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는 수수께끼의 대마인, 후우마 기렌의 습격을 받아 다른 차원으로 날아가 버렸다.


직후, 그 차원의 후우마 기렌의 도움을 받아 그와 협력해 요미하라를 탈출한다.


그리고 향한 곳은―――


기렌 "여기가 대마인의 총본산, 오차 마을이다"

아키 "헤, 여기가......"


아키는 처음 방문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다.


하지만 동시에 이 오차 마을에는 신선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곳이 다른 차원이기도 하지만, 또 한 가지 크게 다른 점이 있었다.


그것은──


아키 (우왓! 둘 다 젊어!)


오차 학원에 있던 것은 젊은 아사기와 시라누이였다.


이곳에 오기까지의 길에서 이 차원이 원래의 차원보다 과거인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실제로 젊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 차원의 현재 연호와 <단조 님을 만나게 해주마>라는 기렌의 말로 미루어 보아 아무래도 이곳에서는 단조가 반란을 일으키지도, 살해당하지도 않고 그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야말로 다른 차원이다.


아키 (아사기 선생님은 기억보다 젊다고 할까, 왠지 꺅꺅하는 느낌이네)

아키 (좀 더 어른스러웠던 것 같은데, 내가 아이 때라서 그런가?)

아키 (아니면 여기서 단숨에 늙었다던가. 오차의 두령이라던가 고생이 많을 것 같기도 하고......)

아키 (이쪽의 시라누이 씨는 기억과 별로 다르지 않지만, 벌써 결혼해서 유키카제를 낳았으려나?)

아키 (유부녀면서 그 리본은 용기가 넘치지만, 잘 생각해보면 내 차원에서도 시라누이 씨는 계속 리본을 달고 다녔던가?)


하고 기렌의 뒤에 서 아키가 제멋대로 생각하고 있자니,



이가와 아사기 "기렌, 요미하라에서 무사히 돌아와 주었구나."

미즈키 시라누이 "그녀는? 협력자라고 들었는데."

기렌 "프리 대마인으로 아키라 한다. 사안술사로 요미하라로부터의 탈출을 도왔다."

아사기 "후우마 일족도 아닌데 사안을. 마을 밖에는 아직도 뛰어난 인재가 있구나."

아사기 "고마워. 이곳의 대마인을 이끌고 있는 이가와 아사기야. 어서오시길, 오차 마을에."

시라누이 "나는 미즈키 시라누이, 그녀의 오른팔."

아키 "처음 뵙겠습니다, 아키입니다."


아키는 젊은 두 사람에게 인사한다.


기렌 "도움을 받은 은혜도 있다. 그녀를 일족에 소개하고 싶은데 괜찮나?"

아사기 "상관없어. 우리는 코우카와의 마을에 잠깐 다녀올 테니 요미하라 정찰 보고서를 정리해 줘."

기렌 "놈들이 또 뭘 했나?"

아사기 "뭐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요즘 오차 마을과 거리를 두려고 하고 있는데, 못을 박아 두고 싶어서."

시라누이 "이제 소용없을지도 모르지만."

아사기 "시라누이, 네가 그런 말 하지마."

시라누이 "미안해."


아키 (흐응. 이 차원에서는 코우카와 일문이 반란을 일으키게 되는 건가?)

아키 (요미하라도 왠지 살벌했고, 모두 사이좋게 지낼 수는 없구나.)


세 사람의 말을 들으며 아키는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 후, 기렌은 아키를 후우마의 마을, 후우마 단조의 저택으로 데려갔다.


아키 (우와......이 저택 그립네.)


세부적인 건 조금 다른 것 같지만 대부분은 아키가 기억하는 저택 그 자체다.


원래의 차원에서는 이가와 일문의 습격을 받았을 때, 불타버렸다.


아키 (단조 님을 만나는 것도 오랜만이네.)


아키도 어려서 단조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기억하지만 비교적 잘생긴 느낌으로 전국시대의 무장처럼 호쾌했던 기억이 있다.


어려서부터 사안에 각성한 아키를 웃으며 안아주었다.


분명 아이를 좋아했을 테지.


아키 (친자식인 코타로는 여러가지로 앙금이 있는 것 같지만)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인상이 별로 좋지 않은 엄한 아저씨가 나타났다.


아키 (어? 누구?)


그 아저씨가 말했다.



후우마 단조 "후우마 가의 당주 후우마 단조다. 기렌을 도와준 모양이군. 예를 표하마."


아키 (잠깐!? 모습이 완전 다른데!!)


