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키 시라누이 「────────」  

사이카 "......수성 시라누이. 당신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네."


이곳은 음마족의 은신처, 그 가장 안쪽에 위치한 예배실이다.


대마인 후우마 사이카가 방 안쪽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는 『환영의 마녀』──전 대마인, 그리고 이가와 아사기의 맹우로 미즈키 유키카제의 어머니, 일찍이 임무 중 실종되었다고 일컬어지는 최강의 환술사, 『미즈키 시라누이』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이카 (시라누이, 나는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사이카가 조용히 생각한다.


시라누이의 몸에 둘러진, 붉은 빛을 띤 시커먼 마력의 흐름.


그것은 선대 환몽경으로부터 그녀, 미즈키 시라누이가 계승한 『죽음의 힘』이었다.


시라누이 『......나에게는 목적이 있어. 그래서 나는 이 힘을 내 것으로 만들기로 결정했지.』


며칠 전 은신처를 찾은 사이카에게 시라누이는 그렇게 말했다.


'죽음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지금 사이카의 눈 앞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은, 그것을 위한 계약의 의식.


사이카 "......"


이야기는 선대 환몽경 카마데바의 죽음 직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죽음이 코앞이었던 선대 환몽경 카마데바는, '총애하는 애첩'으로 지목되던 환영의 마녀 · 미즈키 시라누이를 불러냈고, 거기서 그녀에게, 자신의 '어떤 소원'과 그 대가로 오랜 세월 갈고닦은 강대한 죽음을 관장하는 마술의 전부를 넘겨주었다.


이 죽음을 관장하는 마술──죽음의 힘이야말로 환몽경의 지위를 지탱하던 근원.


이 힘을 얻어, 환영의 마녀는 차세대 환몽경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 되었다.


하지만......


미즈키 시라누이 「────────」


강력한 죽음의 힘은 소유자 자신에게도 대가를 치르게 한다.


원래 인간이었던 시라누이에는 더욱 그렇다.


넘겨받은 죽음의 힘은 완전히 발현되지 않은 채, 그녀 안에서 계속 잠들어, 그 몸을 갉아먹었다.


사이카 (그리고......그녀는, 한층 더 위험 속으로 자신을 몰아넣었다.)


그것이 이 계약의 의식.


위험한 죽음의 힘에 몸을 맡겨, 그것을 굴복시키고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성공하면 시라누이는 환몽경의 증거인 죽음의 힘을 얻는다.


하지만 실패하면 말 그대로 죽음의 힘에 휩쓸려, 이대로 잠들듯이 절명한다.


3일쯤 전부터, 시라누이는 이 위험한 의식에 도전하고 있었다.


미티아 "사이카 씨, 마녀님은 괜찮을까요......"

미티아 "이 의식은......성공했을 경우, 2일에서 3일이면 눈을 뜬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 기한이 거의 다 지나서......"


잠든 시라누이를 돌보고 있는 음마족 소녀 미티아가 불안해하며 말한다.


사이카는 부드럽게 그에 답한다.


사이카 "걱정하고 있구나, 미티아. 하지만 어쩐지 신기하네."

사이카 "음마족인 당신과 다른 모든 모두도, 원래 인간──그것도 대마인인 그녀를 걱정하고 있어."

사이카 "왜, 그렇게까지 그녀를?"

미티아 "음, 그건......마녀님이 굉장히 강하다든가, 원래 인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고 야하다든가, 여러가지 있습니다만."

미티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마녀님이 상냥하기 때문이에요."

사이카 "상냥하다?"

미티아 "네! 마녀님은 언제나 우리의 음마들을 신경 쓰고, 지키려고 노력하세요."

미티아 "그러니까 저도, 모두도 마녀님을 정말 좋아해요!"

사이카 "후후, 그래──."


미티아의 밝은 대답에 사이카는 미소지었다.


그녀가 음마족과 행동을 같이 하는 이유 중 하나에는, 이렇게 그녀를 솔직하게 뒤쫓는 음마들의 존재가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한다.


사이카 "그렇다면 그녀를 좀 더 믿어주자."

사이카 "걱정할 것 없어, 미티아. 「반드시 돌아온다」고. 그녀는 우리에게 약속했으니까."

미티아 "아. 그렇죠......감사합니다, 사이카 씨."


사이카의 말에 미티아가 조금 진정된 듯한 미소를 짓는다.


