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 "오랏! 뒈져라!"

나 "큿......"


오크의 강렬한 일격에 튕겨나가 벽에 내동댕이친 등이 삐걱거린다.


과연 이만큼 적이 많으면 치명상을 피하는 것이 고작이다.


1 : 1이라면 밀리지 않겠지만 주위는 대량의 마족에 둘러싸여 있다.


나 (정말이지, 귀찮은 상황에 휘말렸어──.)


단독 임무를 끝내고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나의 임무와는 무관한 상대이지만, 인간이 있다는 것을 수상히 여긴 무리들이 줄줄이 덤벼들었다.


도주 시도는 했지만, 아무래도 이 일대는 놈들의 세력권이었던 듯, 증원이 차례대로 나타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상황이다.


나 (......라고, 뒤돌아볼 때가 아니네.)


완전히 포위당한 내 앞에, 조금 전 나를 후려갈긴 거구의 오크들이 바싹 다가온다.


오크 "헤헤헤, 이제 한계인가 보지? 예쁜 아가씨라면 살려두겠지만, 지저분한 사내놈에게 그만한 가치는 없지."


아무래도 여기까지인가──.


나 (이런 곳에서, 그 힘은 쓰고 싶지 않지만──.)


고통스러워하며 죽은 척하다가 놈들이 사라진 뒤 회복하면 어떻게든 살아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공격할까 생각도 했지만, 이만한 수를 상대하다가는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


되도록 얕은 상처를 깊은 상처로 보이며, 조용히 죽은 척 할 수 있도록──.


무리에게 빈틈을 드러내려 했던 그때였다.


코로 (......후우마 군, 머리 숙여)."

나 "엣──우옷!?"


갑자기 들린 그 목소리에 반응해 내가 자세를 낮추는 순간. 머리가 있던 위치를 쿠나이가 지나간다.


가까이 있던 무리들의 머리와 가슴을 관통하면서 몇 명의 적이 퍽 쓰러졌다.


나 "코로 선배!?"

코로 "(아무래도 시간에 맞춘 것 같네, 다요)."

나 "다요?"


생소한 어미를 쓰지만 틀림없이 시시무라 코로 선배였다.


다만──평소의 교복과 달리 중화풍 드레스를 입고, 중화풍 칼을 쥐고, 움직임도 그럴싸하다.


코로 "(지금 것은, 그가 얻어맞은 몫. 이걸로 퉁치지 않을래?)"

오크 "어이쿠, 말이 씨가 된다더니......이 여자는 살려서 잡아라!"

코로 "(으음, 말이 안 통하네)."


아마 선배의 말은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오크들은 미소녀를 앞에 두고 눈빛을 바꿔, 그녀를 붙잡으려 덤벼든다.


그에 코로 선배는, 평소의 일도류가 아닌, 중국권법 같은 체술을 섞은 움직임으로 대응하고 있다.


코로 "(아춋......아, 아춋은 아니야. 그건 말하지 않았지)."


무엇인가 중얼거리면서, 정확하게 상대의 급소를 차거나 팔꿈치로 쳐내고, 한편으로 칼을 휘둘러, 활로를 연다.


나 "코로 선배, 오른쪽 ......골목이 좁아, 증원이 적어요......"

코로 "(알았──아, 지금 건 그럴 듯 했어)."


선배는 곧 오른쪽 포위를 열어, 어느 정도 적이 줄어들었을 때 내 손을 잡았다.


코로 "(슬슬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아──달릴 수 있어?)"

나 "물론이죠......"


잠깐 쉰 덕분에, 조금이나마 칼을 휘두를 수도 있다.


오크 "젠장, 이 꼬마들이......절대 놓치지 마, 죽여도 상관없어!"


그런 리더의 외침에 마족들이 줄지어 몰려들지만, 두 명이라면 문제 없다.


서로의 사각지대를 커버하고 달려나가, 우리들은 어떻게든 포위를 돌파해, 그대로 골목의 어둠 속으로 뛰어들었다──.


......


나 "──여기까지 오면 괜찮을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며 걸음을 멈추고 선배 쪽으로 돌아섰다.


나 "감사합니다, 코로 선배."

코로 "(응, 무사해서 다행이야)."

나 "그런데, 그 차림 말입니다만──."


우선 앞서는 것은 의문이지만, 도움을 막 받은 상황에서, 그러한 질문을 하는 것도 망설여져──.


나 "어, 음, 잘 어울리네요."

코로 "(그래? 후훗, 고마워)."


그렇게 답하면서도 선배는 이쪽 마음을 읽은 듯 말을 잇는다.


코로 "(나 방금 전까지 여행 갔다가 돌아온지 얼마 안 되었는데......그때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이 준 옷이야)."


여행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 되었는데, 이 갑작스러운 구출 임무를 받고 나를 도와주러 온 것 같다.


나 "그건......감사합니다. 피곤하셨을 텐데 정말 도움이 됐어요."

코로 "(......음)."


감사의 인사를 하는 나에게, 무엇인가 언짢은 기색으로 눈을 돌리는 선배.


나 "ㅅ, 선배?"

코로 "(......신세 진 사람, 신경 안 쓰여? 이런 드레스를 선물할 만한 사람이고, 내가 기꺼이 그걸 입고 있는데?)"


왜 갑자기 기분이 언짢아졌나 했더니──.


아마 질문으로 화제를 넓히라는 얘기일 것이다.


나 "네? 그러니까......어디의 어떤 사람이에요?"


그런 나의 물음에, 선배는 복잡한 얼굴로 한숨을 쉬며, 여행지에서 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선배가 여행을 떠난 곳은 동남아시아의 어느 나라, 어느 마을인가 보다.