아키 "ㅇ, 아뇨......저도 위험한 때 도움을 받았어요."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아저씨인 단조에게 고개를 숙인다.


아키 (이런게 단조 님인가? 우와, 쇼크구만.)


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후우마 코타로 "기렌을 도와준 게 당신인가요!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다른 차원의 후우마 코타로가 나타났다.


그것도 귀엽다. 엄청 귀엽다.


아키 (우와! 우와아아아아아!! 코타로다!!)

아키(오른쪽 눈이 떠 있어. 그것도 짙은 청색! 멋져───!!)


아키가 아는 코타로보다 50% 정도 상쾌한 인상이다.


웃는 얼굴이 반짝반짝 빛난다.


아키 "크~~~~으."


무심코 달려가 부비부비 하고 싶어졌지만, 그런 짓을 하면 분명 귀찮아질 것이기에 그 넘치는 충동을 꾹 참는다.


아키가 이상한 단조에 실망하거나 귀여운 코타로에게 부들거리고 있으면,


기렌 "단조 님, 아키는 재야의 대마인, 사안술사입니다."

단조 "음. 그 얼굴은 확실히 우리 일족인 것 같군. 본가는 어디지?"

아키 "센자키입니다. 그 마을에 버려져 있었어요."

아키 "천애고독의 몸으로, 지금은 프리 대마인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 한다.


단조 "흠. 그럼 우리의 먼 친척일지도 모르겠군."

기렌 "단조 님, 목숨을 빚진 은혜도 있어, 제 쪽에서 보호하는 걸 허락해 주십시오."

단조 "그러도록 해라."


악당 얼굴의 단조은 의젓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녁.


아키는 기렌의 집으로 딸려왔다.


그곳은 후우마의 마을 밖, 다른 집과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아키 "집, 꽤 외곽에 있구나."

기렌 "그게 더 편해서."

아키 "아내 분 같은 건?"

기렌 "홀아비다. 눈치 볼 필요 없다."


그렇다면 옛날에는 결혼했는가.


지금 말투의 뉘앙스로 미루어 생이별이 아니라 사별이라는 느낌이 든다.


아키 "실례합니다."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아키는 조금 긴장하며 그 집에 발을 들여놓았다.


기렌 "여기를 마음대로 써라."


기렌이 안내해 준 곳은 넓은 일본식 방이었다.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잘 청소되어 있었지만, 한동안 사람이 사용한 기색이 없다.


그리고 여성용 경대가 있고, 달력 날짜가 오래된 채로 있는 것이 매우 마음에 걸렸다.


아키 "이 방은?"

기렌 "죽은 딸의 방이다."

아키 "어? 괜찮아?"


아내가 아니라 딸.


그건 예상 밖이었지만, 과연 망설이고 만다.


기렌 "상관없다."


기렌은 아주 담백하게 말했다.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라. 담담한 말투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키 "......그럼, 감사히 받을게."

기렌 "내일이라도 네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줬으면 하는군. 잘 자라."

아키 "아, 응. 잘 자."


기렌은 떠났다.


아키 "......실례합니다."


이 방의 원래 주인에게도 양해를 구하고, 칼을 적당한 곳에 기대고 나서 다다미 바닥에 앉았다.


여기가 요미하라의 사무실이라면 이대로 뒹굴뒹굴할 판인데 그럴 마음이 들지 않는다.


아키 "......"


어쩐지 복잡한 마음으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조금 좋은 바람이 들어왔지만 다른 집에서도 떨어져 있어서인지 밖은 캄캄하다.


희미한 벌레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아키 "......하아."


정신을 차려보니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모르는 차원, 모르는 오차 마을, 모르는 사람들, 그리고 모르는 방.


거기서 혼자 멍하니 있으면 아무래도 좀 불안해진다.


아키 "아아, 이런 다른 차원에 와버려서,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뚜렷한 답은 없다. 오늘은 이만 쉬고 체력을 회복시키자.


아키는 그렇게 결정했다.


―――


아키 (안 되겠어. 잠이 안 와......)


심신이 피로한데, 정신이 번쩍 들고 눈도 맑아지고 있다.


평소 같으면 이불 속에서 스마트폰이라도 만지작거리는데 원래 차원과 통신 시스템이 다른 듯 어디와도 연결되지 않는다.


폰에 저장되어 있는 나사라를 비롯한 귀여운 아이의 사진을 보고 마음을 달래려 했지만 지금은 모두를 만날 수 없고, 어쩌면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아 슬퍼져서 그만뒀다.


