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하라 슬럼가에는 노마드의 대간부, 오보로으의 아지트인 쇼펍이 있다.


거기에 한 소녀가 허둥지둥 뛰어들었다.



인티라이미 "ㅋ, 큰일이야!!"


커다란 뾰족 모자에 지팡이를 지닌 그녀는 자칭 오보로 군단 제일의 마녀 인티라이미다.


인티라이미 "좀 일이나 봐 로젠!"


인티라이미는 소파에서 졸고 있던 또 다른 소녀를 흔들었다.



로젠 "뭐야 시끄럽게~~."


수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느긋한 움직임으로 일어난 것은 로젠.


인티라이미가 스트리트 칠드런이었던 시절부터의 친구다.


함께 오보로에게 주워져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오보로에게 보은하기 위해 암살술을 배워, 군단 제일의 나이프 사용자가 되었다―――는 것은 좋지만, 중요한 때 이외에는 전혀 움직이려 하지 않고, 항상 굴러다니며 인티라이미가 사온 과자를 먹는 게으름뱅이다.


로젠 "후아아암, 과자 사왔어?"

인티라이미 "그럴 때가 아니야!"

로젠 "그럼 난 됐어. 아, 도넛이 남았네."


로젠은 소파 가장자리에 떨어져 있던, 도대체 언제적 물건인지도 모르는 도넛 조각을 입에 넣으려 한다.


인티라이미 "그런 거나 집어먹고 있을 때냐──!"


인티라이미는 지팡이로 로젠의 머리를 툭 쳤다.


쭈그러든 도넛 조각은 로젠의 입에 들어가기 전, 바닥에 나뒹굴었다.


로젠 "아아, 내 도넛이......"

인티라이미 "그런 건 됐으니까 얘기를 들어! 다들 오늘쯤 일어나는 거 아니냐고 떠들어대고 있어!"

로젠 "뭐가ㅡ?"

인티라이미 "ㅅ, 수, 숙청이야! 잉그리드 님 암살 미수 사건의 숙청이야!!!"

로젠 "흠. 숙청의 의미는 알고 말하는 거야?"


로젠은 주머니에 비스킷이라도 들어있지 않나 찾으며 물었다.


인티라이미 "ㅇ, 알고 있거든!"

인티라이미 "오보로 님과 휴르스트 님이 숙청된다고 다들 무서운 얼굴로 떠들어 대고 있으니까!!!"

로젠 "오보로 님은 사실이 아니라 했잖아."


사탕 같은 것을 꺼냈지만 그냥 쓰레기였던 듯 옆으로 내던진다.


인티라이미 "ㄱ, 그런데 소문으로는!? 모두 휴르스트 님과 오보로 님이 범인이래."

인티라이미 "숙청 될 거라고! 숙청이라니까!?"

로젠 "잘은 모르겠지만, 오보로 님은 간단히 숙청당하지 않을 거야. 그런 것보다 과자를──."


그렇게 말한 로젠이 갑자기 몸을 돌려 펍 입구를 향해 자세를 취했다.


인티라이미 "에!?"


얼굴에서 과자 생각은 이미 사라져 있다.


오보로를 위해 일할 때의 얼굴이다.


인티라이미 "......!!"


인티라이미도 얼른 그쪽을 돌아본다.


오보로의 부하 "인티! 로젠! 잉그리드 님이다. 큰 부대를 끌고 왔다! 이미 가게가 완전히 포위당했어!!"


오보로의 부하가 황급히 뛰어들어왔다.


인티라이미 "그럴수가!? 벌써??"

로젠 "......"


그들이 눈치채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잉그리드가 조용히 들어온다.


아무도 거느리고 있지 않다. 혼자다.


인티라이미 "잉그리드 님......!?"

잉그리드 "너희 주인을 만나고 싶다."


평소와 같은 목소리.


그런데 인티라이미의 등골이 얼어붙었다.


로젠 "잉그리드 님, 무슨 용건이십니까?"


로젠은 웃고 있었다.


싱글벙글하면서 나이프를 뽑아들고 있었다.


인티라이미 "로젠, ㅇ, 안돼......"


인티라이미는 허겁지겁 말리지만 로젠은 그것을 무시한다.


로젠 "오보로 님께 위해를 가할 생각이라면 통과시킬 수 없습니다."

