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황야에 단말마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마수가 천천히 쓰러져 간다.


시체에는 화살이 깊이 꽂혀 있었고, 둘러져 있는 번개가 아직도 방전을 계속하고 있었다.



로카 "......"


미연 암살 특수부대의 일원, 로카는 쓰러뜨린 마수에게 다가간다.


그 손에는 품에서 꺼낸 송곳니가 쥐어져 있다.


그녀의 팔꿈치만 한 거대한 송곳니다.


로카는 죽은 마수의 입을 비집고 열어, 그 송곳니를 맞추려 하지만, 마짖 않았다.


이 마수의 것이 아닌 것이다.


로카 "너도 아니었나......"


로카는 송곳니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로카 "하지만 언젠가 죽여주겠다. 네가 어디에 있든 반드시."


그 눈동자에는 강한 결의와 함께 복수의 어두운 불길이 깃들어 있었다.




여름의 더위가 아직 남아 있는 어느날.


아이슈 헤비코는 언제나의 막과자 가게 「이나게야」에 평소와는 다른 용무로 와 있었다.


아이슈 헤비코 "할머니! 제발 헤비코에게 가르쳐줘! 일생일대의 부탁이야!"

이나게 나츠 "집요하네. 이제와서 그런 것에 의지하는 게 아니야."


이나게야의 주인 이나게 나츠는 헤비코를 귀찮은 듯이 쫓아내고 있다.


헤비코 "그러지 말고. 부탁이야 할머니, 헤비코에게 가르쳐줘!!"


헤비코가 나츠를 향해 필사적으로 두 손을 모으고 있는데, 수둔술 동지인 타츠미야 하이리와 모치즈키 우나가 나타났다.


타츠미야 하이리 "가르쳐 달라니 뭘?"

모치즈키 우나 "할머니한테 뭘 배운다고? 왜?"

헤비코 "우왓. 하이리, 우나짱. 아무것도 아니야."


헤비코는 합장하던 손을 홱 등 뒤로 돌려 시치미를 뗀다.


나츠에게 무엇을 배우고 싶은 건지, 두 사람에게 그것을 알리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얼굴도 붉어지고 있다.


우나 "헤비코짱이 수줍어 하는 걸 보니 또 후우마 군 관련인가?"

하이리 "아 그런가. 언제나의 그거네."

헤비코 "ㅇ, 아니거든."


우나에겐 날카롭게 지적받고, 반대로 하이리에게는 가볍게 패스당해, 헤비코는 중얼중얼 거리며 둘러댔다.


최근 소꿉친구인 후우마 코타로 때문에 헤비코가 여러모로 안달복달해 하고 있는 것은 완전히 들킨 상태다.


그리고 친구로서의 상냥함인지 둘 다 그 이상은 캐묻지 않는다.


우나 "할머니, 빙수 부탁해. 나는 딸기!"

하이리 "나는 멜론."

나츠 "항상 감사. 자, 헤비코는 장사에 방해 되니 이만 돌아가."


나츠가 쉿쉿 손을 흔들자, 헤비코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헤비코 "......그럼 헤비코도 우지킨토키(宇治金時)로."

나츠 "제일 비싼 걸 시켜도 안 가르쳐 줄 거야."

헤비코 "부우──."


헤비코는 시무룩한 얼굴이 되었다.


그래도 이나게야의 빙수는 그냥 빙수가 아니다.


천연 얼음을 이용한 특별제다.


천연 얼음이란 용수 등의 천연수를 인공적으로 얼린 것이 아니라, 호수나 연못 등 천연수를 끌어들여 겨울 추위에 천천히 자연스럽게 얼린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얼음은 불순물을 포함하지 않고, 기포도 없이 투명하며, 실로 맑은 맛을 낸다.


그것이 나츠의 숙련된 기술로 가루눈처럼 곱게 갈린다면, 완성된 빙수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나츠 "자. 딸기에 멜론에 우지킨토키 나왔다."

헤비코 "후아아아~~~~~,"

하이리 "헤비코짱, 벌써 얼굴이 풀렸네. 아까는 그렇게 불퉁거렸는데."

헤비코 "그치만 이거 너무 맛있는걸."

하이리 "그렇지──."


헤비코와 하이리가 흐늘흐늘한 표정이 되었는데,


우나 "으응?"