아키 (목욕이라도 할까......)


미지근한 물에 푹 잠긴다면 잠을 잘 잘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키는 느릿느릿 이불에서 기어 나왔다.


거실의 불빛은 이미 꺼졌다.


아키 (기렌도 잠들었나?)


욕실의 위치는 듣지 못했지만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여자를 자기 집으로 데려오고 목욕할 곳도 알려주지 않는 걸로 보아 여자를 대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더 나아가, 아키에게 첫눈에 반하거나 음흉한 속셈을 품고 있지도 않다.


그런 무리들은 요미하라에 질릴 만큼 있으니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아키 (서투른 타입인가?)


라고 생각하면서 어두운 거실을 불도 켜지 않고 걷다 보면──덜컥.


문 하나가 열리고 기렌이 아래에서 올라왔다.


계단이 지하로 이어져 있는 것이 순간 보였다.


기렌 "!"


기렌이 즉각 아키를 바라보았다.


보여선 안 될 걸 보았다는 느낌이었지만, 아키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척하며 지극히 평범하게 말했다.


아키 "아직 깨어 있었구나. 나도 왠지 잠이 안와서. 욕실을 좀 쓸까 하는데."

기렌 "......욕실은 저쪽이다."


기렌이 복도를 가리킨다.


아키 "고마워."


아키는 그쪽으로 향하면서 등에 꽂히는 기렌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아키 (뭔가 눈빛이 장난 아니데. 단순히 친절해서 나를 여기로 데려온 게 아닌가.)

아키 (뭐, 누구나 여러가지 생각이 있겠지.)


아키는 대마인으로서, 요미하라에서의 삶을 통해 인간과 마족의 여러 면을 접해 왔다.


인간, 따로 겉면이 있는 법. 그쪽이 더 재밌기도 하고.


음흉한 마음과는 다른, 어떤 목적이 있어서 아키를 여기에 데려온 것이라면 그것으로 좋다.


그것을 알고 오히려 안심할 수 있었다.


아키 (나사라짱이라면 「흥미롭다」라고 말하겠지)


아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 뒤에 들어간 목욕은 편안했고, 나온 후에는 개운하게 잘 수 있었다.


다음날.


아키는 후우마의 마을 밖에 있는 황무지에 와 있었다.


대마인으로서의 힘을 보여 달라는 기렌의 부탁을 받은 것이다.


물론 전부 보여줄 생각은 없지만, 조금만이라도 좋겠다고 한다면,


기렌은 이가와의 대마인, 카라스노 료마를 불러낸 것이었다.


기렌 "아키, 료마 준비됬겠지"

아키 "응, 좋아."

카라스노 료마 "물론이지, 형님. 아키라던가 했던가. 사양 말고 덤벼라!"



아키 (이 사람도 원래 세계에서는 죽었지......)


살아있는 료마를 보는 것은 처음이다.


그는 망자나 사령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이능계 닌법, '사령무(死霊舞)'의 술사로 알려져 있었다.


아사기가 이가와 일문의 당주가 되기 전, 일문의 실권을 쥐고 있던 장로중, 하토리 세이슈, 이가와 센쥬 등을 섬기고 후우마의 마을을 습격했을 때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싸움을 했다고 한다.


불타는 저택에서 코타로를 구해내고 실제로 료마와 대치했던 토키코의 말로는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역겨운 놈이었다고 한다.


이후 원래 차원에서는 아사기가 장로중을 숙청했는데, 그도 시라누이에게 패해 쓰러졌다는 듯 하다.


그런 녀석이 이쪽 차원에서는 어찌된 영문인지 후우마 일족의 기렌을 형님이라고 따르는 모양이다.


기렌 "시작"

료마 "하아아아앗! 인법! 사령무!!


낯을 쓰고 있어서 얼굴은 알 수 없지만, 요마는 건강한 중년 양키라는 투로 거창하게 손을 댔다.


사령

'UOOOOOOOOO!!'

'UOOOOOOOOO!!'

'UOOOOOOOOO!!'


검은 아지랑이 같은 사령들이 땅에서 줄줄이 기어 나온다.


저걸 조종해서 상대방의 생명 에너지를 빼앗는 것 같다.


료마 "형님의 생명의 은인이다. 죽이지는 않아. 하지만 땅바닥을 기어다니는 정도는 각오해라!!"


