 아즈사는 기지 안으로 나아갔다.


어느 방에서 아즈사는 멈춰 섰다.


브레인플레이어의 언어로 생체실험실이라 쓰인 방이다.


안에는 여러 개의 캡슐이 늘어서 있었고, 아까 싸운 카나로아나 쉬르 등의 이계의 몬스터, 어딘가 다른 세계의 주민 같은 휴머노이드, 그리고 이쪽 세계의 인간이 갇혀 있었다.


모두 생체실험용 기니피그다.


아즈사 (잔인하군......)


아즈사는 그 중 한 명, 분명히 인간이 아닌 것을 임신하고 있는 여자를 발견했다.


온몸에 기분 나쁜 비늘 같은 것이 떠올라, 배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부풀어 있다.


은신술을 쓰고 있는 아즈사를 그 여자는 인식하지 못했으나, 제발 죽여 달라는 신음 소리가 캡슐에서 약하게 들려온다.


아즈사 "......"


같은 여자로서 괴물을 낳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아플 정도로 알았지만, 여기에 온 목적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소란을 피울 수 없다.


아즈사 (미안하다......)


아즈사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실험실 밖으로 나왔다.


아즈사는 비밀기지 더욱 안쪽으로 나아간다.


이윽고 당도한 곳은 기계생명체의 제조공장이라 생각되는 지역이다.



거기에는 기계생명체 병사, 머신드로이드가 쭉 늘어서 있었다.


하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모두 대기상태로 돌아가 있다.


머신드로이드는 기계생명체의 일반병으로, 대부분은 브레인시티의 지하 브레인코어를 지키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실용 위주의 외관에서 상상할 수 있듯이 같은 기계생명체인 메티스나 아비게일만큼의 성능은 없다.


하지만 이들은 테셀락의 잃어버린 후 각자 독자적인 자아에 눈을 뜨고 브레인플레이어를 이탈한 반면, 머신드로이드는 지금도 스스로의 의사로 브레인플레이어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


전력의 저하가 현저한 브레인플레이어에게 있어서는 귀중한 병사이며 본래라면 이런 곳에 있을 리 없다.


하물며 의지가 있는 존재가 이런 식으로 대기상태에 놓여 조각상처럼 우뚝 서 있는 걸 원할 리 없다.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겠지만 이것도 다곤다운 방법이다.


아즈사 (점점 더 의혹이 강해지는구나......)

아즈사 (그러나 불쌍하군......)


앞선 생체실험실에서 여자를 향한 것과 같은 종류의 표정을 머신드로이드들을 향하고서, 아즈사는 그 자리를 떠났다.


아즈사는 비밀기지의 중추구획으로 여겨지는 지역에 침입하고 있었다.


여기라면 기지의 상세한 데이터, 다곤의 사병 편성 등에 대해서 기록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아즈사 "흠......"


아즈사는 오니 식신을 불러내 해킹하려 했지만, 귀에 거슬리는 웃음소리가 그것을 가로막았다.



압둘프 "오호호호호. 이런 곳에 인간이 있다니. 그 묘한 것으로 뭘 하려는 거지?"

아즈사 "다곤의 계획을 파악하기 위해. 잘도 내 존재를 알아차렸구나."


은신술은 계속 사용하고 있다. 그런 아즈사를 인식한 것이다.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상대다.


압둘프 "인간은 하찮은 벌레와 같으나, 묘한 힘을 쓰는 자도 있다는 것 쯤은 알고 있어."


거기에 있었던 것은 브레인플레이어의 여자다.


눈도 코도 입도 없이 밋밋하나, 온몸에 가시가 돋아 있으며, 팔은 4개나 된다.


브레인플레이어의 기술로 자신의 육체를 개조하고 있는 듯 종족 본래의 특징은 이미 잃었다.


한편 크리처 같은 외관과 달리 유방이나 사타구니 등 여자로서의 부분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그런 브레인플레이어가 누구였는지 기억해냈다.


아즈사 "다곤의 측근인 마녀, 압둘프로구나."