잉그리드 "그건 네 주인에게 달려있지."


다음 순간, 로젠이 움직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잉그리드와의 간격을 좁힌다.


로젠 "얏!"


필살의 나이프.


하지만 잉그리드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망토를 휘날리는 것만으로 그것을 튕겼다.


로젠 "뭣!?"


바닥을 구르는 자신의 나이프를 로젠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잉그리드 "충성심을 봐 한 번은 용서하지."

잉그리드 "하지만 잘 생각해라. 허락 없이 전투를 벌이는 게 네 주인의 뜻인가?"

인티라이미 "이젠 안돼──!!"


인티라이미는 황급히 말렸다. 로젠의 몸을 뒤에서 껴안는다.


로젠 "인티, 놔. 이제 안 할 테니까."

인티라이미 "ㅈ, 정말?"

로젠 "정말이야 지금은 죽을 수 없어."

인티라이미 "믿을게."


인티라이미가 로젠을 놓자 그녀는 잉그리드에게 무릎을 꿇었다.


로젠 "잉그리드 님, 결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여기서 기다려 주세요. 방문을 오보로 님께 전하겠습니다."

잉그리드 "......"


잉그리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로젠 "오보로 님......오보로 님......"


로젠은 오보로의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냉정해져야 하는데, 한 걸음마다 그 걸음은 빨라지고 얼굴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굳어지고 있다.


로젠 "......!?"


오보로의 방으로 다가가자 문 저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오보로가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다.


오늘은 어떤 손님도 안내하지 않았다.


설마 벌써 자객이!?


로젠은 망설이지 않고 문을 박차며 들어갔다.


로젠 "오보로 님!!!"

오보로 "노크도 없이 무슨 일이야?"

로젠 "어?"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방에 있었던 것은 오보로 혼자다.


아니, 다르다.


오보 고양이 "보오."


정확히는 오보로와 한 마리.


물론 지금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로젠 "오보로 님! 잉그리드 님이!"

오보로 "후후. 왔나."

로젠 "밖은 대부대가 포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밀의 샛길까지는 괜찮을 겁니다."

로젠 "저희가 시간을 벌 테니 오보로 님은......"

오보로 "당황하는 마. 난 도망가지도, 숨지도 않을 거야."

로젠 "ㅎ, 하지만......"


오보로는 침착했다.


이 사태를 모두 예상한 듯했다.


설마 얌전히 숙정당하실 생각!?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로젠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로젠 "ㅅ, 싫어요......오보로 님이 잉그리드 님께 숙청당하는 건, 싫어요...."

오보로 "왜 그래. 인티라이미에게 들키면 비웃음을 살 거야."


오래 전 슬럼 한켠에서 추위에 떨던 로젠을 구해줬을 때와 같은 다정한 눈으로 오보로는 말했다.


로젠 "하지만 오보로 님이......"

오보로 "나는 잉그리드 따위에게 지지 않아."

오보로 "게다가 너희들이 들은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로젠 "하지만......잉그리드 님은 진심입니다. 그렇게 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오보로 "데려오겠지. 이 내가 있는 곳으로 오는 거니까."

오보로 "최강의 마계기사는 싫은 여자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여자는 아니야."

오보 고양이 "보오ㅡ."


고양이도 로젠을 (아마도) 달래는 듯 이상한 목소리로 울었다.


오보로 "죽일 생각이라면 먼저 병사들이 우르르 밀어닥쳤을 테지. 괜찮아. 걱정할 필요 없어."

오보로 "자, 잉그리드를 여기로 불러다오."




거리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잉그리드 암살 시도 이후 온 마을이 계속 긴장 상태인데 오늘은 더 심하다.


뭔가 위험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가 팽배하다.


주민들은 우리 이상으로 그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다들 그런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런 요미하라에 찾아온 나, 시카노스케, 그리고 헤비코.


안내역은 시즈루 선생이다.


코우사카 시즈루 "......"

나 "시즈루 선생님, 요미하라에 도착했으니 슬슬 임무의 상세한 내용을 가르쳐 주었으면 합니다만......"

시즈루 "서두르지마. 요미하라 교외의 저택으로 안내할게. 자세한 것은 거기서 이야기 하자."

나 "알겠습니다."

아이슈 헤비코 "오, 오우!"