아키 (흐응, 사령의 무리인가? 하지만 그 블랙이 둔갑한 꼬마가 조종하던 어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사람의 생사가 격한 요미하라에 사령 같은 건 드물지도 않고, 아키도 그 싸움에는 익숙했다.


아키 "그럼 간다"


아키는 미리암의 마법으로 강화된 새로운 대마인 슈트의 힘을 발휘하며 사령의 무리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아키 "핫, 핫, 하앗!"


그리고 다가오는 사령을 싹 베어버리며 순식간에 료마에게 접근한다.


료마 "큿, 빠르다!"


료마는 아키의 움직임에 놀라며 오른손에서 검은 장기를 뿜었다.


아키 "느랴."


아키는 그것을 살짝 피하며 그 팔에 찰과상을 입힌다.


료마 "칫......뭐야!?"

아키 "사안 '사열'."


미미한 통증에 당황하는 료마를 향해 아주 가볍게 사안을 발동.


위력을 억누르며 그 상처가 온몸에 퍼지는 암시를 건다.


료마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료마는 수백, 수천 개의 찰과상의 아픔을 받고 자신이 땅바닥을 기어다니게 되었다.


아키는 그 암시가 현실이 되기 전에 사안을 멈춰주었다.


아키 "뭐, 이 정도인가?"

료마 "으으으......핫!? 뭐......뭐였지!? 뭐였던 거야 지금 건!?"

아키 "내가 준 암시야. 원래는 현실의 육체도 그 암시대로 되는데."

료마 "뭐라고......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눈인가. 역시 형님이 데려온 여자구나."

료마 "좋은 여자일 뿐만 아니라 강해. 내가 졌다. 완패다."


료마는 패배에 구애받지 않는 어조로 악수를 청해왔다.


아키 "이거 미안하네."


역시 차원이 다르면 사람도 다른 것 같다.


하기야 원래 차원의 료마도 잘 모를 뿐, 사실 그쪽도 비열한 것은 적을 상대할 때 뿐, 근본은 마음씨 좋은 아저씨였을지도 모른다.


기렌 "음......저건 역시 후우마의 사안......"


한편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기렌의 시선은 어딘가 범상치 않았다.


어젯밤 그 지하실에서 나타났을 때와 똑같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키의 등이 오싹했다.


그리고 다른 날.


아키는 그 상쾌한 코타로에게 불려 후우마의 별장을 방문하고 있었다.


원래 차원에도 존재하고 있는 건물로, 저쪽에서는 사이카가 관리를 하고 있다.


여기서는 아닌 듯, 젊은 사이카를 만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귀여운 코타로와 단둘이 있다.


너무 좋다.


음흉한 마음은 전혀 없다.


코타로 "헤, 아키 씨는 거기서 탐정을?"

아키 "나는 협력 정도지만."


아키는 코타로가 묻는 대로 탐정 사무소에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물론 장소는 요미하라가 아니라 다른 적당한 곳으로 바꾸어서 말이다.


코타로 "어떤 분이 있었나요?"

아키 "오차 마을의 장과 동명인, 소장이자 사이보그인 아사기."

아키 "외형은 귀여운 마녀 미리암, 나와는 술친구인 오니 프랜시스, 귀엽고 강한 이차원 생물 나사라짱."

아키 "그리고 나, 모두 여자야. 그런 멤버로 재미있게 살고 있어."

코타로 "사이보그에 마녀에 오니에 이차원 생물. 굉장한 멤버군요."

아키 "뭐 그렇지."

코타로 "지금까지 어떤 사건을?"

아키 "그렇네, 최근에는──."


아키는 요미하라 소몰이 레이스에 얽힌 좌충우돌을 다소 각색을 섞어 이야기해 주었다.


코타로 "우와, 재미있겠다."


코타로는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엄해 보이는 아저씨지만 아버지가 살아있고 후우마의 마을도 원래 차원보다 평온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야말로 온실 속 화초 같은 도련님이다.


그래서 너무 좋다.


아키 (크~~~~ 퓨어한 코타로 정말 귀엽다. 너무 귀여워!! 범죄적이야!)


아키가 그 범죄를 일으킬 것 같은 상태로 몸부림치고 있으면,


코타로 "그러고 보니 아키 씨와 기렌 공은 어떤 관계인가요?"

아키 "관계라니? 우연히 요미하라에서 만나 협력해서 탈출했을 뿐인데?"

코타로 "아키 씨는 기렌 공의 애인 같은 게 아닌가요?"

아키 "아니거든. 왜 그렇게 돼!"


아키는 강하게 부인했다.