압둘프 "어머, 날 아나 봐."

압둘프 "그래, 다곤 님에게 모든 걸 바친 여자, 그게 나 압둘프."

압둘프 "당신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나 이외의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고 여기까지 온 솜씨......"

압둘프 "오호호, 대마인일 테지?"


입도 없는데 잘도 말하는 여자다.


아즈사 "그렇다면?"

압둘프 "물론 죽여야지."

아즈사 "할 수 있다면 말이야."


아즈사는 칼을 뽑아들었다.


압둘프 "오호호호호. 말귀를 못 알아먹는 인간이네. 언제까지 그렇게 있을 수 있을까?"


마녀는 깔깔 웃는다.


그리고 네 팔 중 위의 두 개를 까딱 움직이며 몬스터를 소환하기 시작했다.


브레인플레이어에 의해서 만들어진 의지가 없는 인조생명체, 이계의 골렘.


마찬가지로 그 테크놀로지에 생성된 이계의 파수견, 그러나 전혀 개로는 보이지 않는 브레인 도그.


그리고 미리 불러두었겠지, 이미 기지에서 여러 명 목격했던 이계의 원주민 병사들까지 몰려든다.


아즈사 "진수성찬인걸."


아즈사는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음양염류의 찌르기 자세를 취했다.


***


압둘프 "우선은 그 아이들을 통해 어느 정도 하나 볼까."


압둘프는 몰려든 몬스터의 뒤에서 네 팔뚝을 두 개씩 자랑하듯 모았다.


아즈사 "너는 싸우지 않는 건가?"

압둘프 "내가 손을 대면 한순간에 끝나버리니까. 그 얼굴이 절망으로 일그러지는 것을 볼 수 없어."

아즈사 "오만한 여자인걸."

압둘프 "우아하다고 말해줘."

아즈사 "흥."


아즈사는 가볍게 코웃음쳤다.


마음껏 지껄이라치. 어차피 찰나이니.


이계의 원주민

"URUUUUUUUUUUU!!!"

"URUUUUUUUUUUU!!!"

"URUUUUUUUUUUU!!!"


다곤의 사병으로, 이런 기지에 틀어박혀서는 만족스럽게 싸울 수도 없을 것이다.


그 울분을 터뜨리듯 이계의 원주민 병사들이 일제히 다가왔다.


하지만 절반 이상은 엉뚱한 방향으로 돌진하고 있다.


아즈사가 사용한 은신술에 아직도 현혹되어 있는 것이다.


아즈사 "눈을 똑바로 떠라."


아즈사는 눈을 감은 채 말하며, 바보짓을 하는 병사들을 차례로 찔렀다.


이계의 원주민

"URUUUUUUUUUUU!?"

"URUUUUUUUUUUU!?"


조금은 아즈사가 보이는 병사도 있지만, 그 공격의 화살은 역시 어긋난다.


아주 드물게 제대로 공격해오지만, 아즈사는 상점가에서 레이더를 상대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체중이 없는 듯한 움직임으로 간단히 그것을 피해, 일격필살의 찌르기로 숨통을 끊는다.


브레인 도그나 이계의 골렘도 마찬가지다.


이형의 파수견이 아무리 물어오든, 강철의 거인이 아무리 호완을 휘두르든, 그 무엇도 아즈사에게는 닿지 않고, 모든 것을 관통하는 찌르기에 차례차례 쓰러져 간다.


대마인의 대표적인 검술, 일도류가 "공격"에 뛰어나다면, 아즈사의 음양염류는 "방어"에 뛰어나다.


음양도의 기술을 이용한 은신, 호신, 자신의 움직임을 깨우치지 못하게 하는 보법, 몸놀림.


그것들을 구사하는 아즈사는 마치 환상 같아, 이렇게나 몰려든 부대가 당해낼 리 없었다.


압둘프 "오호호호, 제법인걸."

아즈사 "큰소리치긴."


녀석은 브레인플레이어인 마녀.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모른다.