남달리 감각이 날카로운 우나는 좀 의아해 보인다.


우나 "저기, 할머니, 이 얼음 평소와 좀 다르지 않아?"

나츠 "그야 최근에 사들인 거니까. 이전보다 맛있겠지."


자랑스러운 표정을 짓는 나츠에게 우나는 미안한 듯 이렇게 말했다.


우나 "어......맛있어졌다면 좋았겠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나츠 "이상한가?"

우나 "응. 이거 좀 먹어봐."


우나는 자신의 빙수를 숟가락으로 떠서 나츠에게 내밀었다.


나츠 "......!"


그것을 입에 머금는 순간 나츠의 안색이 변했다.


나츠 "......나원. 나도 늙었구만. 손님에게 내올 때까지 눈치채지 못하다니."

나츠 "너희들, 미안하지만 오늘은 이만 문을 닫으마. 돈은 내지 않아도 된다."

우나 "에? 왜?"

헤비코 "할머니, 왜 그래?

하이리 "이 빙수에 뭔가 문제라도?"

나츠 "그건 마에사키 시 깊은 산중의 산 위 호수에서 취한 천연 얼음이다."

나츠 "네 말대로 확실히 맛이 이상해.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나츠 "분명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게 틀림없어. 이건 내버려 둘 수 없겠군."


눈 깜짝할 사이에 문을 닫은 나츠는 바로 그곳으로 향할 생각인 것 같다.


헤비코 "할머니, 그럼 나도 갈게!"


먼저 헤비코가 말했다.


나츠가 자신을 좀 더 알아봐줬으면 하기에.


그래서 나츠에게 배울 자격이 있는지 판별해주기를 바란다.


그런 마음이 넘쳐나고 있었다.


그런 헤비코에 다른 두 사람도 호응한다.


하이리 "헤비코짱이 간다면 나도 갈까. 뭔가 사건 같기도 하고."

우나 "나도나도. 할머니의 맛있는 빙수를 못 먹게 되면 곤란해."

나츠 "마음대로 해라"


나츠는 시원스레 수둔 트리오의 동행을 허용하는 것이었다.




마에사키 시의 깊은 산중.


먼 옛날에는 뱀신앙이 퍼져, 임업을 영위하는 마을이 산재해 있었지만, 과소 시대에 차례차례 소멸.


사람의 손길이 끊긴 산은 거칠어져, 이제는 드나드는 사람도 거의 없는 비경으로 변해 있다.


그 산중에서 로카가 싸우고 있었다.


상대는 보이지 않는 적이다.


육안으로는 모습이 전혀 포착되지 않고, 레이더나 적외선 센서로도 파악할 수 없다.


의지할 수 있는 건 적의 살기 뿐이다.


로카 "야앗!!"


로카는 다가오는 살기를 향해, 강하게 끌어당긴 화살을 쏘았다.


새로 개발된 전장기(電装機) 활


화살에 번개를 둘러, 사출 후에도 그 궤도를 조종해서 적의 급소를 관통하는 것이 가능하나, 상대방의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그 효과도 반감이다.


전격 화살은 보이지 않는 적에게는 맞지 않고 그저 숲속의 나무에 꽂힐 뿐.


직후, 등골이 얼어붙을 것 같은 보이지 않는 공격이 로카를 덮쳤다.


로카 "크읏!!"


로카는 육감만으로 그것을 피한다.


그녀가 있던 땅에 여러 가닥의 흔적이 새겨진다.


지금 것은 앞발톱에 의한 공격일 것이다.


적은 아마 사족보행 마수다.


로카 "이 녀석이 인비저블 비스트인가!"


그렇게 불리는 생체병기가 이 산에 있는 제약회사에서 몰래 만들어졌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혹시나 그것이 오랫동안 쫓던 마수가 아닐까 싶었던 로카는 단신으로 산을 오른 것이다.


과연 산의 경비는 삼엄하기 짝이 없었고, 그 제약회사의 영역에 침입하자 문답무용으로 전투용 드론이 덮쳐왔다.


그것들을 요격하자 이번에는 보이지 않는 적, 인비저블 비스트가 나타난 것이다.


이미 몇 개의 상처를 입었다.


게다가──.


로카 "큿! 이 녀석이!"