이 귀여움이 5할 증가한 코타로에게 그런 식으로 생각되고 있었다니, 조금 충격이다.


코타로 "기렌 공은 안부인을 일찍 잃고, 대마인이었던 따님과 둘이 살고 있었습니다만......"

아키 "그 따님도 돌아가셨지."

코타로 "네. 임무 중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키 "......"

코타로 "기렌 공은 후우마 일문에서도 굴지의 사안술사입니다."

코타로 "하지만 홀몸이 되고 나서 계속 단독행동으로, 누군가와 동행하는 모습도 없었기 때문에......"

아키 "갑자기 날 데려와서 놀랐다고."


코타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키 "그랬구나......"

코타로 "그래서 두 분은 그런 사이인 줄 알았는데."

아키 "아니야, 아니야."


아키는 다시 한 번 부인했다.

아까와 같은 농담이 아니다ㅡ라는 표정은 이제 할 수 없었지만.


아키 "그럼, 어쩌면 나에게 죽은 따님을 겹쳐보고 있는 거려나......"


아키는 자신을 보는 기렌의 복잡한 눈을 떠올리며 문득 그런 말을 해 보았지만, 


코타로 "아─. 그건 아니지 않을까요......"


코타로는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아키 "뭐야 그 표정은?"

코타로 "기렌 공의 따님은 아키 씨와 전혀 다른 타입이었다고 할까, 좀 더 이렇게 차분한 느낌의──."

아키 "이놈, 코타로!! 내가 거칠고 막되었다고 말하고 싶은 거냐!"


아키는 음울해진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코타로의 머리를 감싸쥐고 주먹으로 동글동글 했다.


코타로"와앗!! 죄송합니다!"


코타로도 과장스럽게 싫어한다.


그때였다.



후우마 토키코 "도련님! 무사하십니까!"


낯익은 얼굴이 뛰어들었다.


코타로 "아, 토키코."

아키 (역시 토키코구나. 젊네.)

아키 (이쪽 차원에서도 이때는 이렇게 화려하게 입고 있었구나.)


그 토키코는 서로 장난치는 아키와 코타로를 보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토키코 "ㄷ 도련님!! 이, 이런 곳에서, 이런 어디서 굴러 들어온 말뼉다귀인지도 모르는 자가 무슨 짓을 하고 계십니까!"


엄청나게 무서운 표정이다.


아키는 일단 코타로에게서 손을 뗀다.


코타로 "토키코, 그런 말투는 실례야. 내가 아키 씨에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여기로 불렀으니까."


코타로가 온화한 어조로 말하자 토키코는 고개를 푹 숙였다.


토키코 "시, 실례했습니다. 하지만 도련님도 입장이 있습니다."

토키코 "엉뚱한 오해 받을 만한 짓은 삼가주세요."

토키코 "거기 아키 공도!"


눈총을 잔뜩 받았다.


아키 "미안. 조심할게"

코타로 "하하, 토키코는 걱정이 많구나."


코타로는 의젓하게 웃고 있다.


토키코 "......"


토키코는 표정을 억누르고는 있지만 만약 도련님께 무슨 짓을 하면 지옥에 떨어뜨려주겠다는 무서운 아우라를 피워대고 있었다.


아키 (토키코는 이쪽에서도 전혀 변하지 않는구나.)


아키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낯익은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조금 안심이 되었다.


별장에서 돌아오는 길.


아키 "이럴 때가 아니지만, 그 엄청 귀여운 코타로를 만난 것만으로도, 이 차원에 온 보람은 있었구나."


아까 전 코타로의 귀여움을 곱씹으면서 어떻게 원래의 차원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왜 기렌이 자신을 데려왔는지 등 지금 생각해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려던 그 순간.



이가와 센쥬 "나의 기렌 님을 유혹하려는 아키라든가 하는 도둑고양이는 당신이군요!"


아키 (이번에는 이가와 센쥬인가. 계속 아는 사람이 튀어나오네. 나의 기렌 님!? 뭐야 그거??)


또 알지만 모르는 사람이 나타났다.


이가와 센쥬.


일찍이 이가와 가문의 장을 가리는 싸움에서 어머니 히토리 세이슈를 따르다가 아사기에게 패하여 오랫동안 아미다하라 감옥에 수감되어 있었으나 내조의 미네 후나코로 이름을 바꾸고 살아남았던 어머니에게 구출 받았다.


하지만 불쌍하게도 버림패로 사용되어 사이보그 팔에 핵폭탄을 넣어, 오차에 대규모 습격을 가해 왔다.