우에하라 시카노스케 "치, 치잇스!"


나는 어쨌든, 헤비코와 시카노스케의 대답은 분명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이 녀석들은, 이런 상황에 너무 긴장한다.


나는 두 사람에게 귓속말을 한다.


나 "있잖아, 헤비코."

헤비코 "뭐, 뭐, 뭐, 뭐야!?"

나 "평소와 같이 해."

헤비코 "ㅇ, 알고 있어. 헤비코는 언제나처럼. 완전 여느 때처럼! 브이!"


어디가?


나 "시카노스케도 그렇게 긴장하지마. 늘 하던 대로 가자구."

시카노스케 "오오!! 걱정하지 마라, 후우마!! 나는 언제라도 전력전개야! 히얏호────!!"


글렀구만 이거.


뭐, 이 둘이니 때가 되면 확실히 평소처럼 해주겠지......아마.


시즈루 "저기, 후우마 군. 저 두 사람 이상하지 않아?"

나 "이 녀석들은 기본적으로 요미하라를 무서워 해서......"


나는 그렇게 말하며 둘러댔다.




그 무렵, 요미하라에 잠입한 니샤 닌군은 휴르스트의 저택과 가까운 마을의 변경부에 도달해 있었다.


가이자 "여기까지 별 탈 없이 올 수 있었군."

곤자 "역시 너무 잘 풀리는군요. 냄새가 나요, 당주님."

시즈쿠 "그 대머리, 우리를 유인할 생각인가?"

사부로 "대머리는 그런 성격이 아니야. 자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도록 함정을 많이 준비하는 타입."

쇼노스케 "저도 동감입니다. 비구니 공, 휴르스트는 자기 저택 주위에 미혹의 마술을 걸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야오 비구니 "그렇지. 휴르스트의 특기야.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끝, 좌우도 모르게 되는 함정."

로로네 "맞아요. 놈의 허락 없이는 저택에 다가갈 수 없어요."

럭키 바라키 "여기까지 거침없이 와서 놀랐는데, 비구니 누님이 어떻게 한 건가요? 헤헷, 역시나네요."


야오 비구니 "호호호, 그렇다면 자랑했겠지만."

야오 비구니, "저걸 돌파하는 것은 꽤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새 해제되어 있었어."

로로네 "엣!?"

럭키 바라키 "그럼, 역시 함정?"


곤자 "그럴지도 모르겠군. 뭐,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되돌아갈 수는 없어."

가이자 "그렇다. 저 녀석들도 왔으니."


가이자의 시선 끝에 세 명의 오니가 있었다.



속질귀 "왔구나! 니샤의 형씨들!"


시원스레 웃는 적귀──라기보다는 복숭아빛 오니 속질귀.


도쿄 킹덤의 4강의 일각, '귀무중'을 이끄는 무쌍의 여자 오니다.


그녀 또한 노마드, 그리고 휴르스트와는 인연이 얕지 않은 것이 있다.


그 속질귀를 따르는 두 사람.



츠바키온교키 "후후후, 도착이 느리군."


이마에 길게 뻗은 외뿔이 특징인 그는 츠바키온교키.


속질귀의 휘하, 귀무중에서도 특히 살육을 좋아하는 오니로 알려져 있다.



토게킨키 "그만두게, 츠바키온교키."


그렇게 타이른 것은, 마찬가지로 귀무중의 한 명인 토게킨키.


온갖 공격을 물리치는 철벽귀류 검술을 쓰며 예절을 잘 아는 오니 무사로 유명하다.


요미하라에 거점을 둔 이들 귀무중은 니샤 닌군보다 앞서 이 마을에 잠입해 있었다.


속질귀 "하세가와 후우키와 네무리스이키는 도쿄 킹덤에서 부재중이다. 미안."

가이자 "충분하다."

속질귀 "그쪽은 노룡과 야구루마 야에몬이 집을 지키는 거야?"

속질귀 "뭐 추남 두 사람은 아무래도 좋고, 꽃미남 유고는 어떻게 된 거야?"

가이자 "유고는 요미하라의 '풀'이다. 우리를 마을 안에 들이는 것만으로 역할은 끝났다."

속질귀 "뭐야, 유감이네. 내 좋은 면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의욕이 없어졌어. 돌아갈까."

츠바키온교키 그것은 요행."