몇 번이고 보이지 않는 공격을 힘겹게 피하며, 이쪽은 맞을 가망이 없는 화살을 쏘면서 적이 일부러 그러고 있음을 깨달았다.


죽이려면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

그렇기에 즐기면서 괴롭히다가 죽여버린다.


그런 사악한 의지를 강하게 느끼다.


로카는 바로 그렇게 농락당해,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죽어간 아버지를 떠올렸다.


로카 "설마, 이 녀석이!"


몇 분 뒤, 로카는 궁지에 몰렸다.


그야말로 벼랑 끝.


하지만 그것을 각오하고 유인한 것이다.


여기서라면 적은 앞에서 밖에 덤벼들 수 없다.


로카 "와랏!"


로카는 전장기 활을 풀충전하고 인비저블 비스트를 기다린다.


로카 "!!!"


왔다.


노골적인 살기가 다가온다.


그 발톱으로 로카를 찢고, 송곳니로 잡아먹으려는 사악한 의지가.


로카 "폴 썬더 애로우!!"


건곤일척의 화살을 쏜다.


쐐애애액!!


그러나 그것은 허공에서, 아마도 적에게 붙잡혀 허무하게 꺾였다.


인비저블 비스트 "구가아아아아아악!!"


결코 잊을 수 없는 그 포효.


부모를 물어 죽인 마수의 외침.


로카 (이 녀석이다! 이 녀석이 나의 원수!!)


로카는 마침내 확신한다.


하지만 다음 순간, 로카는 공격을 받고 피분수를 세차게 뿌리며 벼랑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로카 "으......으윽......"


깊은 벼랑 아래에서 로카는 신음하고 있었다.


순간 스스로 벼랑 아래로 몸을 날려 즉사만은 피했지만, 상처는 이제 어쩔 도리가 없을 정도로 깊으며, 낙하의 데미지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


놈이 다가온다.


로카의 숨통을 끊으러 온 것이다.


로카 "ㅈ......젠자앙......"


겨우 찾아낸 부모의 원수도 갚지 못하고, 그 모습을 보지도 못하고, 이런 곳에서 죽는단 말인가.


로카 "ㅈ......적어도......마지막 한 방을......"


문자 그대로 최후의 화살을 박으려고 로카는 부러진 화살을 손으로 직접 잡았다.


잡아먹히는 그 순간, 이걸 미간에 꽂는다.


로카 "사악한......마수......놈......"

마수 "그르르......?"


녀석이 로카를 들여다보았다.


이제와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은빛 마랑(魔狼)이다.


흉악무비한 얼굴을 하고 있다.


상대를 잡아먹을 때만큼은 제 모습을 보여준단 말인가.


로카 "아버지와......어머니의......원수......"


로카는 움켜쥔 화살을 놈에게 꽂으려 했지만, 그 얼마 안 되는 소원조차 이루지 못한 채 그녀의 의식은 깊은 어둠 속으로 삼켜져 갔다.




한편, 그 무렵―――.


이나게야의 나츠, 헤비코, 하이리, 우나는 천연 얼음 생산지가 있는 마에사키 시 깊은 산중의 산 위 호수에 도달해 있었다.


호수에 이상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떤 제약회사의 시설이 그곳보다 더 높은 산에 있다고 한다.


물이 깨끗한 곳에 그런 시설이 만들어지는 것은 드물지 않지만, 그 결과 천연 얼음의 맛이 달라졌다.


헤비코는 츠즈루기 미코토에게 전화를 해 그 제약회사에 대해 알아봤다.


헤비코 "응, 응......알았어. 미코토짱, 고마워."


미코토는 해킹의 천재.


순식간에 그 정체를 알아냈다.


제약회사라는 건 이름 뿐으로, 악명 높은 미연의 특무기관 G와 연계된 연구시설이었다.


게다가 미코토는 전직 용병인 베테랑 해커, 지금은 학원의 용무원인 루이스 'the shaman'에게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원래 그곳은 앞선 오차 결전에서, 오차 주변을 교란할 목적으로 전선 기지가 만들어져야 했으나, 오차 공략을 서두른 하토리 세이슈에 의해 그 준비가 되기 전에 작전이 강행되어, 결국 기지는 완성되지 못했다.


헤비코 "나머지 루이스 씨의 추측이라고 하는데, 그 계획을 바꿔서 겉으로는 평범한 제약회사를 차린 게 아닐까ㅡ라는 거야."