결국 그 습격은 실패로 끝나고, 투항한 센쥬는 요미하라에서 여생을 보내는 듯 했으나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자신의 죄를 갚는 형태로 목숨을 잃고, 그 자리에 있던 코타로에게 적잖은 마음의 상처를 주게 되었다.

 

그것은 아키의 차원에서의 이야기다.


지금 눈 앞에 서 있는 센쥬가 어떤 인물인지는 전혀 모른다.


알고 있는 것은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무서운 눈으로 아키를 노려보고 있다는 것뿐이다.


아키 "음......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난 그 집에 신세를 지고 있을 뿐이야."

센쥬 "닥쳐라! 그런 창부인지 암퇘지인지 모를 꼴로 기렌 님의 마음을 현혹시키다니 만번 죽어 마땅해."

아키 "창부니 암퇘지니 너무하네. 자신의 인법에 맞는 슈트를 입는 것은 대마인으로서 당연하잖아."

센쥬 "문답무용. 나의 기렌 님에게 다가서는 여자에게는 죽음만이 있을 뿐!!"

아키 "이쪽에서도 엉망진창이구만 이 사람!"


머리를 싸매고 싶어지는 아키에게 센쥬와 그 부하가 덤벼들었다.


***


아키 "야앗, 타앗, 으랴앗!!"


센쥬의 추종자

"으악!"

"크윽!"

"게부웃!"


센쥬의 부하는 별거 아니다.


사안을 쓸 필요도 없이 칼등치기로 시원스레 기절시킬 수 있었지만,


아키 "저쪽은 그럴 수 없겠지."


질투에 불타는 센쥬는 진심이 되지 않으면 위험할지도 모른다.


센쥬 "이렇게 된 이상 나의 이 독수(毒手)로!"


그 증거로 '오독살(五道殺し)'이라고 칭해진 가공할 독수의 손가락을 세우고 있다.


센쥬 "나의 기렌 님께 다가가는 천한 여자!! 각오해라!!"

아키 "그러니까 아니라고......듣지도 않겠지만"


아키가 마지못해 칼을 겨누던 그때 기렌이 외쳤다.


기렌 "센쥬! 뭐하고 있는 거냐!"

아키 "아, 딱 좋은 타이밍에. 이 사람한테 뭐라고 좀 해봐. 딱히 꺼림칙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센쥬 "ㄱ, 기렌 님!! 아닙니다. 이 여자가 기렌 님을 홀리려고 하는 건 아닌지, 저 그게 걱정되어──."

기렌 "이 천치가! 아키는 내 손님이다! 썩 꺼져라!!"

센쥬 "그럴수가......기렌 님......당신에게 그런 말을 들으면, 이제 저 어떻게 해야 할지......으윽."


센쥬는 연극 같은 동작으로,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센쥬 "크으윽......으으......"


그리고 아직도 오해하고 있는 게 분명한 눈으로 아키를 힐끗 보고 떠나려 한다.


이대로 돌아가면 더욱 원한을 살 것 같다.


아키는 황급히 말을 거든다.


아키 "아~~~~~, 아니야. 기렌, 그런 게 아니라니까."

아키 "독수의 사용자는 드물어서, 내가 그녀에게 대련해 달라고 부탁했어."

아키 "그러다가 조금 흥분해 버려서. 미안, 이렇게 되어버렸어."

센쥬 "어......?"


센쥬는 놀란 듯이 아키를 바라본다.


기렌 "......"


기렌은 아키가 센쥬를 감싸고 있는 것을 눈치챈 것 같지만, 


기렌 "그럼 됐다. 하지만 둘 다 적당히 해라."

아키 "응, 조심할게."


기렌은 떠났다.


센쥬 "당신, 왜 나를 감싸준 거야......?"

아키 "난 저 사람한테 신세를 지고 있는 것 뿐으로, 정말 그쪽의 착각이라니까."

아키 "뭣보다 저 사람을 좋아하지? 나 때문에 그에게 미움을 사거나 하면 왠지 잠이 안 오고."

센쥬 "뭐......"


센쥬는 소녀만화의 주인공이 심술궂은 반 친구가 사실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센쥬 "ㄷ, 당신은......멋진 사람이네요! 아키 씨! 꼭 저와 친구가 되어주세요!"

아키 "아, 응......그래......"


아키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아키 (우와......뭔가 좋아하게 만들어버린 것 같은데......)


속으로는 뜻밖의 흐름에 어깨를 으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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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마 쿤! 오랜만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