관광과 쇼핑을 즐기던 그녀는 어느새 복잡한 골목길을 헤매고 있었고 그곳에서 한 여성과 마주쳤다고 한다.


선배가 지금 입고 있는 중화풍 드레스의 여성이 크게 다쳐 기절해 있던 것 같았다.


그녀의 응급처치를 하고 있자, 이상한 남자들이 다가왔다──.


남자 "후후후, 찾았다 암여우. 댁이 훔친, '총통의 유산'을 넘겨주실까?"

코로 "(총통의, 유산?)"


드론을 거느리고 온 남자는 아무래도 어떤 조직의 병사인 것 같다.


그러나, 남자의 말뜻을 모르고 당황해 하는 선배의 눈에 띈 것은, 여성이 안고 있던 민예품 느낌의 물건이다.


코로 "(이게, 그건가......앗──)."


무심코 그것을 만지는 순간, 선배의 인술──영혼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는, 혼둔술이 멋대로 발동한 것 같다.


거기에 말을 걸어 온 것은, 그 민예품에 깃들어 있었다고 생각되는, 중년 남성의 영혼──영체였다.


코 밑에 수염을 기른, 어딘가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남성은 선배에게 이렇게 호소했다고 한다.


수염 아저씨 (미안하지만, 협조를 부탁할 수 있을까. 일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이것은, 세계의 위기다.)

코로 "(아저씨의 얼굴, 어디선가 본 적 있는......것 같은?)"


그리고 선배는 그 영체, 그리고 도와준 여성에게 협력해 민예품을 지키는 싸움에 투신했다고 한다.


그 답례로 여성이 자신의 것과 같은 디자인의 드레스를 선배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코로 "(그런 이유로, 귀국할 때에 이걸 입고 있어, 이 꼴로 오게 된 거야......다요)."

나 "그랬군요......그보다, 그 말투는 대체?"

코로 "(그 언니는 영어가 조금 서툴러서......그래도 귀엽다고 생각해, 후훗)."


사건을 계기로 선배는 여성과 친해졌다고 한다.


거리를 안내받거나 무술 등을 배우거나 하는 사이, 그녀의 말투가 옮아버린 것 같다.


아무래도 선배와 영체, 그 여자가 남몰래 세상을 구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나 (──그보다, 그 수염 아저씨는......아니, 그만두자. 내 멋대로의 예상으로 혼란을 초래하고 싶지 않아)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걷다 보면 어느새 치안이 불안정한 지역을 벗어나, 우리는 번화가의 큰 거리로 나오고 있었다.



코로 "(그건 그렇고 위기일발이었지. 후우마 군이 무사해서 다행이야......하음)."


번화가 포장마차에서 구입한 고기만두를 씹으며 선배가 싱글벙글 웃는다.


나 "죄송합니다, 그런 사례 밖에 못해서."

코로 "(그렇네. 다음에는 좀 더 그럴싸한 게 좋겠어......반지라든가, 목걸이라든가?)"

나 "ㅇ, 용돈이랑 상의를 하고 나서......"

코로 "(후훗, 농담이야. 그런 거 받으면 츠루짱이 엄청 화낼 것 같으니까)."


말하면서 선배는 고기만두를 찢어, 그 조각을 내민다.


코로 "(자, 아ㅡ앙♪ 후우마 군도 먹어봐?)」"

나 "그럼 감사히......"


입 댄 것을 나눈 것처럼 보였지만, 신경 쓰지 않도록 하자.


나 "선배, 여행 자주 다녀요?"

코로 "(응.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까)."


그녀가 말하는 여러 사람이란 드레스녀처럼 살아있는 사람만이 아니다.


수염 아저씨의 혼령이야 어떻든 간에, 그러한 죽은 사람의 영혼도, 그녀로서는 실제로 접할 수 있는 상대다.


코로 "(어둠에 가득 찬 영혼도 있지만, 많은 경우 친한 사람을 지켜보고 있거나 사랑한 사람의 행복을 바라고 있거나──)."

코로 "(그런, 따뜻한 마음을 품은 사람도 많아. 그런 마음을 접하고 이해해......누군가에게 전해줄 수 있었으면 해)."


그것은 물론, 영혼의 미련을 해소한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녀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의 따뜻한 마음을 이해하고, 널리 전파된다면, 세상은 좀 더 상냥함으로 가득 찰 것이다.


비록 이상론이라고 해도──선배의 그런 감정은, 고귀한 것이다.


나 "역시 선배......존경합니다. 저는 좀처럼 따라할 수가 없네요."

코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아. 뭣하면 다음에......같이 갈래?)"

나 "엣──."


생각지도 못한 권유에 나는 저도 모르게 경직되어 발걸음을 멈추고 만다.


하지만──선배의 눈동자를 응시해, 그 광경을 상상한 나는, 그 여행이 매우, 멋질 것 같았다.


코로 "(싫어?)"

나 "──아니, 설마요. 꼭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꾸민 기색도,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자연스럽게 그런 대답이 흘러나왔다.


나 자신도 의외였기에, 그런 대답을 들은 선배도 필시 놀랐을 것이다.


선배는 이내 크게 뜬 눈을 가늘게 하고 활짝 웃는다.



코로 "(......후훗, 고마워. 그런 식으로 말해 준다면, 꼭 같이 가자......기대하고 있을게)."

나 "저도요."


이것은 약속의 증거──라며.


선배는 다시 한 번, 입 댄 부근에서 고기만두를 뜯어, 내 입에 집어넣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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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가 만난 건 쉔호아

정발판에선 '~다요' 라는 말투를 쓴다


블랙 라군에서는 히틀러 관련 에피소드가 있다


밀덕 중에 간지난다고 나치 빠는 애들 많은데 

히로에도 그 중 하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