헤비코 "여기서 오차 마을을 감시하면서 혹시 재개될지도 모르는 재공격의 거점으로."

우나 "우와아. 그건 평범하게 악의 거점이네. 어떻게든 하자."

하이리 "모처럼 왔으니 우리끼리 정찰하고 가자"

헤비코 "찬성."

나츠 "그 녀석들은 또 변변찮은 짓을 하려는 모양이군."


이런 가까운 곳에 적의 거점이 있어서야 내버려 둘 수 없다.


일행은 천연 얼음의 맛이 바뀐 이유를 확인하려던 계획을 바꿔, 그 연구시설의 정찰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역시 평범한 제약회사가 아니었다.


산 하나쯤 되는 광활한 부지.


군사 기지 수준의 여러가지 시큐리티.


하지만 헤비코, 하이리, 우나 등 세 사람을 놀라게 한 것은 경비의 삼엄함이 아니었다.


나츠 "너희들, 우물쭈물하면 두고 간다."


젊은 세 사람의 앞을 노인인 나츠가 믿기지 않는 속도로 나아간다.


헤비코 "할머니 너무 빨라!"

하이리 "굉장히 몸이 가벼워!"

우나 "전혀 따라잡을 수 없어!"


그 신체능력에는 정평이 난 수둔술사인 세 사람이 전혀 당해내지 못하고 있다.


나츠는 세 사람이 눈치채기 전에 시큐리티를 차례차례 해제하고 정찰이니 제대로 주위를 경계해 속도를 줄여 달리는 것 같은데, 세 사람은 그저 필사적으로 뒤쫓을 뿐이다.


나츠 "아무래도 선객이 있었던 것 같군."

헤비코 "선객?"

나츠 "봐라. 저기 드론 잔해가 나뒹굴고 있어."


나츠가 가리킨 곳에는 확실히 드론이 파괴되어 있었다.


우나 "앗, 정말이야."

하이리 "확실히 여기의 가디언이네. 우리보다 먼저 누군가 잠입한 거야."

나츠 "그런 것 같군. 그리고 여기저기 그것과는 다른, 좀 뒤숭숭한 흔적이 새겨져 있어."


나츠는 달리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땅이나 주위의 나무들에 남은 공격의 흔적을 세 사람에게 지적해 간다.


헤비코 "동물의 발톱이나 송곳니일까. 엄청 크다."

나츠 "대형 마수인가 뭔가겠지. 아무래도 침입자는 한 명. 여자야. 녀석한테 몰리고 있는 모양이다."

나츠 "여자의 무기는 활과 화살인가? 대단한 강궁이군. 동시에 번개도 쓰는 것 같은데."

우나 "번개?"

나츠 "저거 말이야."


나츠가 턱짓을 하자, 그곳에는 굵은 나무에 꽂힌 화살이 보인다.


거기에 낙뢰가 떨어진 것처럼 나무는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나츠 "오야, 또 다른 두 사람도 쫓기고 있군."

나츠 "이 둘도 여자다. 첫 번째 여자의 동료인가. 둘 다 꽤 큰 무기를 지니고 있다."

나츠 "흠. 한 사람은 오른팔이 안드로이드 암 같다. 체중이 한쪽에 쏠리는지 좌우의 족적이 달라."

헤비코 "할머니. 어떻게 그렇게 금방 알아!?"

우나 "정말로. 나 그런 건 전혀 모르겠던데."

하이리 "나도."

나츠 "그야 연륜이지. 너희들도 머지않아 알게 될 거야.


헤비코 & 하이리 & 우나

「..................」

「..................」

「..................」


나츠는 간단히 말했지만 도저히 그럴 것 같지 않은 세 사람이었다.


우나 "그 셋은 누굴까? 대마인인가?"

하이리 "안드로이드 암을 사용하는 걸로 보아 미연의 사람일지도?"

나츠 "거기까지는 맞다."

헤비코 "번개라는 건 유키카제짱은 아니지?"

하이리 "유키카제짱은 화살 같은 건 안 쓰잖아?"

헤비코 "그렇지."

나츠 "그 애처럼 괴물 같은 번개는 아니야. 뭐어, 화살의 위력을 번개로 조금 강화한 수준이겠지."

우나 "게다가 유키카제짱, 오늘 후우마 군과 함께 임무를 나갔어."