토게킨키 "......츠바키온교키. 속질귀 공도 장난치지 말아주세요."

속질귀 "아하하, 농담농담. 자, 슬슬 다 모였겠다, 휴르스트 놈을 죽이러 가볼까!"




시즈루 선생의 안내를 받아, 우리는 변두리에 있는 저택에 도착했다.


요미하라에는 여러 번 찾아왔지만 이런 건물이 있는 줄은 몰랐다.


시즈루 "도착했어. 여기야."

나 "묘한 낌색이 느껴지네요."

헤비코 "후우마짱, 이상해. 이 저택은 정말 이상해."

시카노스케 "나도 전둔 소나가 잘 안돼. 눈 앞에 있는데 없는 것 같아서. 위험해, 후우마."


헤비코와 시카노스케가 입을 모아 말한다.


이전에 방문했던 유령의 집, 마술사 존 조제프 존디의 저택. 그에 가까운 것을 느끼다.


시즈루 "요미하라에 저택을 둔 어느 마계 귀족의 저택이야."

나 "그 귀족이 이번 임무에 관계된 거군요."

시즈루 "그런 거지. 노마드와 적대하고 있어 민감한 상황이야."


확실히 저택 밖에는 아무도 없지만, 안은 여기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무장한 병사들로 넘쳐난다.


참으로 삼엄한 상황이다.


시즈루 "둘 다 괜찮아?"

헤비코 "오, 오우!"

시카노스케 "치, 치잇스!"


시즈루 선생이 상냥하게 말을 건네고, 헤비코와 시카노스케는 다시 어색한 대답을 했다.


아직도 긴장하고 있나. 무리도 아니지만.


어쨌든 우리는 저택 안으로 들어간다.


지금부터가 고비다.


우리는 저택 주인이 있다는 안방으로 들어섰다.


마치 앞으로 만찬이라도 할 것처럼 호사스런 큰방이다.


거기에 나타난 것은──.



휴르스트 "어서오세요!"

나 "휴르스트!"

시카노스케 "히이이이이이!!"

헤비코 "ㅇ, 왜!?"

나 "도대체 어떻게 된 거에요, 시즈루 선생님!?"


부들부들 떠는 시카노스케와 헤비코, 격렬하게 따지는 나에게 시즈루 선생은 온화한 어조로 말했다.


시즈루 "이번 임무는 그로부터의 의뢰야."

나 "의뢰!?"

휴르스트 "후우마 코타로 군, 아이슈 헤비코 씨에 우에하라 시카노스케 군이시군요. 저의 저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헤비코 "헤비코에 대해 알고 있어!"

시카노스케 "ㄴ, 나에 대해서까지......거짓말이지......"

나 "사전조사는 충분하다는 건가."


휴르스트 "그럼요. 약진이 눈부신 오차 독립 유격대. 그 대장인 당신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휴르스트 "지금은 어둠의 세계, 아니 마계에서도 당신은 주목의 대상입니다. 후우마 코타로 군."

헤비코 "후우마짱!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시카노스케 "ㅇ, 위험해 후우마! 어떻게 하지!"


노마드의 대간부를 앞에 두고, 헤비코와 시카노스케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 나에게 매달린다.


시즈루 "세 사람 모두 침착해. 말했지? 이쪽에서 도움을 청해 왔다고."

휴르스트 "그래요. 어제의 적은 오늘의 친구."

휴르스트 "지금의 저에게는 후우마 코타로 군,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발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

나 "도대체 무슨 협력을 바란다는 거야!?"


내가 묻자 휴르스트는 자못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휴르스트 "지금 제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물론 당신도 잘 알고 있겠죠?"

휴르스트 "잉그리드를 암살하는데 실패해서, 저는 매우 난처한 상황입니다."

휴르스트 "언제 최강의 마계기사가 찾아와 숙정할지 몰라요."

휴르스트 "이대로라면 노마드를 배신하면서까지 해 온 일이 모두 엉망이 되는 겁니다."

나 "네 상황에 관심 없지만, 그 노마드를 배신하면서까지 해 온 일이라는 게 마음에 걸리는군."


휴르스트는 대답하지 않고, 히죽히죽 웃으며,


휴르스트 "거기서 상담입니다. 일발역전에는 당신의 『마성의 힘』이 필요합니다."