사이카 (그래, 확실히 그녀는 나에게 그리 약속했지.)


그것은 3일 전.


시라누이가 계약의 의식에 들어가기 직전, 사이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를 면회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사이카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입니다. 더 알고 싶다면, 스스로 확인하세요."

사이카 "오차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건 아니겠죠?"

시라누이 "글쎄. 어떨까나."


시험하는 듯한 사이카의 물음에 시라누이는 애매모호하게 미소지었다.


3일 전 면회 때.


간단한 재회의 말을 나눈 후, 시라누이는 자신이 떨쳐버린 오차에 대해 몇 가지 물었다.


그리고 사이카가 그에 답하고 있던 참이었다.


시라누이 "하지만 신기하네, 사이카. 전장에서는 귀신으로까지 불렸던 당신이, 지금은 그런 온화한 얼굴로──."

시라누이 "그리고, 아사기의 지령으로 움직이고 있다니. 옛날을 아는 만큼 상상도 할 수 없었어."

사이카 "그렇지. 이가와와 후우마, 일찍이 불구대천의 원수 사이였으니까."


사이카가 쓴웃음을 지었다.


과거 이가와 장로중을 중심으로 한 대마인 본대와, 사이카가 속한 후우마 일문은 치열한 권력투쟁을 벌였다.


그 전장에서 사이카와 시라누이도 칼을 맞대기도 했다.


두 사람은 그 이후로 아는 사이가 되었다.


사이카 "하지만, 제 마음은, 그때와 달라진 것이 없어요. 나의 충성은 언제나 후우마에."

시라누이 "그것이, 아까 이야기에도 있었던, 후우마 코타로......'도련님'을 말하는 거지."

사이카 "그렇죠."


늠름하게 자란 청년을 떠올리며 사이카가 미소지었다.


후우마 마을이 이가와 장로중의 습격으로 멸망했을 때, 당주 단조의 적자인 코타로는 이가와 아사기 덕에 목숨을 건졌다.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사이카는 종종 아사기로부터 극비 지령을 받고 있다.


사이카 "저는 그때와 다르지 않으나, 당신은 많이 변한 것 같네. 어째서죠, 시라누이?"


사이카가 조용히 물었다.


왜 정의의 대마인 미즈키 시라누이가 음마족 고위 간부로 영락했을까.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사이카는 이곳 요미하라까지 온 것이다.


시라누이 "......지금은 모든 것을 말할 시간이 없어."


잠시 침묵 끝에 시라누이는 그렇게 대답했다.


사이카 "시간?"

시라누이 "그래. 나는 이제 곧 '계약의 의식'을 시작할 거야. 환몽경의 지위를 잇기 위해."

시라누이 "암브로스네가 그것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어."


그러니까 지금은 모든 사정을 얘기할 수는 없다, 라고.


시라누이 "하지만, 이것만은 그녀──아사기에게 전해줘."

시라누이 "나는 더 이상 대마인이 아니며, 이 계약으로 인해 더는 사람이 아니게 될 수 있다고."

시라누이 "──그래도, 괜찮아. 모든 것은 나 자신의 뜻으로 선택한 것이니까."

시라누이 "어리석은 배신자, 음마로 영락한 천박한 여자, 누가 비웃든 상관없어."

시라누이 "하지만, 아사기. 너와의 우정만은 배신하지 않아. 그것만은 기억해 줘──."


그것을 아사기에게 전해 주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더 이상 자신은 깨어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복잡한 표정으로 말하는 시라누이에게 사이카는 잔잔하게 웃으며 고개를 흔든다.


사이카 "내 대답은 아까와 같아요. 아사기에게 할 말이 있다면, 스스로 오차에 와서 말해요."

사이카 "위험한 의식이라고는 하지만, 죽을 생각은 없겠죠?"

시라누이 "......후후. 그 말대로야, 사이카, 나는 반드시 돌아올 거야."


그리고 3일.


사이카와의 면회 직후 계약의 의식을 시작한 시라누이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사이카 "빨리 눈을 떠, 시라누이. 음마들, 그리고 나와 아사기도, 모두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


그렇게 중얼거렸던 사이카가, 계속 잠들어 있는 시라누이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을 때, 쿠우우우우우우웅!!


사이카&미티아 "!!!?"


갑자기 굉음과 함께 건물이 흔들렸다.