툭 하고 말한 우나에게 헤비코의 안색이 변했다.


헤비코 "뭐야 그거! 헤비코는 그런 이야기 못 들었어!"

헤비코 "그보다 우나짱이 그걸 어떻게 알아!? 후우마짱에게 들었어!?"


헤비코는 저도 모르게 멈춰 서서, 우나에게 휙 다가간다.


우나 "후와아아아~~! 헤비코짱 얼굴이 무서워!"

우나 "아침에 유키카제짱을 만나 잠깐 얘기해서 안 거야!"


오줌 누듯 변명하는 우나에게 헤비코는 분연히,


헤비코 "후우마짱도 참! 또 유키카제짱이랑 단둘이서! 또 헤비코를 내버려 두고!"

우나 "ㅂ, 별로 내버려 둔 건 아닌 것 같은데."

우나 "게다가 마이짱도 함께니까, 단둘이 있는 것도 아니고......"

헤비코 "부~~~~~~~."


우나는 중얼중얼 변명하지만, 헤비코의 눈썹은 치켜 올라간 채다.


하이리 "공수 최강의 콤비네. 후우마 군의 임무 멤버 선정은 굉장히 합리적이지."

우나 "그래 맞아. 사사로운 감정에 전혀 얽매이지 않는다고나 할까, 헤비코짱은 유감이겠지만......"

헤비코 "흐──응!"

우나 "하와와, 그런 게 아니야! 그러니까 선택받든, 선택받지 못하든, 여자로서 어떤지는 전혀 관계없어."

헤비코 "그런 건 알고 있어! 그래도 분해!"

우나 "아, 응......분한 건......어쩔 수 없나?"

헤비코 "부부────."

우나 "히야아아앗!?"

하이리 "와, 헤비코짱 입에서 먹물이 나오고 있어 먹물이!"


헤비코의 뾰로통한 입에서 새어나오기 시작한 문어 먹물에 우나와 하이리는 황급히 물러났다.


나츠 "정말, 어쩔 수 없는 아이구나."


나츠는 이런이런ㅡ이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츠 "......!!"


이어 들려온 희미한 소리에 홱 표정을 긴장시켰다.


나츠 "누군가 저쪽에서 싸우고 있다. 걸즈 토크는 그쯤하고 가자."




도나 버로우즈 "줄줄이 몰려나오는군. 제약회사라더니."

데미 휴먼 "크갸악!"


도나 버로우즈의 특수병장 그래비티, 안드로이드 암으로 내려친 그것이 데미 휴먼 일체를 분쇄했다.


저것은 미연 특무기관과 이 나라의 내조가 공동으로 개발한 인조인간이다.



레베 서프리 "에잇. 이런 녀석들은 별 거 아닌데!"

G 솔저 "으윽!!"


레베 서프리의 포톤 사이스가 G 솔저 중 한 명을 동강낸다.


이쪽은 최신 퍼스널 강화외골격으로 무장한 병사다.


그리고 얼음 브레스를 사용하는 개와 같은 마수 펜릴 퍼피.


모두 겉으로는 제약회사를 가장한 이 특무기관 G의 연구시설의 가디언이다.


도나 "이런 녀석들에게 시간 들이고 있을 틈은 없다!"

레베 "알고 있거든. 냉큼 몰살하고 빨리 로카를 쫓아가자!"


도나와 레베 모두 미연의 병사들이지만 지금 싸우고 있는 것은 임무를 위해서가 아니다.


그들의 전우이자 부모와 고향의 원수인 마수를 찾아 홀로 이곳에 잠입한 로카를 걱정하는 것이다.


숲에 남겨진 여러 흔적을 통해 로카가 강적을 상대로 궁지에 몰렸다는 것은 둘 다 알고 있다.


그런 와중에 방해하는 것이 이들, 가디언이다.


각각의 전투력은 2명에 도저히 못 미치지만, 동료가 쓰러져도 초조해하지 않고 견실한 공격을 가한다.


도나 "젠장! 훈련을 잘 받았나 보군!"

레베 "약해빠진 주제에 짜증나게시리!!"


반대로 두 사람의 마음에 초조함이 퍼지던 그때.


헤비코 "도나 씨!?"

도나 "!?"


갑작가 도나를 부르는 목소리.