휴르스트 "『짝눈이』라 비웃음을 사던 당신에게 깃든 그 이상한 힘이요."

헤비코 "후우마짱!"

시카노스케 "ㅇ, 어이, 후우마!!"


나 이상으로 긴장하는 두 사람을 뒤로하고, 휴르스트에게 묻는다.


나 "어째서지?"

휴르스트 "당신의 『마성의 힘』에는 블랙 님을 쓰러뜨리기 위한 힌트가 있을 것입니다."

휴르스트 "저는 그것을 밝혀내 잉그리드 암살 실패에 대한 보상을 달성하고 싶어요!!!"

나 "......"


내가 침묵하고 있자 갑자기 시즈루 선생이 요미하라의 창녀처럼 내게 기대왔다.


시즈루 "저기, 후우마 군."

헤비코 "!?"

시카노스케 "시즈루 선생님!?"


놀라는 두 사람을 무시하고, 시즈루 선생은 내 목덜미에 끈적끈적한 숨을 몰아쉬듯 말을 건넨다.


시즈루 "이건 아주 좋은 거래야. 이 사람에게 협력하는 것은 분명 당신을 위해서도 좋을 거야."

나 "좋은 거래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시즈루 선생님, 하나 괜찮을까요?"

시즈루 "후후, 뭐야?"

나 "저와 함께 하는 임무에서는 그 향수를 뿌리고 오라고 했죠? 잊었어요?"

시즈루 "에?"

나 "너 누구야? 슬슬 정체를 드러내라."



??? 아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설마 당신들이 그런 사이였을 줄이야."


크게 웃으며 시즈루 선생의 모습이 변해간다.


휴르스트의 휘하의 한 사람인 비네아로.


헤비코 "후우마짱, 그런 거야!? 언제부터 시즈루 선생님과 그런 사이로!!"

시카노스케 "나, 그런 건 금시초문이야!!"

나 "그럴 리 없잖아. 모처럼이니 좀 그럴듯한 말을 했을 뿐이야."


뷔네아 "뭐어? 아하하하, 재미있는 남자네. 휴르스트 님이 눈여겨 보실만 해."


입 밖에 없는 얼굴로 웃으며 비네아는 내게 기댄 채, 이번에는 목덜미에 날카로운 손톱을 들이댔다.


나 "그거 참 기쁘군."


그리고 예상했던 일이지만 숨어있던 병사들이 줄줄이 나타난다.


헤비코 "후우마짱!"

시카노스케 "우와, 나왔다아!!"

나 "둘 다 움직이지 마. 여기까지는 예상대로다."


휴르스트 "다 알고도 함정에 발을 들였단 말입니까. 역시나로군요, 후우마 코타로."

휴르스트 "얼마 전까지 제 우산 아래서 지저귀던 그 남자와는 달라요."

나 "이야기의 계속을 들을까. 내 마성의 힘을 어떻게 하고 싶은 거야?"

휴르스트 "그 전에 일단 이걸 보여드리죠"


휴르스트가 손가락을 튕기자 우리 앞에 마법 비전이 나타났다.


나 "......!!"


감옥에 갇혀있는 진짜 시즈루 선생의 모습이다.


요미하라에서는 드물지도 않은 여자의 모습, 요컨대 노예창부 같은 꼴이 되어 양손양발이 묶여 있다.


헤비코 "시즈루 선생님!!"

시카노스케 "역시 여기에 잡혀 있었구나!!"

휴르스트 "저택의 지하감옥에 그녀를 가두었습니다."


휴르스트가 다시 한 번 손가락을 튕기자 그 비전은 사라졌다.


휴르스트 "하지만 그녀가 살고 죽는 건, 후우마 코타로 군. 당신의 행동에 달려 있어요."

나 "......나보고 어쩌라고?"


참으로 알기 쉬운 악역에 한숨을 참으며 묻는다.


휴르스트 "얌전히 사로잡혀 주세요. 저는 당신을 찬찬히 조사하고 싶을 뿐이에요."

휴르스트 "협력해 주시면 헤비코 씨와 시카노스케 군도 도와드리죠."

나 "그래, 협력할게. 헤비코, 시카노스케. 무기를 버려."

헤비코 "어쩔 수 없네."

시카노스케 "아아, 이런 적의 한복판에서는 어쩔 수 없어."