호출한 부하들을 휘말리게 하는 공격도 서슴치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쪽을 조심하면서 아즈사는 앞선 적을 모두 쓰러뜨렸다.


압둘프 "오호호호호. 인간치고는 대단해. 그게 대마인의 힘이라는 건가."

아즈사 "이제 한순간에 나를 쓰러뜨릴 수 있다는 너의 힘을 보여주시지."


결국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에 맥 빠지는 걸 느끼면서 아즈사는 말했다.


압둘프 "바란다면."


압둘프가 드디어 공격해 왔다.


위의 두 팔을 사용한 마술.


방사선에 의한 빔 공격이다.


본인은 갑작스런 기습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인간은 물론이거니와 생물이면 즉사를 면할 수 없다.


하지만 아즈사는 태연히 서 있었다.


아즈사 "그래서?"

압둘프 "그런!? 인간이 견딜 수 있을리가!?"


코도 입도 없는 밋밋한 마녀는 재미있을 정도로 동요한다.


아즈사 "미안하지만 인간은 아니야"

아즈사 "이 몸은 너희들 브레인플레이어의 여왕이 만들어 준 것. 여기에는 여왕의 명령으로 왔어."

압둘프 "뭐!?"


경악하는 압둘프 앞에서 아즈사는 천천히 눈을 떴다.


여왕 마우자에게서 받은 기계의 눈, 기계생명체의 눈을.


아즈사 "여왕 마우자의 사자로서 묻는다. 이곳은 다곤이 비밀리에 만들던 기지가 틀림없겠지?"

압둘프 "......!"


압둘프의 몸이 흔들렸다.


아즈사 "다곤은 여왕에게 자신이 지배하는 차원이 멸망했다고 보고했으나,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

아즈사 "아직 건재한 다곤령을 사유화하고, 이 차원으로 사병을 보내고, 끝내 비밀기지를 만들었다."

아즈사 "목적은 여왕에 대한 반란. 그렇지? 대답해, 마녀 압둘프."

압둘프 "크으으!"


아즈사의 붉은 눈에 묶인 듯 압둘프는 부르르 떨고 있었다.


아즈사가 여왕 마우자의 사자라는 것과, 다곤의 계획이 모두 들켰다는 것을 알고 격렬하게 동요하고 있다.


하지만 다곤님께 모든 것을 바친 여자라 자칭한 만큼, 그를 배신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압둘프 "네, 네년!!"


입장이 궁해진 압둘프는 통하지 않던 걸 알면서도 재차 방사선 빔을 쏘았다.


아까는 놀래켜주려고 받아줬지만 이제 그럴 필요는 없다.


아즈사는 빔을 슥 피하고,


아즈사 "내 말이 안 들렸나?"


순식간에 마녀의 빈틈으로 파고들어 마술을 사용하기 위한 위의 좌우 팔을 베어버렸다.


압둘프 "꺄아아악!!"

아즈사 "어디가 입인지는 모르지만, 말할 수 있는 동안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거야."

아즈사 "나는 여왕 마우자를 섬기고 있지만, 너희 브레인플레이어 전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니까."

압둘프다 "다, 닥쳐라. 인간 따위가!!"


압둘프는 남아있던 아래의 팔을 치켜들었다.


그 긴 손톱으로 아즈사를 벨 생각이었겠지만, 물론 그보다 먼저 두 팔 모두 베어버린다.


압둘프 "으그으으으으윽!!"

아즈사 "쓸데없는 짓은 그만둬라."


아즈사는 네 팔을 잃은 마녀의 목구멍에 칼끝을 들이댄다.


아즈사 "솔직히 말하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다곤의 배신의 중요한 증인이니까."

압둘프 "죽여! 나는 다곤 님에게 모든 것을 바친 여자."

압둘프 "비록 당신이 여왕의 사자라고 해도 다곤님을 배신할 수는 없어."

압둘프 "당신이 나를 죽이지 않는다면 이 자리에서 자해하겠어!"


압둘프는 결연히 쏘아붙였다.