이어 정적에 싸여 있던 은신처 주변에 다수의 사람과 짐승이 포효하는 듯한 외침이 가득해진다.


미티아 "저, 적습!?"

사이카 "그런 것 같네. 드디어, 그녀의 적이 찾아왔어──."


***


아누비스 "그럼, 나의 비기를 사용하지. 대결계 마술 '파라오의 관'."


술의 행사와 함께 방대한 장기가 출현해, 은신처 주변의 경치를 일변시키고 있었다.


음마족 은신처인 저택 주변을 꺼림칙한 장기의 안개가 감싸, 다른 공간으로 격리한다.


이것이 사령기사 아누비스가 발동시킨 대결계 마술 '파라오의 관'.


아누비스는 뛰어난 전사이자 절대적인 힘을 지닌 결계술사다.


그 술에 따라 음마족의 은신처 저택을 거대한 장기의 안개로 감싸 완전히 외계로부터 분리된 다른 공간으로 격리시켰다.


이로써 요미하라 변경부의 '부전협정'을 무효화하고, 또한 음마족의 증원이나 개입해 오는 다른 세력의 원군을 차단한다.


아누비스의 결계는 통신이나 마력도 차단하기에 더 이상 외부에 구원을 요청할 수도 없다.


결계 내에 남겨진 것은 정예라고는 하지만, 소수의 수호부대 뿐.


즉, 병력에 있어서 완전히 습격측이 우위를 점한 셈이다.

  

────


습격부대

「キャハハハハハハハ!!!」

「ガ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

      

음마족들

"크으읏!? 이 녀석들, 어디서 이런 수가!!?"

"물러서지 마라! 병사를 모아 상대해라!"


온몸을 피로 물들이며 음마족들이 열심히 싸웠다.


그들을 습격하는 건 명계의 음마, 사령경 휘하의 합동부대다.



하데스 프리스트 "자, 지금이 기회다! 암브로스와 이슈타르가 부재한 지금, 저택을 지키는 것은 잔챙이들 뿐!"

하데스 프리스트 "모조리 짓뭉개, 살금살금 도망쳐 숨어있는 '마녀'를 토벌하는 거다!"


부대를 지휘하는 상급음마 하데스 프리스트와 하데스 시스터가 부하들에게 소리친다.


현재 이 저택에는 음마족의 주력인 대간부 암브로스와 이슈타르가 없다.


두 사람은 환영의 마녀를 차세대 환몽경 자리에 앉히고자, 그 사전교섭을 위해 마계로 향하고 있다.


또 환영의 마녀는 마계에서도 손꼽히는 마력과 전투력의 소유자다.


제대로 싸우면 쓰러뜨리기 어렵다──지만, 그런 마녀가 최근 전투에 나서는 모습이 적다.


이것은, 환몽경의 힘의 계승과 함께, 『마녀의 몸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마녀의 목숨을 빼앗기에 지금보다 좋은 시기는 없다.


그런 추측이나 정보로부터, 이번 은신처 습격이 결정되었다.

        

습격부대

「キャハハハハハハハ!!!」

「ガ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


음마족들

"으윽!? 위험해, 이대로는 밀린다!"

"겁먹지 마라! 조금만 더 견뎌라! 마녀님만 귀환하면, 이런 놈들은!"

"갸아아아아아아아악!!


하데스 시스터 "흥. 인간 따위를 따르는 멍청이들. 상응하는 보답을 해주마!"


날아다니는 총알이 음마들의 가슴을 꿰뚫고, 또 마력의 칼날이 차례차례 목을 친다.


저택을 지키는 부대는 모두 정예이나, 수와 기세를 뛰어넘는 명계의 음마에 고전하며 조금씩 열세에 몰렸다.


그런 격렬한 전투의 울림이 이 저택 최심부의 예배실에도 닿았다.


음마족들

"미, 미티아 님!? 습격해 온 적이 꽤 많다고 들었어요!"

"마, 만약 그 무리들이 여기까지 온다면......우리들만으로는 마녀님을 지켜낼 수 없어요......!"

"우, 우리도 모두 살해당하고 말 거에요......!"


"미티아 "모두 진정하세요! ......괜찮아요, 밖에서 싸우고 있는 동료를 믿읍시다."


음마족 소녀 미티아가 겁에 질린 음마들에게 힘차게 말했다.