나는 무장을 해제했고 헤비코와 시카노스케도 나를 따랐다.


휴르스트 "굉장히 순순하군요."

나 "우리는 시즈루 선생님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이 임무다. 그 역할은 다했다."

나 "저항하는 게 좋아? 그렇다면 네가 보고 싶어하는 마성의 힘으로 난동을 부리겠어."

휴르스트 "천만의 말씀입니다. 훌륭하다 훌륭해. 정말 훌륭해. 당신의 행동은 저를 정말 기쁘게 해줘요."


휴르스트는 만족스러웠다.


자신의 작전이 완벽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로, 여기까지는 그렇다.


휴르스트 "그럼, 실례할게요."


휴르스트는 서둘러 내게 다가와 내 가슴 언저리를 살며시 건드렸다.


나 "크우우욱!"


내 안에 이질적인 무언가가 들어왔다.


그것이 구석구석 나를 알아보려 한다.


헤비코 "후우마짱!!"

시카노스케 "후우마!?"

나 ㄱ, 괜찮아!! 거기서 가만히 있어!!"


밖에서 억지로 들어오는 이물질에 내 안의 마성의 힘이 반응하고 있다.


두근! 두근! 두근!


의도적으로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어 불러내려 할 때와는 비교가 안 된다.


오른쪽 눈이 억지로 떠지고, 핏빛으로 물들어 간다.


휴르스트 "오오! 이건......!?"

휴르스트 "훌륭해!!! 역시 당신에게서 블랙 님의 마력을 느낀다!!!"

휴르스트 "윤회 속에서 블랙 님이 미쳐버린 것은 당신 때문이었습니까!?"

휴르스트 "올바른 윤회로 되돌리기 위해 미친 블랙 님은 퇴장해 주실 수 밖에 없습니다."

휴르스트 "그러기 위해 당신은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아, 이것이야말로 궁극의 충성."

나 "뭐......무슨 말을 하는 거야......!?"

휴르스트 "필멸자인 인간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세계의 이치를."

비네어 "즉각 사령경에게 보고하죠."

휴르스트 "그럽시다!"

나 "크으으으윽!!"


나는 넘쳐나려는 마성의 힘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었다.


이 이상은 위험해.


분명 내가 아니게 되어버릴 거야.


나 "이젠 됐어!! 해라!!"

??? "알겠습니다."


믿음직한 목소리가 들리고,


비네아 "가아아아아아악!!"


비네아의 심장이 등 뒤에서 뚫렸다.


적열하는 칼날에 온몸이 타오른다.


비네아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비네아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불에 탄 쇠 위에서 물이 증발하는 듯한 소리를 내며 시원스레 소멸해 갔다.



라이브러리 "대마인 라이브러리 등장."

휴르스트 "뭣!? 설마!?"


모습을 드러낸 라이브러리에 휴르스트는 황급히 내게서 손을 떼고 크게 뒤로 물러난다.


덕분에 놈의 힘에 반발하려는 마성의 힘이 확 약해졌다.


나는 그것을 힘껏 팽개치는 기분으로 주위에 있던 적을 향해 발산했다.


나 "젠장!! 사라져라아아아아아아아!"


고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오른쪽 눈에서 쏟아져 나온 어둠의 칼날의 분류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적의 무리를 삼키고, 차례차례 소멸시켜 간다.


휴르스트 "오오, 이 무슨 힘인지!!"


휴르스트에게도 어둠의 칼날이 치달았지만 놈은 그것을 장벽으로 막았다.


나 "후우......"


마성의 힘이 겨우 가라앉아 간다. 나는 오른쪽 눈을 감았다.


시카노스케 "으, 우와......위험해."

헤비코 "후우마짱, 괜찮아!?"

나 "어떻게든. 방금 건 좀 위험했는데."

라이브러리 "당주님, 너무 무리하십니다."

나 "아니, 모처럼이니까, 녀석의 목적을 들어두고 싶어서."

라이브러리 "츠루를 데려오지 않은 이유를 알겠습니다."

헤비코 "정말! 후우마짱은 바보! 헤비코를 얼마나 걱정시켜야 직성이 풀리는 거야!"

시카노스케 "후우마, 그런 면은 정말 여전하네."


휴르스트 "멋지다! 정말 멋져!! 역시 당신은 블랙 님의!!"