적의 등 뒤에서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저것은──.


도나 "아이슈 헤비코인가!?"


오차 마을의 스낵 '사나'를 방문했을 때, 후우마 코타로와 함께 서빙을 하던 소녀다.


하지만 기억하는 발과는 많이 다르다.


헤비코라는 이름처럼, 큰 뱀 같은 다리였지만, 여하튼 상대는 대마인, 흔한 이야기다.


레베 "왠지 굉장히 이상한 다리의 여자가 왔는데!? 이쪽의 개조인간인가!?"

도나 "오차의 대마인, 아군이다!"


도나는 망설임 없이 말한다.


그 대마인이라는 말에 적, 특히 알맹이는 인간인 G솔저가 동요하는 것이 보였다.


우나 "헤비코짱의 지인!?"

헤비코 "맞아!"

하이리 "저쪽을 돕는거지!?"

헤비코 "그래!"

나츠 "그게 좋을 것 같군."


바니걸에, 꼬리를 기른 소녀, 그리고 아무리 봐도 노파인 사람이 나타난다.


레베 "캬하하하하!! 이상한 녀석들이네!"


레베의 감상도 당연했지만, 그들은 대마인, 게다가 기습에 의한 협공이다.


가디언들을 전멸시키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헤비코 일행은 도나와 레베에게서 로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과거, 그녀가 살던 마을이 의문의 마수의 습격을 받아 괴멸된 것.


로카는 부모, 친구, 그리고 고향의 모든 것을 잃고 그 마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심지어 마족 자체를 멸족시키기 위해 미연 암살 특수부대의 일원이 된 것을.


그 처절한 과거에 일동은 말을 잃었다.


도나 "눈 앞에서 부모를 살해당한 충격으로 로카는 원수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한다."

레베 "그러니까 그럴듯한 마수에 대한 소문을 들으면 바로 혼자 때려죽이러 가는 거야."

도나 "이 특무기관 G의 연구시설에는 인비저블 비스트라는 게 있는 것 같다."

도나 "이름으로 보아 모습을 감추는 종류의 마수겠지."

나츠 "로카란 녀석은 그 녀석과 싸우고 있는 모양이군. 더구나 정황상 상당히 열세야."

도나 "그래......무사했으면 좋겠는데."

레베 "헷. 로카가 그렇게 쉽게 당할 리 없지."

나츠 "여하튼 내버려 둘 수 없지. 빨라 그 애를 찾아야겠어."


일행은 경계를 강화하며, 로카와 인비저블 비스트가 싸운 흔적을 쫓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로카 "으......으읏......"


아직 살아있다.


의식이 되살아난 로카는 생각했다.


하지만 꼼짝할 수 없다.


로카 "여기는......?"


어둡고 조용한 곳, 바닥이 차다.


어디 동굴에 누워있는 것 같다.


마수 "크릉."


은빛 마수가 그녀를 들여다보고 있다.


기절하기 전에 본 것과 같은 흉악한 얼굴이지만 그 눈동자는 몹시 걱정스러워 보인다.


로카 "네가......나를 여기로 데려와줬나......?"

마수 "멍."


마수는 고개를 끄덕인다.


자세히 보면 상냥한 눈을 하고 있다.


이 녀석은 로카가 싸우던 상대, 부모님의 원수는 아닌 것 같다.


그래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


로카 "입을 벌리고......너의 송곳니를 보여줄래?"

마수 "그르르?"


마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입을 열어 주었다.


어디에도 빠진 송곳니는 없다.


역시 원수는 아니다.


로카 "그런가......알았다......"


로카는 숨을 내쉬었다.


인비저블 비스트에게 받은 상처의 피는 멈춘 듯했다.


하지만 절벽에서 낙하한 데미지로 곳곳의 뼈가 부러졌다.


온몸이 너덜너덜하다.

일어설 수도 없다.


다음에 놈을 만나면 살해당하기를 기다릴 뿐이겠지.


로카 "으윽......"


겨우 부모의 원수를 만났는데 이 꼴이낙.


자신의 무력함에 눈물이 맺힌다.


하지만 죽을 수 없다.


이대로는 절대 죽을 수 없다.


마수 "크릉."


마수가 걱정스레 울었다.


로카 "도와줘서 고마워. 하지만 나를 혼자 있게 해줘......부탁해."