미티아 "확실히 적은 많습니다. 하지만 습격에 대한 대비는 암브로스 님도 충분히 생각해 주셨습니다."

미티아 "그리고 지금, 사이카 씨도 저택 밖의 싸움으로 향했습니다."

미티아 "미레이유나 알렉키도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어요......우리는 지지 않습니다."

미티아 "그들을 믿고, 다 같이 똘똘 뭉쳐 외적을 무찌르죠. 괜찮아요, 우리라면 할 수 있어요!"

음마족들 "ㄴ, 네, 그렇죠......"


미티아의 의연한 처신에 음마들의 동요도 조금씩 가라앉아 간다.


미티아는 소악마 같은 사랑스러운 용모를 하고 있찌만, 그 정신은 터프하고 강인하다.


어떤 궁지에도 결코 기죽지 않고 환하게 웃으며 극복해 나간다.


그런 총명함을 높이 사, 미티아는 이 가장 중요한 지점인 예배실의 수호를 맡고 있다.


그러나, 그런 미티아조차도 속으로는 조바심을 느끼고 있었다.


미티아 (확실히, '대비'는 되어있지만 불길한 예감이 멈추지 않아......)

미티아 (아아......빨리 일어나주세요 마녀님! 그리고 제 동료들을 도와주세요......)


매달리듯 방 안쪽으로 눈을 돌리다.


하지만......


미즈키 시라누이 「──────」


음마들이 흠모하는 환영의 마녀──미즈키 시라누이는 여전히 잠들어 있다.

  

...........................


??? "마녀님! 실례합니다, 일어나주세요, 마녀님!"


??? (어? 나는......?)


바로 근처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잠들어 있던 의식이 조금씩 각성한다.


시라누이 "읏, 아아, 여기는......?"


그곳은 밝고 시원한 샘 근처였다.


전 대마인 · 미즈키 시라누이──현재는 『환영의 마녀』라 불리는 그녀는, 느릿느릿 몸을 일으킨다.


머리가 몹시 무겁고 나른했다.


몸도 아직 꿈속에 있는 것처럼 둥실둥실해서 정신이 없다.


어둠의 종자 "일어나셨습니까, 마녀님."

시라누이 "나, 자고 있었어......?"


시라누이는 자신에게 말을 건 음마족에게 묻는다.


둘러보니 그곳은 마계답게 기묘한 식물이 무성한, 아름답고도 기괴한 풍경.


아무래도 자신의 이곳에서 선잠을 자고 있었던 것 같다.


어둠의 종자 "네. 주무시는데 실례했습니다. 너무 피곤해 보여 말하기 망설여졌습니다."

시라누이 "아니, 신경쓰지 마. 옛날 꿈을 꾸고 있었을 뿐이니까......멍하니 있어서 미안해."


겁에 질린 사내에게 시라누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그녀는 꿈을 꾸고 있었다.


과거나 아직 보지 못한 미래, 그런 여러 가지 정경들이 뒤죽박죽 뒤섞인 신기한 꿈.


그 속에서 그녀는 젊었을 때의 절친한 친구 아사기와 전장을 달리고, 사랑하는 남편이나 딸과 이야기하고, 그리고......


시라누이 (그리고......뭐였더라? 잘 생각나지 않네......)


시라누이가 애매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중대한 무언가가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그것이 기억나지 않는다......


어둠의 종자 "피로하신 것 같군요. 연일 병의 간호를 하니 피로도 많이 쌓이셨을 겁니다."


종자가 염려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현재 음마족의 왕인 환몽경 카마데바는 죽음에 임박해 있다.


몹시 쇠약해져 이제는 제 힘으로 움직일 수조차 없다.


표면적으로 카마데바의 '애첩'인 시라누이는 연일 그런 그의 간병과 신변을 돌보고 있다.


지금 선잠이 든 것도 그 피로 탓일 것이다.


시라누이 "후후, 신경써줘서 고마워. 그래도 난 괜찮아."

시라누이 "그래서, 나한테 무슨 볼일이야? 설마 폐하의 병세에 변화라도......?"


시라누이가 정신을 차리고 묻자, 종자는 공손히 고개를 흔든다.


어둠의 종자 "아니요. 현재 상태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어둠의 종자 "카마데바 님께서 마녀님에게 면회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얘기하고 싶은 게 있으시다고──."