내 힘을 본 휴르스트는 혼자서 매우 기뻐하고 있었다.


***



시즈루 "시끌벅적해졌네......"


천한 모습으로 구속된 시즈루는 들려오는 소란함에 귀를 쫑긋 세웠다.


아무래도 누군가가 싸우고 있는 것 같다.


시즈루 "잉그리드의 숙청 부대일까. 나를 구하러 온 쪽이면 좋겠는데."


단정치 못한 모습으로 얽매여 있음에도 시즈루는 매우 냉정했다.


적지 잠입을 취지로 하는 대마인에게 이런 사태는 일상다반사다.


오히려 잡혔을 뿐 별다른 일이 없는 사태에 맥이 빠지기까지 했다.


누구든 얼빠진 남자가 시즈루를 덮치면 그걸 틈타 탈출할 수도 있는데.


시즈루 "어머......?"


그 얼빠진 남자가 되어줄까, 한 나찰 오크가 들어왔다.


시즈루 "왠지 시끄러운 것 같은데, 누가 공격해 오기라도 한 거야?"

나찰 오크 "......"


나찰 오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위태로운 분위기다.


시즈루 "저기, 설마 무방비한 미녀를 죽일 생각은 아니겠지?"

나찰 오크 "머리가 좋아서 수고를 덜었군."


나찰 오크는 나직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기회다.


시즈루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나를 안아줄래? 아니, 상냥하게 해달라고는 말하지 않을게."

시즈루 "당신답게 나를 범해줘. 한 번만 더 자신이 여자임을 느끼며 죽고 싶어."

시즈루 "저기, 부탁이야, 당신. 내 몸을 마음대로 해줘."


몸 속에 숨겨둔 미약의 향기를 듬뿍 풍기며, 달콤한 목소리로 조른다.


이거면 어떤 남자도 짐승이 되어, 시즈루를 덮칠 것이었지만,


나찰 오크 "나는 미소년에게만 관심있어. 낭자애가 아니었던 것을 후회해라."

시즈루 "잠, 거짓말이지!?"


그 반응은 예상 밖이다.


나찰 오크 "......"


나찰 오크가 도끼를 치켜들었다.


시즈루 "읏!"


과연 시즈루도 죽음을 각오한다.


하지만 다음 순간──.


퍼억!!


미소년을 좋아하는 나찰 오크의 목이 날아갔다.


시즈루 "에?"


거구가 털썩 쓰러진다.



후우마 사이카 "위험했네요."


광학미채를 풀고 나타난 것은 낯선 대마인 슈트로 몸을 감싼 후우마 사이카였다.


그녀가 그 칼날 같은 발차기로 나찰 오크를 쓰러뜨려 준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등장은 시즈루에 있어서 정말 예상 밖이었다.


시즈루 "사이카 씨!? 어떻게?"

사이카 "도련님의 명령입니다."

시즈루 "후우마 군의?"

사이카 "휴르스트의 부하가 당신으로 변장해 도련님께 접촉해 온 것입니다."

사이카 "도련님은 곧장 그것이 가짜임을 눈치채고, 당신이 휴르스트에게 사로잡혀 있을 것이라며."

사이카 "자신은 속은 척 붙잡힐 테니, 제가 당신을 구출하라는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사이카 "마침 온갖 과학, 마술적 탐지에서 몸을 숨길 수 있는 시작형 잠입장비 테스트를 하고 있었으니까요."


그게 이 처음 보는 대마인 슈트인가?


사이카 "시즈루 씨의 대마인 슈트도 가지고 왔습니다. 어서 갈아입으세요."


사이카는 시즈루의 구속을 풀고 그것을 건네주었다.


시즈루 "고마워. 큰 도움이 됐지만 그는, 후우마 군은 괜찮은 거야!?"

사이카 "안심하세요. 도련님에게는 가장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니면 당신을 도우러 오지 못했을 거에요."


누구랄 것도 없이 짐작이 갔다.


시즈루 "그거 굉장히 설득력 있네."


시즈루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면 적병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사이카 "시즈루 씨, 싸울 수 있겠나요?"

시즈루 "언제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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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츠바키 교우키 번역했는데 '츠바키온교키'더라


낭자애를 좋아하는 나찰 오크. 시카노스케가 붙잡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