마수 "......"


마수는 도저히 내버려둘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마수 "......!"


휙 고개를 들더니 로카를 두고 달려나갔다.




헤비코 일행은 싸움의 흔적을 따라 그 자리에 도착했다.


로카의 핏자국이 뚝뚝 남다가 벼랑 끝에서 사라진다.


나츠 "여기서 공격을 받고, 이 절벽에서 떨어진 것 같아."


나츠는 벼랑 밑을 들여다보았다.


로카가 낙하했다고 생각되는 흔적은 있지만, 그것 뿐이다.


나츠 아무것도 안 남았군. 그 인비저블 비스트에게 시체도 남기지 않고 잡아먹힌 건지......"

도나 "큿......로카......그러니까 그렇게 혼자 무모한 짓을 하지 말라 했거늘......"

레베 "로카는 스스로 부모의 원수를 갚고 싶어 했으니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분한걸."


도나와 레베는 분한 듯 고개를 숙인다.


직접 로카를 본 적 없는 헤비코 일행도 참혹한 결과에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때였다.


헤비코 "뭔가 이상한 것이 아래에서 온다! 엄청난 속도!"


무의식적으로 문어발 센서를 최대 감도로 하고 있던 헤비코가 경고를 보냈다.


도나 "인비저블 비스트인가!"

레베 "로카의 원수! 죽여주마!"


도나와 레베가 무기를 들어올린다.


마수 "와오오오오옹!"


수직 절벽을 단숨에 뛰어올라, 은빛 마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보고 나츠가 외쳤다.


나츠 "너희들! 조심해라!! 이건 터무니 없는 상대야!"


그 표정이 일변하고 있다. 처음 보여주는 진심의 얼굴이다.


마수 "멍멍멍."

나츠 "엉?"


하지만 마수에게는 싸울 의지가 없는 듯, 무언가를 호소하듯 도나에게 짖고 있다.


도나 "너 오니발키리 쪽의 펜릴이냐?"

펜릴 "멍멍!"

나츠 "댁의 지인인가?"

도나 "아아, 그렇지만......"

헤비코 "뭔가 조급한 것 같아."

우나 "뭐라고 해?"

하이리 "개의 말은 몰라."


그런 세 사람의 대화를 듣고 나츠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나츠 "너희, 수둔술사가 셋이나 있으면서 아무도 개의 말을 모르는 거냐? 한심하군. 멍멍. 멍."


나츠는 경계를 풀고 갑자기 개의 말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헤비코 "할머니!?"

우나 "개랑 얘기하고 있어!"

하이리 "대단해!"

펜릴 "멍멍멍."

나츠 "인간의 언어로 말해도 된다? 그거 다행이군."


도나 "뭐라고 하지?"

나츠 "지인인 댁의 냄새를 맡았기 때문에 여기에 온 거라는군."

나츠 "그리고 여기서 조금 떨어진 동굴에 댁과 같은 냄새가 조금 풍기는 아이, 아마도 로카를 보호하고 있는 것 같아."

도나 "로카는 살아있나!?"

레베 "정말이야!?"

나츠 "상당히 위험한 상태인 것 같다. 서두르지. 미안하지만 안내해 줘."

펜릴 "멍."


펜릴의 안내를 받고 일행이 동굴에 도착했을 때 로카는 의식을 잃고 있었다.


이제 움직이기도 위험한 상태다.


하지만 나츠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나츠 "잘 버텼다. 지금 당장 낫게 해주지. 호잇, 혼둔(魂遁)의 술."


나츠는 간단히 말하며, 혼수상태인 로카의 몸에 담뱃대를 툭 흔들었다.


그러자 빈사의 중상이던 로카의 몸이 순식간에 낫기 시작했다.


레베 "굉장해!"

도나 "어떻게 되먹은 치유의 힘이지."

나츠 "오래 산 결과지. 지금까지 쌓아둔 생명 에너지를 좀 나눠준 거야."


나츠는 혼둔술을 사용하는 대마인이다.


삼라만상에 깃든 영혼, 즉 의지에 개입하여, 그 꿈에 잠입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꿈을 통해 상대방의 생명 에너지를 흡수하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삼거나, 반대로 축적한 생명 에너지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며 그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나츠는 그 능력을 통해 로카의 악몽을 보고 있었다.