이렇게 육체개조를 거듭해도 남겨둔 유방이나 사타구니와 마찬가지로 여왕 마우자를 배신하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는, 여자의 정념이 타오르고 있었다.


아즈사 "존경스럽군. 여자로서 부럽기도 해."

아즈사 "너에게 경의를 표하며, 내 오의로 쓰러뜨려주마."

압둘프 "해봐!"

아즈사 "......"


각오를 다진 압둘프에게서 한 발 물러나, 아즈사는 음양염류의 오의 자세를 취했다.


오니 얼굴의 식신이 불길을 두르고 아즈사 주위를 세차게 날아다닌다.


아홉 갈래로 갈라진 그녀의 머리가 마치 구미호의 꼬리처럼 흔들린다.


붉은 눈동자가 영롱하게 빛나다.


아즈사 "음양염류 비의・발절라(跋折羅)."

압둘프 "다곤 님!!"


마지막에 사랑하는 남자의 이름을 외친 마녀를 아즈사는 일념으로 꿰뚫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여자의 마음을 비웃듯 압둘프의 몸이 폭발했다.


다곤이 그녀 모르게 심은 자폭마법이 발동한 것이다.


새하얀 폭발의 섬광이 아즈사를 비밀기지 째 감싸 안으며 퍼져, 이후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


―――


비밀기지는 완전히 날아가고 말았다.


다른 세계에서 모아진 병사들, 잠들어 있던 머신드로이드들, 모든 것이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지상에 있던 비행기의 잔해조차 지워져,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그 폭심지에 있으면서, 아즈사는 무사했다.


아즈사 "이 몸이 아니었으면 당했겠군."


식신을 이용한 음양염류의 호신술과 기계생명체의 보디에 내장되어 있던 차원실드로 어떻게든 버텼지만, 역시 조금 데미지를 받아 몸이 삐걱거리고 있다.


아즈사 "다곤에게 모든 것을 바쳤다 했던가. 이 결과를 알고 있었는지 몰랐는지,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사라진 마녀를 생각하며 혼자 중얼거린다.


그때 여왕 마우자로부터 통신이 들어왔다.


아즈사는 움직이기 힘든 몸으로 무릎을 꿇고 그 호출에 응한다.


여왕의 모습이 눈앞에 비쳐졌다.



아즈사 "아즈사입니다. 폐하."

마우자 "지금 막, 그대가 있는 곳 근처에서 거대한 에너지 방출이 있었다."

마우자 "무슨 일이 있었지? 음? 그 모습은 어떻게 된 거냐?"


마우자는 상처입은 그녀를 보며 걱정스럽게 묻는다.


아즈사 "네, 실은──."


아즈사는 경위를 솔직히 전하며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즈사 "다공령은 보고와 달리 건재하며, 거기서 사병을 모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즈사 "다만 증거는 보시는대로 사라졌습니다. 죄송합니다, 폐하."

마우자 "괜찮다. 그 놈이 할 법한 짓이야."


여왕은 의젓하게 아즈사의 실패를 흘려넘겼다.


마우자 "여기서 잃으려 그대를 보낸 게 아니니까. 그대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아즈사 "심려를 끼쳤습니다."

마우자 "친구의 몸을 염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그나저나 다곤 녀석. 정말 고식한 놈이로군."


마우자는 꺼림칙하게 말한다.


마우자 "나의 누이는 그 놈을 아주 싫어했지, 그 점만은 동의할 수 있어. 안 그런가?"

아즈사 "그 말씀대로입니다"

마우자 "빨리 돌아오도록. 그 몸을 고쳐야 하니. 수고했다, 아즈사."

아즈사 "네"


음양염류의 검사, 키이치 아즈사.


전직 대마인이면서 브레인플레이어의 기계생명체가 되어, 여왕 마우자의 친구이기도 하다.


평소 굳게 닫혀 있는 눈과 마찬가지로 그 진의를 알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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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래 스토리는 노잼인데


차라리 아즈사 vs 린코를 조금이라도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