로카가 태어나 자란 곳은 미연의 외딴 시골에 있는 조용한 마을이었다.


아버지는 특수부대 저격수 출신으로 지금은 은퇴해 자연공원을 관리하는 레인저.


컴뱃 보우의 명수로, 야생의 짐승이 마을에 나타났을 때에는 그 솜씨를 발휘하여 마을 사람들에게 의지받고 있었다.


어머니는 약초의 조합에 능해 마을에 환자가 생겼을 때는 의사보다 먼저 어머니 쪽을 찾는 것이었다.


로카는 그런 부모님을 누구보다 존경하고, 두 사람에게 깊은 사랑을 받으며 아무 불편함 없이 자랐다.


그 참극의 밤이 오기 전까지.


인비저블 비스트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무시무시한 포효가 울려 퍼졌다.


온몸의 털이 쭈뼛 선다.


무서운 마수가 다가온다.


로카의 온몸은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것은 어머니의 피다.


그녀를 그늘에 감추기 위해, 몸을 갈기갈기 찢긴 것이다.


인비저블 비스트 "크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마수가 다시 포효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소리.


로카가 본 것은 아버지가 쏜 화살이 마수의 송곳니 하나를 부수고, 마수에게 희롱 당하다가 죽어가는 모습이었다.


그녀의 의식은 거기서 끊어진다.


다음날 아침,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던 로카는 부모를 죽이고 마을을 멸망시킨 마수의 모습을 잊어버렸다.


눈 앞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살해당한 두려움이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기억나는 것은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빛나는 눈.


올려다보는 듯한 거구


그리고 그 무시무시한 포효 뿐이다.


아버지의 육체는 한 조각도 남아있지 않고, 마지막에 부순 송곳니만 떨어져 있었다.


로카는 그 송곳니만을 의지해, 그 마수에 대한 복수를 다짐했던 것이다.


어느덧 그녀의 손에는 아버지에게 어릴 때부터 놀이처럼 배우던 활과 화살이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 로카의 뇌리에 잊고 있던 마수의 모습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부모를 죽인 원수의 모습이.


로카 "생각났다......이제야 떠올렸다......너의 모습을......"


로카는 깨어나자마자 말했다.


그 모습을 본 자의 등골이 어는 듯한 처절한 미소를 지으며.


나츠 "그건 다행이지만, 아무래도 싫은 기억도 함께 떠오르게 된 것 같군."


복수심에 불타는 로카를 달래듯 나츠가 말을 걸었다.


나츠 "미안하게 되었어. 괜찮나?"


혹은 혼둔술을 썼는지 로카의 표정이 문득 온화해진다.


로카 "당신이 나를 도와줬나......"

나츠 "뭐어, 녀석을 쓰러뜨릴 때까지 절대 죽을 수 없다는 네 마음에 응했을 뿐이야."

로카 "상처가 다 나았다. 혹시 오차의 대마인인가? 고맙다."

나츠 "그냥 막과자집 할머니야. 감사라면 저 아이에게 하도록 해."

나츠 "네가 여기서 죽을 뻔했다는 걸 우리에게 알려줬으니."

펜릴 "멍."


나츠 일행을 이곳까지 데려온 펜릴이 반갑게 울었다.


로카 "너에겐 두 번이나 도움을 받았구나."

펜릴 "멍멍."

도나 "살아난 것은 운이 좋았을 뿐이다. 혼자 무모한 짓을 하는 것도 적당히 해라."

레베 "이런 곳에서 혼자 죽으면 뒷맛이 찝찝하다고."


그런 말을 듣고서야 두 명의 전우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로카 "도나, 레베. 너희도 와줬구나......미안하다."

나츠 "사과하는 것도, 반성하는 것도 뒤로 하고. 네 원수가 온 것 같다."

로카 "......!!"

인비저블 비스트"가루루우우우우우우우우우!!"



동굴 입구에 놈이 들어온다.


자신을 과시하듯 지금은 그 흉악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꿈에서 본 것과 같은 모습이다.


아니, 아버지가 부순 그 송곳니에는, 금속 의치(義歯)가 달려 있었다.


로카 "부모님의 원수! 마을 모두의 원수! 이번에야말로 끝을 보자!"


로카는 전장기 활을 빳빳이 겨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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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둔술이라기보다는 몽둔술에 더 가까워 보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